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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유 님의 서재입니다.

2와4사이월의 마법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은유
그림/삽화
표지 by 요나
작품등록일 :
2022.05.11 14:15
최근연재일 :
2024.05.04 22:09
연재수 :
246 회
조회수 :
11,084
추천수 :
684
글자수 :
1,309,674

작성
22.06.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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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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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23. 그 여자 치료사 그 남자 치안군

DUMMY

걸음을 옮기던 율레는 별대를 둘러싼 목책 앞에서 멈추고는 두 사람을 돌아봤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말하지. 너희들을 향해 마법을 쓰려는 낌새가 보인다면 곧바로 제다카를 겨눠라. 공격한다면 제다카로 응전해라. 혹 막기 어려운 마법이 날아온다면 어줍잖게 피할 생각을 하지 말고 제다카를 사용해라. 어지간한 방어 마법보다 효율이 좋으니."


그는 넷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말했다.


"절대로. 절대로 망설이지 마라. 망설이는 순간 죽는다."


역시 적이 많은 사람다운 조언이다.

생각해보면 그가 한 일을 생각하면 지금껏 살아남은 게 대단한 일 아닌가.

그의 비장하기까지 한 조언에 넷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럼 가지. 꼭 붙어서 따라와라."


12월 마을의 목책은 별대의 그것보다 훨씬 더 신경써서 세웠는지 더 두껍고 더 높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건 목책 전반에 걸쳐 형형색색의 낙서가 가득하다는 점이었다.

이를 낙서라고 하면 분명 오르디나들이 화를 내겠지만 넷이 보기에는 낙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마을의 입구를 지나니 마을 곳곳에 물감이 튀어 있었고 정체 모를 조각상이 나뒹굴고 있었다.

예술로 유명한 오르디나의 마을은 번잡했다.

그나마 속죄일이라 사람들이 거리에 없어서 그렇지 평소라면 온갖 악기 소리와 노래 소리로 더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말 없이 걷던 율레가 넓은 정원 한 가운데 화려하게 칠이 된 집 앞에 멈춰 섰다.

집 앞에는 율레 부대장과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여자 한 명이 서있었다.


'어?'


넷은 그녀를 본적이 있었다.

치안군 신입 교육 당시 기준과를 보고 기절했던 세슈람을 돌봐준 치료사였다.

특징이라면 젊은 치료사가 성격이 굉장히 더럽다는 것이었다.


"이제 막 산통이 시작했으니 밖에서 기다려. 아이가 나올거 같으면 말할테니까."




누가 봐도 그녀가 그들을 반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익숙한 대우인지 율레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주위를 주욱 둘러보았다.

멀찍이 떨어진 창문에서 느껴지던 따가운 시선들이 그의 시선을 받고 하나둘 사라졌다.


"들어가지."

"그렇지만 밖에서 기다리라고..."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부엌 식탁에는 산모가 누워있었고 그 옆으로 치료사가, 주위로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가 서성거리고 있었다.


"밖에서 기다리라는 말 못들었어?"

"들었다만 내가 그 말을 따를 필요는 없지."

"넌 대체..."


그녀가 한 마디 더 내지르려는 순간 산모로부터 신음을 흘러나왔다.


"쯧."


그녀가 얼른 지팡이를 집어들었다.

아래팔 정도의 길이로 평균보다 짧고 얇은 지팡이었다.

지팡이 끝에서 하얀 빛이 산모의 뱃속으로 흘러들어갔다.


산통이 멎었는지 산모의 표정이 한결 나아졌다.

그러나 치료사의 표정은 어둡게 내려앉아있었다.

율레도 상황을 대충 파악했는지 치료사에게 말을 걸었다.


"날을 넘기는 건 무리다. 지금이야 아직 여유가 있으니 버틸 수 있겠지만 속죄일이 지나려면 아직도 멀었다. 산모까지 죽이려는게 아니면 포기해라."


그는 아직 시작도 않은 아이의 생에 끝을 고하고 있었다.

무감정한 사형 선고에 안절부절하며 서성이던 남자가 무너져 내렸다.


"아...아아..."

"닥쳐!"


치료사의 한껏 곤두세운 목소리가 집안을 날카롭게 찢었다.


"지금부터 단 한 마디도 하지마. 내가 끝났다고 하기 전까지 한 마디라도 더 해 봐. 그 주둥이를 찢어 놓을 거니까."


얌전히 물러난 율레는 거실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치료사와 부부의 처절한 노력이 빛을 발하기라도 한 것일까?

한낮에 시작된 출산은 큰빛이 저물 때까지 이어졌다.


산모가 실신한 것도 벌써 수차례였으며 지팡이를 쥔 치료사의 손 역시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그녀가 산모에게 재현한 마법 횟수만 얼핏 계산해 봐도 한계를 넘긴지는 오래였다.

아직도 그녀가 쓰러지지 않은 것은 그녀의 초인과도 같은 정신력 때문이겠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한계였다.


"하아... 하아..."


상태가 안좋기는 세슈람 역시 마찬가지였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말 그대로 그의 상처를 헤집고 들쑤시는 장면이다.

그럼에도 그가 쓰러지지 않은 것은 그 역시 필사적이라는 뜻일 것이다.


이 안에서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오직 율레 부대장 뿐이었다.


"이제 그만해라."


산모가 다시 한 번 혼절했을 때였다.

율레 부대장은 '조금만 더.'라고 웅얼거리며 지팡이를 들어올리는 치료사의 손을 틀어막았다.


"저리... 비켜..."

"이미 산모의 생명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이다. 너 역시 더 무리하면 죽는다. 분노 때문에 판단력을 흐리지 마라."


그의 제지에도 치료사는 막무가내였다.

그녀가 말을 듣지 않자 이번에는 반쯤 폐인이 되어있는 남자에게 말했다.


"아내라도 살리고 싶다면 멈추게 해라. 아이에 아내까지, 다 잃을 셈인가?"

"..."


남자는 이미 오래 전에 말라버린 눈물을 훔치며 일어났다.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그는 치료사에게 다가갔다.

율레의 억센 손에도 버티던 치료사의 팔이 남자의 힘없는 손에 이끌려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제... 아내를. 아내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이후의 일은 금방 끝이 났다.

산모가 안된다며 애원하는 소리와 고통에 찬 비명이 번갈아 나기를 오래지 않아 집에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기가 나옴과 동시에 율레는 세슈람의 손에 쥐여있는 기준과를 바라봤다.

당연하게도 기준과는 빛을 잃지 않은 상태였다.


"치안군 2와4사이월의 율레. 오르디나 딜랄, 듀센 부부의 아기가 속죄일에 태어났음을 확인했다."

"치료사 뵈나 율레. 아이가... 속죄일에 태어났음을 공증합니다."


치료사가 품에 안은 아이를 율레 부대장에게 넘겼다.


"아이는 트리아트 셋, 저주받은 마법사의 죄를 짊어진 채 속죄제로 드려질 것이다."


율레 부대장이 절차대로 아이를 넘겨받은 순간이었다.


"아!"


멀찍이 서있던 세슈람의 입에서 외마디 비명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콰과광


집 한쪽이 무너지며 폭발이 일어났다.


"아하하!"


검은 연기 너머로 경박한 웃음 소리와 함께 남자가 걸어들어왔다.

한 손에 묵직한 주머니를 들고 있는 그는 웃음소리만 들어도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쉽사리 알 수 있었다.


"죽었니? 죽었어?"


기절해있던 산모와 그녀를 부둥켜 안고 있던 남편은 갑작스런 폭발에 벽에 틀어박혀 정신을 잃었고.

율레 부대장은 폭발이 이는 순간 치료사와 아기를 끌어 안아 두 사람을 지켰으나 날아온 파편이 어깨에 박히고 말았다.


"콜록. 콜록. 이게 무슨..."


아직 상황 파악도 채 하지 못한 치료사에게 율레는 서둘러 아기를 안겼다.


"어서 방어막을 펼쳐라."

"뭐가 어떻게 된..."

"잔말 말고!"

"거기구나!"


정확히 율레가 있는 곳을 향한 남자의 손 끝으로 무언가 바스라지며 불길한 빛을 냈고.

곧 울룩불룩 거리는 붉은 구체가 율레를 향해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한계에 다다른 치료사가 방어막을 만들어내지 못하자 율레는 곧바로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해 제다카를 겨누었다.


쒜에에엑


검은 연기를 가르며 정의의 숨결이 폭발 마법을 꿰뚫었다.


퍼버벙!


제다카는 폭발 마법을 요격하고도 힘을 잃지 않고 그대로 남자의 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끄아아악! 아하하! 아파! 아악! 하하하..."

"넷! 세슈람! 대답해라!"

"네... 네!"


멀찍이서 넷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운이 좋게도 폭발 범위에서 벗어나 있었기에 넷과 세슈람은 멀쩡했다.


"시야부터 확보해라!"


넷이 서둘러 만들어낸 바람이 연기를 걷어냈다.

연기가 걷히고 드러난 남자의 상태는 척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눈은 초점을 잃고 반쯤 뒤집어져 계속 웃고 있었다.

그는 한 손에 매달린 묵직한 가죽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고 있었다.


"미친...!"


그가 꺼내든 것을 보고 세슈람이 경악했다.

넷 역시 익히 알고 있는 것이었다.


마법을 각인한 보석, 줄여서 마법석이라 불리는 것은 흔히 굉장히 값비싼 고급품이며 일반인에게 판매되는 물건이다.

하지만 저급 보석에 고위력의 마법을 각인한 마법석은 달랐다.

전쟁터에서 위기 시에 쓸 수 있도록 제공하는 군용 마법석이었다.

가죽 주머니에는 그 중에도 폭발 마법이 담겨있는 저급 루비가 무더기로 담겨있었다.


그걸 저 미친 사람이 어떻게 가지고 있는가는 나중 문제였다.

이미 그의 손 끝에서 또 다른 마법석이 바스라지며 시뻘건 구체를 만들어낸 상태였기 때문이다.


"아하하! 죽... 죽어버려!"


그는 이번에는 넷과 세슈람을 향해서 폭발 마법을 날렸다.

세슈람과 넷은 침착하게 제다카를 들어올렸다.


모르고 당하는 마법이라면 몰라도 눈에 보인다면 제다카를 들고 있는 그들이 당할 이유가 없었다.

넷과 세슈람이 구체를 요격해 없앴고 율레가 쏘아낸 제다카가 남자의 팔 다리를 차례차례 꿰뚫었다.


"아하..! 하아... 아파... 죽어. 하하하."


미친 남자가 바닥에 쓰러지며 가죽 주머니를 놓쳤다.

주머니에서 저급 루비가 우르르 쏟아졌다.


"넷! 세슈람과 이리로 넘어와라!"


율레의 부름에 넷과 세슈람은 신속히 율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때 세슈람의 귀로 이제껏 들었던 불길한 소리가 또 다시 잡혔다.

장소는 위.

문제가 있다면 이번에는 그 수가 꽤 많은 것 같다는 것이었다.


"넷! 위야!"

"뭐?"

"위를 막으라고!"


세슈람의 다급한 표정에 넷은 곧바로 침묵 마법을 재현해 위를 막았다.

그와 동시에.


퍼버버벙!

콰과광!


천장이 터져나가며 시뻘건 불길이 그들을 덮쳐왔다.

그러나 불길은 넷이 펼친 침묵 마법에 맞닿으며 사라졌다.

폭발에 날리는 파편들 중 위협적인 것은 넷이 운동 마법을 이용해 쳐낼 수 있는데까지 쳐낸 덕분에 다행히 집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무사할 수 있었다.


폭발이 가라앉고 위에 남은 것은 파란 하늘뿐이었다.


무너진 벽 뒤로 빼꼼하고 누군가 얼굴을 내밀었다.

바닥에서 웃으며 괴로워하는 미친 남자와 비슷하게 눈동자가 풀린 여자였다.

그 반대편 벽에는 또 다른 남자가 침을 헤벌쭉 흘리며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 죽으셨네요? 이러면 안되는데."

"죽이랬다. 죽이자..."


미친 여자와 침 흘리는 남자는 주섬주섬 가죽 주머니에서 미친 남자가 들고 있던 것과 꼭 같은 저급 루비를 무더기로 꺼내 집 안의 사람들을 향해 겨누었다.

바닥에서 비명을 질러대는 미친 남자도 더듬거리며 가죽 주머니를 찾고 있었다.


키이이잉.


순간 붉은 빛을 내며 날아간 정의의 숨결이 바닥에 누워있던 미친 남자의 가슴을 꿰뚫었다.

율레였다.


"가만히 죽을 셈이냐! 세슈람 응전해라!"


세슈람이 뒤늦게 제다카를 겨눴지만 이미 앞뒤에서 폭발 마법이 날아오는 중이었다.

수십 개의 붉은 구체가 그들을 향해 차례대로 날아들고 있었다.


"진짜 용같네!"


넷이 전력으로 침묵 마법을 주위로 펼쳐냈다.

붉은 구체가 연쇄적으로 터져 나가며 굉음과 함께 폭발이 그들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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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 손은 지팡이보다 빠르다 22.06.28 38 3 12쪽
36 36. 젊은 우리 나이테는 잘 보이지 않고 22.06.27 4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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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 막대한 부를 과시해 버렸지 뭐야 22.06.22 37 3 11쪽
32 32. 왔노라 보았노라 받았노라 +1 22.06.21 56 4 11쪽
31 31. 네가 다치지 않았으면 해 +1 22.06.20 38 4 11쪽
30 30. 없었는데 있었습니다 +2 22.06.18 42 4 12쪽
29 29. 이것까지만 피우고 끊어야지 22.06.17 40 4 12쪽
28 28.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 남은 것은 +2 22.06.16 47 5 11쪽
27 27. 순간시력 검사 +2 22.06.15 45 5 11쪽
26 26. 일과 삶 그 균형의 수호자 +2 22.06.14 53 4 12쪽
25 25. 응어리는 물에 풀어 캔버스 위에 22.06.13 50 4 12쪽
24 24. 한걸음 한걸음 22.06.10 50 4 11쪽
» 23. 그 여자 치료사 그 남자 치안군 22.06.09 50 4 11쪽
22 22. 낮말도 밤말도 그가 듣습니다 22.06.08 50 5 11쪽
21 21. 서로 다가와 좁은 어깨라도 내주어 22.06.07 50 5 12쪽
20 20. 좋아하는 여자가 멸망이었던 건에 대하여 +2 22.06.06 65 7 11쪽
19 19.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22.06.03 47 5 11쪽
18 18. 치안군에는 빛나무가 많이 자랍니다 22.06.02 60 6 11쪽
17 17. 꿈에 22.06.01 56 6 11쪽
16 16. 꿩 대신 닭이라기에는 닭이 더 좋아 +1 22.05.31 63 7 12쪽
15 15.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에 사는 마법사 22.05.30 56 6 11쪽
14 14. 미친 여자의 미치광이 오빠 22.05.27 61 6 12쪽
13 13. 명문가 집착녀 22.05.26 63 7 11쪽
12 12. 진도가 너무 빨라요 +1 22.05.25 72 6 12쪽
11 11. 죽음의 숲에 가면 귀신이 이놈 한다 22.05.23 60 6 12쪽
10 10. 축하합니다 10단계를 달성하셨습니다 +1 22.05.23 65 7 12쪽
9 9. 가족은 건드는 게 아니다 22.05.20 78 8 12쪽
8 8. 아룡 죽이기 22.05.20 97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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