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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5.04 22:09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11,095
추천수 :
684
글자수 :
1,309,674

작성
22.06.10 12:00
조회
50
추천
4
글자
11쪽

24. 한걸음 한걸음

DUMMY

불길이 이리저리 날뛰며 침묵 마법 표면을 덮고 있었다.

투명한 돔 안에서 바라보는 폭발의 향연은 자못 아름답기까지 했다.

물론 침묵 마법을 유지하느라 힘이 쭉쭉 빠져나가는 넷은 죽을 맛이었지만 말이다.

더군다나 폭발로 날아오는 파편조각을 막겠다고 운동 마법까지 침묵마법을 따라 둘러 놓았기에 몸에서 빠져나가는 힘이 생각보다 많았다.


긴장한 표정으로 불길을 보는 세슈람과 다르게 율레는 몸을 움직였다.

그는 어깨쪽에 박힌 나무 파편을 빼내더니 기절한 부부를 끌고와 치료사와 아기 곁에 뉘었다.


"세슈람 거기 가죽 주머니 챙겨라!"


멀찍이 떨어진 부부까지 보호한다고 넓게 침묵 마법을 펼쳤기에 미친 남자와 그가 떨어트린 가죽 주머니도 덩달아 폭발로부터 보호받고 있었다.

넷이 생각하고 한 일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다행이었다.


만약 저 가죽 주머니가 폭발에 휩쓸렸다면 아직 안에 든 수십개의 마법석이 덩달아 폭발을 일으켰을 것이 분명했다.

세슈람은 우물쭈물거리는 것 같더니 율레가 재차 다그치자 후다닥 가죽 주머니를 챙겨왔다.


"넷! 내 지시에 맞춰 방어막을 거둬라! 세슈람! 내가 여자를 맡을테니 네가 남자를 맡아라."


바닥에 퍼질러진 치료사가 자기도 돕겠다며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방해나 될 뿐이라며 율레가 제지했다.


"시간을 끌면 불리한 건 우리다. 이번에 무조건 죽여라."


그가 제다카를 들어 정의의 숨결을 준비하자 세슈람도 따라 제다카를 들어 뒷편에 겨눴다.


"세슈람. 더 왼쪽이다."

"?"


율레는 세슈람을 보지도 않고 그가 조준하는 곳의 위치를 고쳐주었다.


'바깥이 보이지 않는데 뭘 어떻게 안다는 거야?'


넷이 펼친 마법을 뒤덮은 불길에 적의 위치는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태.

계속 해서 일어나는 폭발에 귀가 좋은 세슈람 역시 위치 정도는 특정해도 신체 어디를 노리는 등의 세밀한 조준은 할 수 없었다.


"심장은 더 왼쪽이란 소리다."

"... 네."


어떻게 아는지 알 수 없지만 우선 그렇다니 따르는 것이 상책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율레 부대장은 이 돌발 상황에서도 적절한 대처를 하고 있었다.


"..."

"..."


어느새 폭발이 끝났는지 주변이 조용해졌다.


꿀꺽.


세슈람이 마른침을 집어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폭발은 끝났지만 폭발과 함께 일어난 불길은 여전히 넷의 침묵 마법에 달라붙고 있었다.

율레가 입을 열었다.


"지금이다."

"네?"

"나를 믿어라. 마법을 거둬라."


다리가 후들거리며 슬슬 머리가 어지러운 넷이었지만 사리 분별을 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 침묵 마법을 거두면 아직 사라지지 않은 불길이 그들을 덮칠 것이었다.

그러나 습격이 있고 그 짧은 사이에 율레 부대장이 보여준 모습을 생각하면 그가 이 상황에서 꽤나 믿을만 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갑니다!"


고민은 짧았고 실행은 빨랐다.

넷이 곧바로 침묵 마법을 거두자 아니나 다를까 거칠게 휘몰아치던 불꽃이 그들을 향해 쏟아졌다.


율레가 제다카를 쥐고 있지 않은 손을 크게 휘두르자 순간 불길이 멈췄고 그 사이로 틈이 벌어졌다.


"쏴라!"


불길 사이로 벌어진 틈으로 정확히 그들을 습격했던 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율레가 쏘아낸 고열의 붉은 빛줄기가 정확하게 여자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아악! 내 팔!"


그러나 몰려드는 불길에 잠깐 움츠러들었던 세슈람이 쏘아낸 정의의 숨결은 살짝 빗나가 남자의 팔을 꿰뚫는 것으로 그쳤다.

여자쪽이 쓰러진 것을 확인한 율레는 뒤에서 들리는 낯선 이의 비명 소리에 곧바로 남자를 향해 뛰었다.


불길을 무작정 뚫고 달려간 율레는 습격자를 향해 곧바로 달려 들었다.

습격자는 상처입은 팔로 떨어트렸던 가죽 주머니를 허겁지겁 들어올리는 중이었다.


푸욱


율레는 제다카 끝의 칼날을 가죽 주머니를 잡은 팔에 찔러 넣었다.


"끄아아아악!"


고통에 못 이겨 습격자는 가죽 주머니를 떨어트렸다.

율레는 가죽 주머니를 낚아채 챙긴 후 습격자의 입에 검은 액체를 흘려 넣었다.

소포르, 마시면 몸에 힘이 빠져 움직임과 마법에 제약을 거는 치안군에서 쓰는 구속책이었다.


"죽이랬는데... 하악. 죽이랬는데 실패했다."


독이 몸에 퍼지며 얌전해진 습격자는 여전히 침을 흘리면서도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 남자 역시 정신이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

율레는 습격자의 뒷덜미를 붙들고 이제는 집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하게 주변이 다 날아가버린 집으로 돌아왔다.


신기하게도 불길은 다른 곳으로는 퍼져나가면서도 넷과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는 날름거릴 뿐 넘어오지는 않았다.

그 잠깐 쉬었다고 힘이 돌아왔을 리가 없음에도 아기를 품에 안고 있는 치료사는 힘을 짜내 주변에 물을 뿌렸다.

그 덕에 불길이 차츰 사그라들었고 치료사는 마법을 재현하고 몸이 저리는 듯 그대로 바닥에 뻗어버렸다.


"쯧. 세슈람 이거 받아라."


쓸데없는 짓을 한다며 치료사를 보며 혀를 찬 율레는 습격자에게서 빼앗은 가죽 주머니를 세슈람에게 건넸다.


"오늘 습격에 대한 중요한 단서다. 저기있는 것까지 해서 잘 챙겨라."


율레가 쓰러져 있는 여자 옆에 놓인 가죽 주머니를 가리키며 말하자 세슈람이 허겁지겁 여자에게 다가갔다.

여자는 죽어가고 있었다.

잠깐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다시금 발작이 오려니 세슈람은 억지로 심호흡을 하였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니었는지 눈을 감고 숨을 고르니 차츰 호흡이 안정되었다.


눈을 다시 뜬 세슈람이 죽어가는 여자를 내려다 볼 때였다.

그의 뒤에서 넷이 다급히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라고! 이 멍청아! 피해!"


죽어가던 습격자의 얼굴에는 미소가 깔려 있었다.


"주... 죽어."


여자의 손에서 루비가 바스라져 사라지는 동시에 붉은 구체가 떠올랐다.

그녀가 갖고 있던 가죽 주머니 바로 위였다.


"빌어먹을 용같은 놈!"


넷은 침묵 마법을 거둬들이기는 했지만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해 손끝에 남겨둔 상태였다.

문제는 거리가 있어 폭발 마법이 터지기 전에 마법을 없앨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넷은 세슈람부터 구하기로 했다.

그녀의 손짓을 따라 세슈람의 몸이 붕 떠올라 뒤로 빠르게 날아왔다.


"아."


한 번 일이 꼬이려니까 겉잡을 수 없이 꼬이려는지, 갑작스럽게 몸이 당겨진 세슈람이 쥐고 있던 다른 두 개의 가죽 주머니를 그 자리에 떨어트리고 말았다.

그 장면을 본 모든 사람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비슷한 마음이었다.


'저 머저리같은 놈.'

'신이시여. 오늘이 제가 죽는 날일까요?'

"이 미친 놈아 우릴 죽일 셈이야!"


속으로 집어삼킨 율레와 치료사에 비해 넷은 세슈람에게 욕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일.

탓한다고 한들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넷은 세슈람을 율레에게 날려보냈고 서둘러 침묵 마법을 최대한 넓게 펼쳤다.


그와 동시에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대폭발이 일어났다.

넷은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건... 못 막아.'


콰과과과광


꽤 넓은 정원을 흔적도 없이 집어삼킨 폭발은 빠르게 주변을 파괴하였고 순식간에 넷의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죽는구나... 용을 죽이기는 커녕, 마법사 몇 명도 못 이기고. 이 빌어먹을 가문 재건 좀 시켜보겠다고 지금껏 난리를 피운 것이 다 헛짓이 되다니. 생각해보니까 저 용똥같은 놈은 정말이지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 순간이 없네. 아니 잠깐. 근데 왜 아직까지 안죽은거지? 이제 슬슬 뜨겁고 막 그래야 하는거 아닌가?'


제 생각보다 폭발이 제 몸을 덮치는게 늦는다 생각한 넷이 슬쩍 눈을 떴다.

놀랍게도 세상이 멈춰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래."

'안녕! ◼︎아.'

"악! 깜짝아!"


어떻게 된 것인지 주변을 살피던 넷의 머릿속으로 누군가 말을 걸었다.

잡음이 낀듯한 목소리.

그녀는 이 목소리를 어디서 들었는지 떠올릴 수 있었다.

괴상한 꿈 속에서 사람 형태를 한 빛덩어리가 넷을 부를때의 목소리와 꼭 같았다.


'◼︎아. 그 마법은 그렇게 재현하는 게 아니야. 잘 봐.'


목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그녀의 머릿속에 한 장면이 재생되었다.

운동 마법을 배우기 전까지 그녀가 주구장창 봤던 장면이었다.

스승님이 지팡이를 들어올리고 담담히 선포하니 주변의 모든 것이 침묵하듯 조용해진 그 장면 말이다.


다만 이전과 차이가 있다면 마치 길을 알려주듯 스승님의 동작 하나하나가, 의지 하나하나가 그녀의 머릿속에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앞서간 이가 남긴 발자국을 따라가듯이 머릿속에 남은 흔적을 따라 넷이 움직였다.


언어로 표현조차 할 수 없는 의지를 마치 제 의지인양 마음 속에 품을 수 있었다.

그 의지는 선명하다 못해 그 자체로 힘이 있는 듯 했다.

힘은 의지를 마법으로 치환하였고 치환된 마법은 빛의 결정을 이루었다.


"잠잠하라."


그녀의 말에 빛의 결정의 형태가 더욱 선명해졌다.

침묵 마법이 이루는 빛의 결정의 형태가 어떤 모습인지 넷은 지금 알았다.

빛의 결정들은 넷의 몸을 타고 지팡이로 이동해 곧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온 폭발에 가닿았고 그게 끝이었다.


"..."


모든 것이 침묵하였다.

작은 결정들은 당연하다는 듯 거대한 폭발을 흩어냈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주변이 조용해졌다.


"저게 무슨..."


이 광경을 지켜본 치료사의 입은 경악으로 벌어져 있었다.

넷 역시 자기가 재현한 마법에 놀라며 주저앉았다.

그녀가 재현한 침묵 마법은 이전과는 분명히 궤를 달리하고 있었다.

그 증거로 주변 곳곳에 남은 불씨나 물기 등등 마법으로 재현된 모든 것들이 사라져 있었다.


폭발의 여파인지 잠시 먹먹해졌던 귀가 차츰 다시 되돌아온 것을 느낀 세슈람은 그 자리에 마냥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은밀한 소리가 그의 귀에 들렸기 때문이다.


'아니. 이 놈들은 준비를 뭘 얼마나 했길래 이렇게 끝도 없이 들이대는 거야.'


정체불명의 습격자들의 집요함은 정말이지 징그러울 정도였다.

세슈람이 다음 습격을 대비하라고 외치려하는 순간.

사각지대에서 튀어나온 바람 칼날이 넷을 향해 날아들었다.


처음으로 눈치챈 세슈람이 먼저, 뒤늦게 율레까지 넷을 향해 몸을 날렸다.

다행히 세슈람이 제다카를 휘둘러 넷을 향해 날아드는 바람 칼날을 쳐낼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날아든 바람 칼날은 두 개였고 다른 하나는 제 목표의 목을 가르는 데에 성공했다.

율레가 제압해둔 습격자가 죽은 것이다.


분명 아무것도 없었던 어두운 곳에서 웬 검은 덩어리가 튀어나왔다.

성인 남성 크기 정도는 족히 될 검은 덩어리는 제압된 습격자가 죽은 것을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그들에게서 빠르게 멀어지기 시작했다.


"쫓지 마라!"


반사적으로 검은 덩어리를 따라 뛰던 세슈람과 넷을 향해 율레가 외쳤다.

검은 덩어리를 바라보는 율레의 눈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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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 네가 다치지 않았으면 해 +1 22.06.20 38 4 11쪽
30 30. 없었는데 있었습니다 +2 22.06.18 43 4 12쪽
29 29. 이것까지만 피우고 끊어야지 22.06.17 40 4 12쪽
28 28.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 남은 것은 +2 22.06.16 47 5 11쪽
27 27. 순간시력 검사 +2 22.06.15 45 5 11쪽
26 26. 일과 삶 그 균형의 수호자 +2 22.06.14 53 4 12쪽
25 25. 응어리는 물에 풀어 캔버스 위에 22.06.13 50 4 12쪽
» 24. 한걸음 한걸음 22.06.10 51 4 11쪽
23 23. 그 여자 치료사 그 남자 치안군 22.06.09 50 4 11쪽
22 22. 낮말도 밤말도 그가 듣습니다 22.06.08 50 5 11쪽
21 21. 서로 다가와 좁은 어깨라도 내주어 22.06.07 50 5 12쪽
20 20. 좋아하는 여자가 멸망이었던 건에 대하여 +2 22.06.06 65 7 11쪽
19 19.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22.06.03 47 5 11쪽
18 18. 치안군에는 빛나무가 많이 자랍니다 22.06.02 60 6 11쪽
17 17. 꿈에 22.06.01 56 6 11쪽
16 16. 꿩 대신 닭이라기에는 닭이 더 좋아 +1 22.05.31 63 7 12쪽
15 15.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에 사는 마법사 22.05.30 56 6 11쪽
14 14. 미친 여자의 미치광이 오빠 22.05.27 61 6 12쪽
13 13. 명문가 집착녀 22.05.26 63 7 11쪽
12 12. 진도가 너무 빨라요 +1 22.05.25 72 6 12쪽
11 11. 죽음의 숲에 가면 귀신이 이놈 한다 22.05.23 60 6 12쪽
10 10. 축하합니다 10단계를 달성하셨습니다 +1 22.05.23 65 7 12쪽
9 9. 가족은 건드는 게 아니다 22.05.20 78 8 12쪽
8 8. 아룡 죽이기 22.05.20 98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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