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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자가 강호에서 군림하는 법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3.01.08 06:42
최근연재일 :
2023.10.22 13:54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61,639
추천수 :
608
글자수 :
414,168

작성
23.08.04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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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63화 이명(耳鳴)

DUMMY

63화 이명(耳鳴)



“크하하하. 말 잘했다. 애송이. 간만에 마음에 드는구나.”


“.....당신의 마음에 들고 싶은 마음은 없는데.”


“큭. 쿡큭.”


오기는 계속해서 웃었다. 얼마 전까지의 이화건의 모습이 절로 떠올라 지금의 모습과 겹쳐졌기에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오기의 마음을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이화건으로선 불쾌했다.


“그만 웃어. 미친 늙은이!!”


“큭.....크하하하”


이화건과 사죽헌의 문답을 들은 감방 안의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무인.’


‘죽고 사는 것은 자신의 뜻이다.’


전부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다 포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조금씩 수감자들의 다 꺼졌던 장작에 불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



“뇌옥대전이란 건 언제 열리지?”


“아마 한 달도 채 안 남았을 걸세. 그래서....자네들을 잡아왔겠지.”


사죽헌이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쯧.”


캉캉.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철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또 시작인가 보군.”


“한 가지만 묻겠네.”


“......버틸 수 있겠는가....아니 정말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나?”


“....질문이 잘못 됐군. 어떻게 될지를 따지기보단 스스로가 어떻게 하고 싶은가를 본인 스스로에게 물어봐야지.”


“...!”


끼이이익.


“당주께서 부르십니다.”


이화건이 여무사의 말에 따라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사죽헌과 뇌옥 안의 수감자들은 이화건이 던진 화두에 빠져들었다.



***



“오늘도 당주님과....싸우실 예정인가요?”


“.....그렇다면?”


“당주님은 집착이 강하신 분입니다. 그러면서도 변덕이 심하기도 한 분이죠......조심하시길....”


‘뭐야....이 년은.’


이화건은 이해할 수 없었다. 어금니에 음식이 껴버린 듯한 불쾌함. 눈앞의 무사를 이해 할 수 없었다.


“뭔데.”


“예?”


“너 뭐냐고. 당가의 무사주제에 왜 자꾸 이쪽을 신경 쓰는 건데?”


“그....그것이......잘 모르겠습니다.”


‘......몇 번 지리더니 돌아버리기라도 한 건가. 뭐 이런...’


“단지....이곳에서 무사히 지내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하.”


당가의 무사는 결국 당가의 혈족. 그 혈족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 이화건은 믿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잡아서 가두어놓은 이들이 할말이란 말인가 하고 생각했다.


사실 여무사 스스로도 무슨 생각인지, 어떤 감정에 기인한 건지 스스로도 잘 몰랐다. 힘만을 쫓고, 힘만을 숭배해왔던 당가의 일족에 스며든 뿌리 깊은 저주.


일족인 이상 그 업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누구 하나 당가의 힘 앞에 항거하지 못하거늘 당당히 맞서는 이화건에게 당가의 일족들이 끌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여지껏 그런 이는 없었기에.


여무사의 마음속에 싹트기 시작한 씨앗이 본능에서 기인한 것인지, 그도 아니면 감정에서 비롯된 건지, 그도 아니면 양쪽 다 인 것인지는 아직 모를 일이었다.




어느새 도달한 내당주의 방. 이화건이 문을 열었다.


끼이익.


“왔나?”


내공을 실린 음성만이 들려왔다.


저벅저벅. 타앙.


이화건이 들어가자마자 여무사가 문을 닫았다.


“그래. 생각은 좀 해 보았나?”




“지랄.”


“하....이 짓도 계속하니 질리는군. 이제 쓸데없는 소모는 그만하고 싶은데. 안 그런가? 뭐가 문제인지 얘기를 나눠보자고.”


당이화가 처음으로 달래는 목소리를 내며 구슬리기 시작했다.


“일단 풀어주고 난 다음이라고 했을 텐데.”


“타협점을 찾아보자고 했을 텐데. 후우...”


서로 간의 간극이 워낙에 커서 평행선을 달렸다. 애시 당초 당가의 혈족으로서 일반적인 감각이 없는 것과 다름없는 당이화로선 자신이 남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준다는 것 자체가 파격적인 특혜라고 여겼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에 더해 이처럼 무언가를 가지고 싶었던 적도, 이렇게 오래 참았던 적도 없었기에 마음이 달아 견딜 수 없는 당이화가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내 짝이 되어준다면 당가 안에서 편히 지낼 수 있다고 말하지 않았나.”


“거절한다고 했을 텐데.”


“후우......혹 마음에 둔 이라도 있는가? 조사한 바로는 없는 것 같은데.”


“.....”


이화건은 조금씩 질리기 시작했다. 눈앞에 자리한 여자가 자신의 뒷조사까지 행한다고 생각하자 소름이 돋았다.


“전직포두에, 딱히 깊이 연관되는 자도 많지 않고, 여색을 깊이 빠져 즐긴 적도 없고 이유를 모르겠군. 혹 관과 인연이 깊은 집안이라 그러한가?


“집착하는 건 딱 질색이니 그만 하지? 딱히 누군가에게 얽매이는 성격이 아니라고 말했을 텐데.”


“......뭔가 착각하고 있는데 그쪽은 포로일 텐데. 거래조건을 보다 불리한 쪽이 정한다는건 문제가 있다곤 생각지 않나?”


씨이익.


이화건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왠지 모를 서늘함에 당이화가 움찔했다.


“그래. 그거다.”


“...?”


“나는 네 년과 싸워보질 않았지. 어느 쪽이 우위인지 정한 다음에나 이야기 할 일 아닌가?”


“본녀와 싸우자고? 본가의 합격진에도 진 네가?”


이화건의 숨겨진 힘이 탐이 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에게 진다는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는 그녀였기에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막상 생각해보니 금제에서 풀린 이화건과는 제대로 싸워본 적이 없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화건의 잠력에 고전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그때 최선을 다한 것도 아니었고, 자신이 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녀가 세상에서 자신이 없는 이는 단 한명 뿐이었기에.


“왜. 자신이 없나?”


“후후. 얄팍하고도 건방진 도발이로다. 하지만 일리가 있어. 본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깨졌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 법이지. 좋아. 조만간 뇌옥 안에서 싸움이 펼쳐진다. 그 때 도전하도록.”


이화건은 생각보다 도발이 잘 먹히자 내심 쾌재를 불렀다.


“아무 말 없이 웃는걸 보니 꽤나 자신이 있는 모양이군. 설마 지고 나서 딴 소리를 하는 건 아니겠지?”


“그러는 너야말로.”


동상이몽이었다. 서로가 그리는 결말은 전혀 다른 것이지만 그저 똑같이 웃을 뿐이었다.



***



피비린내 향도 없이 걸어 나오는 이화건을 본 여무사가 반색했다.


“얘기가 잘 되신 것 같군요.”


‘이건 뭐....강아지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화건은 내심 한숨을 쉬었다. 당가라는 가문 자체가 하나의 괴 생명체처럼 느껴졌지만 이 년이 제일 이해가 가질 않았다.


“뭐가 그렇게 좋은데?”


“아. 무사히 나오셔서.”


“하아.”


‘하여간 윗놈이나 아랫놈이나 제정신인 놈들이 없군.’


“앞장 서.”


키이잉! 챙.


이화건이 따라 나서려는 순간 몸에 있던 침이 떨어졌다. 아무런 힘이 가해지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떨어지듯이.


“뭐야. 이거.”


“어.어어,,..”


여무사가 당황스러운 모습으로 빠진 침과 이화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그럴 리가.”


여무사는 떨리는 손을 침이 빠진 자리에 뻗었다.


“뭔데.”


이화건의 물음에도 들리지 않는 듯이 빠지지 않은 침을 점검하는 여 무사였다.


“큭.”


마치 경맥에 뿌리를 내린 듯이 빠지지 않는 침들. 경맥이 뒤틀리는 느낌에 고통이 덮쳐왔다.


“휴우....”


“뭐하는 짓인지 설명 좀 해보시지?”


“그....그게.”


여무사가 침을 힐끔 바라봤다.


“그래서 저게 왜 빠진 건데.”


여무사가 주저주저하다가 말을 꺼냈다.


“진철은 본가의 특수한 비전으로 만들어진 침입니다만....내기를 먹어치운다고 할까...내기를 뽑아낸다고 해야되나....”


“시간이 지나면 빠지는 건가?”


“그...그런 건 아니고...”


“??”


“먹을 만큼 먹어치우면 그 성질을 잃어버닙니다.....보...본가에서는 단 한분. 가주만이 성...성공하셨습니다.”


혀마저 씹은 채 내뱉는 말. 그녀가 당황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여태껏 그 누구도 이 침을 풀어낸 이가 없기에. 단 한 명, 혈족의 유일한 이. 마치 신처럼 추앙받고 흠모를 받는 가주만이 성공한 일이었기에.


‘가주라...’


여무사의 심경과는 상관없이 이화건은 새로 들은 이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언젠가는 부딪쳐야 할 인물일지도 모르기에.



***



이화건이 내당주를 만나고 온 이후부터 피어오른 불이 점점 타오르기 시작했다.


수감자들의 공허했던 눈동자에 빛이, 불이 타올랐다.


희망에 사로잡힌 이들은 뻣뻣해진 몸을 조금씩 풀기 시작해, 줄어들었던 힘줄과 근육에 조금씩 탄성이 붙어갔다.


몇몇 이들은 그렇게 굳었던 몸을, 또 몇몇은 명상을 시작했다. 내공을 돌리지 못할지라도 심상 수련을 행하는 이들도 있었고, 정신을 집중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화건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은 채 집중했다. 단지 그 이유가 다른 이들과는 좀 달랐지만 말이다.


‘그 때부터인가?’


이명이 들려온다.


[....줘...]


희미한 소리.


[더....줘...]


침을 뽑았을 때부터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 집중해도 제대로 들려오진 않았다.


‘....도대체 뭔 소리야. 달라니. 뭘?’


“어이. 애송이.”


“음?”


무아몽중(無我夢中)과도 같은 상태에 빠져들었던 이화건을 건져 올린 것은 오기의 손과 목소리였다.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건지.”


“아아..”


“허. 완전히 제 정신이 아니구만.”


평소와 달리 순순한 이화건이 이상하게 느껴진 오기였다.


“뭐에 정신이 팔렸는지는 모르겠다만 그 상태로 여기서 빠져 나갈 수 있겠냐?”


“.....그쪽 걱정이나 하시지.”


“이 어르신은 언제나 최상의 상태다.”


“웃기는군. 상처 입은 몸으로 전력도 낼 수 없으면서.”


“아직도 물렁하구나.”


“뭐?”


히죽거리던 웃음을 멈춘 오기. 마치 빙벽에 갇힌 듯한 서늘함이 몸을 감돌았다.


“승부란 그 순간까지의 대치다. 항상 그 순간의 역량으로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이지. 이랬으면, 저랬으면. 그 따위 변명은 칼을 녹슬게 만들뿐이다.”


“하. 그럼 그 너덜너덜한 몸으로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물론. 상처를 입었다면 그 나름대로의 방법이 있는 법이다.”


둘의 대치를 끝낸 것은 사죽헌이었다.


“저기....뇌옥 안에서의 싸움은 방장끼리 이루어집니다만.”


“.....그러면 감방 안에서 한명 씩 나간다는 소리냐?”


끄덕.


사죽헌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아쉽구만.”


“.....”


금방 너스레를 떠는 오기였지만 적어도 조금 전 그가 한 말이 진심이라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아직도 돋아있는 소름이 말해주고 있었다. 지금의 상태라도 싸우고 싶다는 진심을.


“이번만은 너에게 양보해주마. 재미있을 것 같긴 하지만 네 녀석 말대로 이 몸은 부상자니까 말이다. 큭큭”


“앉아서 차린 밥이나 먹겠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쿡. 너무 그렇게 몰아붙이지 마라. 네놈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미친....”


누가 할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심정의 이화건이 인상을 찌푸렸다.


작가의말

전화를 수정했습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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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3화 이명(耳鳴) 23.08.04 17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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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59화 내당주 23.07.12 242 2 11쪽
58 58화 항위동(降僞洞) 23.07.10 24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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