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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인h 님의 집필실 입니다.

성좌니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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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인h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5
최근연재일 :
2021.06.17 20:0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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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64
추천수 :
327
글자수 :
213,799

작성
21.06.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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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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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14. 드러나는 회랑의 비밀.(4)

성좌지만




DUMMY

“오...!”


상자의 등급이 세세하게 어떤지는 몰라도, 중급이면 글자 그대로 중간은 갈 것이다.


그걸로 대충 상자에서 나오는 물건의 수준을 보고, 상자의 등급을 나름대로 견적을 낼 수 있으리라.


창수는 남는 귀족의 인장 반지 두 개를 잘도와 중급 신비 상자 두 개와 바꾸었다.


“괜찮은 거래였네. 아주 오랜만에 신비 상인으로 거래를 했더니 아주 흐뭇하군!”


“아... 그렇습니까?”


창수는 일단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며, 거래한 중급 상자 중 하나를 바로 까보았다.


설마가 사람 잡는 법, 혹시라도 잘도가 사기치는 게 아닌지 그의 면전에서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중급 신비 상자를 여는 순간, 안에서 괴이한 빛이 번뜩이더니 무언가가 툭 튀어나왔다.


“......???”


그것은 바로 커다란 냄비였다.


그것을 보며 창수는 순간 살짝 뇌절이 왔다.


‘아니 이게 왜 여기서 나와?’


나름 쓸만한 아이템인 귀족의 인장 반지와 비슷한 가치를 가진 물건이 저 냄비라고?


창수는 어이가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어라? 하는 생각도 들었다.


‘... 따지고 보니 지금 내 입장에서 저런 냄비를 얻는 게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은데?’


가진 요리 도구가 없어서 여기 온 다음부터 그가 해온 고생을 생각해보면, 지금 여기서 저 냄비가 나온 것이 그렇게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가치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다.


귀족의 인장 반지가 나름 쓸만한 성능을 가진 마법 반지라고는 해도, 결국 남는 숫자는 당장 그에게 큰 의미가 없는 물건들이다.


그런 물건을 앞으로 유용하게 쓸 수 있을 도구와 바꿨다고 생각하면, 이 교환은 보이는 것처럼 어이없는 교환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가 이해했던 신비 상인과의 거래도 상대적 가치와 절대적 가치의 차이를 이용해 이득을 보는 것이 이상적인 그런 거래가 아니었던가!


게다가...


혹시나 해서 그 냄비를 성좌의 눈으로 살펴보자, 그 생각은 더욱 확신으로 변했다.


-신비한 요리 도구.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의 요리 도구로 변하는 마법 물품이다.

녹이 슬지 않으며, 요리한 재료가 눌어붙지 않는다.-


‘냄비라고는 해도, 이것도 마법 아이템... 당장 써먹지 못할 템과의 교환이라면 이득이면 이득이지 손해가 아니다!’


이렇게 되니, 다른 상자에선 뭐가 나올지 매우 궁금해졌다.


게다가 다시 생각해보니 창수 그에겐 거래를 할 만한 물건이 귀족의 인장 반지 말고도 또 있었다.


‘망령의 팔찌 말이지.’


애매한 물건이라면 잔투스의 활도 있었지만, 그건 개수가 1개 뿐이라 일단 가지고 있기로 했다.


어쨌든 망령의 팔찌는 그 성능에 버금가는 흉악한 페널티 때문에 당장 창수 그가 써먹을 곳이 애매한 아이템이었다.


물론 여기서 사령술 관련 마법서들을 얻었으니 앞으로 그가 하기에 따라 못 써먹을 것도 없었지만, 얻은 숫자가 적지 않으니 몇 개 정도는 거래에 써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였다.


“이제 된 건가? 거래가 끝났으면 나는 이만 슬슬 떠나고 싶군.”


“아직입니다.”


창수는 망령의 팔찌를 세 개 꺼내서 잘도와 다시 거래를 했다.


아직 팔찌는 더 많았지만, 1개만 남기고 다 바꾸지 않은 것은 혹시 연구에 사용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사령술에 관한 마법서를 얻었으니, 앞으로 연구를 할 텐데... 이 정도로 강력한 저주가 깃든 물건은 연구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거다.’


다만 아쉬운 점은 망령의 팔찌는 중급 신비 상자가 아니라 하급 신비 상자와 교환되었다는 점이었다.


‘뭐 어쩔 수 없나...’


망령의 팔찌가 가진 지독한 페널티를 생각하면, 하급 상자랑 교환되는 것도 예상하지 못할 일은 아니었다.


망령의 팔찌 같은 물건은 사악한 사령술사 아니면 그다지 큰 가치가 없는 물건인 것이다.


거래가 끝나고, 잘도가 커흠하고 수염을 쓰다듬으며 슬쩍 입을 열었다.


“자... 이제는 다 된 거겠지? 이제 나는 슬슬 떠나야겠네.”


물론 어림없었다.


“잘도. 대충 당신과 어떤 식으로 거래를 하는 건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당신과 거래를 할 만한 물건이 제게 없군요. 나중에라도 당신과 계속 거래를 할 수 없을까요?”


그러자 잘도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없네. 자네가 날 구해준 은혜가 있는데 그 정도야 어렵지 않지!”


그러더니 그는 작은 패 같은 것을 창수에게 주었다.


“이건 내가 중요한 손님들에게만 주는 일종의 회원권 같은 것이네. 그걸 가지고 있는 손님에게 내가 일정 시간마다 방문해서 거래를 하곤 하지. 그래... 자네에게 한 달 정도마다 한 번씩 들리면 되겠는가?”


... 신비 상인이 아니라 이 정도면 방문 판매 상인 아닌가?


창수는 그런 생각을 하며, 그가 내민 패를 일단 챙겼다.


“자... 그러면 나는 이제 그만 가봐야겠네. 날 구해준 은혜는 잊지 않겠네.”


“아... 아니, 잠시만요!”


창수는 급히 잘도를 잡았다.


“아니 뭘 그리 급하시나. 그렇게 굳이 서두를 필요가...”


그러나 잘도는 이미 떠나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았다.


“난 너무 오래 갇혀 있었다네. 이렇게 풀려난 지금... 그 자유를 당장에라도 마음껏 만끽하고 싶군!”


... 물론 그건 창수가 알 바 아니었다.


“그러면 몇 가지만 묻겠습니다. 그것만 알려주세요.”


“어서 묻게. 벌써부터 몸이 근질거려 못 살 지경이군!”


“왜 봉인이 되었던 겁니까?”


“내가 나바로에게 위험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야.”


“......?”


창수는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이 방랑하는 신비 상인 잘도가 나바로에게 위험한 존재라고?


어떻게?


창수는 그걸 물어보려 했지만, 잘도가 한발 빨랐다.


“자, 이제 되었겠지? 난 이제 그만 가보겠네.”


“아니...!”


당장에라도 잘도가 도망갈 것 같아, 창수는 바로 그의 바짓가랑이부터 붙잡았다.


“아, 이제 새털처럼 많은 시간이 남았는데 뭐 그리 급하십니까. 릴렉스~ 릴렉스~”


“아니 이게 무슨...!”


잘도는 황당한 시선으로 창수를 쳐다보았다.


오랜 시간 저 큐브 안에 봉인되어 갇혀 있었던 잘도다.


방랑하는 신비 상인이라 불릴 정도로 자유롭게 초차원을 돌아다니던 그가 얼마나 갇혀 있을지 모를 오랜 시간을 그렇게 갇혀 있었으니, 얼마나 갑갑하겠는가.


당장에라도 여길 떠나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데, 이 자가 질척할 정도로 달라붙으니 잘도는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 이미 미쳤다가 간신히 제정신으로 돌아왔는데!


‘구해준 은인만 아니었어도... 아오!’


잘도는 울화를 꾹 참고 입을 열었다.


“알았네. 알았으니까. 이거 놓고 이야기하게!”


물론 창수는 놓지 않았다.


“당신에게 나바로를 위협할 수단이 있는 겁니까?”


“그렇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파는 상자 중 나바로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물건이 나올 확률이 있는 거지.”


“오...”


그 한마디로 창수는 많은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정말로 나바로가 부활하려는 건가?’


나바로가 부활할 가능성이 없다면, 이미 죽어 성소에 묻힌 나바로에게 치명적인 물건이 나올 확률이 있는 신비 상자를 판다는 이유로 잘도를 굳이 그렇게 봉인할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그런 잘도를 굳이 죽이지 않고, 봉인한 것도 뭔가 의미심장했다.


‘뭔가 그럴 이유가 있었겠지?’


그런 판단을 내린 자는 과연 누구일까?


‘이미 죽은 나바로가 그랬을 리는 없고... 다른 누군가가 잘도를 가뒀다.’


생각을 빠르게 정리한 창수는 다시 잘도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들이 당신을 죽이지 않고, 굳이 봉인한 이유가 무엇이죠?”


잘도가 힐끗 창수를 바라보더니 대답했다.


“나야 모르지. 놈의 음흉한 머릿속을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분명 뭔가 사악한 꿍꿍이가 있었을 걸세!”


“......!”


창수는 잘도가 상대를 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혹시 그게 잘도 당신을 가둔 자입니까? 그는 누구죠?”


“잊혀진 자. 나바로의 심복이자 누구보다도 심한 추종자지.”


“그가 혹시 데스나이트입니까?”


“아니네.”


여기까지 대답한 잘도는 다시 떠나려고 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난 이제 가고 싶군.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만나면 하도록 하세.”


그러나 창수는 잘도를 놓아주지 않았다.


“아니...”


잘도는 순간 창수에게 감탄했다.


이 정도로 안면 몰수하고 달라붙을 줄이야!


그는 순간적으로 창수가 눈에서 괴이한 빛을 번뜩이며 망령처럼 달라붙는 환상을 보았다.


-이히히히... 못 가! 못 가아-!


“......!”


잘도는 소름이 돋았다.


‘지금 못 가면 이 짓거리를 얼마나 더해야 할지 모른다!’


급해진 그는 곧바로 최후의 통첩을 했다.


“그만! 이제 세 개의 질문에만 답하고 난 가야겠네. 더 궁금한 것이 있다면 한달 후에 다시 만났을 때 묻도록!”


“......!”


창수는 잘도의 단호한 말을 듣고, 이제 더 붙들고 늘어지면 역효과가 날 거란 사실을 깨달았다.


‘세 개의 질문이라...’


창수는 아쉬움을 삼키고, 신중하게 질문을 골랐다.


“그럼 잊혀진 자... 그가 바로 이 성소를 만든 제작자입니까?”


“그렇다네. 그가 바로 이 성소를 만든 제작자인 동시에 이 성소를 관리하는 관리자라네. 이 성소 안에 있는 모든 마물들이 놈의 지휘 아래 있지.”


‘그렇군. 한마디로 나바로 휘하의 이인자란 이야기군.’


데스나이트는 그 밑의 행동대장 정도 되는 모양이라고 창수는 대충 정리했다.


“혹시 놈이 수인들을 납치하려는 이유를 아십니까?”


“모르겠네. 하지만 놈이라면 그 어떤 사악한 짓을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지.”


안타깝게도 잘도는 잊혀진 자가 수인들을 납치해 오려 한 이유는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가 말하는 뉘앙스는 그런 일도 있었냐? 라는 느낌이었다.


‘하긴... 봉인되기 전의 일이 아니었다면 그가 모르는 것도 당연할지도...’


데스나이트가 말한 그 수인이 여기서 죽어 있는 이유, 데스나이트가 마을을 재건하는 곳에 나타나 수인을 잡아가려던 이유... 그것을 알아내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어차피 모르던 일이니 이전과 달라진 것도 없었다.


‘앞에 정한 그대로 수인들을 이놈들이 잡아가지 못하게 잘 지키며 있다 보면 차차 알게 되겠지.’


마지막으로 창수는 세 번째 질문을 던졌다.


“잊혀진 자, 그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고룬!”


대답을 마치자마자, 잘도는 이제 됐지 않냐며 놓아줄 걸 요구했다.


약속은 약속인지라, 창수는 순순히 그를 놓아주었다.


그러자 잘도는 매우 해맑게 웃으며 바로 줄행랑을 놓았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 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


“......?”


내가 뭘 들은 거지?


창수는 잠시 혀를 내둘렀다.


그를 봉인에서 풀어줬을 때도 그렇고, 볼일 마치도 갈 때도 그렇고... 역시 살짝 미쳐 있다는 정보에 부족함이 없는 언행이었다.

[<수상할 정도로 애교가 많은 여우>가 말이 재밌다며 꺄르르륵 웃습니다.]


‘아. 네네...’


창수는 영혼없이 고개를 끄덕여준 다음, 잊혀진 자의 연구실 내부를 다시 둘러보았다.


‘흠... 혹시 모르니.’


잘도가 봉인되어 있던 문제의 큐브를 챙겨 아공간 창고에 던져 넣은 다음, 창수는 연구실을 나섰다.


‘일단은 돌아가자. 더 힘을 키워서 다시 돌아오겠다.’


그렇게 창수는 미련없이 돌아서서, 성소의 밖으로 사라져 갔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누군가가 유령처럼 연구실에 나타났다.


온몸이 일렁거리는 검은 어둠에 덮힌 그자는 사방으로 불길한 기운을 뿌리며 창수가 사라져 간 방향을 무심하게 응시하기 시작했다.


불길한 기운을 뿌리며 나타난 어둠에 덮힌 존재...


그의 이름은 바로 고룬이었다.




괜찮아


작가의말

공모전도 거의 끝나 가네요. 생각도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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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12. 성장의 시간.(3) +6 21.06.09 135 6 12쪽
31 12. 성장의 시간.(2) +2 21.06.08 138 6 12쪽
30 12. 성장의 시간. +4 21.06.07 137 6 12쪽
29 11. 본 대장은 실망했다.(2) +2 21.06.06 139 7 13쪽
28 11. 본 대장은 실망했다. +2 21.06.05 142 7 11쪽
27 10. 재능임. 아무튼 재능임.(3) +2 21.06.04 155 7 12쪽
26 10. 재능임. 아무튼 재능임.(2) +2 21.06.03 163 7 12쪽
25 10. 재능임. 아무튼 재능임. +2 21.06.02 163 9 11쪽
24 9. 충격과 공포다. 이 고블린들아!(3) +2 21.06.01 162 10 12쪽
23 9. 충격과 공포다. 이 고블린들아!(2) +2 21.05.31 166 9 13쪽
22 9. 충격과 공포다. 이 고블린들아! +2 21.05.30 176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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