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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5.04 22:09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11,094
추천수 :
684
글자수 :
1,309,674

작성
22.06.18 12:09
조회
42
추천
4
글자
12쪽

30. 없었는데 있었습니다

DUMMY

이트나는 혀를 날름거리는 율레에게 짜증을 내고는 다시 학교장실로 돌아갔다.

어두운 방에 혼자 남은 율레는 종이를 꺼내 현 상황에 대해 간략히 적은 이후 세 개의 문 중 자신의 것과 이트나의 것을 제외하고 남은 마지막 문을 열었다.


위를 향하는 통로에 종이를 놓아두니 곧 종이가 위로 날아갔다.

저 종이는 문지기가 집어 노인네에게 전달해 줄 것이다.


대충 일을 마친 율레는 다시 집무실로 돌아갔다.


"후... 다음은 본대인가?"


12월 마을에서의 습격 건에 이어서 미카 침입자 건까지 연달아 일이 터지는 바람에 그는 할 일이 많았다.

미카 건은 엄밀히 말하면 자신이 자초한 일이니 토달기 애매했지만 어쨌든 일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싫은 건 싫은 거였다.


끼익


제다카와 치안군을 상징하는 검은 망토를 두른 율레는 집무실 문을 나섰다.


'?'


집무실 문을 여니 어정쩡한 자세로 서있는 세슈람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서 뭐하고 있지?"

"아... 아. 그게 드릴 말씀이 있어서."

"급한 일인가? 난 지금 본대에 가야하니 급한 일 아니면 나중에 하지."

"네... 네! 나중에! 나중에 뵙겠습니다."


세슈람은 어정쩡한 자세로 서있을 때만큼 어정쩡한 걸음으로 숙소로 돌아갔다.


"흠."


세슈람의 행동에 율레는 무언가 굉장히 거슬리는 기분이었지만 당장 할 일이 많은 그는 곧바로 본대로 걸음을 옮겼다.


***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거처럼 다급하게 숙소로 돌아온 세슈람은 방문을 닫자마자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아... 하아. 그니까 분명히 내가 확인할 때까지만 해도 부대장님은 집무실에 없었는데..."


없었는데 있었습니다...?


***


큰빛이 떠오르고 시간이 그리 오래되지 않기는 했다.

이르다면 이른 시간이지만 카밀로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어나 활동을 하는 시간인 것 또한 사실이다.


"아직 안 일어나신 겁니까?"

"아마도요?"


본대에 도착한 율레는 곧바로 보고를 위해 대장의 집무실을 찾았지만 집무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장의 집무실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퀴 듈름 부대장이 나와서 율레를 맞이했다.


조그마한 키와 더불어 선한 성품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성녀라 불리는 그녀는 오지랖이 넓어 이런저런 일에 잘 나서는 편이었다.

이전에 치안군에 들어온 신입들을 교육하겠다고 나선 것도 그녀였다.


"잠시만 있어봐요. 제가 대장님 불러올게요."

"같이 가시죠."


다른 사람보다 큰 키인 율레와 다른 사람보다 작은 키인 듈름 두 사람이 나란히 서니 그 차이가 더 도드라졌다.

두 사람은 집무실을 나가 그 옆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문 쪽으로 갔다.


쿵쿵쿵


"대장님. 일어나시죠."


아무런 반응이 없자 율레가 한 번 더 문을 쿵쿵 거렸다.


끼익


그제야 화려하게 장식된 문이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열렸다.

부스스한 머리에 가벼운 가운 차림의 대장이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나왔다.


"야이씨. 넌 꼭두새벽부터 이래야겠어?"

"아침입니다."

"부대장 주제에 대장한테 꼬박꼬박 말대꾸. 너 진짜 싫어."


그는 자기 방 앞에 모인 이들을 집무실로 데리고 갔다.

대장은 연이어 하품을 하며 의자에 눕다시피 몸을 기댔다.


"율레는 어제 습격 사건 때문에 온거지?

"네."

"안 그래도 어제 치료사께서 찾아오셔서 말씀하시더라. 뵈나 율레? 그 짧은 머리의 여성분."

"네 어제 같이 습격당했던 치료사 맞습니다."


대장은 제 눈가에 그어져있는 기다란 상처를 손가락으로 슥 하고 훑어내렸다.

그는 언제나 제 손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상처를 만지작대는 습관이 있었다.


"어제 그분께서는 중간에 잠깐 들린 거라고 제대로 설명을 못해주셔서 말이야. 네가 좀 자세히 말해볼래?"


율레는 어제 12월 마을에서 있었던 습격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했다.

군용 마법석을 무더기로 들고 있었던 점.

'꿈'에 중독되어 있었다는 점.

정신 조종 마법이 의심 된다는 점.

마지막으로 배후로 보이는 검은 덩어리까지.


"하아... 이거 일이 좀 커지는데. 그 습격자들이 다 오르디나 출신이면 12월 마을에서 꾸민 일은 아닐까?"

"아닙니다. 정규군입니다."

"왜 그렇게 확신해?"

"오르디나에서 군용 마법석에 접근할 마법사가 얼마나 있다고 그쪽을 의심합니까?"

"그 왜. 할머니 있잖아."

"설마... 오르디나 이레, 일번대 대장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율레는 말도 안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 자리에 함께있는 듈름 부대장까지 한숨을 내쉬는 것을 보자 대장이 팔딱거리며 외쳤다.


"아니 가능성이 없지는 않잖아! 일번대 부대장도 오르디나 출신 아닌가?"


그의 말대로 가능성만 따지면 아주 틀린 말도 아니긴 했다.

하지만 일번대 대장의 삶을 생각하면 이런 식의 생각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결례나 다름 없었다.

지금의 정규군을 만들기 위해 평생을 바친 그녀가 군의 이름을 더럽힐 일은 한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대장의 망언을 자연스레 무시한 율레가 물었다.


"군에는 어쩌실 겁니까?"


"... 몰라."

"마법석이 다 폭발하는 바람에 따로 증거는 없지만 당시 습격을 마을 사람들이 봐서 문제 삼는 건 일단 어려워보이지 않습니다만."


대장은 골치 아픈 일이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거 그냥 넘기자고 하면... 넌 화내겠지?"

"씁... 당연한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마법석 반출도 그렇고 정신 조종 마법도 그렇고. 이거 딱 봐도 어설픈 마법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말이지. 괜히 파고 들었다가 귀찮아질... 우리가 되려 피 볼 거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어."


이 철딱서니 없는 인간도 대장이라고.

괜히 귀를 기울였다며 율레가 후회하고 있으니 옆에서 듣고 있던 듈름이 나섰다.


"대장님! 이건 명백히 치안군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에요! 저희라고 아기를 죽이고 싶어서 죽이나요? 과거 저주받은 마법사에 대한 속죄는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누구도 나서서 손을 더럽히지 않으니 저희가 대신 하는 것 아닙니까!"


조그마한 체구임에도 그녀는 엄청난 박력을 뽐내며 대장의 책상을 내리쳤다.


"그런데 위로는 못해줄 망정! 공을 인정해주지는 못할 망정! 습격이라뇨! 그게 설령 군에 관련된 높은 사람이라고 한들 저희는 맞서야 합니다! 아니! 오히려 높은 권력을 쥔 사람일수록 더 거세게 맞서야죠! 그래야 사람들이 저희를 얕보지 않아요!"


딸꾹


듣고 있으면 가슴이 웅장해질 연설에 대장은 놀랐는지 딸꾹질을 하고 있었다.


"으...응. 듈름아. 진정. 히끅. 해봐."


짝. 짝. 짝


그때 누군가 박수를 치며 집무실로 들어 왔다.

치안군 세 명의 부대장 중 마지막 한 명, 이납솔 아훔이었다.


"이야! 작은 성녀님! 역시 훌륭한 인성! 올곧은 신념! 이 이납솔의 버러지는 또 한 번 가르침을 받네요."


누가 들어도 비꼬는 기색이 역력한 말투에 듈름이 그를 째려보았다.


"성녀님. 성녀님. 우리 작은 성녀님. 생각을 좀 하세요. 이걸 문제 삼는다고 삼아지기는 하겠어? 지금 네년이 상대하려는 곳이 어딘지 몰라? 무려 정규군이라고. 카밀로테 최고 마법사들의 집합체."


그는 접객용 소파에 제멋대로 앉아 다리를 꼬더니 품에서 술병을 꺼내 입에 가져갔다.


"크으... 대장님 그런 높은 분들에게 맞서봐야 대장님 말씀대로 아랫것들인 저희들은 피나 볼 뿐이에요."

"그러면 이대로 없던 일로 하고 넘어가자는 거예요?"


듈름이 사납게 물고 늘어지자 아훔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하아... 머리를 좀 쓰자 이말이야. 그들을 적으로 돌릴 필요 있어? 그냥... 그래. 이번 일을 빌미로 그냥 이것저것 좀 받아 먹자 이거야."

"정말 이납솔의 버러지에 걸맞는 발상이네요."


아훔은 듈름의 비난에도 얼굴색 하나 바뀌는 것 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대장님도 아시잖아요? 싸워봤자 저희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 우리가 애새끼를 죽이는 한 원한을 갖는 부모는 생기기 마련이고 그들은 언제고 우리에게 지팡이를 겨눌 거예요. 이번에는 재수없게 지팡이를 쥔 놈이 좀 강했을 뿐이고."


아훔은 율레를 빤히 바라보면 덧붙였다.


"그리고 말이에요. 아기의 복수를 하겠다고 덤벼드는 부모에게 뒤지면 그것도 저희같은 녀석들에게는 나름대로 어울리는 최후 아니겠어요?"


그는 자신이 한 말이 웃기기라도 한지 한참을 킥킥대더니 곧 술병에 남은 술을 입에 마저 털어넣었다.

듈름은 어처구니 없다는 눈으로 아훔을 노려보고 있었으며 대장은 그저 율레의 눈치나 볼 뿐이었다.

율레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뭐가 되었든 일단 군용 마법석의 재고에 대해서 물어보는 정도는 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이후에 어떻게 대처할지는 상황을 봐서 결정하는 것으로 하시고... 말씀드릴 게 또 있습니다."

"또? 아아. 히끅. 귀찮아."


귀찮은 기색을 대놓고 풍기던 대장은 이어지는 율레의 말에 사색이 되었다.


"미카에 침입자가 있었습니다."

"뭐라고? 천년목은? 무사해?"


비단 대장 뿐 아니라 다른 부대장들까지 놀란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넷이 미카에 숨어들었던 사건 이후, 지팡이 제작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이납솔도 그렇고 철 광산의 주 소비자인 은우도 그렇고 그 외 미카에 연관된 여러 가문에서 치안군을 쪼아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 가장 큰 압박을 준 것은 물론 떼르였다.


'천년목이 멀쩡해서 다행이지 혹시 상하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 했습니까? 혹시 대현자님의 상징과도 같은 천년목에 문제라도 생기면 당신네들...'


대장은 떼르 측에서 보낸 서신의 뒷내용을 애써 흩어내며 몸을 떨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나오던 딸꾹질까지 멈췄다.


"제발 멀쩡하다고 해줘. 안그러면 우린 다 죽을지도 몰라!"

"네. 다행히 천년목은 멀쩡합니다."

"아무래도 안되겠어 이러다가는 내가 제명에 못 살아. 이게 무슨 일이야. 본대에서 지원을 보낼 테니까 그런 줄 알아."


율레가 뭐라 말을 덧붙이려 했지만 대장은 드물게 단호한 어투로 율레의 말을 끊었다.


"이건! 대장의 명이야!"


***


늦은 밤, 집행처로 은밀히 검은 덩어리가 숨어 들었다.

집행관인 떼르 가주는 제 방에서 보좌인과 함께 늦게까지 산재해 있는 서류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문 아래로 서신 한 장이 들어왔다.

보좌인은 서신에 아무것도 찍혀있지 않은 것을 보고 곧바로 가주에게 넘겼다.


"외할아버님께 온 거예요."

"고맙구나."


가주는 서신을 열어 내용을 빠르게 훑었다.


'빠른 시일 내에 별대에 지원 인력이 갈 것입니다. 지원 인력에 섞여 별대에 들어가면 이전에 말씀하셨던 일을 수행하기 더 용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허락하시면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눈치를 살피던 보좌인이 가주에게 물었다.


"또 저희 그이를 부려먹는 거예요?"

"부려먹다니."

"외할아버님께서 시킨 일 때문에 바빠서 저번에도 며칠이나 집에 들어오지 못했다고요."


떼르 가주는 서신에서 눈을 돌려 억울하다는 눈으로 제 손녀를 바라보았다.


"그 놈이 그렇게 말하더냐?"

"... 아니에요?"

"... 생각해보니 내가 좀 과중한 일을 맡겼던 같구나. 다음에는 좀 더 신경쓰도록 하마."


가주는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느니 차라리 자기가 나쁜 놈이 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는지 이번대 대장의 장단에 맞춰주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이는 바빠지는 거예요?"

"아니다. 다른 사람이 바빠질 것이야."

"그럼 다행이고요..."


가주는 피식 웃으며 물었다.


"아직도 그놈이 그렇게 좋은 것이야?"

"설마요. 그냥... 그 일. 카밀로테를 위한 일이라지만 위험한 일이잖아요..."


혹시나 잘못 될까 싶어서 그렇죠.

그녀는 뒷말을 속으로 삼키며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이 낀 하늘은 유독 어두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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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 왔노라 보았노라 받았노라 +1 22.06.21 56 4 11쪽
31 31. 네가 다치지 않았으면 해 +1 22.06.20 38 4 11쪽
» 30. 없었는데 있었습니다 +2 22.06.18 43 4 12쪽
29 29. 이것까지만 피우고 끊어야지 22.06.17 40 4 12쪽
28 28.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 남은 것은 +2 22.06.16 47 5 11쪽
27 27. 순간시력 검사 +2 22.06.15 45 5 11쪽
26 26. 일과 삶 그 균형의 수호자 +2 22.06.14 53 4 12쪽
25 25. 응어리는 물에 풀어 캔버스 위에 22.06.13 50 4 12쪽
24 24. 한걸음 한걸음 22.06.10 50 4 11쪽
23 23. 그 여자 치료사 그 남자 치안군 22.06.09 50 4 11쪽
22 22. 낮말도 밤말도 그가 듣습니다 22.06.08 50 5 11쪽
21 21. 서로 다가와 좁은 어깨라도 내주어 22.06.07 50 5 12쪽
20 20. 좋아하는 여자가 멸망이었던 건에 대하여 +2 22.06.06 65 7 11쪽
19 19.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22.06.03 47 5 11쪽
18 18. 치안군에는 빛나무가 많이 자랍니다 22.06.02 60 6 11쪽
17 17. 꿈에 22.06.01 56 6 11쪽
16 16. 꿩 대신 닭이라기에는 닭이 더 좋아 +1 22.05.31 63 7 12쪽
15 15.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에 사는 마법사 22.05.30 56 6 11쪽
14 14. 미친 여자의 미치광이 오빠 22.05.27 61 6 12쪽
13 13. 명문가 집착녀 22.05.26 63 7 11쪽
12 12. 진도가 너무 빨라요 +1 22.05.25 72 6 12쪽
11 11. 죽음의 숲에 가면 귀신이 이놈 한다 22.05.23 60 6 12쪽
10 10. 축하합니다 10단계를 달성하셨습니다 +1 22.05.23 65 7 12쪽
9 9. 가족은 건드는 게 아니다 22.05.20 78 8 12쪽
8 8. 아룡 죽이기 22.05.20 98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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