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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자가 강호에서 군림하는 법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3.01.08 06:42
최근연재일 :
2023.10.22 13:54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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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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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8
글자수 :
414,168

작성
23.09.2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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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0화 뇌옥대전 -7-

DUMMY

70화 뇌옥대전 -7-


파삭.


동굴 안에 서식하는 곤충들이 암실의 입구 근처를 서성였다. 마치 안쪽은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듯이 일절 방향을 틀지 않았다.


먹이를 발견한 포식자는 그저 앞에 있는 작은 곤충을 향해 그저 달려들 뿐이었다.


곤충마저 피하는 암실 속에서는 좀 전까지완 전혀 다른 기류가 흘렀다. 뇌옥대전에서 처음으로 자살한 자를 보았기 때문일까?


피에 절여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흑도인들에게도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허나 의기에 놀랐다거나 한 것은 아니고 오히려 이해불가한 일이었기에 충격적이었다는 것에 가까웠다.


상대가 나를 죽이려 한다면 기꺼이 칼을 뽑아들고 이쪽이 먼저 죽인다. 그것이 흑도의 기본 법도였다. 생존이라는 지상명제가 모든 것에 우선하는 흑도에서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는다? 이해할 수도 없고 일어날 수도,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정파무림에서 종종 본의 아니게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일이지만 명예를 더럽혔기에 수치심에 목숨을 끊는 일들이 발생한다. 이런 일 따위는 정파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지 흑도에서는 명예를 되찾기 위해 끝까지 저항하는 것이 기조였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 자신의 목을 날려버릴 용기와 힘이 남아있다면 어째서 상대에게 상처를 하나 더 남기지 않았는가 하는 의문이 들 뿐이었다.


“쯧. 역시 이래서 정파란 것들은 이해할 수 없어.”


“혹시 저놈들의 몸속에는 피가 아니라 물이라도 든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그나저나 아깝군.”


“아까워? 뭐가.”


“그 그릇이 말이야. 황룡이잖아. 좀처럼 보기 드문 절세의 체질인데....”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지. 정신이 저렇게 썩어빠졌는데 무슨.”


“하기야.....그것도 그렇군.”


온갖 소리가 암실을 메웠다. 그런 좌중을 한 번에 잠재우는 소리가 있었으니


“기이하군.”


암천향의 주인이 낸 소리였다.


짧고, 낮은 목소리로 흘러나온 말이었지만 모두가 굳어버렸다.


“....무슨 말씀이신지?”


혈염방의 방주 양제도가 물었다.


[저놈은 이럴 때 재깍재깍 말하더라? 뭔 객기인지.]


[거......혈린광도 저 늙은이가 가주의 어머니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얘기가 진짜인가?]


[미친....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가주의 어머니와 정혼자 사이에서 가주가 나왔는데.]


[그런데... 그렇다고 저 늙은이가 저렇게 설치고도 살아남는 게 이상하잖아..]


[.....]


[꼭 저 늙은이가 가주를 대하는 게 말 안 듣는 딸내미 대하는 것 같기도 하고. 가끔씩 쳐다보는 것도 그렇고.]


[가주가 저 놈을 대하는 게 당가의 일원들과 같은 걸로 보이냐?]


[......역시 그건 아니겠지?]


양제도의 물음이 들리자 무리속의 두 인물이 열심히 전음을 나눴다. 그런 두 사람의 속내야 어쨌든 당가주와 양제도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본디 황룡이란 본인의 성정에 기인하는 바가 크지. 성정이란 그 사람의 타고난 기질, 살아온 성장환경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은 것. 저처럼 능력을 변화시키면서도 타고난 능력을 숨기고 있던 것으로 봐선 분명 무언가가 있었을 텐데. 이곳을 살아서 탈출한다거나, 당가에 복수한다거나. 무언가 목적이 있지 않고서야 계속 여기에 있을 이유가 없지.”


“허면...”


“뭐....의태일수도 있고.... 정말 죽은 걸 수도 있지. 뭐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지만.”


“.....”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그래봐야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납작 엎드려 지냈던 우물 안 개구리일 뿐이니. 그것보다는....”


그녀의 말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저 녀석, 이름이 뭐였지?”


“저 녀석이라 하시면...”


설마 하는 마음에 양제도가 되물었다.


“혈린 답지 않군.”


주르륵.


또옥!


누군가의 땀이 얼굴을 흘러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가벼운 말이나 좌중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은 말이었다. 누군가의 말대답이나 시원치 않은 일처리는 언제나 일벌백계로 삼던 당가주가 아니었던가.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철혈의 여제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나찰과도 같은 여자라고 불리는 것이 그녀, 당금화(唐金火)였다.


암실에 적막감이 감돌았다.


‘아, 젠장. 혈염방이 사라지면 당장 흑련부터 감당할 수가 없는데.’


‘끝이구만.’


‘양제도가 사라지면 호남성부터 밀릴테고 이후로는 답이 안 나오는데...’


좌중의 모든 이들이 주판알을 굴리기 바빴다. 생겨난 지 오래되지 않은 만큼 암천향의 입지는 좁았고 각 세력과의 경쟁구도도 격렬했다. 정파는 결국 양지의 무대에서 활동하기에 사업적인 부분으로 부딪칠 일은 그다지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흑련과는 달랐다.


사파 연합체 그 자체라고 봐도 좋을 흑련과는 언제 어디서든 싸울 만한 상황에 놓인 것이 암천향의 입지였다. 사파와 흑도, 적어도 이 둘의 관계에서는 초록이 동색이다 라는 말이 먹히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 흑도의 인물들이기에 양제도라는 암천향의 큰 축이 사라질 수도 있는 지금의 상황이 결코 달갑지만은 않았다. 허나 누가 당가주에게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서로가 서로의 눈을 쳐다보기만 할뿐 누구하나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양제도가 입을 열었다.


“그저 평소에 하지 않던 말을 하시길래 확인 차 물어본 것 뿐입니다.”


“그런가?”


“네. 보통 누군가를 묻는 일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만.”


“하긴. 그것도 그렇군.”


“황룡 계통을 가진 자를 상대한 자를 물으-


“그만. 흥미가 가셨군.”


딱히 큰 흥미를 가졌던 것도 아니었다. 고독이라는 이 실험장에서 그녀의 눈에 차는 이는 단 하나도 없었지만, 새로이 들어온 이화건에게 잠시 눈이 갔을 뿐. 그녀에게 있어 이 항위동은 딱 그 정도였다.


만들었을 당시엔 나름대로 기대를 가지고 있었지만, 적어도 고독이라는 목적에서는 철저하게 그녀의 기대를 벗어난 곳이 항위동이었다.


‘후우.’


좌중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흑도로서 경쟁심이 강한 그들이었지만 혈염방이라는 거대한 세력을 잃어버리는 것은 암천향은 물론 그들의 생존에도 직결된 문제였다. 정파는 물론 흑련까지 상대해야 하는 것이 흑도이기에.


더군다나 지금은 난세가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백련교의 준동.


생존이라는 지상명제를 둔 흑도에게 백련교라는 거대한 파문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그들의 뿌리 깊은 원한이 온전히 그대로 정파에게 향한다면 다행이지만 혹시라도 불똥이 튀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문제는 그들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것이었다.


[거봐. 저 늙은이 뭐 있다니까?]


[.....]


진천일소(震天一笑) 유절(劉絶)이 방금 전의 대화를 이어 전음을 보냈다. 전음을 들은 분광신행(分光迅行) 만괄(萬适)은 뭐라 답할 말이 없었다.


그 스스로도 확실히 당가주가 양제도를 각별히 대한다고 느껴졌기에. 당가와 양제도 사이의 소문 따위는 지금도 믿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당금화의 태도는 주목할 만한 데가 있다고 여겼다.


“자. 다들 싸움이나 지켜보지. 나 때문에 흥이 깨진 듯하니.”


모인 이들의 여러 생각도 거기까지. 당금화의 권유에 모두는 속내와 계산을 묻어둔 채, 싸움으로 내기를 하기 시작했다.



***



이화건에 뒤이어서 펼쳐진 싸움은 꽤나 치열했다.


뇌옥대전은 수감자끼리라는 동질감 때문인지 피를 거의 보지 않아왔다. 허나 무슨 일인지 싸움에 참가만 하면 비무대에 피를 뿌리는 자가 한명 존재했다.


지금 비무대 위에서 싸우는 자, 곽독(郭禿)이었다.


“크아아아악!!”


맹렬한 박치가 행해지고 이어, 비명이 들리고 피가 흘렀다. 가득 적셔진 피가 싸움의 결말을 고했다.


하지만 승자는 그것으로 만족 못했는지 계속해서 상대를 공격했다. 일방적인 구타.


퍽퍽.


짓이길 기세로 계속해서 걷어찼다. 상대가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고 나서야 공격이 멈추었다.


“후우우.....”


긴 숨을 내쉬며 내기를 가다듬은 곽독이 비무대를 떠나갔다.





곽독의 싸움을 지켜보던 수감자들의 반응은 격렬했다.


“저 x새끼가 또.”


누군가가 터트린 욕을 시작으로 온갖 원색적인 말들이 쏟아졌다.


“이래서 오지의 버러지 같은 것들은.”


지역을 차별하는 말이며,


“저 따위로 구는 놈은 항위동에 평생토록 갇혀 있는 게 맞지.”


저주에 가까운 악담까지 행해지며 방을 뜨겁게 달구었다.


“어이. 저 녀석은?”


시장바닥처럼 시끄러운 가운데 오기(吳奇)가 사죽헌에게 물었다.


“곽독이라고. 운남성에서 유명했던 고수 중 한명입니다.”


“그래서. 저 놈은 왜 저렇게 날뛰는 건데?”


“그것이....저희로서도 알고 싶은 부분입니다.”


“저렇게 날뛰다 들어온 건 아니고?”


“......운남성에서는 좋은 이야기만 가득했던 지라....여기 모인 이들도 다들 답답히 여겨왔습니다. 매번 뇌옥대전이 열릴 때마다 꼭 피를 보는지라.”


“뭐.....때로는 환경이 사람을 미치게 할수도 있겠지.”


“......이화건 그 친구가 가능하면 피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만.”


‘......그거야 그놈 운이지.’


오기의 속마음처럼 그것은 운에 달린 일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다음날 수감자들의 기대는 빗나가고 말았다. 다음 삼 차전에 진출하는 일곱 명의 수감자. 그 중 두 번째의 싸움에서 이화건과 곽독의 싸움이 정해진 것이다.


셋째 날의 첫 번째 시합이 비교적 다른 시합에 비해 빨리 끝나고, 이화건과 곽독이 비무대에 올라 중앙으로 다가섰다.


서로가 마주서자마자, 곽독의 눈이 빛났다. 그 순간 곽독이 경공을 펼쳐 앞으로, 그저 앞으로 뛰쳐나가 공격을 퍼부었다.


아무리 뇌옥에서 반강제로 펼치는 싸움이라지만 수감자들 사이에 수인사나 눈인사는 보통이었는데 반해, 곽독에게는 그런 것이 전무했다.


“크아아아악!!!”


곽독이 이화건에게 무언가를 느꼈는지, 마치 생사대적이라도 만난 듯이 전력으로 펼쳐지는 공격들. 수십 개의 자세가 끊임없이 바뀌며 여러 개의 초식이 연환되어 펼쳐졌다. 수십, 수백 번을 펼쳐보았기에 나올 수 있는 공격이리라.


수많은 공격이 펼쳐졌음에도 대부분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다. 어제 곽독의 싸움을 지켜본

이화건이 방심을 하지 않고 있었기에 대부분 칠성류보로 흘리고 막아냈다.


끝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연환공격도 잠시뿐, 막대한 경력의 소모로 곽독의 경맥은 점차 비워졌고, 공격은 사이사이 끊어졌다.


콰직!


그 초식과 초식 사이의 빈틈. 그곳에 이화건의 손바닥이 날아들었다.


“쉬엄쉬엄 가자고.”


상대의 기세를 꺾는 절묘한 일격이었다. 물론 상대가 평범한 이였다면 말이다.


“우아아아악.”


곽독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괴성과 함께, 그의 흉성도 터져 나왔다. 억지로 단전에서 진기를 짜내어 각 경맥으로 우겨넣듯이 보냈다.


다시금 이어지는 공격. 무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났다. 곽독의 코와 입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그 증거였다.


동귀어진 식의 공격을 연거푸 펼쳐지자 이화건이 뒤로 물러났다.


“이거....못 먹을 걸 먹기라도 했나? 왜 발작이야?”


작가의말

집에 전기가 나가서 늦어졌습니다. 내일도 올릴수 있도록 힘내보겠습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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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1화 뇌옥대전 -8- 23.09.28 121 1 11쪽
» 70화 뇌옥대전 -7- 23.09.24 115 2 11쪽
69 69화 뇌옥대전 -6- 23.09.21 108 2 11쪽
68 68화 뇌옥대전 -5- 23.09.19 131 3 14쪽
67 67화 뇌옥대전 -4- 23.09.14 130 2 11쪽
66 66화 뇌옥대전 -3- 23.09.10 141 1 12쪽
65 65화 뇌옥대전 -2- 23.09.04 146 0 12쪽
64 64화 뇌옥대전 -1- 23.08.15 173 0 11쪽
63 63화 이명(耳鳴) 23.08.04 173 1 11쪽
62 62화 고독(蠱毒) 23.07.25 177 2 12쪽
61 61화 요구 23.07.18 178 1 12쪽
60 60화 서광(西狂) 23.07.15 215 1 12쪽
59 59화 내당주 23.07.12 242 2 11쪽
58 58화 항위동(降僞洞) 23.07.10 245 2 12쪽
57 57화 음공 23.07.05 24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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