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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 그라시아스(그라시아S )의 창작 공간입니다.

초능력자면 뭐하나?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그라시아S
작품등록일 :
2022.05.17 11:12
최근연재일 :
2022.07.01 13:0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3,268
추천수 :
111
글자수 :
167,616

작성
22.06.14 06:00
조회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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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9쪽

자수해라. 민무늬

DUMMY

“민무늬 님!”


아우 씨. 돌고래로 변신해서 바다 쓰레기를 처리했다는 선량한 대답은 센터장님께 통하지 않았다.


노발대발 나 화나쪄!를 시행중인 센터장님 앞에서 이 순간 나는 오리발을 내밀기로 결정했다.


“저는 돌고래가 되어서 정말 쓰레기 처리를 했습니다. 유니콘이라뇨? 말도 안됩니다.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아주 정치인이 다 되셨습니다. 모른다 나는 아니다 한다고 해서 진실이 감춰지는 것입니까? 하늘이 알고 땅이 압니다. 훈련 센터에 있는 모든 분들을 다 유치원생으로 만드시고 말입니다.”


“하늘과 땅은 알아도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네. 그러실 줄 알고 제가 한 분을 오시라고 했습니다.”


겸손한 노크 소리.


나는 “헉!”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등장한 이를 보자, 바로 센터장님께 무릎을 꿇었다.


A급 사이코메트리가 있었지. 윽 졌다.


급 패배를 인정한 나는 비굴한 표정으로 센터장님을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저..., 봉사활동할까요?”


“아니요.”


윽. 냉정한 말투. 그냥 자수할 것을. 괜히 모른다고 오리발 내밀었다가 센터장님의 심기만 건들고 말았다.


“강사랑님 이제 가셔도 됩니다.”


인사하는 강사랑의 얼굴에서는 그래도 너 덕분에 준수 씨의 손을 잡아 볼 수 있었다는 표정으로 나를 향해 가벼운 목 인사를 하고선 방을 나갔다.


강사랑 가지마. 나는 이제 또다시 잔소리 폭풍을 듣게 된단 말이야! 흙흙 모래모래 자갈자갈


“도대체 왜 유니콘이 되신 겁니까?”

나는 얌전히 거미들에게 밀웜을 나누어주는 과정에서 방으로 거미 떼들이 몰렸고, 여자 기숙사에 있는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살충제들을 꺼내들었으며, 거미 떼들이 몰살 당하기 직전, 기지를 발휘하여 그녀들을 꼬실만 한 동물을 생각하다가 유니콘이 되었음을 아뢰었다.


“아. 그 해충 박멸 전문가들을 죽일 수는 없지요. 하지만...,”


“네.”


“신의 능력을 지닌 자가 아직 능력에 대해 제대로 아시지도 않으면서 자꾸 능력치를 끌어 쓰시니 사실 훈련 센터에 큰 일이 벌어질 까 무섭습니다.”


센터장님만 무서운 것이 아닙니다. 저도 제가 무서워요. 제가 어디로 튈 지 모르거든요. 브레이크가 어디 있을까요? 후덜덜


“그래서 말씀드리는 데 당분간 한국에 초능력 관리 본부로 가셔서 통제를 받으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통제를 받으신다고 해서 능력치가 감소될 지는 의문이 듭니다만...,”


“통제요?”


“네. 거기에 초능력자의 능력을 무력화하는 초등학생이 있거든요.”


아..., 저 통제 당해야 하는 건가요? 흐규흐규


“저..., 그럼 능력을 못 쓰게 되나요?”


“글쎄요. 당분간 그럴 수 있기를 바라기는 하는데 능력의 크기가 너무 커서 초등학생 능력자가 능력을 무력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초능력 관리 본부에 이미 연락을 해놓은 상태이고 본부장님과 이사님께서 민무늬 님을 데리러 오실 겁니다.”


“저..., 그럼 집으로 가게 되는 건가요?”


“아니요! 절대 안되죠.”


아이고 단호하신 분. 집에도 안 보내줄 거면서 한국은 왜 보내십니까?


“왜...,요?”


“무슨 사고를 어떻게 만드실지 감도 안 잡히십니다. 초능력 관리 본부 시절부터 지금까지 민무늬 님같은 초능력자는 처음 봅니다.”


“저도 처음 보네요. 저 같은 능력자.”


“아시니 다행입니다. 우선 방으로 가셔서 동료분들과 당분간 헤어짐에 대한 인사를 나누십시오. 아이고.”


“네.”


나는 센터장실에서 나오자마자, 거미로 변신해 “스파코야.”하며 스파코를 찾아다녔다.


“네. 주인님. 저 여기 있습니다.”


날 따라왔던 것인지, 스파코는 부르자마자, 나에게 달려왔다.


8개의 다리를 바삐 움직여 다가온 스파코는 자신의 다리를 구부리고 “감사합니다. 주인님. 감사합니다.”하며 거듭 인사를 했다.


“다들 무사한 거야? 다친 거미는 하나도 없어?”


걱정어린 빠른 말투에 스파코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기를 머금은 여러 개의 곁눈을 반짝였다.


“다행히 다들 무사합니다. 다 주인님 덕분입니다. 주인님께서 때 맞춰 이상한 동물로 변신하셨기에 사람들의 시선이 다 그 쪽으로 넘어갔습니다. 인간들의 비명 소리에 모두 패닉 상태였기에 이번에 많은 형제들을 잃어버리겠구나. 좌절하던 참이었는데 주인님 덕분에 모두 살아남은 것을 기뻐하며 밀웜 파티를 즐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까 저 하얀 가운을 입은 늙은 인간이 주인님께 막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는 것 같던데 괜찮으십니까?”


나는 나오는 눈물을 앞다리로 훔치며 “나는 너희만 무사하다면 그 정도 잔소리는 들을 수 있다. 다만...,” 흐려지는 말투로 아쉬움을 전했다.


“다만 무엇입니까?”


“다만, 당분간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듯해서...,”


“한국이 어디입니까?”


“지금 너가 살고 있는 곳보다 멀리 떨어진 곳이다. 당분간이라고 말은 했지만, 꽤 오랫동안 못 돌아올 것 같아.”


스파코는 아쉬운 듯,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그래도 주인님 시키실 일이 있으시면 저희가 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줄 것도 있으니 방에 갔다가 복도 끝 창문 틈새 너희들의 아지트로 가도록 하지.”


“네. 주인님.”


나는 스파코와 헤어져 민무늬로 돌아와 방으로 올라갔다.


옥분 님은 “무늬 너 귀남이 언니에게만 무엇을 먹인 겨?”라며 관절 마디마디가 쑤신다는 듯 인상을 쓰고 계셨다.


나는 우울해진 표정으로 유니콘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또 왜 이러는 겨?” 하시는 옥분 님께 “제가 지은 죄도 있고 하니 아픈 곳 싹 다 낫게 해드릴게요. 저기 제 책상 위에 쇠자 보이시죠?” 라며 뿔로 내 책상을 가리켰다.


“응. 보이는 구먼.”


“이 건 옥분 님과 귀남 님 그리고 저만 아는 비밀입니다. 다른 누군가가 알면 제 뿔이 남아나지 않아요. 아시겠지요?”


끄덕이는 고갯짓.


이미 눈빛에서는 기대 상승을 의미하는 반짝임을 보이시고 계셨다.


“저 쇠자로 제 뿔을 갉으시면 뿔 가루가 나오는데 그걸 모아서 드세요. 아픈 곳이 싹 다 나으실 거에요.”


말씀드리는 순간, 옥분 님은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날쌘 모습으로 쇠자를 가져오셔서 뿔을 갉으셨다.


아픔은 없었지만, 치아 스케일링을 받는 듯한 느낌을 이마에서 받으니 기분은 썩 좋지 못했다.


어느 정도 무지개 빛 가루를 손으로 받아내신 옥분 님이 가루를 삼키시는 것을 본 나는 다시 민무늬로 돌아와 책상 밑 서랍에 감춰놨던 600마리의 밀웜을 꺼냈다.


어차피 내비두면 죽어버릴 터.


그냥 파티하는 김에 신나게 즐겨라 하는 마음으로 스파코에게 줄 예정이다.


신이 나것지. 아팠던 머리 어깨 허리 무릎이 완전 싱싱해졌다고 좋아하시는 내 눈 앞의 옥분 님처럼.


나는 밀웜이 든 곤충 상자를 들고 터덜 거리며 스파코와 약속했던 거미들의 아지트에 향했다.


어두운 복도 끝.


다들 유니콘에게 시달려서인지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조용한 복도. 지나가는 바람소리마저 들리고 있었다.


그 순간 들려오는 타다타다하는 여러 곤충들의 움직이는 소리.


무의식적으로 바닥을 내려보는데, 갑자기 울컥거리는 감동이 몰려왔다.


거미들이었다.


거미들은 내가 지나가는 길 양쪽 사이드에 서서 나를 향해 앞발을 들고 절을 하고 있었다.


내가 걸어가는 걸음을 따라오면서.


센터장님께 잔소리 폭풍을 들으며 "신의 능력을 가진 자가 능력을 그렇게 함부로...,블라블라."했던 이야기들은 다 기억 속에 사라지고 내가 한 행동으로 살아남은 거미들의 너무나도 고마워하는 제스처는 내가 한 일이 잘한 일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초능력을 가지기 전에는 한낱 미물에 별 볼일 없는 생명체라 여겼다.


눈에 보이면 징그럽고 쓸모없이 집안에 거미줄만 만든다면서 싫어했었다.


집에 있는 살충제가 다 떨어질 때까지 거미를 죽인 적도 많았는데, 이 거미들은 왜 이렇게 나를 울리는 가?


복도 끝에 도착해서 밀웜을 내려놓고, 인간에게 받은 설움을 그들을 통해 풀었다.


"고마워. 스파코와 형제들. 난 내가 한 행동이 잘못되었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희가 살아 있고, 나에게 고마워 해줘서 고마워."


그러자, 울고 있는 내 손등에 머리에 삼각형 세 점이 있는 스파코가 올라와, 앞다리로 여러 번 나의 손등을 두드리고 있었다.


꼭 토닥토닥해주는 것 처럼.


감동적인 한 순간.


하지만 거미로 변신하자, 내가 위로를 받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스파코는 계속 나를 따라왔고, 내 책상에서 밀웜 덩어리들이 꺼내지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는 밀웜 파티의 끝을 보고 있는 형제들에게 "주인님이 아무래도 밀웜을 더 줄 것 같다."라는 기쁜 소식을 전달했다.


나를 보러 마중 나온 것이 아니라, 밀웜을 마중 나온 것이었고, 살려줘서 고맙다는 절을 한 것이 아니라, 밀웜을 빨리 달라는 그들의 몸짓이었다.


그 와중에 스파코의 계산은 빨랐다.


"주인님 무슨 일이든 시켜만 주십시오. 제가 다 처리하겠습니다. 다만 저희가 쬐까 비쌉니다. 1거미 10밀웜이면 좋겠습니다."


내 손등에서 토닥토닥한 게 아니라, 거래를 시도한 것이었구나. 아..., 거미주제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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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하..., 심장 떨려. 22.07.01 45 2 10쪽
31 채소가게 아들 용식이 22.06.27 34 3 10쪽
30 그냥 시집이나 보내버려? 22.06.18 49 1 10쪽
29 폭주2 22.06.18 36 1 9쪽
28 폭주1 22.06.18 44 2 9쪽
27 무력화 초능력자는 빛나 22.06.17 42 2 9쪽
26 초능력 관리 본부 초창기 빌런, 조천만2 22.06.16 39 2 11쪽
25 초능력 관리 본부 초창기 빌런, 조천만1 22.06.16 60 2 10쪽
24 초능력 관리 본부의 초창기 멤버, 정수현 22.06.15 43 1 11쪽
23 초능력 관리 본부의 초창기 모습2 22.06.15 43 3 10쪽
22 초능력 관리본부의 초창기 모습1 22.06.14 46 1 11쪽
» 자수해라. 민무늬 +1 22.06.14 59 2 9쪽
20 특명! 거미들을 살려라. 해피해피 뽀로롱 22.06.13 48 2 10쪽
19 봉사활동이라니 너무해 +1 22.06.10 56 3 10쪽
18 유후. 다 유혹해버리겠어! 22.06.09 60 2 12쪽
17 술 마시면 개가 되는 썰? 진짜야?! 22.06.08 59 3 11쪽
16 해충 박멸에는 스파코! 22.06.07 63 2 11쪽
15 왕이 쓰러지면? 22.06.06 72 1 14쪽
14 신의 선물 22.06.03 78 2 14쪽
13 피카피카 피카츄 22.06.02 85 4 11쪽
12 초능력 관리 본부는 놀지 않아 22.06.01 79 3 12쪽
11 하늘의 신수, 청룡 22.05.31 84 3 13쪽
10 능력이 또 있다고? 22.05.30 77 1 15쪽
9 C급 초능력 22.05.27 85 1 12쪽
8 예민한 그들 22.05.26 86 1 12쪽
7 이렇게 훈련을 한다고? 죽일 셈인가? 22.05.25 101 3 12쪽
6 모기 퇴치 +1 22.05.24 123 4 15쪽
5 수다쟁이 수달 아줌마 22.05.23 154 3 11쪽
4 날아오르라, 주작이여. +1 22.05.20 169 11 12쪽
3 내가 간다, 하와이 22.05.19 215 1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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