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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자가 강호에서 군림하는 법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3.01.08 06:42
최근연재일 :
2023.10.22 13:54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61,644
추천수 :
608
글자수 :
414,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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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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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화 기관장치

DUMMY

82화 기관장치



작은 밀실에서의 고민이 끝나고, 당이화는 바로 행동에 옮겼다. 그녀는 경공으로 갑자기 달아났다.


“얼씨구, 뭐야 저건.”


“갑자기 가벼워졌군. 아니, 그것도 아닌가. 원래대로 돌아온 것도 같고.”


좀 전까지 느껴지던 분위기와 언행. 그것을 맞대결한 이가 모를 리가 없었다.


“.....”


이화건도 짚이는 구석은 있었다. 흔적과 상황을 보아 싸움은 방금 전까지 벌어졌을 터. 그렇다면 그 동안 누군가 그녀와 싸웠을 터. 그것이 누구일까? 내 몸 안의 암륜지공? 아니 애초에 그것이 내공이기는 한 걸까? 만약 암륜지공이 아니라고 한다면.


상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이에도 시간은 지나갔다.


“넋 놓고 있지 마라. 쯧.”


“......이거 실례했군. 그래서? 보아하니 내분이 난 것 같은데.”


휘청.


당금화가 몸을 제대로 지탱하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자 마저 끝을 보자.”


휘청거리는 몸으로 용케 기수식을 취한 당금화가 말했다.


이화건은 비틀거리는 적을 상대하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그에 비해 자신의 육체는 걸어오는 사이에 몸이 상당히 괜찮아진 상태였다. 만전이라고는 못해도 충분히 싸울 여력이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 상태로 싸우자니 뭔가 껄끄러웠다.


“아직 만족을 못했나?”


‘어떡한다....’


당문의 지원이 필요한 만큼 여기서 괜히 죽여 봐야 긁어 부스럼이었다.


“아니 본녀는 만족했다.”


“....그렇다면 더 싸울 필요도 없을 텐데.”


“무인이 겨루는데 이유가 필요한가? 눈앞의 상대. 존재만으로 자극하는 상대가 있건만.”


“......”


“너 또한 무인이라고 하질 않았더냐.”


부정할 수 없었다.


“쯧.”


이화건이 짜증을 내며 검을 들었다.


“정말이지. 진절머리 나는군. 당문이라는 곳은.”


“하하하하. 미안하군. 하지만 어쩌겠느냐. 너 같은 놈을 만난 것은 처음이거늘.”


“약속은?”


이화건이 전에 했던 이야기를 혹시나 싶어 물었다.


“약속? 아아. 아무리 그래도 당문의 가주로서 내뱉은 얘기가 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 약속한 바는 다 이행할 것이니. 설사 내가 여기서 죽는다 해도 말이다.”


“......그거 참 다행이군.”


이화건이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그것을 믿지 않는다는 것으로 받아들인 것인지, 당금화가 눈썹을 찡그렸다.


“쯧. 그렇게 나오면 재미가 없지. 어이. 거기에 있는 놈들.”


그녀가 돌연 누군가를 불렀다. 그녀의 말이 끝나마자 인기척이 느껴졌다.


“굉장하군. 지금 상태로도 은신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거요?”


구석에 숨어있던 이는 양제도와 당문의 여무사였다.


“딱히 은신이 서툴렀던 건 아냐. 그저 감이었을 뿐이니까.”


“하.....기감도 아니고 감이라니...가주가 과연 사람인지 의심이 되는구려.”


“쓸데없는 이야기는 그만두지. 양제도, 공증인이 되어라.”


“공증인이라....꼭 지금 싸워야만 하겠소?”


“지금 본녀더러 내뱉은 말을 삼키라고 하는 것이냐?”


다 죽어가는 것처럼 보였던 몸에서 가공할 기세가 피어올랐다.


“츱.”


양제도가 쓴입을 다셨다.


“알겠소.”


마지못해 승낙을 들은 당금화가 몸을 돌려 이화건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퍼억!


양제도가 한순간에 당금화의 목덜미를 점혈했다.


“너.....너어어...”


털썩.


쓰러지는 당금화를 양제도가 안아들더니 옆의 여무사에게 넘겼다. 여무사는 정중하게 가주를 업었다.


“.....이거야 원. 흑도라서 그런가. 뒤치기가 일상인군.”

이화건도 나름 놀란 상태였다. 연달아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착각하지 마라. 그저 가주가 승부를 낼만한 상태가 아니었기에 만류하고자 한 일일뿐이니 말이다.”


“......”


“감으로 은신술까지 간파한다는 것은 놀랍긴 하다만.....반대로 말하자면 그만큼 기감이 떨어져 있다고도 말할 수 있지. 네놈도 그런 상대와 싸우고 싶지는 않을 텐데.”


“......그야 뭐...”


이화건으로서도 딱히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이화건이 말을 하는 도중에 양제도와 여무사가 움직였다.


“뭐야.”


“지금은 떠들 여유가 없어..”


어느새 긴 통로로 올라가기 시작한 양제도를 잠시 지켜보던 이화건이 그의 뒤를 뒤따랐다.


“.....쯧. 뭐가 뭔지. 다 좋은데 수감자들이나 풀어줘야 할 것 아냐.”


“그럴 때가 아니다.”


“뭐?”


“감이 좋지 않아. 대놓고 반기를 든 이가 순순히 물러간다는 건 좋지 않거든.”


“쥐새끼처럼 도망갔을 수도 있지.”


“그래.....그랬으면 좋겠다만. 안타깝게도 당이화, 그녀는 그럴만한 인물이 아니지. 당문을 자신의 아래에 두고자 했던 것은 그녀의 오랜 꿈이었지. 그런 그녀가 단순히 몇 명의 고수를 섭외한 걸로 이런 일을 벌일 리가 없지. 분명 뭔가가 있다.”


“......”


“네놈도 도와라.”


“뭐? 뭔 개-”


“자칫하면 여기 있는 이들이 모두 죽을지도 몰라. 그건 네놈이나 수감자들도 마찬가지지.”


“그년이 그런 짓까지 벌인다고?”


“......당가는 뼈 속까지 강자를 추종하는 습성이 새겨져있지. 그런 이들이 가주를 팔아먹은 이에게 충성을 맹세하겠나? 그도 아니면 그 자를 받아들이지 않고 축출하겠나.”


“그래서 여기 모인 이들을 다 죽이기라도 한다고?”


“......빗나간 원망과 야심이 썩을 대로 썩어버린다면 가능한 일이지.”


“정말이지, 흑도는 미친 세계군.”


이화건이 쫓아가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킥. 네 녀석. 지옥을 몇 번 쯤 다녀온 듯 했는데, 역시 아직 애송이군. 그도 아니면 너무 물렁한 곳만을 헤쳐 나왔나?”


“웃기는 소리는 집어 치워.”


딱히 양제도에게 그럴만한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전생의 나이까지 헤아리면 나이차가 그렇게 나지도 않을 테니까. 아니, 생각해보니까 전생의 내가 언제 죽었었지?


꼬리를 무는 생각에 빠져든 이화건의 귀에 양제도의 말이 들려왔다.


“선과 악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느니라. 가주도 말했을 텐데. 지금 여기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비단 흑도에서만 일어날 법한 일이 아니다. 백도든, 이름 있는 가문이든, 그것이 혹 황실이든.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지. 네놈처럼 좋은 환경에서 지낸 놈들의 눈에는 결코 보이지 않는 일들이 세상에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지.”


“......”


이화건은 반박할 말이 없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남육화 그녀의 집안도 형제끼리 피를 피로 씻는 혈육다툼을 벌이지 않았던가.


이화건을 입을 다물고 얼마 되지 않아 양제도가 발을 멈추었다.


“뭐야.”


“갈림길이다.”


“어디로 가야 하는데.”


양제도는 답하지 않고 여 무사를 쳐다보았다.


“여기서부터 위쪽은 탈출하는 길이 없을 겁니다. 그보다.....이 아래로 난 길은 저도... 모르는 길입니다. 아마 몰래 만들어 놓은 기관인 듯 합니다만...”


“십중팔구 함정이겠지.”


양제도는 확신했다.


“......”

“이런 기관을 만들어놓을 정도라면 하루 이틀 일이 아닐 테고, 적어도 쫓아오는 이들을 막아 세울 수는 있도록 해놓았겠지.”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네놈이 좀 나서줘야겠다.”


“하?”


황당한 이야기였다. 상황에 떠밀려 같이 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자신이 나서야 될 이유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


“사양하겠어. 네놈들 사정으로 어디까지 휘둘려야-.”


“네놈이 여기까지 온 이유는 지인의 치료를 위해서라지?”


자신의 사정을 꿰뚫는 말이 이화건의 귀를 때렸다.


“.....”


“이미 정무련에서 나온 지 두 달이 지났다. 독기는 무인에게 그다지 좋지 않지. 특히나 만성적으로 몸을 좀먹을 수도 있다는 점이 무섭다만. 내 약속하지. 최고의 치료와 그것을 실행할 의원까지.”


“......네놈이 지금 하는 건 약속이 아니라 협박이라고 하는 거다. 빌어먹을 늙은이.”


“칭찬 고맙군.”


양제도가 능구렁이 같은 웃음을 지었다.



***


쉬이익.


통로를 지나던 도중 누군가의 목숨을 끊기에 충분한 위력이 담긴 암기가 날아들었다.


암기의 궤적 끝에 존재하는 건 목과 단전이었다. 단순한 동시 공격이 아니라 서로 다른 방향에서 시간차를 두고 날아오는 것은 그저 우연히 아니었다. 무인의 본능적인 반응과 움직임을 계산해 절묘한 배합이었다.


어지간한 고수라도 몸 한 곳을 내주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이화건은 수월하게 막아냈다.


‘이상하군. 몸에서 알 수 없는 힘이 감도는 것뿐만이 아니군.’


이화건이 느낀 대로 몸에서 힘이 넘쳐날 뿐만 아니라 반응과 내기의 속도까지 전혀 딴판이었다. 분명 일어났을 때만 해도 온 몸이 부상을 입은 것처럼 아파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몸이 거의 다 회복이 되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몸과 생각이 따로 놀던 기묘한 위화감이 사라졌다고 해야 하나. 마치 정신을 흐리게 하고 있던 안개가 걷힌 듯한 느낌에 묘한 감흥까지 느껴졌다.


지금 이화건은 기관장치를 통해 자신의 몸을 점검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날카롭고 몸의 움직임은 더할 나위 없이 빠르고 정확했다.


그런 자신의 힘에 취해 감흥이 일어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술에 취한 기분이랄까.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


그도 그럴 까닭이 아래로 향하는 통로를 지나치면서 스무 개가 넘는 기관장치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어느 것 하나 이화건의 몸을 건드리는 것조차 성공하지 못했다.


그저 날아오는 암기를 하나하나 쳐냈을 뿐이었지만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주는 몸과 정신에 취해버린 것이다.


“......대단하군.”


그 모습은 뒤에서 따라오던 양제도가 감탄할 정도였다. 자신이 나아간다고 해도 저렇게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봐도 그는 자신이 없었다. 분명 어디 한군데는 내어줬을 터.


‘저 녀석이 다시 일어난 것부터가 기이한 일이지. 분명 인세에서 보기 드문, 아니 두 번 다시 보기 힘든 무언가가 저 녀석에게 일어났어.’


그렇게 나아가던 도중 통로의 크기가 줄어드는 구간에 접어들었다.


“좁아지는군. 설마 압사 시키려는 기관장치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


양제도가 노파심에 중얼거렸다.


짝짝.


그 순간 손뼉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통로가 좁아지는 길목에서 누군가가 걸어왔다.


“설마하니 이렇게 빨리 내려올 줄은 몰랐군. 나름대로 공들여서 만들어놓은 곳인데 말이야. 츱.”


“뭐야 넌.”


꿈틀.


훤칠한 중년인의 이마가 씰룩였다.


“무한에서의 일을 듣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천둥벌거숭이구나.”


“무한?”


“쯧. 네놈 때문에 입은 교의 피해가 얼마나 큰지 아느냐. 내 친히 네놈을 벌하러 왔느니라.”


“x랄.”


갑작스레 나타난 괴인에 대한 이화건의 반응은 단호했다.


“.......후우. 좋다.”


괴인이 시뻘겋게 된 얼굴을 식히며 화를 다스렸다.


“네 놈이 잠시 후에도 그 주둥아리를 놀릴 수 있는지 두고 보겠다.”


“x랄.”


찌지직.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노호성이 터져 나왔다.


“네놈이 감히!!!”


동시에 살기는 물론 무형지기까지 흘러 나왔다. 이내 무형지기가 공간을 잠식하며 이화건과 그 일행을 따갑게 찔렀다.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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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화 기관장치 23.10.22 76 1 11쪽
81 81화 호사다마 23.10.19 66 1 11쪽
80 80화 용호상박 23.10.14 69 0 11쪽
79 79화 환골탈태 23.10.10 9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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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4화 당문의 가주 -1- 23.10.02 138 2 12쪽
73 73화 마음속 풍경의 차이 23.10.01 130 2 12쪽
72 72화 뇌옥대전 -9- 23.09.30 13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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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70화 뇌옥대전 -7- 23.09.24 114 2 11쪽
69 69화 뇌옥대전 -6- 23.09.21 108 2 11쪽
68 68화 뇌옥대전 -5- 23.09.19 131 3 14쪽
67 67화 뇌옥대전 -4- 23.09.14 130 2 11쪽
66 66화 뇌옥대전 -3- 23.09.10 141 1 12쪽
65 65화 뇌옥대전 -2- 23.09.04 146 0 12쪽
64 64화 뇌옥대전 -1- 23.08.15 173 0 11쪽
63 63화 이명(耳鳴) 23.08.04 173 1 11쪽
62 62화 고독(蠱毒) 23.07.25 177 2 12쪽
61 61화 요구 23.07.18 178 1 12쪽
60 60화 서광(西狂) 23.07.15 214 1 12쪽
59 59화 내당주 23.07.12 242 2 11쪽
58 58화 항위동(降僞洞) 23.07.10 245 2 12쪽
57 57화 음공 23.07.05 24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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