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자가 강호에서 군림하는 법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3.01.08 06:42
최근연재일 :
2023.10.22 13:54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61,643
추천수 :
608
글자수 :
414,168

작성
23.09.21 08:02
조회
107
추천
2
글자
11쪽

69화 뇌옥대전 -6-

DUMMY

69화 뇌옥대전 -6-



“크.....으으......너....무 진지....하게 구...구르. 굴지 말라니까.”


무여광이 비척비척 반쯤 일어선 자세로 더듬으며 말했다. 혀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것은 분명 육체의 고통때문만인 아니리라.


“킥. 지금 네놈이야말로 지금 즐기고 있나?”


이화건의 싸늘한 미소가 무여광을 꿰뚫었다.


“......”


이화건의 웃음에 무여광이 스스로의 상태를 깨달았다. 언제나 웃음을 띄던 자신의 입가가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있다는 것을 이화건의 일침으로 깨달은 것이다.


“다시 묻지. 지금도 즐거운가?”


저벅.


“으....”


철퍽.


스스슥.


난생 처음 맛보는 두려움에 무여광의 다리가 풀렸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와 팔로 땅바닥을 짚으며 뒤로 물러났다.


저벅.


“으으....으아....”


이화건이 천천히 발을 내딛을 때마다 무여광이 달달 떨리는 팔과 손으로 물러났다.


“이상하군. 이 절망의 구렁텅이 같은 곳에 빠져들고도 즐기던 네놈답지 않군.”


저벅.


이화건이 잠시 멈췄던 발을 다시 내디뎠다. 그러자 무여광이 마치 귀신이라도 다가온다는 듯이 급하게 바닥을 기는듯한 형태로 물러났다.


“내가 두려운가?”


‘.....내가.....두려워한다고?’



***


태어나고 십 년, 자아란 것이 생겨났던 이래 무엇 하나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없었다.


화목한데다 유복했던 가정이었지만 열여덟이 될 때까지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가족과 주변을 접하면 접할수록 느껴지는 괴리감.


분명히 그들과 나는 다르게 태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과 어울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저 그들이 바라는 것을 느끼고, 읽은 그대로 행해주는 것은 쉬운 일이었기에.


하지만 그럴수록, 속이 썩어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어째서 나 외의 인간인란 이다지도 어리석고 추한 것일까.


열아홉이 되고 나서야 무공을 접하고, 강호란 세계를 알게 되었다. 집의 패물들을 가지고 집을 나와 제법 명문이라고 불리는 문파에 입문을 하게 되었다.


수년동안 열심히 무공을 닦았지만, 위에는 또 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나에게 중요했던 것은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였다. 집을 나올 당시엔 그것이 무공일 줄 알았다. 하지만 강해져도 강해져도 채워지기는커녕 점점 더 자신이 썩어가는 것을 느꼈다.


무엇일까? 과연 무엇일까?


내가 찾아 헤매는 것은. 나를 채워주는 것은. 나의 갈망은.


가족이었을까?


그도 아니면 재산이었을까?


그도 아니면 지내던 도시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여인들?


다시금 생각해봐도 역시나 아니었다.


문파에 입문하고 나서 몇 년 되지도 않아 가문과 가족 과거 따위는 제대로 기억나지도 않았다. 가족의 이름 조차도, 그들의 모습조차도.


애초에 그들에게 가지는 감정도, 그 열기도 없었기 때문이리라.


언제였을까. 내가 항상 웃음을 머금게 된 때가.


늙은 스승과 달리 아직 젊고 아름다운 사모를 꾀어냈을 때?


사모와 처음으로 교합하게 되었을 때?


좀처럼 가르쳐 주지 않는 문파의 절기를 사모를 통해 알아냈을 때?


얻은 비전으로 강해졌을 때?


모두 다 아니었다.


내가 열을 띄지 않는 인형에서 인간으로 되었던 것은 분명.


나의 성장을 기이하게 여겨 나를 유심히 살피던 사부가 사모의 독으로 인해 죽어갈 때부터였을 것이다.


사부의 동향에 통정이 탄로날까 두려움을 느낀 사모가 몇 날 며칠 동안 먹인 독.


사부가 내공을 운용하자마자 독기가 퍼져 피를 토하고, 눈과 코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갈 때의 얼굴.


무너져가는 그의 앞에서 사모의 허리를 붙들자 구겨지는 그의 얼굴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 때 확실히 알았다. 무언가가 부서진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즐겁고, 그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나는 그저 이렇게 태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참을 수 없었다. 내가 원하던 것, 내가 어떠한 자라는 것을 알았다는 사실 그 자체가 너무나도 기뻤다.


그 이후로는 항상 막힘없이 흘러갔다.


우선은 사부가 죽고 이용 가치가 없어진 사모를 처리해야했다. 꽤 긴 시간에 걸쳐 중독시키고 죽어가는 그녀의 앞에서 마을에서 꾄 여자를 품었다.


명색이 부부라면 똑같이 가야하지 않겠는가.


그녀가 죽어가는 표정이 또 다시 마음속에 남아 나를 종용했다. 이 즐거움이 나를 계속해서 움직인다.


변하지 않는 것은 재미없는 일이다.


무너지는 자들의 절망. 그곳에서 탄생하는 미(美), 멈춰있던 것이 변하고, 부셔지는 혼돈이야말로 나의 삶이였고 즐거움이었다.


마을에서 꾄 여자도 교합이 끝나자마자 처리한 후 다른 문파로 투신했다. 적당히 꾸며낸 이야기로 다른 문파에 들어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몇 번인가 여러 개의 문파들을 거쳐 가며 나는 더욱 더 강해졌다. 북파에서 남파로의 전환도 다른 문도들의 실험을 통해 무사히 이루어냈고 모든 것이 나의 뜻대로였다.


항위동의 일도 재미있는 유흥거리였다.


첫 번째 사부처럼 지금은 넘을 수 없는 벽이었지만 분명 암천향이 부셔지고 가주가 암캐처럼 바닥을 뒹굴 때 인세에서 더 없는 지극의 즐거움이 찾아오리라.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필히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이 세상은 모두 자신의 뜻대로 였으니까.


허나....눈앞의 이 괴물은.....뭐냔 말이다!!!!!



***


난생 처음 겪는 공포감. 착란이라고 부를 정도의 혼미한 정신 상태.


하지만 인간이 인간인 이상 언제까지나 두려워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인간이기에 이성이 있고 마음이 있기에, 때로는 부딪치게 되는 법.


“우.....웃기지 마라!! 두렵다고? 뜨겁기만 한 애송이가?”


광기의 덩어리, 그 자체인 무여광의 몸이 분노로 가득 찼다.


광기이자 혼돈 그 자체인 그의 정체성. 오만함이 몸에 배어버린 그가 어찌 이 도발을 참을 수 있으랴.


벌떡 일어서 자세를 취했다.


“승부다!!! 애송아!!!”


“쯧. 벌레처럼 벌벌 떨던 것이 사라질 때까지 친절하게 기다려주었건만.”


“크아아아아아!!!”


이어지는 조롱을 참아내지 못 하고 뿜어져 나온 일격.


그의 절초 혼원장(混元掌)이었다. 평상시라면 조금 전의 일격처럼 중첩경(重疊勁)을 사용했겠지만 이제 막 착란에서 벗어난 그의 상태로는 무리였다.


하물며 암륜지공을 개방한 이화건의 상대로 우위를 점하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


“뭐야, 이건.”


콰직!!!


엄청난 경력이 무여광을 덮쳤다. 무여광이 묵직한 무언가가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꿰뚫고 지나간다는 것을 느끼자마자 뒤로 날라갔다.


쿠당탕!! 철퍽!


“끄으으으으으....”


개구리마냥 엎어진 무여광의 몸에서 마치 죽어가는 환자같은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지금 그를 움직이고 있는 것은 자신만이 유일무이하다고 여겼던 이의 마지막 오기인건지 안간힘을 다해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버둥버둥 거리던 왼손이 바닥을 간신히 짚고 반쯤 일어섰다.


“하아......하아...”


“일어서지? 바닥이 그렇게 좋은 건가?”


그로서는 이화건의 한 마디 한마디가 견딜 수가 없었다.


꾸구그그국. 한팔로 간신히 몸을 곧추 세웠다.


“일어나느라 수고하는군. 그래서 언제 싸울 참이야?”


“네....네놈이 잠시 우위라고 우쭐거리지 마라!!”


무여광의 분노에 호응한 것처럼 양손이 위로 올라가며 자세를 취했다.


“저런저런. 쯧. 조심해야지.”


“웃-....크아아아악.”


덜렁.


이화건의 권력을 그대로 받아낸 그의 오른손이 있을 수 없는 각도로 휘어졌다. 말 그대로 왼쪽 팔의 뼈가 완전히 박살났기에 일어난 일이다.


“크....으으으.....으으.”


그의 입에서 주르륵 토혈이 흘러나왔다.


“크.....크.....”


그리곤 이어지는 웃음. 피 끓는 소리와 섞여있지만 분명히 웃음이었다.


“실성이라도 했나?”


“크흐....그래........였어....나를 ...성시키는...”


이화건의 말이야 어쨌든 무여광은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 중얼거렸다.


“뭐야 이거 돌아버렸나?”


당연한 의문이었다. 갑자기 사람이 미치기라도 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 였기에.


“후우.....네놈이 이길 절호의 기회군....”


“아니, 이미 이겼지. 네놈은 벌레 하나 짓뭉개는데 이긴다 진다 따위를 생각하나?”


“후후후....내 목숨 쯤은 자네 손에 달려있다는 듯이 말하는군.....허나.....그렇게는 안돼....”


“하.”


무여광의 허세라 생각하고 이화건이 발을 내디뎠다.


“자네는 그저....내 최후를 지켜보는 자일뿐이다. ...임심도같은 벌레처럼 남에게 선택을 떠넘길 수는 없지...”


“뭐?”


“하아!!”


무여광의 왼손이 날처럼 세워져 자신의 목을 찔렀다.


푸화하하학!!


“뀌엑.”


기묘한 비명소리와 함께 이화건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이화건이라는 존재, 타인에게 죽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무시무시한 광기가 벌인 일이었다. 죽을 거라면 자신의 선택으로, 자신의 손으로 죽는다.


그것이 무여광이 선택한 일이었다.


“.......하아.”


꿈쩍도 하지 않는 무여광의 시체 앞에서 기다리던 이화건이 한숨을 내쉬었다. 무여광이 쓰러지고 반각이 지나자 당가의 여 무사들이 나와 무여광의 시체를 치웠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화건은 찝찝함을 견딜 수 없었다. 불완전 연소와도 같은 감정의 찌꺼기가 남아 심란케했다.


마치 이것이 끝이 아닌 듯한 찝찝한 기분. 허나 반 각이나 기다렸음에도 놈의 몸은 일어날 기미도 없었다. 거기다 여 무사들이 무여광의 몸을 진맥하고 나서야 가져갔으니 죽음은 기정사실이었다.



***



깊은 동굴의 방 안에서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히야.....어지간히 미친놈이군.”


싸움이 끝나자 오기가 내뱉은 말이었다.


“......”


방에 있는 그 누구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만큼 충격전인 일이었기에.


패배를 인정 못하고 남의 손에 죽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것도 스스로의 육장으로.


오랜 세월 강호를 행도한 오기로서도 좀체 볼 수 없었던 일이었다.


“거 그렇게 죽고 싶으면 혀나 물것이지. 쯧”


“....앞으로 몇 명 더 남지 않았군요.”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사죽헌이 말했다.


“그렇긴 하겠군. 승자끼리 싸우니. 좀 더 길어질 줄 알았는데 말이지.”


“애초에 방장이 육십 명이 채 되지도 않고 모든 이가 참가하지는 않습니다. 무기를 주로 쓰는 방장도 있고 하니.”


“그것보다 방금 싸움처럼 목숨 끊을 준비나 해둬라.”


“!!!”


오기의 말에 사죽헌을 비롯한 좌중 대부분의 얼굴이 굳었다.


“이제 내당주와의 싸움이 머지 않았다. 그에 더해 어쩌면 내당주의 윗대가리와도 싸울지도 모를 판국에. 지금 밑에서 싸우는 저놈이 진다면 네놈들 모두 감옥에서 다시 죽지 못해 살 것 아니냐. 방식이야 어쨌든 방금 죽은 놈은 나름대로 자신의 미학을 관철한 놈이다. 헌데 네놈들은 뭐냐?


“......”


“슬슬 선택해라. 무인으로서 죽을 것인가. 그도 아니면 그저 숨만 쉬는 돼지처럼 살아갈 것인가.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생자가 강호에서 군림하는 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공지 +2 23.10.24 68 0 -
공지 제목 관련 공지입니다. 23.03.07 267 0 -
공지 33화 글을 수정했습니다. 23.03.03 83 0 -
공지 20화 글을 수정했습니다. 23.02.11 569 0 -
82 82화 기관장치 23.10.22 75 1 11쪽
81 81화 호사다마 23.10.19 66 1 11쪽
80 80화 용호상박 23.10.14 69 0 11쪽
79 79화 환골탈태 23.10.10 98 3 12쪽
78 78화 재대결 -2- 23.10.09 83 2 11쪽
77 77화 재대결 -1- 23.10.07 87 1 11쪽
76 76화 무중생유 23.10.05 98 2 11쪽
75 75화 당문의 가주 -2- 23.10.03 104 2 11쪽
74 74화 당문의 가주 -1- 23.10.02 138 2 12쪽
73 73화 마음속 풍경의 차이 23.10.01 130 2 12쪽
72 72화 뇌옥대전 -9- 23.09.30 130 2 11쪽
71 71화 뇌옥대전 -8- 23.09.28 121 1 11쪽
70 70화 뇌옥대전 -7- 23.09.24 114 2 11쪽
» 69화 뇌옥대전 -6- 23.09.21 108 2 11쪽
68 68화 뇌옥대전 -5- 23.09.19 131 3 14쪽
67 67화 뇌옥대전 -4- 23.09.14 130 2 11쪽
66 66화 뇌옥대전 -3- 23.09.10 141 1 12쪽
65 65화 뇌옥대전 -2- 23.09.04 146 0 12쪽
64 64화 뇌옥대전 -1- 23.08.15 173 0 11쪽
63 63화 이명(耳鳴) 23.08.04 173 1 11쪽
62 62화 고독(蠱毒) 23.07.25 177 2 12쪽
61 61화 요구 23.07.18 178 1 12쪽
60 60화 서광(西狂) 23.07.15 214 1 12쪽
59 59화 내당주 23.07.12 242 2 11쪽
58 58화 항위동(降僞洞) 23.07.10 245 2 12쪽
57 57화 음공 23.07.05 244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