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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자가 강호에서 군림하는 법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3.01.08 06:42
최근연재일 :
2023.10.22 13:54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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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14,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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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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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음공

DUMMY

57화 음공



“.....거기서 비-”


백상계가 말을 하다 바로 멈추었다. 단숨에 뚫고 지나갈 생각이었지만 단순한 위협이라고 생각 할 수 없을 정도의 농밀한 살기가 백상계와 용약란에게 집중된 탓이었다.


“후우.”


굳어진 몸을 풀기 위해 내기(內氣)를 한 바퀴 돌렸다.


“헤에. 꽤 실력이 있나 본데? 바로 움직이다니.”


“......”


백상계. 온 몸의 신경이 그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눈앞의 여자는 단순한 여인이 아님을 신경 하나하나가 말해주고 있었다.


“이름은?”


“......”


상대의 위압감에 백상계는 말도 없이 상대의 움직임에 모든 신경을 쏟아부었다.


“본녀는 내뱉은 말이 무시당하는 건 참을 수 없다.”


쿠웅!!


농밀한 살기가 미친 광룡처럼 날뛴다. 마치 살갗이 에이는 듯한 통증에 사제가 눈을 찌푸렸다.


“하물며 본가의 인물이 그리 행할지라도 참을 수 없는 지경인데, 속세의 버러지들이 감히?!!”


살기와는 관계없다는 듯이 아름다웠던 음성이 끝을 향해감에 따라 날카롭게 바뀌었다. 마치 발작과도 같은 순간적인 변화.


“다시 묻지. 마지막 기회다.”


마치 짐승이 으르렁 거리는 듯한 음성. 묘령(妙齡)의 미녀는 다변(多變)했다. 종잡을 수 없는 듯한 어조와 말이었다.


“너희는 누구냐.”


한마디 한마디가 두 사제에겐 창칼이 날아오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단지 백상계가 상대의 살기와 위압감에 맞서 싸우는 것과 달리 용약란은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깨진 사기조각처럼 덮쳐오는 미래시(未來視) 때문이었다. 하나같이 처참하게 유린당하는 모습이 지금 일어난 것처럼 그녀의 머리를 찔렀다.


최악의 결말을 피하기 위해, 생존을 위해 그녀는 본능이 시키는 대로 입을 열었다.


“우리는 공동의 제자들이오. 귀하는 당가의 인물로 보이는데....어찌된 연유요. 가주와 얘기를 하고 분명히 귀 가에 머물고 있었는데.”


“공동? 헤에? 그럼 저 애송이가 공동의 만이투계(滿痍鬪鷄)인가?”


“....가주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가능하겠소?”


“아. 가주? 하하하하.”


듣기 좋은 미성이 담장 주변에 울렸다. 한참을 웃던 묘령의 미녀가 손뼉을 쳤다.


“데려와라.”


그녀의 말이 떨어지고 반 각도 되지 않아 한 여인이 한 사내를 데려왔다. 단지 그 사내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마치 인간이 아니라 짐승의 모습을 한 듯한 생김새. 재갈을 물리고 양 다리만이 아닌 양 팔까지 땅에 뻗은 채였다.


아니, 아니였다.


점점 가까이 오는 사내의 모습을 살펴보니 마치 짐승처럼 네발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네발은 맞으나 네발이라 하면 보통 손바닥을 발바닥처럼 사용해 디디지만, 당가의 가주는 손바닥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팔의 상박과 하박을 묶어, 팔꿈치로 땅을 디디고 있는 모습은 인간이 취할 자세가 아니었다. 존엄성이 하나도 없는 그 모습은 그를 인간이 아니라 마치 동물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무”


상상치도 못했던 모습에 용약란의 말문이 막혔다.


“정말이지 볼썽사나운 존재야.”


파앙!!


엎드린 당가의 가주에게 갑작스럽게 가해진 일격.


“쿠억. 쿠에엑.”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지 않아?


“.....”


이해할 수 없는 사태에 사고가 따라가지 못하는 두 사제는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


“이런 버러지만도 못한 놈에게서 내가 나왔다니. 불쾌해. 정말 불쾌해.”

“뀌익. 꾸익.”


재갈로 물린 입으로 연신 짐승의 소리를 내뱉는 당문의 가주. 자신이 흡사 돼지라고 착각이라고 하고 있는 것일까?


“나왔다고?”


흘려들을 수 없었던 여자의 말에 백상계가 반문했다.


“그래. 본의는 아니지만. 본가 바깥의 인간들에게 있어 저 수퇘지는 나에게 있어 부모라는 존재로 부를 수 있겠지.”


“......미쳤군. 미쳤어.”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특히나 스승을 제 부모처럼 여기는 그였기에. 부모를, 그것도 낳아준 부모를 어떻게 저렇게 취급 할 수 있는지 그로썬 도저히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사실이었다.


“.....후. 속세의 삶에 희롱당하는 네놈들이 알 리가 없지. 하아.... 본의 아니게 수퇘지의 씨앗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결함을 낳고, 운명에 깊고 깊은 영향을 주지. 아무리 큰 자질을 가지고 있어도 완전해 질 수 없는 것처럼.”


“뭐라는....”


백상계의 머리론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여자의 말이었다. 세상을 떠돌던 어린 시절. 삶을 비관하다 못해 부모를 미워하는, 혹은 증오하는 이들은 몇 번 본적은 있지만 아무도 이렇게 미치진 않았었다. 마치 책 속의 이야기를 보는 듯한 괴리감에 말을 잇지 못했다.


“하아. 나도 좀 더 좋은 씨앗으로 태어났다면 금화. 그년처럼 입신에 들 수 있었을 것을.”


말을 마친 묘령의 미녀가 눈을 크게 치뜨며 허리춤에 차고 있던 피리로 손을 옮겼다.


“기분도 울적하니 내 한곡을 뽑아주마.”


부오오오오.


여자의 입에서 나오는 숨이 소리로 변해 흘러나온다. 흉험한 말을 내뱉던 것과 달리 영롱한 소리가 두 사제의 몸을 감쌌다.


피이이이 피리리.


화아아아악!!


아름다운 선율이 무형의 기파로 변해 앞을 달리고 달렸다.



***



콰아아아앙!!


전각에서 뛰쳐나온 이화건이 손발을 바삐 놀렸다. 그리고 이내 둔중한 일격이 이화건을 둘러싼 여자들에게 꽂혔다.


“커....컥!!”


비명과 함께 마지막 상대였던 여자가 의식을 잃었다. 여자의 신형은 별채에 박히며 원형의 흔적을 남겼다.


“아무래도 저 아이가 마지막인가 보군. 휘유. 그래도 여아들인데 손속에 사정을 두지 그랬냐?”


속이 전혀 들여다보이지 않는 괴인의 헛소리에 이화건이 인상을 찡그렸다. 뜻도 없이 그저 희롱하듯 말을 걸어오는 괴인이 거슬리다 못해 화가 날 지경이었다. 가능만 하다면.


“그보다 처음으로 들어온 것들은 선발대에 불과한 것 같은 모양인데. 더 몰려오고 있군.”


“나불나불 대지만 말고 손이나 거들지?”


“클. 부상자의 손이나 빌릴 정도라면 그냥 접시물에 코 박고 죽는 게 낫지 않겠냐?”


“부상자는 무슨.”


“어이. 자랑은 아니다만 내 계통은 응룡이라고. 그러니 재주껏 살아남아보라고. 덤으로 내 안전까지 챙겨서 말이야.”


“미친....”


잡담도 잠시. 이어서 제 이진의 무사들이 점차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무형의 기파가 이화건이 있는 곳까지 흘러들어온 것은.


“이건...”


“아무래도 저쪽에서의 승부도 끝이 난 모양이군.”


“......”


“아무래도 저쪽은 위기에 빠져있거나 이미 상황이 끝났겠군.”


“...!!”


괴인의 말에 이화건의 몸이 달았다. 양견심의 몸을 돌봐준 용약란에게 마음의 짐을 가지고 있는 이화건이었기에 조급해진 것이다.


‘빌어먹을.’


“비켜!”


속으로 욕을 하며 이화건이 외쳤다.


“당가에 들어서 함부로 칼을 휘두른 자, 대가를 치르라.”


다가오는 무사들의 우두머리 같아 보이는 이가 이화건의 말에 응대했다. 여자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이라고 생각지 못할 걸걸한 목소리였다.


“젠장할....가주부터 시작해서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 년놈들이군.”


우두머리의 신호도 없이 당가의 여무사들이 두 갈래로 나뉘기 시작했다. 그들이 정예라는 증거였다.


근전용 무기를 든 이들은 이화건을 한곳으로 몰아넣기 위해 다가오고, 남은 이들은 다 같이 피리를 꺼내들었다.


나머지 이들의 움직임을 살펴보기도 전에 흉험하기 짝이 없는 전투가 시작되었다. 우두머리의 창을 시작으로 무사들의 매서운 공격이 이어져 마치 잔영(殘影)이 폭포수처럼 피어올랐다.


몸이 달았기에 급한 이화건이 보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칠성류보의 신기(神機)와도 같은 몸놀림에 당가의 무사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상대가 잡을 수 없는 신기루와도 같이 느낀 탓이었다.


공격이 연거푸 이어지는 가운데 이화건이 검으로 무사들의 무기들을 맞받아쳤다. 수많은 쇳소리가 터져 나왔다.


검이 닿는 즉시 상대의 경력을 흘려보낸 이화건이 그대로 검을 뒤로 회수하자 무기를 맞대고 있던 이들이 자세가 흐트러졌다. 고도의 화경으로 무사들로선 방비하기가 어려운 탓이었다.


무사들이 자세를 제대로 잡기도 전에 이화건의 공격이 이어졌다. 검의 지나간 궤적에서 피가 비산했다.


“후우.”


장내의 시간이 마치 멈춘 것처럼 일시적으로 싸움이 그쳤다.


“이.....이런 말도 안 되는...”


너무나도 일방적인 결과에 무사들이 몸을 멈추었다. 단지 그들의 몸이 그들의 감정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학질 걸린 사람처럼 와들와들 떨고 있었다. 단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넘지 못할 고절한 절예(技藝)를 목도한 탓이었다.


“이만하면 충분한 것 같은데....더 할 생각인가?”


사내의 말에 망연자실했던 우두머리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킥. 우리는 미끼다.”


짤막한 비웃음과 함께 이화건의 감각이 경종을 울렸다.


삐이이이.


아름다운 옥소리와 함께 무형의 경력이 이화건과 괴인을 덮쳤다.


“크으윽.”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듣기 좋은 소리와는 별개로 그 안에 담긴 막대한 압력 탓에 이화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뿌드득.


이화건의 얼굴이나 신체뿐만이 아니고 그가 밟고 있던 석판 또한 비명을 질렀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반각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음공을 펼치고 있는 이들은 내심 경탄하고 있었다.


그들이 음공을 펼치면 보통 눈 깜짝할 사이에 정신을 잃거나 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화건이 꽤나 오랫동안 버틴 탓이었다. 그들이 서로의 눈을 쳐다보고 이신전심으로 내기를 끌어올렸다.


빨라지는 곡조과 함께 압력 또한 더해졌다.


음공이 무서운 이유는 경력이 선율에 실려 있다는 점이었다. 단순한 내기와는 달리 소리의 파장에 녹아들어 마치 스며드는 것처럼 상대의 몸에 파고 들어오기 때문에 방어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막대한 압력이, 속으로는 선율을 타고 파고들어오는 경력 탓에 몇몇 수법으로만 제한적으로 방어가 가능했다.


그리고 눈앞의 상대에만 집중했던 이화건으로서는 제대로 방어하지도 못한 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쿵!


싸움의 결말을 알려주는 충격음이 울렸다.



***



“으음.....”


“이제야 정신이 들었나 보군.”


“음?!”


정신을 차린 이화건이 음성의 주인을 쳐다보았다.


“아주 곤하게 자더구나. 그 사이에 칼을 맞았다면 수 천, 수 만 번은 죽었을 터인데. 쯧쯧.”


“......”


일어나자마자 들려오는 음성이 괴인의 비아냥이라니.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졌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려 사방을 쳐다본 이화건이 말을 꺼냈다.


“여긴....어디지?”


“마차 안일 테지.”


“......”


괴인의 말에 몸을 움직이려던 이화건이 이상함을 느꼈다.


“음?!”


“클클. 이제야 느낀거냐?”


이화건의 몸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빽빽이 꽂힌 침과 힘이 들어가는 부위마다 감겨진 천잠사였다.


기를 끌어올리려 해도 요지부동이었다. 아랫배를 시작으로 사지백해(四肢百骸)로 퍼져 나가는 기가 흩어졌다.


“아무래도 특수한 침인 것 같다.”


이화건의 상황을 꿰뚫어본 것처럼 괴인이 말했다. 무수한 침들 사이로 기가 빨려나가는 듯한 느낌.


“.....뭐 이 따위.. 젠장.”


“이렇게나 기의 흐름을 조절하는 침술과 침이라니. 나도 오랫동안 강호를 횡행(橫行)했지만 이런 걸 보는 것은 처음이다. 클클.”


“풀 수는 없나?”


“네놈이나 지금의 나로선 불가능하지.”


끼이익.


어딘가에 도착을 했는지 마차가 멈추며 불길한 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도착한 것 같군.”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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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65화 뇌옥대전 -2- 23.09.04 146 0 12쪽
64 64화 뇌옥대전 -1- 23.08.15 173 0 11쪽
63 63화 이명(耳鳴) 23.08.04 173 1 11쪽
62 62화 고독(蠱毒) 23.07.25 177 2 12쪽
61 61화 요구 23.07.18 178 1 12쪽
60 60화 서광(西狂) 23.07.15 214 1 12쪽
59 59화 내당주 23.07.12 242 2 11쪽
58 58화 항위동(降僞洞) 23.07.10 245 2 12쪽
» 57화 음공 23.07.05 24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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