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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물감 님의 서재입니다.

시계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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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물감
작품등록일 :
2012.11.26 22:54
최근연재일 :
2013.03.24 01:40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22,645
추천수 :
235
글자수 :
420,623

작성
13.01.1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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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7.피에스타(fiesta)-13




붕어 없는 붕어빵, 시계 없는 시계의 아이







DUMMY


용인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팔라스는 “그들”이 재생력을 갖추고 있을 거라고 추측했다. 물론 그 추측이 틀릴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이대로 도망치면 자신은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당한다. 팔라스는 그것이 싫었다.

팔라스는 여자 쪽을 향해 달려갔다. 여자가 만만해보여서는 아니었다. 그저 몸집이 작아보였기에 상대하기가 남자 쪽보다 낫겠다 싶어서 달려들었다.

이리는 손톱을 폈다. 채앵!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손톱이 길게 늘어났다. 이리는 달려드는 검날을 손톱으로 잡아채 휘었다.

“아까 그 여기사군.”

이리의 얼굴에 비죽, 비웃음이 스치고 지나갔다. 팔라스는 검을 빼려고 했지만 손톱과 꽉 맞물려서 빠지지 않았다.

“손에 익지 않은 검을 들고 있군. 자기 검이 아닌가보지.”

이리는 다른 손을 휘둘렀다. 쩌엉, 공기가 울어댔다. 팔라스는 머리를 휙 뒤로 젖혔다. 오렌지색 머리카락이 한 줌 바닥에 흩어졌다. 이리의 손톱은 팔라스의 뺨을 스쳐 지나가 뒤에 있던 벽에 부딪혔다. 끼기긱. 손톱이 돌 벽을 훑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났다. 돌 벽에는 깊은 생채기가 났다. 팔라스는 몸을 비틀어 파고들었다.

“음?”

이리가 눈초리를 치켜 올렸다. 팔라스는 이리의 안면을 가격했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이리의 머리가 뒤로 팩 젖혀졌다. 목이 꺾일 정도의 충격이었다.

‘보통 용인들은 이곳을 공격하면 멍한 표정을 짓거나 주춤거렸지.’

그 틈을 타서, 기를 실은 공격을 하면 대체로 잘 먹혔다. 경험상 그랬다. 모두가 이 사실을 아는 것은 아니었고, 먹히지 않는 경우도 꽤 많았다.

‘어디 보자. 정말 용인이라면 최소한 동작이라도 느려지겠지. 아니라면 그냥 아파할 테고.’

이리는 팔라스의 검을 놓았다. 이리는 주춤거리면서 뒤로 물러섰다. 이리는 자신의 머리를 꼭 움켜쥐었다. 우두둑. 이리는 조심스럽게 머리를 원래 자리로 돌려놓았다.

“어라?”

팔라스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리는 고개를 좌우로 꺾어보더니, 팔라스를 노려보았다.

“이리!”

퍼엉. 팔라스가 바리케이트로 세워두었던 벽이 무너졌다. 무너진 틈으로 라이안이 모습을 나타냈다.

“어흑! 내가 구해줄게, 자기야!”

라이안은 고함치고는 틈에 머리를 밀어넣었다. 팔라스는 주먹을 쥐고 긴장했다.

“어? 나 끼었다.”

정말 그랬다. 라이안은 벽의 틈에 그대로 끼어버렸다. 라이안은 울상을 지었다.

“부수고 나와, 그럼!”

이리가 소리쳤다.

“아, 그렇지!”

라이안은 환성을 지르면서 주먹으로 벽을 마구 때렸다. 쿵쿵쿵! 벽의 나머지 부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팔라스는 얼른 바닥에 떨어진 검을 주워들었다. 팔라스는 라이안을 향해 사브르를 휘둘렀다. 사브르의 끝에서 붉은색 검기가 맺혔다. 검기는 검을 타고 그대로 라이안을 향해 날아갔다.

퍼엉! 라이안의 다리에 날아가 부딪혔다.

'제이드는 검이라는 매개체 없이도 잘만 검기를 날리더라. 그런데 난 아직 그 정도 수준은 못되는 지라.‘

아직까지는 실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응용력은 있었다. 라이안의 다리가 무 썰리듯 잘려나갔다.

“큭!”

라이안의 상체가 무거운 소리를 내며 주저앉았다. 이 둘 중 “사제”같은 존재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른다. 다만, 둘이 함께 있게 해서는 안 되었다. 하나가 둘보다는 상대하기 편하니까.

“라이안!”

이리가 달려가려는 찰나, 팔라스는 검을 날렸다.

“어딜! 한 눈 팔지 마.”

부웅. 사브르가 이리의 어깨를 향해 떨어졌다. 이리는 빙그르 몸을 돌렸다.

“귀찮게 구는 군.”

이리는 손톱을 펼쳤다. 이번에도 사브르는 손톱에 가로막혔다. 팔라스는 바닥을 한 쪽 발로 바닥을 밟고 제자리에서 뛰어오르며 회전했다.

“아?”

회전력으로 손톱이 휘어지며 벌어졌다. 사브르는 불쑥 손톱을 헤치고 이리의 이마를 향해 날아가 박혔다.

“크윽!”

이리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죽어.”

팔라스는 사브르를 그대로 아래로 내려찍었다. 이마에서 목까지 길게. 기를 검에 남김없이 실은 공격이었다.

"그, 그르르륵.“

이리의 입에서 피거품이 피어올랐다. 이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며 천천히 뒤로 무너졌다.

“어휴, 아가씨. 꽤 하는 데?”

짝짝짝. 박수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려퍼졌다.

‘한 놈 남아 있었지!’

팔라스는 휙 몸을 돌렸다. 라이안이었다. 라이안은 한 쪽 다리로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다른 쪽 다리에서는 빠른 속도로 살이 자라나고 있었다.

“아까 창녀니 뭐니 한 말 취소. 정말 마음에 드는 아가씨인 걸? 혹시 제이드가 싫증나면 나한테 오라고.”

라이안은 팔라스를 향해 윙크를 던졌다. 팔라스는 아미를 팍 찡그렸다.

“왜 이렇게 여유가 넘치지.”

“그야, 넘칠 만하니까. 하하.”

라이안은 턱을 괴었다.

“이리 그 여자, 우리에게 기를 보충해주는 역할을 했는데 안타깝네. 뭐 괜찮아. 아직 초기형이니까. 그리고 이리가 여기에 알 꽤 많이 까두었거든.”

“...알?”

“보면 알 거야. 곧 올 시간이 되었으니.”

라이안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창가로 걸어갔다.

“어딜 가는 거냐!”

팔라스는 라이안을 향해 달려갔다. 라이안은 전혀 개의치 않고 창문에 발을 올렸다. 이미 다른쪽 다리까지 재생이 끝나 있었다.

“크르르릉!”

팔라스의 등 뒤에서 짙은 노린내가 풍겨왔다. 팔라스는 본능적으로 검기를 날리며 돌아보았다.

“크아앙!"

그것이 팔라스를 향해 달려오다가 무너졌다.

“이, 이건...”

“잘해보라고.”

라이안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급히 창가를 향해 다가갔지만, 라이안은 이미 몸을 날린 뒤였다. 팔라스는 잇소리를 냈다.

“크르르!”

다시 그것들이 오고 있었다. 팔라스는 창가에서 머뭇거렸다. 이대로 라이안을 쫓아갈까, 아니면....

“노엘.”

팔라스는 잊고 있었던 이름을 떠올렸다. 팔라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직 이 건물에 있는지도 몰라. 그리고...”

팔라스는 위층을 올려다보았다. 저 곳에 제이드가 있을지도 몰랐다. 싫은 인간이었지만, 일단 로하를 죽이기 위해서는 제이드가 필요했다.

“제이드!”

팔라스는 위를 향해 소리쳤다. 위는 어느새인가 잠잠해 있었다.

“어이, 팔라스. 오랜만이다.”

한참 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혀 뜻밖의 목소리였다.

“콜미오?”

팔라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동시에, 혼란스러움과 당혹감, 원망 등이 뒤따라 올라왔다.

“너 살아 있냐?”

“...죽을 지도요.”

팔라스는 차오르는 울음을 억누르며 말했다.

“크르르릉!”

문 너머에서 그것들이 몰려왔다. 희번덕거리는 회색 눈들이 보였다. 어깨 속에 파묻힌 인간의 머리와, 얼굴 전면을 차지한 입이 보였다. 누군가 집개로 잡아 늘인 것처럼, 지나치게 긴 팔다리가 보였다. 그들의 몸은 서로 얽혀 있었다. 남성과 여성의 것을 동시에 달고 있는 것도 있었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입이 아닌 곳에서 돋아난 것도 있었다.

그들이 팔라스를 향해 이빨과 손톱을 들이밀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인간의 것이되,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떤 이는 울부짖었고, 어떤 이는 한탄을 터트렸다.

“아아, 아파. 아파, 아프다고.”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살려줘, 살려줘. 죽고 싶지 않아. 살려줘.”

"크윽, 제기랄. 개 자식들, 그 개년이 왔을 때...죽였어야 하는데.“

“애초에 싹을 잘랐으면 좋았잖아. 누가 놓아준 거야.”

“배고파, 배고파.”

더러는 제대로 된 문장을 내뱉었으나, 대부분은 이가는 소리와 비명 따위의 소음 뿐이었다.

“기다려, 갈게.”

콜미오가 훌쩍 아래로 뛰어내렸다.

“호오....이거.....”

콜미오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탄성을 질렀다. 뒤이어 현후가 내려왔다.

“치하크에서 본 것들이다. 리엔의 장인어른과 애인의 약혼자가 걸렸던 병이지.”

현후가 말했다.

“감염시켰군.”

“정확하게 말하면 이식이지. 자기 몸의 일부를 심었으니.”

둘은 서로의 말을 주고 받았다.

“발레리가 혹시 코렐과 친했던가?”

“그야 모르지. 나 발레리에 대해서 잘 모르거든.”

콜미오는 어깨를 으쓱했다.

“혹시 저 여자가 당신한테 뭔가, 알 같은 걸 넣거나 먹이진 않았어?”

현후가 팔라스를 주욱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무,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아니에요.”

“다행이네.”

“자, 어떻게 할 거야?”

현후는 창문 쪽을 바라보았다.

“나가야지. 이 놈들은 여기에 가두고 불 지른다.”

“잠깐만요. 여기 제이드와 노엘이 있어요.”

팔라스는 둘을 붙잡았다.

“제이드는 괜찮아. 로그와 함께 나갔다. 노엘은 잘 모르겠군.”

“그 애를 찾아야 해요. 제발요.”

팔라스는 콜미오의 팔을 붙잡고 늘어졌다.

“어디 갈만한 데 있어?"

"모르겠어요. 멜이 데려갔어요. 어디로 갔을런지....전 그 애를 찾아야 해요.”

“일단 피하자.”

콜미오가 팔라스의 다른 쪽 손을 잡았다. 따듯하다. 팔라스는 망연히 콜미오를 올려다보았다.

“노엘은 제 양자에요.”

“양자? 너 지금 이상황에서 양자 타령하냐.”

팔라스는 탁 콜미오의 손을 놓았다. 팔라스는 괴물들을 향해 달려갔다.

“야!”

콜미오가 뒤늦게 외쳤다. 팔라스는 이미, 괴물들 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쟤는 왜 변한 게 없어? 말 정말 안 듣네.”

“저대로 두면 죽을 거다. 어떻게 할 거야?"

현후가 물었다. 콜미오는 잇소리를 냈다. 콜미오는 손을 펼쳤다.

“난 상상력이 빈약해서....”

화악, 손바닥에서 할버드가 솟아올랐다. 순수한 불로 이루어진 할버드는 거의 흰색에 가까웠다. 무려 7모타에 가까운 할버드는 방을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그 끝에 닿았다.

“이런 거 밖에 구현 못해.”

콜미오는 할버드를 휘둘렀다. 퍼엉! 불꽃이 괴물들에게로 날아가 터졌다.

“으아아악! 무슨 짓이야.”

“뜨거워, 뜨거워!”

괴물들이 인간의 얼굴로 울부짖었다. 현후는 무표정한 얼굴로 장갑을 꼈다.

“가지.”

“그래.”

둘은 저벅저벅 걸어갔다.







시계가 없어도 시간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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