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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하고 재밌는 이야기와의 만남.

대군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진설우
작품등록일 :
2012.11.19 03:03
최근연재일 :
2012.12.31 12:1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998,041
추천수 :
4,167
글자수 :
30,928

작성
12.11.15 04:01
조회
33,314
추천
102
글자
7쪽

대군주 - 2장 (1)

DUMMY

2. 방랑기사.











스르르.

소군악은 손에 든 검에 내력을 집중했다. 지난 50일간 대천자마존공을 익힌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라일의 검에 푸르스름한 기운이 어렸다.

‘됐다.’

얼마 되지 않는 내력을 겨우겨우 모아 검기를 발현했다. 애초에 제이미가 쌓아두었던 10년의 내력은 대천자마존공의 성질로 바뀌며 6년의 내력이 되었다.

그 이후 계속된 심법의 수련으로 14년의 내력을 더 채워 20년의 내공을 얻을 수 있었다. 20년 정도의 내공이라면 2류 고수의 수준이다. 보통의 검기발현의 경지에 이른 자들을 1류 고수로 분류하는데 그쯤 되는 고수들은 30년 내력은 가지고 있었다. 소군악은 겨우 20년의 내공으로도 검기를 발출하는 신기를 보였다.

쉬익. 까강.

수정을 내리친 소군악의 표정은 어두웠다.

“역시 소용없군.”

검기로도 수정에는 흠집조차 남지 않았다. 흠이라도 생긴다면 어찌 더 수련하여 수정을 베어버릴 만한 희망이라도 품겠건만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잘못되었다.

‘강기라면 가능할까?’

하지만 강기의 발현까지는 아직 먼일이었다. 이미 대천자마존공의 이치를 훤히 알고 있는 소군악에게는 경지에 닿기까지 그저 시간의 문제였지만 더는 얼음 성에서 버틸 길이 없었다.

“열에는 어떤지 볼까?”

아직 쇳덩이를 녹일만한 열을 발출 할 수는 없으나 수정이 어찌 반응하는지 실험해보기 위해서다.

츠츠츠츳.

내력을 손바닥에 집중하자 차가운 공기가 달라붙어 이슬이 맺혔다. 그도 잠시 이슬이 증발하여 하얀 수증기를 만들어냈다. 아직 그 내력이 미비하고 혈맥의 타동이 원활하지 않아 제대로 된 열양장을 펼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경지에 이르고 나면 이깟 열양장이야 눈 깜짝할 사이에 펼치리라.

“하아압!”

콰앙. 푸시시시시시.

기합성과 함께 손바닥으로 수정을 밀쳤다. 턱 하니 달라붙은 손바닥과 수정사이에서 새하얀 수증기를 피워올렸다. 소군악은 들뜬 마음으로 손을 떼어보고는 이내 실망하고 말았다.

“이 정도 열에는 끄떡도 없다는 건가?”

소군악은 심각히 고민했다. 이미 식량은 모두 떨어졌다. 그리고 수정에 갇힌 흑룡대원들을 꺼낼 방법이 쉬이 떠오르지 않는다.

소군악은 차가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방한복의 도움이 컸지만 20년에 불과한 내공도 추위를 막아주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북풍 설한에도 끄덕 없는 한서불침의 경지에 이른 것은 아닌지라 겹겹이 껴입은 방한복을 벗을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찝찝함을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가려운 것도 며칠을 가다, 이제는 그마저도 초월한 지경이었다. 몸의 불편함은 참을수가 있지만 문제는 수하들을 구해낼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는데 있었다.

“결국, 떠나야 하나?”

강기를 이룰 경지에 이르면 잘라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열양장이 극성에 다다르면 녹여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식량의 부족이야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산을 내려가 준비하고 다시 올라오면 될 테니까.

화이트드래곤 크로크슈의 출몰도 걱정할 거리가 없다. 혹시 숨겨둔 식량이라도 있을까 싶어 성을 샅샅이 뒤지다가 크로크슈의 것으로 보이는 일기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일기에는 요즘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시공간이동마법에 대해 빼곡히 기술되어 있었다. 제이미의 기억을 토대로 대강 이 세계의 풍습이나 사회상을 익힌 소군악이다. 주술과 비슷한 마법의 존재 또한 이제 인정한다.

‘이곳은 중원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세계야.’

제이미의 기억이 있지 않았다면 믿지 않았을 일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공간이나 시간을 틀어지게 하는 주술적 진법에 대한 이해가 있던 소군악이다.

불가능한 일만은 아닌지라 그렇게 이해했다. 이곳은 다른 차원의 세계다. 화이트 드래곤 크로크슈는 지금 중원에 있을 것이다. 그가 또다시 시공간이동마법을 전개하여 올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예상컨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한가지뿐이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자신은 의식을 차린 지 13일이 지나는 동안 수정안에 갇혀있었다. 하지만 몸은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고 감각도 없었다. 죽은 몸인지 살아있는지, 얼어 동결된 상태인지도 모른다.

여러 가지 실험해봤으나 수정의 정체를 알 수가 없다. 추측컨대 지금 흑룡대원들은 일종의 가사상태가 분명했다. 자신도 13일을 버텼으니 수정만 깰 수 있다면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배화교에서 이르길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3일간 육신에 머물다 저승세계로 간다. 하지만 자신은 13일을 머물러 있지 않았는가?

분명 살아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흑룡대원들의 중심부에 갔다. 그곳에는 몇 개의 수정 조각들이 있었다. 확실히 얼음과는 다르다. 차갑긴 하지만 그 자체에서 냉기를 뿜지는 않는다. 그리고 같은 크기의 얼음보다 조금 무거웠다.

팔뚝만 한 크기의 수정과 더 작은 수정 몇 개를 챙겨 식량이 들었던 가방에 꽉 채워넣었다. 이것들을 녹일 방법을 찾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리라.

떠날 채비를 마친 소군악은 흑룡대원들이 바라보는 전방에 가서 섰다.

“흑룡대는 들으라.”

소군악의 목소리가 성을 울리며 메아리쳤다.

“나 소군악은 이혼환체대법을 시행해 이 몸을 얻었노라. 내 반드시 형제들을 살릴 수 있는 방도를 알아 오도록 하겠다.”

수정안에 갇힌 채 미동도 않는 흑룡대원들을 일일이 눈을 맞추었다.

“그때까지 반드시 살아남아라! 나를 믿고 기다려라!”

저들의 정신도 자신과 같이 깨어있을까? 알 수 없지만 진심을 담아 뜻을 전했다.

“금방 다녀오마.”

소군악은 수하들을 향해 절을 했다. 자신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형제들. 자신을 살리기 위해 한목숨 내어주겠다던 그들. 이들을 살리고자 자신의 목숨을 포기했는데 뜻하지 않게 형제들을 대신해 자신만 이렇게 운신이 자유로이 살아있다.

‘반드시 봉인을 깨고 자유를 주마.’

절대적 지침이었던 배화교의 교리도 속박도 이제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전장을 함께했던 수하들이자 우애를 나눴던 형제들.

이들을 반드시 살려내겠노라. 굳게 다짐한 소군악은 성을 나섰다. 때가 꼬질꼬질하게 낀 방한복을 껴입은 소군악의 신형이 산 아래를 향해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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