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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하고 재밌는 이야기와의 만남.

대군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진설우
작품등록일 :
2012.11.19 03:03
최근연재일 :
2012.12.31 12:10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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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928

작성
12.11.16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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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글자
8쪽

대군주 - 2장 (2)

DUMMY

@


가니언 산맥의 지류에 우뚝솟은 서른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까마득한 높이의 산이 있었는데 사람들은 이를 하늘산이라 부르기도 했고 크로크슈산이라 부르기도 했다.

너무 험해 인간은 오르지 못하는 그 산에 화이트 드래곤 크로크슈가 영역을 선포한 이후에는 몬스터들 또한 자취를 감춰버렸다.

몬스터들의 먹이가 되어주던 야생동물들의 개체 수가 증가했고 시간이 지나자 인간 사냥꾼들은 하나 둘 크로크슈산을 찾았다.

500년의 세월은 드래곤의 공포에 적응하기에는 충분히 긴 시간이었다.

그간 사냥꾼들은 야생동물을 사냥해도 되는곳과 절대 들어서서는 안되는 땅을 구분해냈다. 수많은 선조 사냥꾼들의 죽음으로 축적된 데이터였다.

서른개의 봉우리중에 중심부에 위치한 가장 높은 7개의 봉우리에는 절대 들어서서는 안된다. 드래곤의 이빨맛을 보고싶은 용감한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 외의 변두리에는 조심만한다면 한두마리의 야생동물을 사냥해가는 것은 괜찮았다.

중심부 7개 봉우리 외의 다른 봉우리들도 그리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도망쳐온 농노들과 죄인들이 하늘산에 숨어들어 화전을 일구자 모두 드래곤의 먹이가 되어버렸다.

화이트드래곤은 자신의 영역에 인간들이든 몬스터든 상주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몬스터들이 없으니 인간사냥꾼에게는 매력적이 사냥터였다. 크로크슈의 진짜 영역에만 발들이지않고, 여럿이서 몰려다니며 소란스럽게 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더는 위험한데…….”

랄프가 사슴을 쫓은지는 벌써 이 주째였다. 놈도 살자고 계속 도망쳐 벌써 몇 개의 봉우리를 넘어버렸다.

“도, 돌아갈까?”

랄프는 고심했다. 여기서부터는 동물들도 잘 출몰하지 않는 지역이다. 쫓다 보니 너무 높이까지 올라와버렸다. 놈도 추격을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느라 목숨을 걸고 예까지 왔으리라.

“하지만 놈만 잡아가면 20골드가…….”

보통 사슴을 잡아서는 가질 수 없는 포상금이 걸려있다. 며칠전 영주성에서 나온 관리가 마을마다 방을 붙였는데 뿔이 멋진 사슴의 머리장식을 가져오는자에게 20골드의 포상금을 내린다고 하였다.

20골드면 십년을 놀고먹을수도 있고, 지미를 검술학교에 입학시킬수도 있는 돈이다.

아들 지미를 생각하자 용기가 솟구쳤다.

랄프는 눈에 난 사슴의 발자국을 쫓았다. 겁이많아 도망치는 놈이지만 얼마나 날랜지 호락호락 잡을만한 녀석도 아니다. 그나마 무려 이주를 쉬지않고 쫓은덕에 자신만큼이나 사슴도 지쳐있으리라.

랄프는 눈밭을 헤치며 산의 능선을 따라 걷기를 한시간만에 드디어 사슴의 뒤를 쫓을수있었다.

“옳지. 올해 내 운이 좋구나.”

랄프는 손을 머리뒤로 가져가 화살을 하나 꺼내 활에 재고는 시위를 당겼다.

지이이이익.

롱보우가 비명을 지르며 휘어졌다. 그 소리를 들었음인가? 위기를 감지했음인가 사슴이 귀를 쫑긋하더니 휙 돌아봤다.

투웅!

화살이 시위를 떠난것과 사슴이 펄쩍 뛰어오른 것은 거의 동시였다.

턱.

화살이 사슴의 목덜미를 아슬아슬하게 비껴 바닥에 툭하니 꽂혀버렸다.

“젠장!”

그사이 사슴이 펄쩍 뛰어 산의 비탈을 향해 내려갔다. 사람이 내려가기에는 너무 가팔라 추격이 쉽지않은 지형이다. 랄프는 서둘러 화살을 한발 더 장전했다.

움직이는 표적에 서둘러 발사하느라 맞추기는 쉽지 않았다.

투웅!

화살이 나무에 꽂혀버렸다. 더 쏘아봤자 나무가 빽빽이 자란 비탈길을 달려 내려가는 사슴을 맞추기는 요원하다. 또다시 인내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제기랄!”

놈을 쫓은 사흘간 가장 가까이 접근했다. 첫발에 맞췄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착찹한 눈으로 멀어지는 사슴을 쳐다보는 랄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슈아아아아아앙! 털썩.

바람을 찢는 굉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사슴이 튕겨져나갔다. 눈을 비비고 다시 자세히 보니 어디서 날아온지 모를 창이 사슴의 목을 꿰뚫고도 힘이 남았는지 그대로 나무에 박혀있었다.

꿀꺽.

놀라운 광경에 절로 침이 삼켜졌다. 절로 뻦뻦해지는 목을 돌려 창이 날아왔을법한 산비탈위를 올려다보았다.

털썩, 털썩.

꾀제제한 외투를 입은 적발의 사내가 눈을 해치며 내려오고있었다.

얼음성을 나선 소군악이었다.

본래 제이미의 머리칼은 옅은 금발이었는데 양의 속성이 강한 대천자마존공을 익힌 영향인지 머리카락색이 연한 붉은빛을 띠게 되었다. 본래의 몸이었을때는 열양기공을 익혔더라도 머리색의 변화는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변한 것을 보면 색목인인 제이미의 몸이 문제인듯했다.

“저, 저…….”

랄프는 너무 황당하여 말을 더듬거렸다. 소군악은 곧장 산비탈을 내려가 창대를 뽑아냈다. 사슴의 목을 그대로 관통해 이미 절명한 뒤였다.

‘사슴 생긴건 똑같군.’

얼음성에서 50일간 겨우 목숨만 연명할정도의 음식을 섭취해온 소군악이다. 산을 내려오며 풀뿌리라도 캐먹을까 싶었지만 중원의 식물들과는 다른 것이 많아 여의치 않았다.

무작정 산을 내려오자 마음먹고 내려온지 나흘이다. 내력이라도 충만하다면 경신법을 발휘해 단숨에 하산하겠건만 몸안의 내력은 몸속을 꾸준히 맴돌며 추위를 막기에도 벅찼다.

서컥!

단칼에 사슴의 목을 쳐버린 소군악은 몸통을 뒤집어 적당한 나뭇가지에 걸었다.

꿀럭, 꿀럭.

잘린 목에서 핏물이 꾸역꾸역 흘러 나왔다. 핏물이 빠질동안 주변의 마른 나무를 주워 모았다. 그때쯤 산비탈을 미끄러지듯 내려온 랄프가 말을 붙여왔다.

“이, 이보시오.”

“…….”

소군악이 멀뚱히 랄프를 보았다. 랄프는 바닥을 뒹구는 사슴의 머리를 힐끔 거리며 머뭇거렸다.

“그 사슴은 내가 보름이나 밤잠줄여 쫓은 놈이라오.”

“내가 잡았소.”

랄프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말이오. 혹, 목적이 고기라면 사슴머리는 필요없을테니 내게 파실수는 없겠소?”

랄프는 조심히 물었다. 소군악이 사슴머리부터 잘라내고는 바닥을 뒹구는 사슴머리를 별로 신경쓰지 않는 것을 보고는 추측하여 물은 것이다. 소군악은 바닥을 뒹구는 사슴머리를 보았다. 이곳에서도 녹용을 약재로 쓰는 모양이었다. 소군악이 필요한 것은 고기다.

“필요없으니 가져가시오.”

소군악은 그리 퉁명스럽게 말하자 랄프는 환히 웃다가 찜찜한 얼굴이 되었다.

‘이자는 모르나보군.’

랄프는 사슴의 머리를 집어들어 가져온 천으로 둘둘 싸맸다. 그러다가 이내 욕심보다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는지 말문을 열었다.

“이런 말 하긴 뭣하지만 아무래도 찔려서 안 되겠소.”

소군악이 그새 사슴의 가죽을 벗기고 뒷다리 하나를 손질해내고 있었다. 슬쩍 고개를 들어 랄프를 보니 그가 말을 이었다.

“실은 얼마전 영주가 사슴머리장식을 구하며 20골드의 포상금을 걸었소. 이 정도 사슴의 뿔이면 분명 영주의 마음에 들터 이 사슴의 가치는 20골드라오.”

소군악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돈의 액수보다는 곧이 곧대로 말하는 랄프에 대해서였다.

“그래서?”

“그래서라니? 내 욕심이 나지만 그대를 속일수는 없겠구려. 놓고 갈테니 솜씨좋은 무두장이한테 맡겨 박제로 만들어 영주성에 가져가보시오.”

랄프는 정말 아쉬운 표정으로 사슴머리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사슴뿔은 길이도 길었지만 여기저기 갈라지며 뻗은 모양이 예뻐 좋은 장식품이 탄생할 터였다.

소군악은 고기손질을 계속하며 물었다.

“술 가진 것 있소?”

랄프는 소군악의 뜬금없는 말에 얼떨떨한 얼굴로 답했다. 추위를 이길려고 가져온 술이 있었다.


작가의말

이제 시작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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