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자가 강호에서 군림하는 법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3.01.08 06:42
최근연재일 :
2023.10.22 13:54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61,642
추천수 :
608
글자수 :
414,168

작성
23.07.18 15:23
조회
177
추천
1
글자
12쪽

61화 요구

DUMMY

61화



엉거주춤 걷는 여무사의 안내에 내당주의 방까지 도달했다. 먼젓번과 마찬가지로 여무사가 문을 두드리자 문이 열렸다.


끼이익.


도망갈 수도 없는 상태였기에 한숨을 내쉬며 이화건이 발을 옮겼다. 칸막이를 돌아 방에 들어가니 당이화가 의자에 앉은 채로 기다리고 있었다.


“여어.”


당이화가 벗을 만난 것처럼 반겼다.


이화건은 마치 환대라도 할 듯한 표정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년이 무슨 짓거리를 하려고 하는 건가 하는 마음에서였다.


“괜찮은 것 같아 보이는군.”


“....”


“앉지 그래?”


당이화가 탁자 앞에 의자에 앉기를 종용했다. 기세를 내뿜고 있지만 강자 특유의 분위기가 그 자체로 힘이 있었다.


“후우...”


이화건이 숨을 가다듬으며 앉았다.


“괜찮군.”


“...?”


뜻 모를 이야기에 이화건이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말인지?”


“급히 서둘 것 없지 않나. 할 이야기가 있으니 천천히 하자고..”


당이화가 탁자에 놓여있는 찻주전자를 들어 올려 옆에 있던 컵에 차를 따랐다.


쪼르르륵.


밖에 내놓았는지 흘러나오는 차에선 김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당이화가 내기를 불러일으켜 찻잔을 쥔 손에 흘려보냈다. 잠시 지나 찻잔 속에서 김이 피어올랐다.


절정의 열양공(熱陽功)이었다.


“들지 그래.”


“......”


적지에서 적이 내주는 물이라니. 이화건이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무시했다.


“쯧. 기껏 성의를 보였는데. 너무하는군.”


“언제까지 가둬둘 셈이지?”


“음?”


“우리가 죄인도 아니고 이따위 감방에 왜 갇혀 있어야 하냔 말이다!”


그냥 단순히 약초나 얻으러 가는 길에 동행한 이화건으로선 참을 수가 없었다. 난데없이 감옥에 갇힌 꼴이라니 범죄자를 잡으러 다니던 그가 언제 이런 일을 당하리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흠. 뭐 좋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난 네 몸에 흥미가 있다. 몸 속의 하얀 그것 말이지.”


“....?”


당이화가 무엇을 말하는 줄 몰랐던 이화건이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으나, 곧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자 안색이 변해 말했다.


“이런....미친 년이...”


“왜 그러지? 이 몸이 마음에 안 드나?”


당이화가 팔을 들어 올리며 몸의 굴곡을 보여주듯 요염한 자세를 취했다. 하늘하늘한 옷이 팔랑거리며 늘어졌다.


“딱히 못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잘 생각해보라.”


당이화 본인은 자신감으로 충만했고, 그녀를 본 누구나가 그것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열이면 열, 지나가던 남자들이 한 번씩 쳐다볼만한 미모였고, 그녀는 의도적으로 자신의 매력을 이용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이딴 곳에 쳐 박고 그딴 소리를 하면 넙죽 받아들이라고 생각했나?”


“....이상하군. 본디 속세의 남자들이란 아무 때나 허리띠를 푸는 족속들이라 생각했는데. 항위동의 인물들이 그러했고, 바깥의 남자들도 다들 그러했으니.”


“닥치고 빨리 내보내기나 해.”


이화건은 되든 안 되든 요구사항을 던져보았다. 백련교가 어떻게 움직일지 안 그래도 신경 쓰이는 마당에 이렇게 붙잡혀 있을 틈이 없었다.


“들어줄 수 없는 이야기로군. 서로가 원하는 것이 있으니 각자 양보를 해야 하지 않겠나?”

“......”


“난 당신이 마음에 들어. 아름답기 그지없지.”


이화건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이런 곳에서 이딴 구애라니.


“난 여기를 관리하는 밑의 것들과는 달라. 남자라면 청백지신(淸白之身)에 집착하지 않나. 나는 깨끗한 몸이다.”


“나는 당문의 대소사를 관리하는 몸이기도 하지. 재산이야 써도써도 마르지 않을 정도지. 아니 쓰는 사이에 더 불어나는데 말이야.


자기 자신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려는 당이화의 말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흠.....이래도 저래도 흥미가 없다니. 혹.....고자인가? 그건 곤란한데.”


‘하.’


어디까지 가려는 건지. 이화건의 속으로 비웃음을 터트렸다.


“아니면 남색가인가? 그럼 정말 곤란한데.”


“이런 씨...”


자존심을 묘하게 건드리는 말에 이화건이 반응했다.


“아닌 것 같군.”


당이화가 빙그레 웃었다. 아름다운 웃음이었다. 그 웃음을 보기 위해서라면 스스로의 목숨이라도 바칠 만한 매력이 존재하는 그런 웃음이었다. 단지 상대가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이 문제였지만.


“남자와 여자가 만났으니 응당 섭리를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남자는 수컷으로 여기지 않았나?”


“음? 아. 항위동의 버러지들에게서 뭔가 듣고 그러는 게군. 자격을 갖추지 못한 놈들이야 당연히 수컷이 아니겠나? 설마 내가 당신을 그리 생각하고 대하겠나?”


“.....”


“당신은 자격이 있지. 당신은 강해. 그것도 아주. 그런 이와의 만남은 평생 기다려도 만나기 힘들지도 모르는데, 이 기회를 놓칠 수야 있나.”


마치 연서(戀書)라도 읊는 듯한 말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내가 이런 복장까지 하고 이런 말을 하는 건 당신이 처음이야.”


“....그래서 하룻밤이라도 보내면 풀어주겠다는 건가?”


이화건은 머리 아파지는 말을 계속 듣고 있을 수가 없어 말을 던졌다.


“음?! 이제 좀 마음이 끌리나? 하룻밤이라... 그럴 수는 없지. 회임을 할 때까지는 있어줘야 하지 않겠나?”


“뭐?!”


갑작스런 아이이야기까지 나오자 이화건은 어이가 없었다.


“당신같은 이와의 아이를 얻는다면 그 아이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할거야. 특히나 그 당금화(唐金火) 보다도 말이지. 그러니까 아이를 보고 나면 당신은 풀어주지. 그래도 가능하다면 내 옆에 있어줬으면 하는데...”


“후우.....미친.”


이화건이 눈을 감고 관자놀이를 짚고 주물렀다. 잠시 후 손을 내리며 눈을 뜬 이화건이 입을 열었다.


“거절한다.”


이화건의 예상치 못한 답에 당이화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찌푸린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그 아름다움은 어디 가지 않아 누군가 그 모습을 본다면 마치 이야기 속의 서시가 재림이라 말해도 이상치 않았다.


“후학을 위해 이유라도 듣고 싶은데.”


간신히 이성을 부여잡은 그녀가 말을 이었다.


“싫은데 이유가 필요한가? 굳이 말한다면 부자유 속에서 누가 말 한대로 하는 건 딱 질색이라 말이야.”


노기와 함께 기세가 방안을 메우기 시작했다.


“후우........그래. 잘 알았다.”


화악!! 콰앙.


“본녀가 가질 수 없다면 부셔버리는 것이 순리겠지.”


이화건이 목을 붙잡힌 채 벽으로 밀려났다.

“큭.”


이화건이 목을 잡은 손을 풀기 위해 손을 뻗는 그 순간.


파파밧!


당이화의 손이 움직였다. 가히 섬전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의 빠르기. 허리의 요대에서 침을 순식간에 뽑아내고는 이화건의 중단전과 하단전에 침을 꼽았다.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좋아. 한 놈을 제압하기 위해 쓴 진철침(珍鐵針)의 개수가 신 기록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니.”


항위동 속에서 몇 개의 침이 계속해 이화건의 단전에 꼽힌 채였다. 뽑으려고 건드릴 때마다 오는 고통으로 인해 누구나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금제였다. 보통 많아야 대 여섯 개였으나 이화건의 몸에 꽂힌 숫자는 수 십여 개를 가볍게 넘는 숫자였다.


갑작스런 허탈감이 이화건을 덮쳤다. 마치 기가 빨려나가는 듯 했다. 현기증으로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었다.


“다시 한 번 묻지. 마지막이다. 대답은?”


“퉤.”


희미해져가는 정신을 간신히 부여잡아 이화건이 침으로 응수했다.


철썩.


“후.....그게 내 대답이다. 네 년이 바라던 하얀 그것.”


“이......”


생전 처음 겪는 모욕에 당이화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이내 이화건의 몸을 바닥으로 내리쳤다.


콰앙!


마치 인체를 흉기삼아 휘두른 듯한 기세.


파묻힌 얼굴을 빼내기 위해 이화건이 바닥에 손을 짚었다.


“그래. 역시 이정도로는 쓰러지지 않는다 이거군.”


차갑게 뇌까린 당이화가 다음 행동에 나섰다. 목과 단전에 각각 손을 가져다대고 내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지옥음화(地獄陰火)라고 하지. 강호에 흔한 분근착골(分筋錯骨)과는 다른 본 가 만의 비전이지.”


몸에서 불꽃같은 고통이 동반되기에 붙여진 이름이 지옥음화였다. 당가가 수 세기에 걸쳐 만들어낸 고문법으로 누구나가 버티지 못하고 시전자의 뜻대로 행동하게 되는 수법.


으득으드득.


이화건의 사지가 괴상하게 움직였다.


“으....으커..컥..”


“꽤나 버티는군. 그래 어디까지 버티는지 한 번 볼까.”


“하나. 둘.....”


숫자가 점차 늘어갔다.


“백사십. .....대단하군. 여기까지 버티다니.”


“컥컥.”


이화건이 망가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내기를 조절한 그녀도 땀을 흘렸다. 상당한 집중력과 의지였다.


“후우....어때? 다시 묻지 대답은.”


“크헉.....시...원해서 잠깐 잠이 들 뻔...했잖아...”


“......”


“뭐.....자기 전....의 추궁과혈(推宮過穴)치곤 나쁘진 않았어. 후우....”


“......”


난생 처음 말문이 막혔다. 당이화는 내심 질릴 정도였다.


‘뭐 .....이런 녀석이...’


당가의 무인들이 스승에게 무공을 배울 때 독기를 기르기 위해 가볍게 써먹는 것이 지옥음화였다. 그것만으로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괴로워하는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런 지옥음화를 일다경 정도나 받고도 기가 하나도 죽지 않다니. 강호의 명사라고 불리는 수감자 중에서 누구 하나 버티지 못했거늘.


“뭐냐. 무엇이 그리도 널 버티게 하는 게냐.”


“.....”


“사랑하는 정인이라도 있는 거냐?”


당이화는 내심 상한 자존심 때문에 이유를 찾았고, 그 중 가장 들어맞는 것은 정인의 존재 정도였다.


“...없...어. 후우....”


“없다고?”


당이화는 더더욱 알 수 없었다. 정파든 사파든 모든 인간인 이상 오욕칠정은 끓을 수 없고 그렇기에 고통과 공포에 지배될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이거늘. 그것은 속세의 인간들보다 뛰어난 당 가의 인물이라도 변함없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눈앞의 이화건이 괴이한 존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멀 자꾸 .....꼬치꼬치 캐물어? 볼일 끝났으면 당장 이 미친 곳에서 풀어주지 못하고.”


꿀꺽.


난생 처음 겪는 감정이 몸을 지배했다. 왠지 모르게 목이 탔던 그녀가 침을 자신도 모르게 삼켰다.


“너.......너....”


그것은 경외였다. 난생 처음 겪는 경외는 그녀의 정신에 크나큰 파문을 일으켰다. 경외는 곧이어 탐욕으로 이어졌다.


난생 처음 겪는 기이한 존재. 그녀는 직감했다. 이런 종류의 인간은 좀처럼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아니 온 세상을 뒤집어도 나오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놓칠 수 없다. 가지고 싶다. 내 것이다.


그녀의 생애에 있어서 하고자 했던 일은 단 한가지만을 빼고 다 이루었다. 가장 이루고 싶었던 것을 놓친 이후 권태감과 지루함으로 가득했던 삶이 지금 이 만남으로 인해 바뀌었다.


그녀가 혀로 메마른 입술을 적셨다.


“.....좋아. 후우. 어디 그 오기가 어디까지 가는지 다시 해보자.”


터억.


그녀가 다시 손을 대고 지옥음화를 펼치기 시작했다. 힘만을 추종하는 당 가의 혈맥 속에서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맺는 일은 지난했고, 그런 그녀에게 있어 사람을 대하는 것은 주로 공포로 이루어졌다. 그런 그녀였기에 눈앞의 남자를 굴복시키기 위해 채찍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것밖에 몰랐기에.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생자가 강호에서 군림하는 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공지 +2 23.10.24 68 0 -
공지 제목 관련 공지입니다. 23.03.07 267 0 -
공지 33화 글을 수정했습니다. 23.03.03 83 0 -
공지 20화 글을 수정했습니다. 23.02.11 569 0 -
82 82화 기관장치 23.10.22 75 1 11쪽
81 81화 호사다마 23.10.19 66 1 11쪽
80 80화 용호상박 23.10.14 69 0 11쪽
79 79화 환골탈태 23.10.10 98 3 12쪽
78 78화 재대결 -2- 23.10.09 83 2 11쪽
77 77화 재대결 -1- 23.10.07 87 1 11쪽
76 76화 무중생유 23.10.05 98 2 11쪽
75 75화 당문의 가주 -2- 23.10.03 104 2 11쪽
74 74화 당문의 가주 -1- 23.10.02 138 2 12쪽
73 73화 마음속 풍경의 차이 23.10.01 130 2 12쪽
72 72화 뇌옥대전 -9- 23.09.30 130 2 11쪽
71 71화 뇌옥대전 -8- 23.09.28 121 1 11쪽
70 70화 뇌옥대전 -7- 23.09.24 114 2 11쪽
69 69화 뇌옥대전 -6- 23.09.21 107 2 11쪽
68 68화 뇌옥대전 -5- 23.09.19 131 3 14쪽
67 67화 뇌옥대전 -4- 23.09.14 130 2 11쪽
66 66화 뇌옥대전 -3- 23.09.10 141 1 12쪽
65 65화 뇌옥대전 -2- 23.09.04 146 0 12쪽
64 64화 뇌옥대전 -1- 23.08.15 173 0 11쪽
63 63화 이명(耳鳴) 23.08.04 173 1 11쪽
62 62화 고독(蠱毒) 23.07.25 177 2 12쪽
» 61화 요구 23.07.18 178 1 12쪽
60 60화 서광(西狂) 23.07.15 214 1 12쪽
59 59화 내당주 23.07.12 242 2 11쪽
58 58화 항위동(降僞洞) 23.07.10 245 2 12쪽
57 57화 음공 23.07.05 244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