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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gongchirisa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2
최근연재일 :
2021.06.19 03:39
연재수 :
9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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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31
추천수 :
174
글자수 :
637,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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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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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제9장 이별, 그리고 새로운 만남

DUMMY

제9장. 이별, 그리고 새로운 만남.



할머니께서는 가족들의 앞에서 웃으면서 생을 마감하셨다고 한다.


손주의 말에 따르면 싱싱한 곰의 간은 몸의 독소를 정화시키는 등 몸을 깨끗하게 해주고 활력을 불러일으켜준다고 한다.


그걸 가져오게 시킨 이유는 내가 다른 무모한 짓을 하지 않기 위해 그랬다고 한다. 내가 가져올 곰의 간을 먹고 나나 생생해지라는 이유였다.


“고마워. 우리 할머니...도와줘서.”


“.....할머니한테...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했어?”


“.....응.”


“그래? 다행이네. 난....못했거든. 가족과 이별한 날에...말 한마디 못했어. 사랑한다는 말도, 고맙단 말도, 미안하단 말도. 근데....이젠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가 없어. 그래서...정말 다행이다.”


“응....고마워. 할머니께서.....마지막에 하신 말씀이 뭔 줄 알아? 살아있는 동안엔 살아라~였어. 살아가는 것이 살아있는 이유라고, 그러니 삶에 감사하며 살아가래.”


그의 말이 내 가슴에 꽃혔다. 살아있으니까 살아간다. 그게 내 삶의 이유고 그것에 감사해야 한다.


이세계의 삶은 전혀 감사하지 않았다. 억울하고 속상하고 힘들었다. 죽을 것 같았고 진짜 죽을 뻔했다.


“그렇네...살고 싶어서 살아있는 거니까. 당연한 말인데...생각지도 못한 말이네.”


할머니의 장례식은 삼일동안 치러졌고 그곳엔 마나와 나를 포함해 신세진 모험가들, 또 그분의 손님과 지인들이 모여 그녀의 죽음을 추모했다.


젊었을 땐 잘나가는 모험가로서 나라에 목숨을 바쳤고 마왕과의 결전에서 패배한 뒤에 모험가에서 은퇴하였으며 은퇴 후에도 자신의 지식을 이용해 책과 약초 등으로 모험가들을 지원해준 그녀의 이름은 세르벤 포드 라타.


그녀의 무덤 앞에서 나는 잘 보관해두었던 곰의 생간을 꺼내 씹어 삼켰다.


“으...! 맛없어.”


곰의 생간의 맛은 끔찍했다. 물컹거리는 이상한 식감과 맛. 뿜어져 나오는 피 때문에 먹는 것이 고통이었지만 나는 그것을 참고 마지막까지 생간을 입에 넣고 집어삼켰다.


“제가 온 몸이 얼렸을 때 저를 치료해주셔서 감사해요. 이 이야기를 깜빡하고 있다가 이제야 하네요. 왜 마지막에 저를 챙겨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왕 챙겨주셨으니 할머니의 말씀. 꼭 명심할게요. 이 그지같은 삶에 감사하는 건 아직은 힘들겠지만 어떻게든 살아는 가볼게요. 그게 지금 제가 살아있는 이유니까요.”


나는 할머니의 무덤 앞에서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려 저 멀리에 있는 동료들에게 걸어갔다.


“할 이야기는 다 했어요?”


“그래. 길드로 가서 퀘스트나 찾아보자. 하루 빨리 검을 구해야하니까.”


난 두 여자와 함께 어느 때처럼, 살아가기 위해 길드로 향했다.











“엘렌님을 마왕군의 첩자라고 의심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길드로 가니 저번에 나를 첩자 취급하던 검찰관이 날 보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그 뒤에는 갑옷을 입은 두 병사가 무언가를 들고 서있었다.


“뭐....그럼 됐어요. 출생신고를 안 한 부모님 잘못도 있고....”


우리는 시골마을에서 글도 모르고 살던 남매 컨셉이었다. 근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부모님이 출생신고도 안 해준 불쌍한 애들이 추가로 반영되었다.


“그걸로 끝날 리가 없잖아요! 엘렌은 당신들이 위협하니까 무서워서 마을 밖으로 도망쳤고 그 과정에서 얼음의 마녀로부터 다른 모험가들과 상인분들을 지킨 거잖아요?! 정말로 이 한몸 희생해서 얼음의 마녀를 몰아냈다고요! 그런데 이게 사과랑 감사로 끝날 일이에요?!”


“죄, 죄송합니다! 보상이라면 준비했습니다! 흠흠, 이봐, 그것을 건네 드리도록.”


“넵.”


그들이 보상이라고 준 것은 꽤 좋아 보이는 검과 마을을 지켜준 사례금이었다. 그것을 건네받자 길드에 있던 자들의 박수소리와 환호성이 들려왔고 검찰관도 박수를 친 뒤 다시금 감사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전한 뒤 길드를 나갔다.


그렇게 새롭게 검을 받은 우리는 퀘스트를 골라 린씨에게 가져갔다.


“네, 오크 5마리 토벌이군요? 알겠습니다. 아참! 왕도에서 이 근처를 다시 한 번 조사하기 위해 에반님을 파견했다고 하더라고요?”


뭐? 에바?


“응? 아! 에반님은 현재 이 나라 최강이라고 불리는 용사세요. 2년 전에 모험가가 되어 현재는 왕도에서 왕국을 지키고 계시죠.”


용사라..,,2년 만에 최강이라고 불릴 정도라면 시작부터 치트 무기나 압도적인 재능으로 급성장한 용사겠지. 그야말로 게임 속의 용사. 하...부럽다~


“그 사람 혹시 마검 같은 걸 갖고 있나요?”


“엘렌씨도 소문은 들으셨나보네요? 마검 소울 칼리버! 아버지의 유품이자 에반님에게만 반응하는, 오직 에반님만이 쓸 수 있는 검! 하~기억나네요. 이 마을에서 처음 퀘스트를 받았을 때 그 자신감 넘치는 모습! 지금은 이 나라의 자랑이랍니다?”


“흐음~?”


이고희가 린씨의 말에 반응하자 나는 그녀를 데리고 바로 한 테이블에 앉았다.


“좋아, 그런 녀석들과는 눈도 마주치지 말자.”


그런 녀석들의 단점이 있다. 바로 나르시시즘. 그러니까 자기애가 강하다. 정정당당한 걸 좋아하고 자기가 잘난 것을 알아 오글거리고 재수 없게 행동한다.


왜냐면 잘생기고 아름다워서 그딴 짓을 해도 다들 꺄꺄거리거든. 나 같은 흙수저에겐 재수 없는 존재밖에 안 되는 거지.


심지어 치트....쳇! 우리 같은 이세계 전생자들한테나 치트를 줄 것이지 왜....쳇, 나한테 치트 줘봐. 진짜 잘 써줄 수 있는데.


“응? 뭐라그랬어요?”


“으응...그 녀석 근처에는 다가가지도 말자고.”


“왜? 아~꽃미남 용사랑 비교될 까봐? 푸흐흐흡! 걱정 마. 너랑 만화 속 왕자님같은 사람이랑 비교하는 것부터 말이 안 되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푸흡!”


저 실실거리는 미소를 어떻게 해줄까....하아, 그나저나 이제 위험한 건 없는데 용사란 녀석이 와서 굳~이 민폐를 끼쳐야하나? 왠지 안 좋은 예감만 드는데.


“그나저나 오크라면 그거 맞지? 돼지 얼굴에 배나오고, 등치는 큰데 느린. 이건 껌이겠네~.”


얜 아까부터 뭔 소릴까....


“어...에리씨?”


“응? 왜?”


“농장에 돼지들도 잘만 뛰어다니는데 오크라도 못 뛰어다닐 리가. 잘만 뛰어다녀서 엄청나게 무서울걸? 아마 곰보다 더 무서운 게 오크일 거야. 여자 오크던 남자 오크던 번식 욕구가 강해서 잡히면 잡아먹히는 선에서 끝나지 않으니까.”


내 말에 미소를 지으며 물을 마시던 이고희가 얼어붙었다.


“그냥 네 마법으로 날려버리면 되는 거야. 뭘 걱정해.”


“그그그그치?! 마법으로 한 번에 날려버리면 만사 오케이지?”


“만사 오케이요?”


“아 세상만사 다 괜찮다는 이야기야. 딱히 몰라도 돼.”


밥을 다 먹고 오크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 우리는 오크 무리를 발견했고 4~5마리가 모이는 것을 숨어서 기다렸다.


“카린, 왠지 여자 오크도 섞여있지 않아? 남자여자가 한꺼번에 있는 건 이상하지 않아?”


“엘렌씨도 오크에 대해선 잘 알고 있는 거 아니었나요? 요즘 오크들은 동족과의 번식보단 타종족, 그러니까 인간이나 다른 마족들과 교배하여 유전자적으로 우월한 자손들을 만들어내려고 해요. 뭐...성욕을 못 참고 남자 오크를 덮치는 여자 오크들도 있다고는 하는데...”


“됐어. 그거면 충분해. 더 듣다간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아.”


여기선 진짜 사려야겠다. 죽는 것보다 싫은 건 오크들에게 순결을 뺏기는 거다. 그건 남녀가 똑같다. 여기선 경험치고 레벨업이고 그냥 이고희 선에서 끝내야겠다.


왜 이 마을에는 서큐버스가 운영하는 가게가 없는 거야? 응? 이렇게 노력하는데 그걸 치유해줄게 없냐고!


내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발걸음을 옮기자 또각하고 내 발밑에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그것도 아주 크게.


“““아.”””


그렇게 우릴 발견한 오크들은 굶주린 사자가 먹잇감을 발견한 듯 무섭게 달려들었다.


“해치워!”


“한꺼번에 해치우자고요! [위력 증가]!!”


“좋아! [인페르노]!!”


“좋아~쓰...야 불! 불붙었어!”


그날따라 바람이 많이 분 탓일까, 카린이랑 이고희가 위력을 너무 낸 탓일까 오크 세 마리뿐만 아니라 그 뒤에 나무들에도 불이 붙었다.


“빨리 불을 꺼! [공격 유도]! 덤벼!!”


이번에 새롭게 배운 스킬 [공격 유도]. 말 그대로 적의 시선을 내게 돌리는 기술이다. 그 덕에 3마리 더 있던 오크들이 나에게 시선을 집중해 이고희와 카린이 불을 껐다.


“[문슬래쉬] [문슬래쉬] [문슬래쉬] [문슬래쉬]....”


내가 덤비라고 말은 했지만 여자 오크가 너무 무서운 나머지 참격들을 마구 퍼부었다.


하지만 이 녀석들이 얼마나 단단한지 한 방으로는 쓰러지지 않았고 나는 마력이 거의 다 떨어질 때까지 참격을 퍼부었다.


“헉....헉....해치...이겼....아니 뭔 말을 해야 돼?! 이게 끝이지?”


해치웠나나 이겼나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그러면 다시 살아나거나 새로운 녀석이 나타날 까봐 간절한 마음으로 끝이냐고 물었다.


“휴우....진짜로 큰일 날 뻔했어.”


“죄송해요.....”


“그래. 다음부터는 귀찮아도 [파이어볼]이나 [라이트닝]으로 한 마리씩 죽이자. 특히 이런 산에서는.”


다행히 중요한 것을 지키며 퀘스트를 수행하고 돌아가자 금발의 훤칠한 남자가 린씨와 대화중이였다.


“아, 마침 오셨네요!”


그가 뒤를 돌아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마치 잘생긴 얼굴은 덤인 듯이 미소를 지었다. 파랗고 광이 나는 갑옷과 크고 무지막지하게 비싸 보이는 마검. 누가 봐도 현질러. 작품 속 주인공의 모습이었다.


“안녕, 네가 얼음의 마녀를 상대했다는 초보자야? 얘기 좀 해주겠어?”


이 자식이 시작부터 반말이네? 나랑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데....


“얘기는 이미 린씨와 검찰관에게 다 했어. 그리고 비켜.”


난 그의 어깨를 치고 린씨에게 다가가 퀘스트 보상을 받았다. 뒤를 돌자 단검 하나가 내 목을 향해 들어왔다.


“너 그게 무슨 태도야? 에반이 묻잖아!”


고개를 돌리니 활을 등에 매달고 있는 여자와 신관 복을 입은 여자 힐러가 있었다.

이 자식...하렘까지? 아주 그냥 소설 속 주인공답네!


“자기들 태도나 보고 말하시지? 초면부터 반말질에 협박이라니, 용사가 아니라 양아치로밖에 보이지 않는군.”


난 단검을 내 목에 들이밀고 있는 궁수의 팔을 쳐냈다. 그러자 화가 난 듯한 궁수는 이번엔 찌를 생각으로 단검을 휘두르려 하였고 난 옆으로 뛰면서 그 공격을 피했다.


“호오~용사라는 녀석들은 초면에 반말질에 마음에 안 들면 검으로 위협하는 양아치 집단이구나. 좋아. 나보다 레벨도 한참 높을 테니 여자라고 안 봐줘.”


“둘 다 멈춰!”


내가 허리에서 검을 꺼내려하자 용사가 우리 사이에 끼어들어 양팔로 우릴 막아섰다.


“진정해 안즈. 분명 우리도 잘못한 게 있으니까. 하하하...정말 미안. 하지만 너도 말이 심했어. 우린 그냥 이 마을을 지키기 위해 정보를 모으는 것뿐이야. 협력해주겠어?”


“아니, 뒤늦게 와서 이 마을을 한번 둘러본 뒤 왕도로 돌아가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며 정작 몸으로 막은 나보다 더 비싼 금액을 받을 녀석들에겐 해줄 말도, 하고 싶은 말도 없어.”


“엘렌씨! 왜 그러시는 거예요?! 상대는 용사라고요!”


내가 그들을 노려보며 금방이라도 싸울 것 같자 카린이 내게 달려들어 내 팔을 잡았다.


“최강의 용사? 그딴 건 관심 없어. 용사든 귀족이든 내 알 바 아니야. 하지만 말이야! 그 잘난 낮짝을 들이밀며 하루하루 목숨을 걸고 몇 번이나 죽음의 문턱을 넘어도 옷 한 벌 제대로 못 사 입는 나를 깔아보지 말라고! 어이 용사, 대답해봐. 넌 정말로 목숨을 걸고 싸운 적이 있어? 그 마검으로 모든 적들을 한방에 베면서 리치에게 얼려진다던지 뱀파이어에게 피를 빨리고 뼈가 부러지고, 얼음 안에 갇혀 사경을 해매든지 해봤냐고! 뒤늦게 온 주제에 잘난 체 하지 마!!”


“엘렌씨! 제발 그만....!”


순간적으로 감정이 북받친 나는 말리는 카린을 무시한 채 소리쳤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떨리는 눈으로 멍하게 날 바라보는 용사에게 나는 질투와 원망이 섞인 말을 뱉어냈다.


그리고 그들을 뒤로 한 채 카린과 이고희의 손을 잡고 길드를 나갔다.


“야...야! 엘렌! 왜 그래? 미친 거야?!”

“..........”


“엘렌씨! 일단 이거 놔주세요! 아파...! 엘렌씨!!”


카린의 말에 난 그녀들을 잡은 손을 놓았다.


“미안....혼자서 너무 흥분했나봐. 저 녀석도 그럴 생각은 아니었을 텐데 말이야.”


“......엘렌씨. 엘렌씨가 얼마나 고생하면서 싸워왔는지 알아요. 하지만 방금은....엘렌씨가 잘못하신 거예요.”


“......알아. 저 녀석이 비난받을 이유도 내가 누굴 원망할 자격도 없다는 건.”


“엘렌, 너 이상해. 뭔 일 있었어?”


“아냐....그냥 좀 힘든가봐. 하~목욕이나 해야겠다~그리고 술 한 잔하고 자는 거야.”


나는 그대로 목욕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이고희와 카린은 아무 말 없이 날 따라 와줬고 우린 그 앞에서 헤어졌다.


목욕탕에 몸을 담근 나는 앞으로의 일을 걱정했다. 용사란 녀석이 날 다시 찾아 귀찮은 일이 벌어질 지도, 아니면 다른 모험가들이나 길드에서 날 안 좋게 볼 수도 있다.


“하....마검이라....나도 그런 거 갖고 싶다~오크든 용이든 한 방에 베어버리고 쑥쑥 레벨업해서 강해지고! 하...진짜 불공평해서 원....”


목욕을 끝내고 나온 나는 우유를 마시며 벤치에 앉아 기다렸다. 그러자 한 여자의 목소리가 내 귀를 찔렀다.


“아! 찾았다!!”


난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용사의 동료인 두 여자가 날 향해 걸어왔다.


“이봐! 너! 당장 에반한테 가서 사과해!”


궁수가 가까이 오자마자 내 멱살을 잡고 얼굴을 들이밀며 소리쳤다. 그 덕에 손에 쥐고있던 200루나짜리 우유가 떨어졌고 그 순간 분노가 차올랐다.


“사과? 싫다면? 여기서 날 팰 거야? 레벨 차를 이용해서 저레벨의 모험가를 위협하고 폭력을 휘두를 거냐고? 그게 최강이라 불리는 용사의 비열한 방법이냐?”


“말조심해! 에반은 그런 녀석이 아냐! 너에게 목숨을 걸줄 모른다니 어떠니 그런 소리를 들을 녀석이 아니라고!”


“말로는 누구든지 목숨을 걸 수 있어. 말로는 말이야.”


“뭐가 어째?!”


“정의로운 용사란 분은 사람들의 앞에 나서길 좋아하겠지. 자기가 강한 것을 알고 잘난 것을 아니까 사람들을 지키고 그들에게 추앙받는 것에 쾌감을 얻는 거고. 옆에서 지켜볼 땐 어때? 그가 하는 일이 정녕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들을 위해서야? 아님 자신의 강함을 보이면서 자기만족을 얻는 것뿐인지 곰곰이 생각해봐.”


“너...! 넌 정말....!”


내 멱살을 잡은 그녀가 주먹을 들었다.


“때릴 거라면 때려도 좋아. 네가 좋아하는 남자의 명예를 실추시켜도 상관없다면 말이야.”


“그만하세요!”


내가 기세를 꺾지 않고 계속 나아가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힐러가 말을 꺼냈다.


“당신, 엘렌이라고 하셨죠? 초면에 저희가 무례하게 군건 사죄드릴게요. 그러니 당신도 에반에게 사과해주세요. 당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저희는 몰라요. 하지만 자신이 고통받아왔다고 해서 다른 이에게 고통을 줄 이유 따윈 없다고요! 뭐가 그렇게 당신을 고통스럽게 하죠? 뭐가 당신을 아프게 하나요? 뭐가 증오스럽고 원망스럽고 뭐가 그렇게 당신의 기쁨을 뺏어 가나요?!”


“아아....하, 하하하하하! 후하하하하하!!”


내가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자 겁에 질린 두 여자는 내 멱살을 풀고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오지랖부리지마. 쓸데없는 정의감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참견하지 말라고.”


“저는 그런 게...!”


“그런 게 아니면 뭔데. 난 자비롭고 착한 여자라 너의 고통을 포용할 수 있다 뭐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지껄일 거야? 제가 도와드릴 게요. 우리가 도와줄게. 이런 소리를 지껄이며 나르시시즘을 느낄 거야? 웃기지도 않네.”


“적당히 해! 아까부터 뭐하자는 거야. 싸우자는 거면 언제든지 받아줄게. 모험가면 말로만 지껄이지 말고 승부로 결정짓자고.”


내가 힐러를 몰아붙이자 궁수가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 내 목에 갖다 대었다.


“허...! 고작 4레벨의 초보자에게 승부를 거는 거야? 명색이 최강의 파티라는 녀석이? 그래. 힘으로 날 찍어 눌러서 억지로 사과하게 만들 거냐? 아님 죽일 거냐? 아니면 감옥에 넣을 거냐?! 어이 말해봐. 나같이 능력 없는 것들은 언제나 네놈들같이 힘 있는 녀석에게 당하면서 살아야하냐? 너네가 마왕군과 다를 게 뭐가 있어? 내가 보기엔 지금 네놈들이 악이야. 겉만 선한 척하고 속은 추잡한 자기만족으로 가득 차있는 더러운 위선자에 불가하다고!”


난 궁수의 손목을 잡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점점 손목을 잡은 손에 힘을 쥐었고 내 목소리가 점점 격양되자 그녀는 눈과 입술을 떨며 내가 잡은 손에서 벗어나려 했다.


“죽일 거라면 죽여! 난 몇 번이나 죽음의 문턱 앞에 섰어. 말로만 목숨을 거는 너희들관 다르게 말이야! 죽일 각오도, 죽을 각오도 없이 칼을 꺼내들지 마!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그리고 다신 내 눈앞에 띄지 마.”


나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를 잡은 손을 던지듯이 놓았다. 그러자 두 여자는 날 죽일 듯이 노려보더니 뒤돌아 걸으며 점점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엘렌.”

“응, 왔어?”


익숙한 목소리에 목욕탕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내 동료들이 복잡한 얼굴로 서있었다.


“갈까?”


해도 졌고 저녁도 먹어야 하기에 길드로 향하려던 나는 두 여자가 날 따라오지 않는 것을 눈치채고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두 여자가 날 바라보기만 할 뿐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야, 둘 다 왜그래?”


“너...누구야?”


“응? 그게 뭔 소리야?”


이고희가 이상한 말을 한다. 그녀들이 날 보는 눈도 이상하다.


“넌...내가 알고 있는 녀석이 아냐.”


“이고....에리. 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멍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자 카린이 내개 다가왔다. 그리고 내 손을 두 손으로 잡더니 날 올려다보며 이야기했다.


“엘렌씨. 분명, 엘렌씨의 삶은 아프고, 힘들고, 괴로워서, 견딜 수 없었을 지도 몰라요. 하지만...이젠 혼자가 아니잖아요? 동료...잖아요? 혼자서 괴로워하고 자신을 몰아붙이지 말아주세요. 엘렌씨는, 엘렌씨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멋진 사람이라구요?”


“카린...하지만....!”


“저도 강해져서 엘렌씨가 어떤 부상을 입어도 치료해줄게요. 정말로 힘들 때도 제가 그 상처마저 치유해줄게요. 그러니 좀 더 저희에게 기대주세요. 파티니까, 서로 기대는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카린은 내게 미소를 보였다. 그 아이의 미소를 보자 마음 한구석이 편해졌다.


“그래? 그럼...”


나는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러자 카린이 당황하며 소리쳤다.


“이이이이게 뭐예요?! 갑자기 이러면....!”


“마음도 치유해준다고 했지? 그럼 이거면 돼.”


“로리콘.”

“조용히 해.”


이고희가 그 뒤에서 언짢은 표정으로 날 보며 이야기하자 난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로리콘.”

“카린마저?!”


카린마저 내 품에서 그런 소리를 하자 난 그녀를 품에서 놓았다. 그러자 우리 둘의 눈이 서로 마주쳤고 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왔다.


“하하하하하! 고마워. 그리고 미안. 좀 힘들었나봐. 그래도 그 치트용사가 부러워서 이러는 건 아니다?”


“네~네~후훗, 그럼 밥 먹으러 가죠. 오늘은 개구리 튀김말고 곰 스테이크를 먹고 싶네요~.”


“좋아! 오랜만에 몸보신 좀 하겠네!”


“하...돌아왔네. 이러다 또 용사를 만나면 또 싸우는 건 아니지?”


“아, 그 녀석은.....음...사과는 싫은데 그냥 싸울까?”


“그거 농담이죠?!”

“글쎄?”


우리는 다시 한 번 다 같이 길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작가의말

엘렌아 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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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장 이별, 그리고 새로운 만남 +1 21.05.14 179 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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