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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하고 재밌는 이야기와의 만남.

대군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진설우
작품등록일 :
2012.11.19 03:03
최근연재일 :
2012.12.31 12:10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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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0,928

작성
12.11.17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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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대군주 - 2장 (3)

DUMMY

랄프는 소군악의 뜬금없는 말에 얼떨떨한 얼굴로 답했다. 추위를 이길려고 가져온 술이 있었다.

“있소.”

“팔겠소.”

“아니, 내가 방금 20골드의 가치라고…….”

“이리와 한잔 합시다.”

랄프도 온힘을 다해 추격하느라 끼니를 대강 해결한게 벌써 며칠이던가. 손질된 고기를보니 시장기가 돌았다.

“좋소! 내가 불을 준비하리다.”

소군악이 등뒤에 배낭을 메고는 있지만 좀처럼 사냥꾼의 행색으로 보이지는 않았기에 랄프가 서둘러 가방에서 부싯돌을 꺼내 나무 나무껍질에 불을 붙였다. 그사이 소군악은 랄프의 몫으로 뒷다리 하나를 더 잘라 손질했다.

타닥 타닥.

작게 만들어진 모닥불에 지지대를 만들고 두 개 의 사슴다리가 놓였다.

“보아하니 사냥꾼은 아닌듯한데 예까지는 어인일이시오?”

랄프는 조심스레 물었다. 크로크슈산이 대외적으로는 인간의 출입을 금하고 있지만 몬스터들이 없는지라 마음먹고 숨기로 작정하면 이보다 좋은곳이 없었다.

자신과 같이 변두리에서 사냥하는 사냥꾼들 외에도 쫓기는 죄수들이나 포로들이 크로크슈산에 숨어들기도 했다. 소군악은 곰곰이 생각했다.

크로크슈의 성에서 내려왔다고 할 수는 없다. 크로크슈가 없어진걸 알면 욕심많은 인간들이 그의 보물을 탐내 얼음성을 찾을 것이다.

적어도 수하들을 정체불명의 수정에서 구출해낼때까지는 숨겨야할 일이었다.

“뭐, 누구나 말못할 사정은 있는게지요.”

소군악이 대답이 없자 랄프는 지레 짐작으로 얼버무렸다. 상대가 죄인이던 아니던, 사슴을 한방에 요절낸 투창술을 본 뒤다. 혹여 상대가 입막음을 이유로 자신을 위협할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랄프의 생각은 기우였다.

“방랑 기사요. 정처없이 떠돌던 와중에 동생의 소식을 듣고 그를 만나러 온 길이었소.”

“아! 기사셨군요.”

랄프는 놀라워하면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허리춤의 검부터 나무등치에 기대어놓은 창까지 기사의 무기라 생각하고 다시보니 훌륭한 무기들이었다.

“그보다 아까 영주가 사슴머리장식을 구한다고 하였소?”

랄프는 소군악이 관심을 보이자 일말의 기대감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하긴, 20골드가 적은돈이 아니지.’

자신과 같은 사냥꾼 나부랭이보다 훨씬 높은 임금을 받는 기사들에게도 20골드는 큰돈이다. 하물며 수련하며 정처없이 떠도는 방랑기사라면 돈이 궁할터였다.

“그렇소. 선물용으로 쓸 사슴머리장식을 구한다오. 내 장담하건데 이만하면 필시 영주의 마음을 흡족하게 할것이오.”

랄프가 천에 둘둘매인 사슴머리를 보며 말하자 소군악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영주의 이름이 무엇이오?”

“잠비 자작이오.”

아무래도 제이미가 산을 올랐던것과는 다른방향으로 내려온듯했다.

“윌리스 남작에 대해 아시오?”

랄프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비자작의 이웃영지가 아니오?”

“그곳까지가는 길을 가르쳐 주겠소? 그럼 대가로 저 사슴머리를 드리리다.”

랄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 포기했는데 상대가 선뜻 준다지 않은가? 소군악으로써는 20골드를 탐낼 이유가 없었다. 이미 어느정도 여비를 하려고 얼음성에서 보석 한줌과 금화 한줌을 주머니에 챙겨온 터였다.

“좋소! 그리하리다! 랄프라고 하오.”

“소군악이요.”

랄프가 내민 손을 소군악이 맞잡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소군악? 특이한 이름이군.”

연신고개를 갸웃하던 랄프가 물었다.

“혹시 동쪽 대륙에서 오셨소? 그곳사람들이 그런식으로 이름짓는다고 하던데…….”

소군악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원에도 서역이 있듯, 이곳에도 중원과 비슷한곳이 있는 모양이었다. 문득 그곳은 또 어떤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일까 궁금증이 일었다.

“그렇소. 그곳에 가보셨소?”

랄프가 손사레쳤다.

“에이. 처자식 딸린몸이 그 먼거리를 어찌 가겠소. 떠돌이 음유시인에게 들어 안게 전부지.”

“그렇구려.”

동쪽대륙 출신이라 밝혀버렸으니 랄프에게 그쪽 대륙의 사정에 대해 묻는것도 모양새가 이상했다. 반면 랄프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하고는 소군악에게 은근히 동쪽대륙의 이야기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아는게 있어야 말하지.’

소군악은 노릇해진 고기를 집어들었다.

“그럼 고기도 익은듯한데 한잔합시다.”

“먼저 드시오.”

랄프가 얼른 술병을 꺼내 먼저 권했다. 젊은 기사가 자신보다 열 살이나 적어보였지만 흔쾌히 양보했다. 그로써는 오늘 정말 횡재한 날이었다.

“크윽, 좋군.”

비릿한 술맛이 중원에서 맛보던것과는 또 다른 맛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길찾을 염려는 없겠군.’

제이미의 기억이 있지만 아직까지 그의 기억을 전부 흡수하지 못한 소군악이었다. 섣불리 그의 기억을 모두 받아들인다면 미칠수도 있을터.

지금은 소군악 자신의 자아를 온전히 확립하는쪽이 안전했다. 제이미의 기억은 한켠에 봉인해두듯 묻어두었다. 하루하루 명상하며 조금씩 제이미의 기억을 마치 책을 읽듯 들여다보는 소군악이었다.

그 기억이란 것이 책장에서 서책을 찾듯 필요한것만 빼내어 볼수있는 것이 아닌지라 소군악은 차근히 제이미의 인생살이를 어렸을때부터 차근차근 보고있는 중이었다.

지금 소군악이 온전히 알게된 제이미의 기억과 지식이라면 13살까지의 인생살이와 최근 얼음성을 찾은 제이미의 기억 뿐이다.

굳이 모든 기억을 흡수한 후에 윌리스 남작가를 찾아가고픈 마음은 없었다. 그저 자신에게 몸을 제공해준 망자에 대한 예우로써 그의 마지막 임무를 완수해주려는 것이다.

빨리 전해주고 자신은 수하들을 구해낼 방법을 찾아야하지 않겠는가? 아직 제이미가 어떠한 경로로 크로크슈산을 찾았는지는 모를 일이니 사슴머리 하나를 댓가로 랄프를 따라 가는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소군악은 사슴머리 하나의 호의로 랄프의 집으로 초대되었다. 오를때는 이주일이나 걸린 거리지만 내려오는 것은 사흘을 노숙하는 것으로 끝낼수 있었다.

랄프의 집은 산을 내려와 곧장 보이는 치라토 마을에 있었다. 어머니와 부인과 함께 사는 랄프는 열 살난 아들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근 보름만에 집으로 돌아온 랄프는 성공적인 사냥에 가족들의 환송을 받았다. 작은 밭이 있어 농사도 짓고 있지만 세금을 내고 가족들이 먹고나면 남는 것이 없었다. 랄프의 사냥의 성공여부에 따라 집안의 경제가 궁핍해지기도 했고 풍족해지기도했다.

다행히 랄프는 꽤 실력있는 사냥꾼인지라 일반 가정집 치고는 꽤나 부유하게 살았다. 2층집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 방 하나를 소군악에게 내어주었다.

랄프는 귀한 손님인 소군악을 극진히 대접했다. 근 두달간 벗지못한 방한복을 모두 벗어내고 뜨거운물에 목욕을 하는 소군악은 그제야 살것같은 표정을 지었다.

“내 옷인데 자네한테 맞는지 모르겠군. 이걸로 갈아입게.”

함께 산을 내려오는 동안 그새 제법 친해진 랄프와 소군악이었다.

“고맙소.”

“허허, 원, 별소리를 다하네.”

랄프는 손사레치며 웃었다. 그는 소군악이 마음에 들었다. 예사롭지않은 무예를 익힌듯한 소군악은 방랑기사다. 아직 모실 주군을 찾지못한 처지겠지만 그래도 기사다.

자신의 아들 지미의 꿈이 기사다.

기사가 되려면 두 가지 길이 있었다.

엄청난 실력을 쌓아 영주로부터 직접 기사작위를 수여받던가, 기사의 시종이 되어 수학하며 자연스레 기사수업을 받고는 수련기사와 견습기사를 거쳐 정식으로 기사서임을 받는 것이다.

후자야 랄프의 집안이 귀족의 집안도 아니고, 기사의 발탁을 받을만큼 지미의 재능이 뛰어난지도 아직 모를일이다. 전자의 방법이야 사람에 따라 많은 길이 있겠지만 대게 두가지였다.

용병으로 떠돌며 실력과 명성을 쌓던가, 무술학교에 들어 검술을 배우는 방법이다. 용병일은 죽을 확률이 높았고, 무술학교는 경비가 비싸 일반적은 평민은 꿈도 못꾸고 부유한 집안의 자제들이 주로 택하는 방법이었다.

무술학교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그 지역의 기사들이 눈여겨보다가 시동으로 발탁하는일도 많이 일어나는지라 기사를 꿈꾸는 아이들이라면 모두가 소원하는것이었다.

랄프가 20골드의 포상금이 걸린 사슴머리장식을 구하기위해 며칠을 사냥에 몰두한것도 아들 지미를 무술학교에 보내기 위해서였다.

입학금만 10골드에 한해 수강료가 5골드에 달했다. 포상금만 받을수 있다면 두해는 지미를 학교에 보낼수가 있었다. 꼭 기사가 되지못한다 하더라도 급료가 센 영지군을 모집하는데 무술학교출신을 우대하기에 손해볼일이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방랑기사이지만 소군악을 만나게 되었으니 조금이라도 더 친분을 만들어 두려는 랄프였다.

“그럼 먼저 내려가네. 다 씻거든 옷갈이입고 오게. 내 가족들을 정식으로 소개시켜줌세.”

소군악은 욕조물에 머리를 담갔다가 뺐다. 그리고는 피식 웃었다.

사람의 인연이란 참으로 웃겼다. 랄프가 사슴머리를 억지로 뺏으려 했다면 그대로 목을 쳤을 것이다. 정중히 물었기에 어차피 자신에겐 필요없는것이니 주려했다.

헌데, 랄프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는 모두 털어놓았다. 그 순박함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소군악은 랄프와 동행해 여기까지 따라왔다.

결과는 흡족스럽다. 이 세상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좋은사람이라 다행이고, 그를 죽이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다. 사슴머리를 박제하는데 시간이 걸리는지라 일주일정도는 이 마을에서 머물러야겠지만 어차피 소군악에게도 급할 것은 없었다.

라일의 검을 돌려주는 제이미의 임무보다는 잃어버린 무공을 되찾는 것이 소군악에게는 더 우선순위였다. 꾸준한 내공심법도 중요하지만 몸상태를 최상으로 만들어두는것도 중요했다.

건강한 몸을 만들어야 내공심법으로 내력을 쌓는것도 효율적이다. 랄프의 집에 지내며 영양가있는 음식을 섭취하고 몸을 만드는것도 좋은 일이다.

“나쁘지 않군.”

소군악은 몸을 씻고는 묵은때를 벗겨냈다. 그리고 랄프의 옷을 받아입었다. 조금 헐렁하긴했지만 크게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다.

씻고 내려오는 소군악을 보며 랄프가 탄성을 내질렀다.


작가의말

하위권이지만 오베에 들었네요.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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