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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월 님의 서재입니다.

1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건보
작품등록일 :
2020.11.24 15:24
최근연재일 :
2022.09.20 19:45
연재수 :
8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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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수 :
451,055

작성
20.11.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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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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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5화

DUMMY

5.


“제 검을 제국에 반납하고 기사단을 나가겠습니다.”


유리의 발언에 대화를 나누던 듀크만이 아니라 롬의 얼굴도 심각하게 굳었다.

둘의 머릿속에 갖가지 생각들이 지나가는 가운데 롬이 나지막이 말했다.


“내게 그에 대한 권한이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너에게는 잔인한 말이겠지만, 마리아를 언제 찾을지도 모르는데 그 기간 동안 독립 수사권을 주겠다고는 못하겠구나.”


지휘관의 입장에 있는 그에게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래도 이게 최선의 방법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채 대화를 이어갔다.


“너도 알다시피 현 제국의 분위기는 상당히 뒤숭숭하다. 오늘 사건으로 더욱 어수선해지겠지.”


유리의 얼굴이 일그러졌으나 무시하고 계속해서 이어갔다.


“심지어 납치범은 하나의 조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확인되었고. 어느 정도의 무력과 이를 보조하는 물건이나 마법까지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상황에 네가 자리를 비우는 것이 말이 된다고는 할 수 없겠지.”

“···알겠습니다, 총 단장님. 그럼 죄송한 말이지만.”

“2주다.”


유리의 말을 끊고 롬의 단호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검으로 가져가던 손이 멈추며 유리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현재의 심리상태로 네가 기사단을 이끌기에는 무리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수사를 한다 해도 방향이 한쪽으로 쏠리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너에게 언제까지일지 모를 독립 수사권을 줄 수도 없다. 그러니 2주다. 이게 우리의 최선이고 이후로는 현재의 수사에 착수해라.”

“감사합니다.”

“그리고 네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태이니 우리가 붙여주는 기사와 같이 행동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 대기하고 있어라.”


그것을 끝으로 롬과 듀크는 병실을 나섰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수사에만 전념할 수가 없게 됐군. 2단장, 자네는 어떻게 될 거라 생각하는가?”


생각하기를 잠시 듀크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받았다.


“최악의 경우에는 성격이 옛날처럼 돌아오는 것을 모자라 기사단을 나갈 거라 생각됩니다.”

“정말 최악이군.”

“예. 하필이면 그의 출신도 출신인지라 어떤 일을 저지를지 예상을 할 수도 없습니다.”


그 말에 잘 움직이던 롬의 발이 멈췄다.


“십여 년이 지난 일이라 머릿속에서 완전히 잊고 있었어.”


그리고 멈추기 전보다 훨씬 신속하게 움직였다.


“당장 라이라를 내 집무실로 데려오게.”


***


“혹시 부단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목적지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롬과 듀크가 보낸 기사가 유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하지만 돌아온 것이라고는 무시와 침묵뿐.

어떠한 질문을 던져도 대답을 해줄 것 같지 않기에 기사도 말없이 그의 뒤를 따라갔다.

도착한 곳은 쓰레기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는 좁고 그늘진 골목이었다.


“부단장님 이곳에는 왜, 컥!”


유리는 말없이 기사의 뒤로 이동하더니 빠르게 목을 감싸고 힘을 줬다.


“잠시만 기절해 있어라.”


고통에 몸부림치기를 잠시 기사는 정신을 잃고 몸을 축 늘어뜨렸다.

그런 그를 바닥에 내버려 둔 채 유리는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복잡한 골목길을 지나 밤의 새, 낮의 박쥐라는 간판이 걸린 술집으로 들어갔다.


“아무거나 한 잔 부탁해.”


바 테이블의 빈자리에 앉으며 컵을 닦고 있던 바텐더에게 말했다.

바텐더는 닦고 있던 컵에 어두운 주황빛이 감도는 술을 부어 내밀었다.

유리는 한 번에 들이키고는 컵을 거꾸로 세워 바텐더에게 건넸다.

컵을 돌려받은 바텐더는 종업원들과 눈빛을 주고받았다.


“오늘 영업 끝났으니까 빨리 다들 나가세요.


손님들은 취기가 오른 상태로 온갖 욕설과 함께 불평불만을 비췄다.

종업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의 등을 무심히 떠밀었다.

유리를 제외한 손님들이 빠져나가자 문을 열고 한 남자가 여유롭게 걸어 나왔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손님. 그동안 손님을 못 뵈어 이 밤의 새 낮의 박쥐의 점장, 저 길베르트는 몇 날 며칠을 눈물로 지새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익살스러운 미소와 함께 나타난 길베르트라는 남자는 가슴에 손을 얹고 고개를 숙였다.


“길베르트, 지랄은 거기까지 하고 얌전히 의뢰나 받아.”

“예.”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길베르트는 재빨리 자리에 앉았다.

입으로는 웃고 있는 것과 다르게 등에서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조용히 컵을 닦고 있던 바텐더는 둘에게 얼음이 담긴 술을 한 잔씩 내주었다.

길베르트는 요동치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자기 앞에 놓인 술을 허겁지겁 들이켰다.


“커흑!”


사례가 들리긴 했으나 오히려 그 덕에 진정할 수 있었다.


“크흠! 자, 그럼 대화를 해 볼까요. 오늘 저희에게 손님이 부탁하실 의뢰는 무엇입니까?”


유리는 술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길베르트의 귀에 박히도록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말했다.


“첫째, 지금 제국에서 날뛰고 있는 개 같은 놈들의 규모, 목적, 행방 그리고 정체. 둘째, 내 딸의 위치와 상태.”

“개 같은 놈이라 함은···?”

“몰라서 물어?”

“에이. 압니다, 알아요. 납치범 말씀하시는 것 아니 십니까.”


길베르트는 턱을 괴고 고민을 했다.

눈을 치켜뜨며 유리의 눈치를 살폈다.


“죄송하지만 손님, 이번 의뢰는 저희에게는 조금 버겁다고 생각합니다.”


길베르트의 말에 유리의 얼굴이 구겨졌다.


“왜지?”

“손님처럼 납치범을 찾아달라는 의뢰가 몇 번 들어오기는 했습니다. 그때마다 저희 인원들을 보냈으나 단 한 명도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조합원들의 신변이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없으니 의뢰를 받을 수 없다?”


길베르트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유리는 이마를 짚으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흘러나온 것은 위협적이고 오금을 저리게 만들 듯한 말들.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그렇게 믿고 싶었지만 뜻을 다르게 알고 있지 않은 이상 오해를 할 수가 없었다.

은연중에 유리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세와 중얼거림 속에서도 길베르트는 미소를 유지했다.

식은땀을 흘리고 다리를 떠는 와중에도 미소만은 어떻게든 유지했다.


‘아이, 진짜···. 제발 살려만 줘라!’


길베르트가 불안에 떨고 있는 사이 유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길베르트는 저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길베르트.”

“ㅇ···예!”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그는 움찔거리며 대답했다.


“네가 아직 이번 의뢰 비용을 못 들어서 그렇게 말하는 거겠지?”

“아닙니다, 손님. 저는 정말로 저희 조합원들의 안위가 걱정···.”


손사래를 치며 강하게 부정하는 길베르트를 바라보고 유리는 남은 술을 단번에 들이켰다.

그리고 빈 잔과 함께 테이블을 강하게 내려쳤다.

유리잔과 함께 테이블이 박살이 났다.


‘이거 비싼 건데!’


잠깐 잡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눈앞에서 일어난 광경에 길베르트는 하던 말을 멈추고 들어 올렸던 손을 가지런히 무릎에 올렸다.


“그렇습니다. 아직 의뢰 비용을 못 들어서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역시나 그렇겠지.”

“예.”

“그래. 수락만 한다면 내 전 재산을 주지.”

“그거는 괜찮은 조건입니다만 거절하면 어떻게 됩니까?”

“뒤지는 거 말고 더 있겠어.”


길베르트는 고개를 숙였다.

그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올리자 길베르트의 이마에 핏대가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씨팔. 몇 년 만에 찾아와서 친구한테 하는 말이 뭐!? 뒤지는 거 말고 더 있겠어? 네가 뒤져 이 개새끼야!!”


길베르트는 참지 못하고 품에서 호신용 단검을 꺼냈다.

그게 끝이었다.

그 이상의 행동은 하지 못했다.

품에 손을 넣었을 때부터 눈치를 챈 유리가 검 끝을 길베르트의 목을 향해 겨누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던 바텐더마저도 길베르트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더 해봐. 근데 못 죽이면 네가 죽는 것만 알아둬라.”


유리의 눈은 푸르게 빛나는 것뿐만이 아니라 짙은 살기도 담겨있었다.

호기롭게 검을 뽑은 것과 다르게 길베르트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살고 싶으면 검을 놔.”


가만히 눈치를 살피던 길베르트가 손에 힘을 풀었다.

그제야 유리도 자신의 검을 정리했고 바텐더는 길베르트의 팔에서 손을 뗐다.

길베르트는 힘없이 의자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개새끼···, 의뢰를 받아들이면 될 거 아냐···.”

“그렇게 해야지. 그리고 호칭은 손님.”


길베르트는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야. 우리가 남도 아니고.”

“남이야. 그때 이후로는.”


단호한 대답에 길베르트가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남이다, 남. 하···, 의뢰는 받아들일 테니까 2주 정도 뒤에 찾아와. 그러면 정리해서 넘겨줄게.”

“그럼 2주 뒤에 다시 찾아오지.”


유리가 그 말을 끝으로 돌아서 나가려 하자 길베르트가 그를 잡아 세웠다.


“그런데 말이야.”

“왜?”

“어떻게 안 거야?”

“뭘.”

“그냥 내가 의뢰 맡기 싫어했던 거.”


유리는 얼굴에 냉소를 띄었다.


“돈이 된다, 안된다를 떠나서 네 입에서 나온 남을 위해서라는 말을 나보고 믿으라고? 말이 안 되잖아.”


길베르트는 자신의 인성을 들먹이는 말에 그저 떨떠름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볼일이 다 끝난 것인지 유리가 몸을 돌려 가게를 나서려 했다.

무언가가 생각이 난 건지 길베르트는 유리를 불렀다.


“야! 테이블 수리비는!”


유리는 길베르트를 쳐다보지도 않고 가게를 빠져나갔다.

기절했던 기사를 깨우고 집이었던 곳으로 가 돈을 챙겨 나왔다.

그 돈으로 황도의 모든 정보 길드를 돌아다니며 의뢰를 넣었다.

밤이 되면 여관에서 눈을 붙이고 동이 트면 밖으로 나와 새로 들어온 정보가 있는지 돌아다녔다.

하지만.


“죄송합니다.”


들려오는 대답이라고는 전부 ‘죄송합니다’였다.

범행 장소에도 여러 번 찾아갔으나 발견된 것은 없었다.

나날이 커져 가는 불안감에 유리는 술에 손을 가져갔다.


“후···.”


그렇게 4일째.

유리는 어떠한 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사라진 시체도 발견되지 않았다.

4명의 아이가 더 납치되었다.


“마리아 어디에 있는 거니···.”


5일째 되는 날에도 유리는 여전히 정보 길드를 들락날락했다.

범행 장소에도 가봤다.

소득은 없었다.

또 다른 아이가 납치되었다는 소식만 접하게 되었다.


“부단장님. 술을 너무 많이 드십니다.”


6일째 되는 날.

자신을 걱정하는 듯한 기사의 말을 무시하며 또 정보 길드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거리의 중간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와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겁에 질린 표정, 공포가 가득 묻어 나오는 비명, 놀라서 주저앉아있는 사람들.

유리는 엄습해오는 불안감에 황급히 인파를 헤치고 지나갔다.

한 남자가 그런 유리의 어깨를 붙잡았다.


“거, 우리도 못 보고 있는데 밀지 좀 마쇼.”


불평을 내는 사내는 유리와 눈이 마주치자 식겁하는 소리와 함께 어깨에서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유리는 그를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진을 치고 있는 기사단과 마주했다.

유리와 눈이 마주친 기사는 재빨리 그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내줬다.

유리는 진 안으로 들어가 소란의 원인과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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