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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6.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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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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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덤블링 나이프 1

DUMMY

주의 : 이 챕터는 버터 칼이나 30cm자 등,

손에 쥐고 따라해 보지 않으면 이해가 다소 부족할

수 있음. 실제 칼은 위험하므로 대체품을 사용할 것.


니뽄도 좋아하는 사람도 실물을 들어서 휘둘러보라면 겁부터 날 거다. 무겁고 날 시퍼러니까. 형사도 칼 맞으면 와이프 부엌칼도 식은땀 나는 트라우마를 가질 수 있고, 칼 넣고 다니는 사람은 자기가 약하거나 불리할 때 공포로 휘두를 수 있다. 직업적으로 쓰는 사람은 꺼내자마자 펴자마자 바로 찌른다. 말로 겁주고 그런 거 없다. 감정의 상대방이 아니라 명령(작업)을 받은 대상이다.


나도 칼을 좋아한다. 가지고 다닌 적 없고 사람에게 위협한 적도 없다. 가지고 다니면 사고 날 확률이 높다. 사회에서 국군의 날 동영상을 보고, 저 부대는 칼을 잘 쓴다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특공무술 크라브마가 훈련은 하나, 사람을 칼로 죽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총이 있고 K-7도 있으니까. 언젠가 아이템 나이프를 구입할 때, 그래도 칼은 위험하지? 했더니, 사람 추격하는 게 주 업무인 공무원이 그런다.


“부엌칼은 안 위험해? 과도는 어느 집에나 있지. 과도든 전문적인 칼이든 쓰면 좆되는 거야. 현장에 부엌칼과 과도 살인이 가장 많아. 내 앞에서 가장 많이 빼든 게 과도고. 지겨울 정도지. 과도는 또 힘으로 지르다 존나 잘 뿌러져요. 이런 서블 나이프면 나도 잠바 안에 하나 넣고 다니고 싶다. 나도 범인들 겁 좀 줘보게. 몇 대 때렸다고 잡힌 놈이 형사 고소하는 세상이야.”


투검... 멋있다. 대검을 던진다... 빙빙 돌면서 날아가 팍 꼽힌다. 대검 살상훈련은 했지만 투검은 관심 없었다. 총처럼 측정 결과물을 내는 훈련이 아니다. 아무리 무서운 부대라도 사람 찔러보고 맞아보지 않는다. 아무리 엘리트 부대라도 총알 맞아보고 쏴보지 않는다. 반복훈련이 본능적으로 찌르고 베고 방아쇠를 당기는 파블로프의 개는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대검은 날을 갈지 않고 훈련에 들고 다녔고, 칼임을 망각하기도 했다. 이제 상부 지시로 줄을 서서 그라인더로 갈아, 하얗게 빛나는 걸 보며 나오는 놈마다 만족의 미소를 짓는다. 원래 이렇게 반짝반짝하는 거야? 뭐, 최후에 날 지켜줄 놈?


영화 타짜를 보면 사부가 떠오른다. 군을 나가신 선배이자 나의 멘토. 모병 기수로 따지면 한 20기 차이 나는 분. 원사셨지만 여단에서 관심도 없는 훈련장 관리를 하고 있었다.


키가 크고 마른 분으로 베레모가 참 잘 어울리셨다. 말투는 느리면서 단호했고, 감정이 끼면 조용히 표정이 변하지만, 대체적으로 온화한 분이다. 항상 무표정에 가까워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도 아니었다. 언젠가 영외훈련장 중대단독훈련. 말이 단독훈련이지 집중 사역이다. 뭘 새로 짓거나 보수가 필요할 때, 중대 많아야 12명이 나가 텐트 치고 낮에 사역하고 밤에 술사다 먹고 논다. 해상훈련장 겨울 단독훈련하면 시설 지키는 것과 다름없고, 이 업종에서 일종의 휴가다. 사역만 강하지 않다면...


원사님이 관리하는 훈련장이 재개장되어 우리가 중대단독 나갔을 때, 처음으로 그 분과 얘기를 나눴다. 칼 이야기가 나와 긴 대화를 했고, 투검 얘기가 나와 열을 올렸더니, 날 무심코 바라보다 창고로 가서 뭘 들고 오셨다. 텐트천 포장을 풀자 나온 것은 서바이벌 나이프와 비슷한 현재형이 아니고 M6~M7 구형 대검. 폐기된 대검. 헌데 날이 갈려 있다.

“여단 창고에 버리는 거 많아.”

신형에 비해 M6 M7은 몸통 좌우 모양이 똑같다. 현재의 신형은 날이 한쪽에만 있어 검이 아닌 도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대검이라 부르지 대도라고 부르진 않는다. 양날이면서 찌르기가 가능한 게 검, 한쪽 날만 있으면 베기에 편한 도다. 검은 대부분 좌우 모양이 똑같고, 도는 편도 날에 휘어져 베기가 주력. 우슈 투로에선 자신의 무기를 밝힌다.

뽑아서 자기 계파 투로를 보이고 칼 안든 손으로 손가락 두 개를 붙여 세우면 ‘검’. 네 개 세우면 ‘도‘. 앞굽이면 먼저 공격한다. 뒷굽이면 방어하니 먼저 공격해라. 세 개면 봉. 손가락 세 개 세우고 나서 봉에 숨겨진 칼을 뽑으면 '이런 속았어...'


"투검 보고 싶어?”

그 물음에 이미 원사님 대검이 어디 날아가 꼽힌 것 같았다. 하지 않아도 믿을 수 있었다. 원사님은 한 5미터 부근의 나무 벽을 보더니 대검을 잡았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대검을 끼우더니 그 벽 수직 아래 땅을 보셨다. 부드럽게 손을 흔드는 것처럼 여러 번 털었고, 그러다 손을 들어 던졌고, 대검도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지 않게 날아갔는데, 벽에 박힐 때는 퍽! 큰 소리를 냈다. 내가 놀란 것은, 실제 회전투검을 봤다는 것이 아니라, 저렇게 부드럽게 던졌는데 박히는 강도가 저렇게 강하지?... 그거였다.


“왜 벽 아래 땅을 본지 알아?”

"네?"

“벽만 보면 거리가 안 느껴지기 때문이야.”

“약하게 던졌는데 왜 저렇게 강하게 박히죠?”

“회전력.”

“도는 힘요?”

“내 손의 힘이 아니라 대검의 회전력. 회전력, 그게 다야.”


난 그때 몰랐다. 5미터도 상당한 내공이라는 것을...


그때부터 가르쳐달라고 졸랐다. 원사님은 이치만 알면 어렵지 않다고 했지만, 정작 여유 있는 시간을 내기가 힘들었다. 낮에는 반바지에 땡벌 삽질, 여기저기 시멘트도 비벼 발르고 페인트도 칠했다. 군대의 지옥을 전입하사 시절 삽질로 처음 경험했다.


한여름 숨막히는 태양 아래, 빠른 속도로 쉼 없이 흙을 15분 퍼올리면 지옥이란 단어가 곧 떠오른다. 그 지옥은 적어도 50분이 지나야 일시 중단된다. 공병삽으로 파서 흙을 3미터 높이 위로 던지는데, 단 1초의 멈춤도 없이 10분부터 지옥은 왔고, 50분 동안 천삽뜨기를 했을 때 시야가 굴절된다. 군대는 유기한 인내가 답이다. 기다리면 천천히 해도 되는 군번이 된다. 나 개인적으로 삽질 템포를 줄여도 되는 것이 1년 반 정도 지나서 왔다.


단독이 끝나고 술 사서 원사님을 찾아갔다. 원사님은 그 훈련장이 월요일 날 사용하면 일요일에도 나와서 점검하다 창고에서 자곤 했다. 애들이 성장했고,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1년에 반은 안 들어오는 것에 익숙해서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모도 휴일날 남편 밥 할 필요가 없으니 뭐 시켜먹거나 놀러 다닌단다. 거기 혼자 있는 걸 보면 무슨 도인 같다. 먼산을 멍하니 바라보곤 하신다. 날 가르쳐주기 시작하던 그날 원사님 말을 기억한다.


“내가 너에게 가르쳐주는 건, 너 같은 신세대와 얘기하며 노는 게 재밌고, 난 아들과도 이처럼 긴 대화를 나눈 적이 없어. 나도 자네와 같이 어떤 사람에게 가르쳐달라고 해서 배운 거야. 내가 입대했을 때는 투검이 사라졌고 첨병이 석궁을 쓰던 시기야. K-7 나와서 석궁도 사라졌고... 내가 그 분에게 공짜로 배웠던 것처럼 난, 자네의 확실한 관심을 보고 내 사부의 지도를 연결해주는 것뿐야. 감사할 건 없어. 대단하단 생각도 버려. 하지만 내가 사부에게 그랬듯이 술은 좀 사와야 돼. 하하. 내가 양주 먹는 놈 아니니까. 그리고 마지막, 별 것도 아니지만 이게 아무도 모르게 사라진다는 게 좀 아쉬워.”


“사부님이란 분은 어떤 분이셨나요?”

“어... 그 분. 물론 군대 고참. 직속 고참은 아니었고.”


“직접 실행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가르쳐줄 거 다 했다 생각하면 할 말이 있어. 그때 질문의 답을 주지.”


투검의 시작은, 원사님이 왜 구형 대검을 꺼냈는가에 작은 답이 있다. 요즘은 손잡이에서 뻗어가면서 점차 넓어지는 형태인데, 아래 위 - 좌우 모양이 다르다. 한쪽이 더 넓어 투검에 사용하기 어렵다.


지금 내가 말하는 투검은 회전투검이기 때문이다.


던졌을 때 좌우 비틀려지지 않고 - 앞에서 봤을 때 수직으로 돌면서 날아야 하는데, 좌우 모양이 같아야 1자로 날아가는데 유리하다. 현재형으로 투검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양쪽 균형이 맞는 칼에 비해 변형 회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대비 높다. 앞이 많이 무거워 과도한 회전이 일어나 칼 앞쪽이 더 빨리 돌 수가 있고, 그러면 꼽히기 힘들어진다. 손잡이가 너무 무거운 칼도 투검용으로 쓰지 않는 게 헛된 노력을 방지하는 길이다.


공중에 들었다가 땅이나 탁자에 꼽는 건 투검이라기보다 집중해 때리는 것과 같다. 그것도 100-180도 회전은 맞다. 손을 들어 180도 정도 도는 걸 계산해서 연습해야 한다. 탁자 바로 위에서 1/4 정도 회전시켜 꼽는 건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가까운 벽에 수평으로 꽂는 것도 비슷하다. 칼 회전 1/2에서 1/3 정도 가늠이 정확해야 남들이 놀랄 정도로 푹 꼽혀 다다다다 흔들리는 모습을 연출한다. 그 다다다다는 칼이 공중에서 돌던 회전수 펄스와 같다. 한번 회전하는 주기에 아래 위 ‘다다’ 떤다. 박히고 나서 다다다다 떨리며 회전력은 마감된다. 그 다다다다가 관통력의 음향이다.


투검 그립은, 날 끝을 잡는 것과 손잡이를 잡는 것이 있는데, 땅이나 바닥에 탁 꼽는 건 날 끝을 잡고선 힘들다. 날 끝을 잡으면 기본 360도 회전이 일어나야 하는데, 적어도 한 바퀴가 돌 거리가 벌어져야 한다. 땅이나 탁자에 꼽는 건 손잡이를 잡고 쌔리는 것으로, 1회전 이상 회전투검에서 손잡이로 잡아 던져서 꼽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땅이나 탁자에 꼽아 겁을 주고 싶으면 군용대검보다 칼날이 무거운 사제 칼을 쓰는 것이 빠르다.


또 투검으로 착각하는 것이 ‘비수’다. 비수도 칼을 던지는 건 같지만, 앞날이 훨씬 무겁다. 앞이 상당히 무겁기 때문에, 칼 끝이 아래위로 흔들리다 결국 수평 일직선이 되어 꼽힌다. 회전투검에 비해 비수는 칼을 목표로 향해 일직선이 된 상태에서 놓고, 던지고 나서도 손이 목표를 향해 정지한다. 투검은 던진 손이 아래나 그 방향으로 더 돌아간다. 그래서 비수는 칼끝이 아니라 손 안에 품고 있다가 손이 총구가 되고 비수가 총알처럼 1자 선을 유지해 뿌리기도 한다.


작은 비수는 던지기 전에 손 안에서 노출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갑자기 뒷다마를 맞았다는 의미로 ‘비수를 맞았다' 표현한다. 조선시대 비수를 보면 상당히 작고, 뒤쪽에 수술 뭉치를 달아, 아예 회전하지 않도록 한 것도 있다. 그런 비수는 여러 개 가지고 다니다가 상대가 첫 방에 맞으면 더 던져 사상률을 높인다.


응급처치가 없던 시절에는 쇼크 및 과다출혈 사망. 비수는 회전이 없고 작기 때문에 너무 먼 곳에서 던지면 목표를 벗어날 수 있다. 무게는 지향의 안정감과 비례한다. 뒤에 계속 강조하겠지만, 자신이 적중시키는 유효 거리를 익혀야 한다. 훈련 완성도는 비수가 빠르다. 그러나 작은 비수도 의복 천이 얇던 시대에나 유효하지, 현대의 두꺼운 겨울옷은 박혀도 살에 안 닿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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