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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하고 재밌는 이야기와의 만남.

대군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진설우
작품등록일 :
2012.11.19 03:03
최근연재일 :
2012.12.31 12:1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998,093
추천수 :
4,167
글자수 :
30,928

작성
12.11.14 04:19
조회
36,515
추천
77
글자
6쪽

대군주 - 1장 (3)

DUMMY

@


때가 꼬질꼬질한 두꺼운 방한외투를 껴입은 거지꼴의 남자가 얼음성의 문앞에 섰다.

“찾았다.”

감격한 듯 떨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람의 기사로 유명한 제이미였다. 작은 새의 모습을 한 그의 바람의 정령 라프가 주변을 맴돌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마른침을 한번 삼킨 제이미가 크로크슈의 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크로크슈는 소문과는 다르게 그리 포악한 성격은 아닌 듯 아직 제이미의 등장에도 나타나지 않고있었다. 아니면 잠시 어딘가로 출타중이던가 말이다.

“반드시 찾아가주마.”

영주인 윌리스 남작의 명으로 이곳까지 왔다. 죽을것이 뻔한 임무지만 제이미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소피아…….”

레이디 소피아. 영주의 딸이자 자신의 여인이다. 뛰어난 실력자인 기사 제이미를 영주도 기꺼워하며 둘의 만남을 허락했으나 디엘가문의 혼첩이 있고부터는 모든 것이 바뀌어 버렸다.

디엘 가문은 영주의 가문인 윌리스가와는 차원이 다른 부유하고 권세 높은 가문이다. 제법 실력이 뛰어나다 알려졌으나 검 쓰는 기사에 불과한 자신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제이미와 디엘가문의 아들과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이제 제이미는 제거해야할 대상에 불과했다. 디엘가문과의 혼사에 앞서 소피아의 연인이었던 제이미를 없애 잡음을 제거하려는 것이다.

윌리스 남작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10년전 사라진 가문의 보검 라일의 검을 되찾아 온다면 소피아와의 결혼을 공식선언하겠노라고 말이다. 제이미에게는 달콤한 미끼이자,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 끝에 죽음이 기다린다 하여도 반드시 갈 수밖에 없는 길.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도전해봐야 할 일이었다.

문제라면 라일의 검을 가져간 장본인이 화이트 드래곤 크로크슈라는 것이다. 크로크슈의 레어에 들어가 라일의 검을 되찾아간다면 제이미의 명성은 하늘을 찌를 것이다.

디엘가문의 공자보다 더한 신랑감으로 거듭날수도 있는일이다. 제이미가 목숨을 담보로 이곳에 온 이유였다.

혹여 크로크슈가 나타날까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제이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성안으로 들어오자 넓은 원형 홀의 중앙에 100개의 수정구가 있었는데 그 안에 말에 탄 기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성의 가디언인가?”

드래곤들은 자신들이 레어를 비우는 사이 침입자들을 막아내기 위한 가디언을 둔다고 알고 있었다.

“잭 이 영감이 날 속이다니.”

나름 크로크슈를 조사해보고 온 제이미다. 서적에서도 봤고, 사람들에게도 들었다. 선술집의 잭 영감이 할아버지에게 들었다며 해준 이야기가 크로크슈의 성은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지역인지라 가디언을 두지 않는다고 하였다.

문득 그 말만을 믿고 여기까지 올라온 자신이 웃겼다. 아니, 가디언이 있었다 할지라도 자신은 이곳으로 올 수밖에 없었으리라.

재빨리 창을 뽑아 경계했으나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한참을 대치하던 제이미의 눈동자가 수정안의 말 탄 기사를 자세히 살폈다.

“사람……. 인가?”

제이미는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힐끗힐끗 살폈다. 모든 복색이 검은 그들의 모습에 묘한 위압감이 전해져왔다. 심지어 머리카락에서 부릅뜬 눈까지 모두 검은색이었다.

동화에 나오는 마왕의 군대가 이런 모습일까?

텅, 텅.

수정구를 쳐보니 얼음인 듯 하기도 했고 광물인 듯하기도 했다.

“라프, 이게 뭔지 알겠어?”

라프는 바람이 되어 수정구를 통과하려다가 벽에 가로막힌 듯 뒤로 튕겨 나오고 말았다.

“라프, 괜찮아?”

이마에 혹이 생긴 라프는 고개를 내저었다. 정령과 계약자는 서로의 언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었다. 정령의 말은 듣는 것이 아니라 느낀다.

“깨질 일은 없단 말이지?”

라프의 말을 알아들은 제이미는 그래도 혹시나 몰라 슬금슬금 옆으로 걸으며 중앙홀을 피해 빙 둘러서 여러 방을 살폈다. 금은보화가 가득한 창고만도 몇 개나 되었다.

“찾았다!”

제이미는 라일의 검을 보자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목숨을 내놓고 온 길인데 정말 이 검을 찾을 줄은 몰랐다. 윌리스 가문의 초대가 가주가 사용했던 검으로 수대를 내려오며 이 검은 윌리스 가를 대신하는 상징이나 다름없었다.

화이트드래곤 크로크슈의 성을 찾아가 가문의 가보를 되찾아 왔다. 이만한 공이면 소피아와의 결혼도 허락할 것이다. 다른 재물이 탐났으나 모아놓은 금은보화가 사라졌음을 크로크슈가 눈치채기라도 한다면 그 보복이 두려웠다.

라일의 검만을 소중히 챙겨 외투 속의 품 안에 넣었다.

“어서 빠져나가야지.”

지금은 운이 좋아 크로크슈가 자리를 비운 사이 성에 들어왔지만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몰랐다. 제이미는 서둘러 창고를 빠져나왔다.

100개의 수정구에 갇힌 검은 기사들은 꿈적도 하지 않고 있었다. 무슨 이유로 갇혀있는지는 모르지만, 저들의 봉인이 풀려 혹시 움직이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그들을 살피며 살금살금 걸음을 옮기던 제이미의 볼이 씰룩였다.

“어라?”

검은 기사들 중에 하나가 이상했다. 별달리 이상해 보이는 점은 없었으나 얼핏 그와 눈을 마주쳤는데 눈을 땔 수가 없었다.

“왜, 왜 이러지?”

제이미의 입에서 당혹 성이 터졌다. 몸이 굳은 듯 움직이지 않는다. 눈을 계속 흑의 기사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개를 돌릴 수도 눈을 깜빡일 수도 없었다.

츠츠츳.

그러던 어느 순간 흑의 기사의 눈에서 빛이 나는가 싶더니 섬광이 번쩍하고 터지는 기분이었다.

“어억.”

제이미는 그제야 눈을 감고 뒤로 쓰러졌다. 쓰러진 제이미는 쉴 새 없이 눈동자를 휘 번뜩거리며 몸을 떨었다.

“어어어어어어.”

입에서는 괴상한 신음이 새어나왔다. 제이미의 위를 걱정스레 날아다니던 바람의 정령 라프가 못 견디겠는지 제이미의 입속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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