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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자가 강호에서 군림하는 법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3.01.08 06:42
최근연재일 :
2023.10.2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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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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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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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8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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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화 뇌옥대전 -8-

DUMMY

71화 뇌옥대전 -8-



고독(蠱毒)이란 본디 주술에서 생겨난 것이다. 고(蠱)라는 벌레는 뱃속의 벌레이기도 했고, 누군가를 해치기 위한 저주나 혹은 독을 뜻하기도 했다.


누군가를 해한다. 사람의 원한이 얼마만큼 독하고 악랄할 수 있는지는 역사가 증명해왔다. 주술 또한 누군가의 원한과 접하면서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고독이 생겨난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일 터.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 환경 속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곤충 혹은 동물로서 타인을 해한다. 단순하게 보자면 그저 미물들로 하는 장난질로 보이겠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 악랄함이 생생하게 전해져 온다.


허나 그런 고독을 인간으로서 재현한 항위동은 실패였다. 벌레나 동물들과는 달리 이성이 있는 인간에게, 그것도 긍지와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무인들로 행하는 것은 무리였던 것이다.


항위동의 초기 시절, 강제적으로 수감자가 서로가 서로를 죽이게 만들게 하면 할수록 수감자들은 더욱 크게 반발을 하여 반란을 일으키기 일쑤였고, 여러 가지 완화된 환경을 만들면서 느슨해진 것이 현재의 항위동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고독의 실험장이었던 목적보다는 암천향이란 흑도 단체의 도박장이나 종마장으로서의 역할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고독으로서 철저히 실패한 항위동에서 딱 하나 예외가 존재한다면.


그것 다름아닌 곽독(郭禿)이었다.


운남성에서는 장래가 촉망되었던 인재였던 그였다. 중원과는 떨어진 오지라면 오지였기에 더없이 순수했으며, 성실했던 이였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이었을까?


그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혼탁한 세상의 일부분을, 인간의 악의를 여지없이 그대로 접한 결과 그는 말 그대로 정신이 나가 버렸다.


무인이 되어 마음의 힘 즉, 정력(定力)을 쌓아도 그것은 스스로가 대항할 마음이 있을 때나 소용이 있는 것이지,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포기한 이에게 정력은 있어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운남성에서 마주친 사파인들처럼 무언가의 목적이 있었다면 곽독의 충격은 그렇게 크지 않았을 것이다.


탐욕이 있고, 탐욕으로 인해 목적이 생겨나는 것이 세상사. 하지만 목적을 위해서, 그저 아무런 생각 없이 목적을 달성하려는 순수한 악의가 오히려 더없이 견딜 수 없었다.


그저 더욱 강한 후손을 만들기 위해서, 타인의 존엄과 자유를 벌레의 날개를 떼어버리듯이 짓밟을 수 있고, 그것을 자신이 당하고 있다는 것에 그는 견딜 수가 없었다.


곽독은 끊임없이 갈등했고, 종국에는 당가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악의가 아니라 순수함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미친 것이 세상인지, 그도 아니면 당가인지 알 수가 없다면 차라리....


‘놓아버리면 된다....다. 모든 것을.’


그렇게 모든 것을 놔버린 곽독은 그저 한 마리의 야수나 다름 없었다. 갈등을 버리고, 생각을 버리고, 말조차 버리고 자아는 그저 꼭꼭 숨겨놓으니 남은 것은 무공을 지닌 한 마리의 야수일 뿐.


“크륵. 크르르륵.”


“....”


“크아아아아악!!!”


광기 어린 목소리가 비무대를 가득 채운 것도 모자라 동굴의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



광기가 공간을 넘어 내 몸을 덮친다. 상대방이 이를 갈았다. 뿌드득 소리와 동시에 각종 경맥으로 기를 우겨 넣고 그대로 운용하는 것이 보였다.


말 그대로 목숨을 쥐어짜내고 있었다.


상대의 살의와 광기로 몸이 뻣뻣이 굳어져간다. 잡다한 생각을 치우고 감각을 첨예하게 일으켰다.

죽여야 한다. 내가 죽기 전에 먼저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싸움이고, 강호다.


“후우우.”


호흡을 내쉬며 내기를 조절했다. 암륜지공은 통상의 심범과는 달리 호흡으로 기를 돌라눈 것과는 인연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어쩔 수가 없다. 전생에도 그리했고, 후생에서도 그리 해왔으니. 몸에 익어버린 탓이다.


파파팟!


생각하는 잠깐의 순간에 상대의 공격이 날아든다. 날카로운 조법이 공기를 가르고 상박까지 갈랐다. 마치 갈고리와도 같은 공격 형태. 손으로 행해지기에 그 자유로움은 변화무쌍 그 자체였다. 쉴 새 없이 가해지는 변초와 허초의 압박은 잠시라도 방심하면 순식간에 치명상을 입고도 남을 것이다.


갈고리와는 달리 순식간에 변형을 하는 팔과 손의 조합은 방대하면서도 영활했다. 광기에 물든 상대가 이정도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움 그 자체다. 아니 오히려 광기에 물들고 광기에 몸을 맡겨 일체의 잡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일까?


무위(無爲) 그 자체였다. 몸의 이치를, 무공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하나하나 자연스레 연결된다. 미쳐버렸기에 가능한 경지일까?

빠르고 화려하며, 동시에 절제되고, 위험했다. 정파인 이상 금기시 되는 부분의 공격까지 하나하나 염두에 두고 복잡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무한한 변초가 하나의 체계아래에서.


정파인들의 무공이란 결국 어딘가 날카로움이 결여된 인상이 있고 실제로도 그러하다. 허나 지금 싸우고 있는 상대의 무공은 마치 칼집에서 뽑아든 진검. 그 자체였다.


진검을 목에 대고 있는 듯한 섬뜩함이 등줄기를 달린다. 하지만...


적어도 이대로 지진 않을 것이다. 이렇게 죽으려고 다시 살아난 것이 아니다. 움직여. 움직여. 공격, 공격이다.


이를 악물고 상대의 변초를 받아넘기며 허점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내기가 사지백해로 뻗어나간다. 충만함과는 거리가 멀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내기의 모체는 결국 암륜지공.


아무리 새로이 정리한 심법으로 정제했다고는 하나 근본은 결국 암륜지공이다. 내 투기에 호응에 금방이라도 내가 만들어둔 빗장을 열어버릴 것처럼 날뛴다.


영문도 알 수 없는 힘이지만.... 주체는 나다. 끌려가는 것은 더 이상 사양이다.

금방이라도 제어를 풀고 뛰쳐나올 듯한 암륜지공과의 줄다리기가 싸움을 행하는 와중에도 계속 이루어졌다. 내기란 결국 의지아래 움직이는 것에 불과하다.

시커먼 힘의 덩어리야. 나에게 다가와 내 의지 아래 굴종하라.


마치 전설의 양심공이나 분심공처럼 끊임없이 두 갈래로 나뉜 내기들을 다루며 천천히 상대를 압박해갔다.


암륜지공과의 줄다리기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쪽의 감정에는 호응하는 정도지만, 육체가 생사의 위기에 달했을 때는 아주 거침없이 날뛰는 힘.

생기와 사기처럼 대극을 이루고 끊임없이 부딪친다. 마치 이쪽이 죽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것처럼.


웃기지마!! 그래봐야 내 육체에 자리 잡은 힘일 뿐이다. 나의 의지아래 납작 엎드려라.


대극(大極).


내 의지와 암륜지공이 서로 팽팽히 마주 대하는 소강상태가 되자마자 내 정신은 온전히 싸움으로 녹아들어갔다.


상대의 변초들을 흘리고, 초식의 궤도를 이지러트리며 나아간다. 온갖 초식들을 봉쇄하고 이쪽에서부터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변초들을 억지로 전부 다 피해내기보다는 억지로 뚫고 가는 것이 상책일 때도 있는 법이다.


맞을 건 맞아가고, 피할 것은 피해가며, 위험한건 힘으로 쳐내가며 상대의 지근거리에 도달했다. 상대가 물러나기도 전에 상대 공격의 중심인 어깨에 통배권을 날렸다.


콰앙!!


상대의 오른쪽 어깨가 꿰뚫렸다.

내가 운용할 수 있는 암륜지공의 내기는 원래에 비해 조족지혈이다. 채 일할도 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언제 어떻게 쓰느냐다.


무방비한 상태에서 어깨가 꿰뚫리며 상대가 나가 떨어졌다.


“크악!!”


비명소리를 지르며 나가떨어진 상대가 바닥을 나뒹굴고 바로 일어나려 애썼다.


나는 호흡을 고르며 상대를 바라보았다. 내기가 바닥나고 억지로 끌어 쓰던 진원진기도 바닥난 것이 훤히 보였다. 암륜지공은 운용할 때면 천지의 기가 자연스레 보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봐. 내 말은 알아듣나?”


상대의 밑바닥이 훤히 드러났기에 더 이상의 싸움은 필요치 않다. 더군다나 성치 않은 상대로 보이기에 더욱 그랬다.


“크으으으....”


어깨를 부여잡고 입으로 피를 흘리는 상대가 신음했다.


“그만두지. 설사 말은 못 알아들어도 자신의 몸 상태는 알 것 아닌가. 더 싸우면 죽는다.”


짐승의 소리밖에 내지 못하는 미치광이랑 더 이상 싸우고 싶지는 않다 라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양 팔을 올리며 적의가 없다는 것을 상대에게 내보였다.


“크르르르....”


괴성만 울릴 뿐 싸우려는 기색이 없어 천천히 다가섰다.


“자.”


서로의 손이 맞닿을 곳까지 도달해 손을 내밀었다.


“크.....”


상대는 손을 올려다보며 고민했다. 나는 상대의 상태를 살폈다. 심하게 상한 어깨는 물론이고, 바닥을 보이는 경맥과 단전까지, 지금 바로 혼절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다.


터억.


상대가 손을 잡았다. 상대를 일으키려는 순간.


“크와아아아악!!”


일어서는 상대가 나를 물기 위해 입을 벌리며 돌진했다.


콰앙!


순간적인 반응이었다. 수년 수십 년 동안 쌓아온 경험이 저절로 몸을 움직였다. 내 권이 상대의 턱과 머리를 꿰뚫고 나서야.


아아. 반격했구나 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컥.”


외마디 비명과 함께 상대가 쓰러졌다. 턱과 머리, 즉 백회혈까지 곤죽을 내버린 이상 정신은 물론, 목숨까지 위험하리라.


“허....크.....”


“고.....”


상대가 무언가 말하기 위해 입을 벌렸다. 하지만 힘이 모질라 의미를 이루지 못하고 계속해서 끊어졌다.


“ㅗ.....고오...”


“그만....그만 말해도 좋소.”


어차피 오래가지 못할 상태로 보였기에 내 입에서 말이 저절로 튀어나갔다.


“끄어....거...”


“남기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거요?”


“끅어..헉...헉......고.....고....맙.....ㅅ....”


마지막 말을 내뱉기도 전에 그의 숨이 끊겼다. 가슴이 섬뜩했다. 아니, 아니다. 기분이 더러웠다. 이유도 없이 서로 죽고 죽이기. 정신이 온전치도 못한 이를 죽인 것이다. 상대를 죽인다고 해도 이런 식을 달갑지 않았다.


“비.........빌어먹을!!!”



***



“비.........빌어먹을!!!”


이화건의 외침이 비무대를 울렸다. 머리를 꿰뚫은 이화건의 일격 덕택에 곽독은 마지막의 마지막이 되어서야 광기에서 벗어나, 온전한 정신으로 죽은 것이다.


물론 그것이 그에게 좋은 일이었는가, 나쁜 일이었는가를 가늠키엔 지극히 어려운 일이겠지만, 적어도 그에겐 괜찮은 일이었으리라. 적어도 마지막엔 사람답게, 같은 피가 흐르는 사람의 곁에서 죽었기에.


그렇기에 그는 고맙다는 말을 내뱉은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 들이냐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지만, 적어도 당사자인 이화건은 달갑지 않았다.


허나 이화건의 심정이 좋건 나쁘건 일어난 현실은 엄연하다. 이화건의 상대는 죽었고 남은 싸움은 두 명, 단 두 명뿐이다.


그 두 명을 이기고 나서야 항위동을 책임지는 담당자인 당이화(唐二花)와 마주할 수 있다. 적어도 항위동을 빠져나간다는 동아줄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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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4화 당문의 가주 -1- 23.10.02 138 2 12쪽
73 73화 마음속 풍경의 차이 23.10.01 130 2 12쪽
72 72화 뇌옥대전 -9- 23.09.30 130 2 11쪽
» 71화 뇌옥대전 -8- 23.09.28 121 1 11쪽
70 70화 뇌옥대전 -7- 23.09.24 114 2 11쪽
69 69화 뇌옥대전 -6- 23.09.21 107 2 11쪽
68 68화 뇌옥대전 -5- 23.09.19 131 3 14쪽
67 67화 뇌옥대전 -4- 23.09.14 130 2 11쪽
66 66화 뇌옥대전 -3- 23.09.10 140 1 12쪽
65 65화 뇌옥대전 -2- 23.09.04 146 0 12쪽
64 64화 뇌옥대전 -1- 23.08.15 173 0 11쪽
63 63화 이명(耳鳴) 23.08.04 172 1 11쪽
62 62화 고독(蠱毒) 23.07.25 177 2 12쪽
61 61화 요구 23.07.18 177 1 12쪽
60 60화 서광(西狂) 23.07.15 214 1 12쪽
59 59화 내당주 23.07.12 242 2 11쪽
58 58화 항위동(降僞洞) 23.07.10 245 2 12쪽
57 57화 음공 23.07.05 24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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