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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월 님의 서재입니다.

1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건보
작품등록일 :
2020.11.24 15:24
최근연재일 :
2022.09.20 19:45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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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51,055

작성
20.12.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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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0화

DUMMY

10.


“부단장님 일어나십쇼! 부단장님!”


빛이 들지 않는 골목길 사이.

배에 구멍이 뚫리고 피 칠갑을 한 채 정신을 잃은 유리를 누군가가 조심스레 받치고 있었다.

구름이 걷히고 드러난 달빛에 그자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라이라였다.


‘제발, 제발.’


그녀는 이미 숨이 멎고 생명이 꺼졌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애타게 불렀다.

신이라는 존재를 믿지 않는 그녀였지만 이번만큼은 그 존재를 향해 외쳤다.


‘신이 있다면 제발 이 사람을 살려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그 외침이 신이라는 존재에게 닿을 리는 만무할 뿐.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유리를 붙들고 있는 것밖에 없었다.


“이대로 죽으시면 안 됩니다. 제발 일어나 주십쇼. 제발, 유리, 제발···.”


그때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유리의 손이 거짓말처럼 움직이며 라이라의 눈물을 훔쳤다.


“예쁜 얼굴 다 망가질라.”

“어···?”


죽음을 확인했던 라이라는 그가 움직이고 말을 하자 자신도 모르게 받치고 있던 팔에 힘을 풀어버렸다.

덕분에 유리는 바닥에 등을 부딪쳤다.

생각지도 못한 충격에 잠시 고통 섞인 신음을 냈지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로 살아났구나.’


유리의 몸은 피와 흙먼지로 더럽혀지고 옷의 앞뒤로 구멍만 뚫려 있을 뿐.

배에 나 있던 상처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유리는 자신의 배를 조심히 문질렀다.

팔도 움직여보고 목도 풀어보고 제자리에서 뛰어보기도 하고.

마나도 일으켜보았다.


“아니, 어떻게···. 숨소리도 들리지 않고 맥박도 뛰지 않았는데···.”


멀쩡히 움직이는 유리의 모습에 라이라는 말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


“라이라, 어떻게 된 상황인지 설명 좀 해줄래.”

“어, 어? 어···.”


유리는 몸을 숙여 그녀와 눈을 맞췄다.


“일단 심호흡부터 해.”


그의 눈빛에 라이라는 깊게 심호흡을 했다.

몇 번 반복하자 어느 정도 진정이 된 건지 조심히 입을 열었다.


“총 단장님의 명으로 2주 전부터 너를 따라가고 있었어.”

“그건 알고 있었어. 아무래도 출신이 출신이다 보니 감시하려 하신 거겠지. 그래서?”

“알고 있었구나. 어쨌든 오늘도 너를 감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네가 사라졌어. 그래서 이곳에서 마나로 감각을 넓혀 너를 찾고 있는데···.”


라이라는 하던 말을 멈췄다.

아마 유리가 적들과 전투를 치르고 상처를 입어 쓰러져있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괜찮으니까 계속 말해.”


라이라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대화를 이어갔다.


“네가 배에 구멍이 뚫린 채 죽어있었어.”

“너는 들키면 안 되겠다 싶어서 이곳으로 숨은 거고?”

“맞아.”

“시간은?”

“발견한 지 1분도 지나지 않았어. 이젠 내 질문에도 답해줘. 어떻게 살아난 거야?”

“그전에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었어?”


라이라는 고개를 저었다.


“알겠어. 일단 장소부터 옮기고 얘기하자. 일어날 수 있지?”

“어.”


둘은 핏자국을 지우고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라이라의 집에 도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부단장님, 이제 어떻게 된 건지 말해줬으면 합니다만.”


라이라는 다시 부단장이라는 직책과 함께 존댓말을 하기 시작했다.


“유리라고 해도 상관없는데.”

“얘기나 해주시죠.”

“일단 앉자. 설명해줄게.”


유리가 의자에 앉자 라이라도 맞은편에 앉았다.

유리는 자신이 겪은 그리고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자세하게 풀어나갔다.

자신이 조우한 적들, 죽음, 신들과의 만남과 부탁까지.


“부단장님, 이란 말씀을 드리기는 그렇지만 혹시 그것을 저보고 믿으라고 하는 말씀입니까?”


라이라는 단순히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그가 꾸미는 말이라고만 생각했다.


“믿을 수 없단 얘기라는 건 알아. 하지만 나는 그때 분명히 죽었지만, 지금은 살아있어. 너와 얘기하고 있는 나를 보면 믿지 않을 수는 없는 거잖아. 하물며 그들이 신이 아닐지라도 특수한 힘이 작용했다는 것은 알 수 있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라이라의 입에서는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 사람이 죽었다 살아난 뒤 정신에 문제가 생겨 미쳐버렸다고도 생각할 수 없었다.


‘너무 정순해. 게다가 눈에는 총기도 있어.’


2주라는 시간 동안 그의 상태는 당장 정신이 나간다고 하여도 이상한 상황이 아니었다.

분명 터무니없는 말과 일이었지만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일단 알겠습니다.”

“믿는 거야?”

“믿기도 안 믿기도 힘든 이야깁니다. 차라리 신경을 쓰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게 낫다고 생각할 뿐이죠. 그래서 그 신들의 부탁이란 것은 뭡니까?”


***


유리와 얀은 수많은 실뭉치가 빛을 내며 둥둥 떠다니는 공간에 나타났다.

얀이 손가락을 튕기자 2개의 의자가 공간의 가운데에 나타났다.


“일단 앉자.”

“예.”


두 사람은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일단 우리가 말한 부탁이라는 것은 들어서 알겠지만, 부활 주술을 막는 거야. 여기서 질문.”

“왜 직접 안 하시는 겁니까?”

“그 말이 나올 줄 알았지.”


얀의 얼굴에는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우리는 방관주의자야. 오해하지 말았으면 해. 방관밖에 할 수 없는 거니까. 기껏 해봤자 사제들에게 기적을 일으킬 힘을 주거나 꿈속에 나타나 계시를 내려주는 거? 그게 최선이야. 그럼 다음 질문.”


유리는 곰곰이 생각했다.

하지만 머릿속만 복잡해질 뿐이었다.

아직 이 상황을 완전히 받아들이기도 힘들었을뿐더러 물어볼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닌지라 어떤 것부터 우선시해야 할지 정리를 할 수 없었다.


“하나하나 다 말해줄게. 일단 주술이 무엇인지부터.”

“생각도 읽으시는 겁니까?”


얀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먼저 주술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마법사와 사제에 대해서 말해줄게. 마법사는 마나를 이용해 기적을 행사하는 거야. 사제는 아까도 말했듯이 우리가 내려준 힘으로 기적을 행사하지.”


그는 말을 하다말고 손뼉을 마주치자 둘의 사이에 테이블과 물이 든 컵이 생겨났다.


“사제의 기적이라는 건 인과를 없애는 거야. 예를 들어 팔이 잘렸어. 하지만 그것의 과거를 없애면 팔이 잘렸다는 결과는 원인이 없으니까 없던 일이 되고 인과를 바로 잡기 위해 팔이 다시 생기겠지. 그런 원리야.”

“그래서 이것들이 왜 주술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겁니까?”


얀은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주술은 이 2가지를 합쳐놓은 거야. 다른 매개체를 이용해 생물, 물체, 장소의 인과에 손을 댐과 동시에 기적을 행사해. 자잘한 것들은 상관없어. 어떠한 현상을 조사한다든가 사람들을 물린다든가.”


유리는 머릿속에는 단테가 그림을 그려 사람들을 물리고 아이들의 시체에 했던 것이 떠올랐다.


“네가 생각하는 거 맞아. 그림 그리고 피. 그런 매개체들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그 정도면 우리가 신경을 쓰지 않아. 하지만 이 부활 주술은 달라.”

“어떻게 다른 겁니까?”

“세계의 법칙을 갈아엎거나 거스르는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그건 또 무슨 이야기입니까?”


얀은 텅 빈 물컵을 만지작거렸다.


“모든 것에 통달한 대마법사라 할지라도 불을 얼릴 수는 없어. 고위 사제라도 젊음이란 것을 줄 수는 없지. 무인이라도 신체를 튼튼하게 할 수 있지만 부러지거나 베이는 것을 피할 수 없어. 하지만 주술은 그게 가능해.”


얀의 설명으로 유리는 주술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활용 방법에 따라 찾아오는 위험성에 대해서도.


“이해가 빨라서 좋아.”


그가 머릿속을 읽는 것은 신경 쓰지 않고 유리는 입에 오르내리던 부활 주술에 관해 물었다.


“죽은 이의 영혼을 청년의 몸에 집어넣고 그 몸으로 사람을 죽이면 당연히 죽겠지. 그런데 이미 죽은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게 부활 주술이야.”


말을 하는 얀의 얼굴은 상당히 구겨져 있었다.


“이미 과거에 그런 일이 있어서 드래곤을 이용해 명맥만 유지해 놨는데 주술사 놈들이 숨겨놓은 걸 누가 찾았나 봐.”

“미리 계시라도 주실 수 있던 것 아닙니까?”


얀은 고개를 저었다.


“주술은 규모와 매개체가 거대할수록 상위의 존재에게 힘을 행사할 수 있어. 우리도 허상이 아니라 통할 수밖에 없고. 계시란 것도 두루뭉술하게밖에 전하질 못하니 힘든 부분이 많아. 애당초 우리의 힘을 막으면 아래를 내려다볼 수도 없으니 계시도 못 내리지.”

“신이란 존재들도 만능은 아니군요.”

“부정은 못 하겠네.”


간단히 웃음으로 넘기는 그의 설명을 들을수록 유리의 머릿속에는 의문이 가득 차올랐다.


“이 주술은 규모가 상당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하지만 그런 거대한 규모의 주술이라면 안 들킬 수가 없는 것 아닙니까?”

“이걸 봐봐.”


그 말을 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실뭉치들이 하나씩 사라지며 둘이 있던 장소가 푸르게 변했다.


“이곳은?”

“너희 수도의 하늘.”


하늘에서 내려다본 것이라 바로 알 수는 없었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니 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곳을 왜 보여주시는 겁니까?”

“황궁을 중심으로 펼쳐진 길들을 살펴봐. 골목길도 같이.”


얀의 말에 그림을 그리듯이 골목과 길을 이어가며 눈길을 옮겼다.

눈길을 옮길수록 마법이나 주술에 문외한인 유리조차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고 소름이 돋았다.


“도대체 이건.”

“그리고 이것도.”


유리는 황도 위로 푸른빛을 띠는 점들을 볼 수 있었다.


“제국에 배치된 마나등. 황도의 길과 마나등의 위치를 보면 알겠지만, 혼 자체가 이 주술을 위해 만들어진 거야. 물론 우리 눈을 가리는 주술도 섞여 있고.”

“정말입니까?”


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우리도 눈치를 뒤늦게 챌 수밖에 없었어. 드래곤으로 제국을 없애서 막을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럴 경우 비샤가 버티지를 못해.”


유리는 자신에게 살면서 겪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해준 능력을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그런 힘을 사용하는 자가 버티지 못한다는 것은 무슨 말입니까?”

“드래곤을 이용하면 주술을 막을 수는 있어. 하지만 그건 주술을 파괴하는 일이라 매개체라고 할 수 있는 영혼들도 같이 파괴되고 말아. 물론 제국도 불타면서 많은 이들이 죽고 그 영혼을 회수하겠지.”

“그 말은 결국.”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지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많이 죽겠지. 그 후 비샤가 오염된 영혼들을 파괴할 텐데 그 일은 그의 신위가 다치는 행위야. 이미 여러 번 했던 일이지만 그때마다 위험했었거든. 그래서 네가 필요한 거야. 인과를 거스르는 일을 막으려면 인과를 거스른 자가 막아야지.”

“제가 하는 게 드래곤과 다를 바가 있습니까?”


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살아나는 순간 너는 인과를 벗어난 존재가 돼. 그러면 주술로 인해 가려진 시야 속에서 너만은 볼 수가 있어. 그리고 네가 주술의 최심부에 털끝 하나라도 닿는 순간 나와 비샤의 개입이 가능해.”

“아까는 저희가 사는 세상에서 힘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때가 되면 알 수 있을 거야. 얘기하면 할수록 복잡해지고 너도 이해할 수 없을 테니까 여기까지만 하자.”


말을 많이 해서인지 얀은 숨을 한번 고르고 목을 가다듬었다.


“그럼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해 줄게. 몇 명 납치됐어?”

“기사와 아이 포함 21명이 납치됐습니다.”


얀의 입안에서 침음이 흘러나왔다.


“앞으로 납치는 일어나지 않을 거야. 그렇다고 상황이 좋은 건 아니야. 이미 주술은 반 이상은 완성됐어. 앞으로 4일에 한 번씩 아이들의 시체가 나타날 거고 2일 뒤에 시체들이 또 나타날 거야.”


유리는 자신의 눈으로 보았던 아이들을 떠올렸다.

자연스레 그 아이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날 자신의 딸도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쁜 생각은 거기서 멈춰.”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얀이 힘을 흘려보냈다.


“계속할게. 아이들의 시체는 나오겠지만 기사의 시체는 안 나와. 그건 살아날 영혼이 들어갈 그릇이거든. 그렇게 이달의 마지막 밤의 개기월식 때 달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을 받고 월식이 끝나는 순간 주술이 완성되며 완전히 부활해.”

“딱 한 달 남았군요.”

“맞아. 그 시간 안에 네가 주술에 가까워지지 못하면 드래곤을 이용해야 하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납치된 아이들과 기사의 피 그리고 시체에는 무슨 규칙이 있는 겁니까”

“땅에 음기를 씌우는 일이야. 주술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면 돼. 조사해도 별다른 건 찾지 못할 거야.”


얀은 자신의 설명을 듣고 곰곰이 생각을 하고 있던 유리에게 말했다.


“포기하고 싶어질 거야.”


그 말은 무시하고 유리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잠시만.”


하지만 얀이 말을 걸어와 떨어졌던 엉덩이를 다시 의자에 붙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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