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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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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ongchirisa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2
최근연재일 :
2021.06.19 03:39
연재수 :
9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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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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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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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7,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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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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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제11장 바보들

DUMMY

제11장 바보들


용사와의 전투에서 겨우 4레벨의 몸으로 무승부를 기록한 다음날, 이고희가 날 여관 밖으로 데려갔고 영문을 모른 채 따라간 내 귀에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짝!’


그건 내 뺨에 순간적으로 그녀의 손바닥이 지나간 소리였다.


나는 황당해하며 따귀를 맞은 볼을 만지며 이고희를 쳐다봤다.


“너, 좋게 해결할 줄 알았더니 결국 싸움이야?! 네가 깡패야?! 어제 네 모습. 정말 어땠는지 카메라로 찍어서 보여주고 싶을 만큼 어이없었어. 변태야?! 왜 안 다쳐도 되는 일을 굳이 다치고 일을 더욱 크게 만드는데?! 내가 쪽팔려서 길드에 못가겠어. 이제 어떡할 거야, 너 쓰레기라고 이제 온 동네가 다 아는데!”


나는 뺨을 쓰다듬던 손으로 목을 잡으며 고개를 돌렸다.


“미안.”


“그 미안이라는 소리도 이젠 듣기 싫어. 이게 몇 번째야? 사고 쳐놓고, 크게 다쳐놓고 나중에 가서 미안하다 그러고. 난...난 이제 정말 모르겠어. 네가 정말 내가 아는 조오성이 맞는지, 나랑 초중고 같이 나온 그 조오성이 맞는지. 왜 그러는지 정말 이해가 안가. 왜? 왜 굳이 악역을 자처하는 거야?”


“미안...이 소리밖에 해줄 수밖에 없어서 미안해. 네 말이 맞아. 내가 쓰레기란 것도, 내가 변했단 것도.”


“그래. 너 쓰레기야. 나랑 카린은 생각도 안하고 일을 벌이고 걱정만 시키고! 이젠 하다못해 용사한테 싸움을 걸어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비겁한 짓만 하고! 난 이제 따라갈 사람이 너밖에 없는데, 네가 이래버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해?! 어제 용사한테 대답해대답해 그랬지? 이젠 네가 대답해봐. 이제 어떡할 거야?!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해?!”


분노 가득한 그녀의 말에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난 내 생각밖에 안했으니까.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것도 나다. 이번 사태의 원흉도, 이번 사태를 키운 것도 결국 나다.


“대답해!! 이제 어떡할 거냐고!!”


그녀가 내 어깨를 벽에 밀치며 소리쳤다. 하지만 난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린 상태에서 대답했다.


“길드로 가자.”


“길드에 가면 모험가들이 널 보고 뭐라고 할까? 쓰레기? 양아치?”


“뭐든 상관없어.”


“난 상관있어! 카린도!”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하든 내 알 바 아니야!”


내가 갑자기 그녀의 얼굴을 보며 소리치자 놀란 이고희가 내 몸에서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상관없다고. 검찰이든 용사든 귀족이든 그 누구든!”


“그래서 죽든 말든 일단 덤비고 보는 거야?!!”


“죽고 싶지 않아! 난 살아갈 거야! 설령 집에 못 돌아간다 해도 계속 모험가를 할 거고 이대로 너랑 카린이랑 같이 퀘스트를 할 거야!”


“무슨 소리야! 우린 집에 돌아가려고 이 고생을 하는 거잖아!”


“우린 집에 못 돌아가!!”


“뭐?!”


“앗....!”


이미 저쪽 세계의 우리는 죽은 사람이다. 마왕군이 전송한 시체도 발견되었을 테고 이미 장례까지 치러졌을 것이다. 하지만....이고희에겐 아직 그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았었다.


“무슨 소리야, 집에 못 돌아간다니!!”


그녀가 다시 내 어깨를 잡고 벽으로 밀쳤다. 나는 눈을 질끈 감은 채 고개를 돌려 이야기했다.


“크윽...! 이미...한국에는....우리의 시체가 배달됐어. 아마 지금쯤 유골함에 담겨있던가 얼려져서 냉동실 안에 있겠지..”


“그게 무슨 소리냐고! 돌아간다며! 돌아갈 수 있다며! 그거 때문에 이런 세계에서 살아가는 거 아니었어?!”


“나도 얼마 전에 알았어! 얼음의 마녀가...마왕성에서 죽었던 우리의 몸을 우리가 전송된 곳으로 텔레포트시켰데. 나도 혼란스러웠다고! 하지만...너한테는 말할 수 없었어. 넌 그거 때문에 날 따라 온 거니까.”


눈을 떠 그녀의 얼굴을 보니 떨리는 눈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날 잡고 있는 그녀의 손엔 더 이상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미안해.”


난 그녀를 내버려둔 채 다시 마구간으로 걸었다.


모퉁이를 도니 카린이 그곳에 숨어있었다. 분명 우리의 대화를 엿들었을 그녀는 날 보자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카린. 어디서부터 들었니?”


“처음부터....죄송해요. 하지만....!”


“미안하다 카린. 오늘은 저 녀석의 옆에 있어줘. 당분간...나는 혼자 다닐게. 그리고...돌아오면 모든 걸 이야기해 줄게.”


이 녀석에게도 많은 폐를 끼쳤다. 또 이렇게 폐를 끼치겠지만 지금은 믿을 게 이 아이밖에 남아있지 않다.


“두 분의 사정을 잘 모르는 저로써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래도....기다릴 게요. 그러니 죽거나 아프지 말아주세요.”


“고마워.”


난 그녀를 살포시 안은 뒤에 마구간으로 가서 내 짐을 챙겼다. 작은 가방 하나에 모두 담길 만큼의 적은 양의 옷들을 가지고 난 길드로 향했다. 길드에 들어가자마자 예상한 듯이 모험가들이 날 보고 수군거렸다.


“쟤 동료들은?”


“어제 그걸 보고 다 떠난 거 아니야? 나 같아도 그러겠다.”


그런 소리들을 참으며 퀘스트를 찾기 위해 게시판의 그림들을 보았다. 이세계의 문자를 카린에게 조금씩 배우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글을 읽는 것이 서툴렀다.


그 중에서 내가 고른 것은 거대 거미들을 토벌하는 의뢰였고 그 수배서를 들고 린씨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네. 거대 거미 토벌이네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린씨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주위에 모험가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에반님은 그래서 지금 어딨어?”


“아, 아까 텔레포트 가게에 계신 걸 봤어. 아마 왕도로 돌아 갔나봐.”


“어이, 그거 위험한 거 아니야? 그 용사나 동료들이 왕족이나 귀족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말하면...”


““흐익?!!””


그래. 나도 순간적으로 소리가 나올 뻔했네. 만약 오늘 있었던 일이 귀족의 귀에 들어간다면...쓰읍, 이 나라를 뜰까? 다른 나라에서 사업을 하는 게 오히려 낫지 않을까?


“엘렌씨?”


“아! 죄송해요. 다른 생각을 조금...”


“....혼자서...가는 건가요?”


“네? 네. 그...애들이 어제 제 간호를 해주느라 상태가 약간 안 좋아서요. 하하, 그럼 다녀올 게요~.”


“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한 표정의 린씨와 다른 모험가들을 뒤로 한 채 나는 길드를 나서 숲으로 갔다.


거대 거미들은 내 허리에 올 정도의 크기였고 무리를 지어있었지만 다행히 낮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문슬래쉬]! [문슬래쉬] [문슬래쉬] [문슬래쉬] [문슬래쉬]....”


일단 외관이 너무 무서웠기에 계속해서 참격을 휘둘렀다. 그러자 거미들이 베이며 그들의 초록 피와 다리와 살점들이 튀기며 내게 닿았다.


“냄새! 크윽...! 더러워...”


젠장...이고희가 있었으면 마법으로 물을 만들어냈을 텐데...! 응? 이거 어디서 본 패턴이지 않나?


나는 며칠 전의 일이 생각났다. 곰 세 마리를 죽이니 거대한 포효와 함께 보스가 등장했다.


그렇다면....!


“퀴야아아아!!!”


어우...설마 얘네 엄만가?


8개의 다리와 눈. 다리 하나가 나만한 크기의 거미. 정말 징그러운 중간보스처럼 생긴 초거대 거미.


“퀴야아아아!!!”


“우와아아앗!!!”


초거대 거미의 입에서 발사된 거미줄을 피한 나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우와아이아아!! 뭐야 저 스피드?!!”


내가 나무 사이로 달리며 발사되는 거미줄들을 피하면서 달리니 거미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나무들을 쓰러트리며 나와의 거리를 좁혔다.


“으아악!! [문슬래쉬]!!”


내가 참격을 날렸지만 보스라 그런지 그다지 큰 데미지는 못 준 듯하다. 피부의 강도 자체가 아까의 거미들과는 달랐다.


“[문슬래쉬]!!”


이번엔 다리 사이의 배를 향해 참격을 발사했다. 그러자 그곳은 얼굴쪽보다 비교적 쉽게 잘리며 초록색의 피가 나왔다.


“저기다!!”


나는 달리는 것을 그만두고 거미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심호흡을 했다. 거미가 나무들을 부수며 가까워지자 또 다시 거미줄을 발사했다. 나는 앞으로 굴러 그 공격을 피하고 거미의 다리 사이로 들어갔다.


“[문-슬래쉬]!!!”


그리고 많은 마력을 쏟아 부어 큰 참격을 만들어 그 녀석의 배를 갈랐다. 그러자 초록색의 피와 내장들이....


“으아아아아악!!!”


거미는 쓰러트렸지만 초록의 점액 범벅이 된 나는 몸을 흔들며 점액들을 최대한 떼어냈다.‘


“아니, 이 꼴로 길드에 어떻게 가라고....응?”


숲을 빠져나가자 네 명의 여자가 서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들은 아까 길드에서 날 보며 수군거리며 식사를 하던 여자모험가들이었다.


““꺄아아악!!””


“오지 마! [워터볼]!!”


“커헉?!”


나는 갑작스레 날아온 물풍선을 맞고 뒤로 나자빠졌다. 물에 맞으며 옷과 몸이 씻기니 여자들은 그제야 내가 사람임을 알아채고 다가왔다.


“뭐야? 사람?”


“어?! 이 녀석, 어제의 그 양아치잖아?!”


“으아...이씨, 초면에 무례하네 정말. 일단 물을 한 번 더 끼얹어줄래?”


내가 피와 점액이 묻은 검을 들고 이야기하자 마법사는 지팡이를 하늘을 향해 들었다. 그리고 곧 내 위로 폭포가 쏟아졌다.


“콜록! 콜록! 크헥~! 으아....고마워. 푸르르르!!”


나는 검을 칼집에 넣은 채 다시 마을을 향해 걸어가려 하였다.


“어이.”

“응?”


내가 뒤를 돌자 묶은 갈색 머리의 여자가 날 향해 주먹을 휘둘렀고 순간적으로 올린 내 팔에 맞았다.


“뭔 짓이야?!”


“너 덕분에 그 꽃미남 오빠와 대화도 못하고 그냥 보냈어. 이 양아치 녀석이!”


“누구보고 양아치라는 거냐! 차라리 건달이면 모를까 그 말 당장 취소해!”


“건달이랑 양아치랑 뭔 차이야?”


“몰라. 남자들은 그런 이상한 거에 신경 쓴다니까?”


이것들이?!


“어쨌든 잘 됐어. 보는 눈이 없으니 그냥 확 여기서 묻어주마!”


“허, 여자들을 상대하긴 싫지만 일방적으로 맞는 건 더 싫으니까 상대해주마. 안 그래도 나 역시 화풀이 대상을 찾고 있었거든. 잘 봐. 성 평등이 뭔지 보여줄 테니까.”


나는 주먹을 들고 여자들을 노려봤다. 그러자 뒤에 있던 여자들도 날 노려보며 소리쳤다.


“흥! 루틴 혼자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야! 우리도 너한테 불만이 많거든?!”


“처음부터 4대 1로 싸울 생각이었어. 내가 여자하고 싸운 적이 없어서 봐주는 법을 잘 모르거든? 그러니 엉엉 울면서 이따가 엄마한테 이르지나 마 이 계집애들아!”


“계집?! 이 녀석이 정말....다들 한꺼번에 덤벼!!”


전사의 주먹은 꽤 아팠다. 마법사와 힐러의 지팡이도 엄청 아프다. 이게 주먹보다 더 아프다. 도적으로 보이는 여자의 발길질도 드럽게 아프다. 계속 내 팔과 배를 차는데 토가 나올 것만 같다.


“흥! 본때를 보여줘!”


“아까 그 허세는 어디갔냐?! 앙?!”


난 어느새 땅을 구르며 먼지가 나도록 맞고 있었다. 주먹으로, 지팡이로. 특히 지팡이가 너무 아팠다.


“[가드]! [가드]! 크윽....마력이...!”


이미 거미를 상대하며 마력을 거의 다 쓴 상태라 몸을 단단하게 할 마력이 남아있지는 않았다.


“헉...헉...헉...이게 다냐?!”


“계속 맞기만 했으면서 이제 와서 허세부리지 마!”


그녀들의 발길질과 지팡이질이 멈추자 나는 몸을 일으켜 그녀들에게 소리쳤다. 이미 입에서 피가 흐르고 팔과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미친놈...그냥 퀘스트나 하러가자.”


“어딜 가? 먼저 싸움을 걸어놓고 꽁무니를 내빼는 거야? 크큭, 겁쟁이들.”


“이 녀석이!!”


그 후 난 한 번 더 실컷 두드려 맞고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점심때도 한참 지나 슬슬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아...배고프다.”


그러고 보면 어제 저녁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다. 어제 저녁은 용사를 상대하느라, 오늘 아침에는 다른 모험가들의 눈치가 보여서, 그리고 점심엔 기절해서.


난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상처와 먼지투성이인 몸을 이끌고 길드로 돌아갔다.


길드의 안에는 다른 모험가들이 있었고 그들은 날 보자 고개를 돌렸다. 그 중에는 아까 날 흠씬 두들겨 팼던 네명의 여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하하하, 엄청난 꼴이네요. 무슨 일 있으셨나요?”


나는 모험가카드를 린씨에게 건넸다.


“저번에 검은 곰을 쓰러트리다 두 배는 거대한 곰을 만난 것처럼 이번에는 나무만큼 큰 거미를 만난 것뿐이에요.”


“아..하하 그렇군요...혹시 다른 모험가들과 싸운 건...”


“저는 사람도 용사같이 강한 녀석들만 상대해요. 그리고 싸운다고 해도 질 제가 아니고요.”


나는 손으로 뻐근한 목을 어루만지며 뒤에서 들리는 말들에 귀를 기울였다.


“저거 지금 뭐래는 거야?”


“야, 신경 쓰지 마.”


“어이가 없어서.”


그래, 신경 써서 귀찮은 일로 만들지 말아주라.


“고마워요.”


난 보수를 받자마자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한 빵집에 들려 호밀빵과 크림빵, 그리고 우유 두 잔으로 허기를 달랬다.


그 후엔 목욕탕으로 가서 몸을 씻고 가방에 있는 옷으로 갈아입은 뒤 새롭게 묵을 마구간을 찾아다녔다.


“응? 뭐야, 다시 원점이네.”


길을 잘못 든 건지 내 눈앞엔 모험가 길드가 보였다. 그곳에서 술에 취한 한 모험가가 날 보더니 소리쳤다.


“어? 저기 있다! 어이! 네가 찾는 녀석, 지금 저기 있어!”


“응? 누가 날 찾...”


그곳에서 나온 것은 이고희와 카린이었다. 이고희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내게 달려들어 날 안았다.


“크헉?! 뭐야?! 너 왜 그래?!”


그녀가 안기자 안 그래도 뻐근한 몸이 욱신거렸다.


“어디 갔었던 거야?! 네가...또 사라지는 줄 알았어.”


그녀가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어깨가 축축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 이 애는 나를 안은 채 울고 있었다.


“뭐?!”


“너마저도 사라지는 줄 알았다고...왜....자꾸 내 눈앞에서 사라지는 거야?! 너마저도 없으면 난...난....! 흐어엉~!!”


“날...기다렸던 거야?”


“당연..흑! 당연하지! 난 이제...너밖에 없다고...몇 번이나 말하게 하지 말란 말이야! 부탁할게. 다쳐도 괜찮고 아파해도 괜찮아. 대신 항상 내 곁에 있어줘....미안해...네가 그런 줄도 모르고...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가지 마!”


어깨가 점점 축축하게 젖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외침이 내 마음속을 찔러대자 온 몸이 아파서 그런지 눈물이 쏟아졌다.


“네가...네가 잘못한 게 뭐가 있는데! 항상 날 따라와 주고 믿어줬는데 난....미안해...다 내가 미안해. 힘들게 해서....앞으로도 힘들 거라서...내가 열심히 할게. 그리고 반드시 보답할 테니까...! 그러니까...이제 울지 말아줘...미안해...!”


그녀는 내 품 안에서 서럽게 울어댔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처럼. 죽은 줄 알았던 동료를 만난 것처럼.


그리고 나 역시, 남자답지 않게 그녀를 안고 울었다.










“[힐]!”


우리는 마구간으로 돌아가기 전에 벤치에 앉아 엘렌씨의 상처를 치료했다.


두 남녀는 아까 서로 껴안고 울어댄 게 창피해서 그런지 서로 마주보려 하지 않았다.


“하아...두 분 다 설명 좀 해주세요. 이제 집에 못 돌아간다느니 시체가 배달됐다느니.”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세계의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난 두 사람은 어느 날 수상한 자를 뒤쫓다 마왕과 함께 마왕성으로 텔레포트되었고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그 후, 그들은 환생과 천국이라는 선택지 대신 전생이라는 선택지를 골랐고 이 마을에 와서 모험가가 된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남매가 아니라는 것까지 모든 것을 내게 설명해주었다.


처음에 그 소리를 들었을 때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 세계의 문자와 문화를 전혀 모르고 있었고 검찰에서 말한 엘렌씨와 에리씨의 출생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까지 그들의 말이 사실인 것을 설명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미안. 걱정시켜서.”


“그러게요. 한 사람은 뛰쳐나가질 않나.”

“윽...”


“한 사람은 엉엉 울다가 다시 남자친구를 찾지 않나.”

“윽....남자친구가 아니래도...”


“하...그래도 다행이에요. 이제 둘 다 쌓인 건 없죠?”

““.....응...””


“그럼 돌아갈까요? 그리고 내일은 같이 퀘스트를 수행하는 거예요?”


두 사람은 입을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벤치에서 일어나 마구간을 향해 걸었다.


화장실에서 세안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평소엔 엘렌씨 옆에서 에리씨가, 그 옆에서 내가 잠들었지만 오늘은 에리씨가 쑥스러운지 날 가운데 자리로 밀어냈다.


처음으로 남자 옆에서 자는 것 때문이지 긴장되어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엘렌씨 쪽을 보자 그의 뒤통수가 보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쭉 다쳐있는 사람. 바보 같은데 자상한 사람. 아프면서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 그 사람의 등에 나는 몸을 밀착했다.


그의 등은 따뜻하고 편안했다. 그의 체온을 느끼며 잠에 빠지려하자 그의 몸이 갑자기 움직였고 내 눈앞엔 그의 목이 보이게 되었다.


“카린.”


그가 내 이름을 불렀다. 놀라서 고개를 드니 그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이런 바보 같은 파티인데도 계속 우리와 함께해주겠어?”


그는 눈을 감은 채 이야기했다. 순간 그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난 그 말에 대답할 수 있었다.


“바보 같은 파티니까. 똑똑한 제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훗, 맞는 말이네. 난 네가 필요해. 그러니...계속 이 파티에 있어줘.”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날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순간적으로 놀라 뒤에 있을 에리씨의 눈치를 살폈지만 그녀는 이미 반대쪽으로 등을 돌리고 자고 있었다.


“에리씨가 보면...”


“카린은 정말 따뜻하구나. 마음도....체온도....”


“으으....정말 엘렌씨는 에리씨 말대로 변태시내요....응? 엘렌씨?”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보니 그는 이미 편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었다.


“.....우으...”


이대로 그를 밀어내는 것도 괜찮지만 그의 따스함이 날 감쌌다.


그리고 난 감겨오는 눈을 감으며 그의 품에서 잠들었다.


작가의말

조오성 : 엘렌, 17살, 172CM, 세무회계전공(이세계에선 쓸모없어서 공고를 다녔어야 한다고 후회중.)

이고희 : 에리, 17살, 168CM, 디지털컴퓨터전공(별 생각없음)

카린 : 15살, 159CM(크는 중). 학교는 다니지 않지만 똑똑한 편.(나라에서 어린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기관이 있긴 하나 12살까지만 다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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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제10장 악역 +2 21.05.15 167 2 13쪽
9 제9장 이별, 그리고 새로운 만남 +1 21.05.14 179 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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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제7장 적은 항상 주위에 있는법 +2 21.05.13 196 2 11쪽
6 제6장, 이세계물 주인공이라면 무쌍은 가능해야지. 21.05.13 221 2 10쪽
5 제5장 상처는 흉터가 되어 영원토록 남는다. 21.05.12 238 2 11쪽
4 제4장. 머피의 법칙 21.05.12 253 5 10쪽
3 제3장. 시작하기 위해선 준비가 필요하다. 문제는 그것도 다 돈이다. 21.05.12 372 4 20쪽
2 제2장 Restart?! +2 21.05.12 596 23 21쪽
1 제1장. 큰일은 항상 예고없이 찾아온다. +8 21.05.12 879 4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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