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진기하고 재밌는 이야기와의 만남.

대군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진설우
작품등록일 :
2012.11.19 03:03
최근연재일 :
2012.12.31 12:1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998,039
추천수 :
4,167
글자수 :
30,928

작성
12.11.14 04:20
조회
34,761
추천
87
글자
9쪽

대군주 - 1장 (4)

DUMMY

@


쥐죽은 듯이 누워있던 제이미의 손가락이 꿈틀했다. 아직 초점이 잡히지 않는지 게슴츠레 뜬 눈이 천장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몇 번의 눈을 깜박이더니 이내 상체를 벌떡 일으켜 세웠다.

“으윽.”

극심한 두통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한참을 머리를 잡고 흔들어대던 제이미는 전방에 보이는 수정구에 갇힌 흑기사들을 보았다.

제이미의 입매가 슬쩍 비틀려 올라갔다. 그리고 중원의 말을 내뱉었다.

“크큭. 성공이군. 으윽.”

소군악은 크게 웃으려다 깨어질 것 같은 두통에 다시금 머리를 부여잡았다.

“크아아악!”

한참을 바닥을 뒹굴던 소군악은 그대로 뻗어 골아떨어지고 말았다. 소군악이 눈을 뜬 것은 꼬박 이틀만이었다.

“으윽.”

어질어질한 머리를 흔들며 일어난 소군악은 생각을 정리했다. 본래 자신의 기억에 제이미의 기억이 뒤죽박죽이다. 기억은 그 자체로 그사람의 인생과도 같다.

두 개의 기억이 혼재되다보니 미칠것만 같았으나 소군악은 자신의 자아를 잇지 않았다. 더불어 4대 교주께서 왜 대법에 실패했는지 이해했다.

“한번만 더 했다간 미쳐버리기 딱 좋겠군.”

두 존재로 살아오던 사람의 기억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은 매우 위험한 도박이었다. 인간의 뇌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점을 넘어 미쳐버릴수도 있는 일이었다. 제이미의 삷도 파란만장한지라 소군악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계집 때문에 여기까지 오다니. 미쳤군.”

소군악은 아직 제이미의 기억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제이미가 남같지가 않았다. 더불어 새로운 지식들로 인해 자신이 왜 이곳에 존재하게 되었는지도 어느정도 깨닫고 있었다.

“화이트 드래곤이라.”

화이트 드래곤 크로크슈. 분명 고진의 추격대에 쫓기고 있는 와중에 눈보라와 함께 등장한 것은 화이트 드래곤 크로크슈였다.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도 크로크슈와 흑룡대의 위치가 바뀌어 버린 것이다. 소군악은 일단 몸을 움직여 보았다.

휙, 휙.

이리저리 주먹을 뻗어보더니 허공에 발길질을 휘둘렀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창을 들고 이리저리 찔러보았다.

부우우웅, 부우웅,

내력이 실리지 않은 창술이었으나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위협적으로 들렸다.

“쓸만한 몸이군.”

정령검술로 이름 높은 제이미지만 그 신체 또한 기사로서 부족함 없이 단련했던 몸이다. 단전에는 미약하지만, 내공 또한 존재하고 있었다.

“10년의 내력이라.”

신교의 3류 무사 정도의 수준이지만 일반인보다는 월등히 강한 힘을 내게 해줄 내력이다. 소군악은 여전히 수정에 갇혀있는 자신의 몸을 보았다.

“기분이 묘하군.”

새로운 몸을 차지하고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기분이 이상했다. 영혼이 빠져나간 자신의 몸은 차츰 죽어갈 것이다.

소군악은 제이미의 품 안의 검을 빼들었다.

끼릭, 끽.

차가운 한기 탓에 쇠붙이가 얼어붙어 검이 기분 나쁜 소음을 내며 뽑혔다.

팅!

손가락으로 튕겨보기도하고 검신을 뻗어 살펴보기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검이군.”

더불어 제이미가 이곳에 이르도록한 검이니 이 검이 자신을 살렸다고 할수도 있었다. 백년이 지나도 크로크슈의 성을 찾는이는 없었을테니까 말이다.

“라일의 검이라.”

윌리스 가문의 초대 가주인 라일이 쓰던 검이다. 가보로 전해져 내려오던 것이 10년전 윌리스 남작성을 찾은 크로크슈가 보물과 함께 강탈해가버렸다.

“네 녀석의 마지막 임무는 내가 대신 완수해주마.”

결코 남같을수가 없는 제이미의 마지막 임무를 대신 완수해주고자 마음먹었다. 억울하게 몸을 뺏긴것에 대한 보답으로 마지막 그의 기사도인 명예는 지켜주고 싶었다.

“그럼 어디.”

소군악은 혼이 빠져나간 자신의 육신을 감싸고 있는 수정을 내리쳤다.

까강!

“으음.”

제법 힘을 줘 내리쳤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까강, 깡!

연속으로 수십 번을 내리쳤으나 수정에는 작은 흠집조차 새겨지지 않았다. 소군악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얼음이 아니야.”

생전 처음 보는 물질이다. 소군악은 벽으로 다가가 검을 찔렀다.

쩌저적.

벽은 얼음으로 만들어진 게 맞는지 쩍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얼음 성으로 만들어진 이곳에 오직 소군악을 비롯한 흑룡대 100인만이 정체 모를 물질에 쌓여있는 것이다.

“열기에는 녹을까?”

소군악은 품 안을 뒤졌다. 몇 개의 육포와 딱딱한 빵이 나왔는데 아껴먹어도 채 20일을 버티지 못할 듯싶었다.

“20일 안에 1갑자의 내공을 모으진 못한다.”

1갑자의 내공이 지금 당장 있다 하더라도 열양장을 익히기에는 무리가 있는 시간이었다.

“크로크슈라…….”

드래곤이 갑자기 왜 중원으로 왔는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지난 13일간 이곳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앞으로 이곳에 나타나지 않을 리도 없다.

선택의 기로에 섰다.

당장 몸을 피했다가 일신의 무위를 얻은 다음 수하들을 다시 구하러 올 것인가. 최대한 빨리 수하들을 구해 드래곤을 피해 달아날 것인가.

“운은 하늘에 맡기고 최대한 버텨봐야겠군.”

이대로 몸을 피해 홀로 무위를 회복한 뒤 돌아온다 하더라도 용을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제이미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드래곤의 모습은 가히 영물의 왕이라 할만했다.

또 몸을 피한 사이 용이 나타나 수하들에게 수를 쓸 수도 있었기에 최대한 빨리 수하들을 구해내는 방법을 찾아내 함께 도망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앞으로의 행보에 방향을 정하자 서둘러 성안을 살폈다. 혹여 식량이 될만한 것이 있는지 살피기 위해서였다.

“웃기는군. 용은 먹지도 않고 사는가?”

얼음 성의 모든 창고를 뒤져본 소군악은 어처구니없는 한숨을 쉬었다. 먹을만한 것은 하나도 없고 창고에는 금은보화만이 가득했다.

용은 종종 인간들이 사는 마을에 내려가 보물을 강탈해간다더니 이렇게 수집하는 걸 즐기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책들이 가득했는데 제이미의 기억덕에 읽을 수 있는 글자도 있었고, 읽지 못하는 글자도 있었다. 읽을 수 없는 글들은 제이미도 생전에 모르는 글이었을 것이다.

소군악은 성의 바깥으로 나와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휘이이이잉.

차가운 눈발만 날리는 성 밖은 탁 트인 시야로 하얀 눈밭과 이리저리 굽이치는 산맥뿐이었다. 오지 중의 오지.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산봉우리에 크로크슈의 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주변을 수색해보았으나 먹을만한 것은 하나도 찾지 못했다. 허리까지 쌓인 눈을 해치며 바닥을 훑었으나 풀 한 포기 없었다.

“결국, 20일, 아니 목숨만 연명하는 수준이라면 50일은 버틸 수 있겠구나.”

소군악은 얼음 성으로 돌아왔다. 문을 닫자 밖과 비교하면 월등히 따뜻한 실내였다. 더욱이 창을 통해 햇볕이 스며들면 따스한 기분까지 들었다.

해가 드는 자리에 자리하고는 방한복을 입어 불편한 다리를 이리저리 꼬아 가부좌를 틀었다.

“최대한 해봐야지.”

50일 동안 내력을 쌓는다면 얼마만큼 쌓을 수 있을까? 가장 기본적인 토납법이라면 딱 50일의 내공을 쌓을 것이다. 여느 중소방파의 내력심법을 통한다면 1년의 내공을 모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성취가 빠른 마공을 익힌다면 2년에서 3년의 내공을 모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사이한 마공을 익히기 위해서는 재물이 필요한데 이곳에서 재물을 찾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하지만 소군악은 배화교의 인물. 그에게는 재물이 필요로 하지도 않으면서 마공의 성취를 훨씬 뛰어넘는 내공심법을 알고 있었다. 배화교의 가장 뛰어난 내공심법은 열양신공(熱陽神功)이다.

열양신공을 대성한 고수가 펼치는 열양장은 쇠도 녹여낸다는 전설이 있다. 흑룡대 전원이 익히고 있는 내공심법이 모두 극양의 열양신공이었다.

하지만 소군악은 교주의 제자가 되면서 대천자마존공(大天子魔尊功)을 익힐 수 있었다. 대천자마존공은 교주와 그의 직전 제자들만이 익힐 수 있는 신공이었다.

대천자마존공에는 배화교의 최고심법인 열양신공은 물론 명교의 천마수라강기(天魔修羅罡氣), 혈교의 혈마잔양신공(血魔殘陽神功), 밀교의 음혈사령공(陰血死靈功)의 정수가 모두 녹아든 절세의심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네 개의 단체가 뭉치며 오랜 연구 끝에 탄생한 신법이 대천자마존공이었기 때문이다. 대천자마존공을 익히면 따로 열양신공을 익히지 않아도 고절한 위력의 열양장을 발출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천자마존공이라면 50일간 쉬지 않고 운공한다면 족히 15년의 내공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제이미의 몸속에 이미 내재된 10년의 내공 중 어느 정도는 대천자마존공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못해도 족히 20년의 내공은 쌓을 것이니 충분히 검기를 발하는 정도의 경지는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스스스스.

천천히 호흡하는 소군악의 숨에 따라 주위의 대기가 일렁였다. 소군악은 시간을 잊고 운공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내일부터 하루 1연재로 찾아뵙겠습니다.

선호작해주시면 당신은 미남이십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군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출간되었습니다. +39 12.12.31 5,757 15 1쪽
9 대군주 - 2장 (4) +20 12.11.18 31,826 106 13쪽
8 대군주 - 2장 (3) +20 12.11.17 31,119 96 10쪽
7 대군주 - 2장 (2) +16 12.11.16 32,195 91 8쪽
6 대군주 - 2장 (1) +19 12.11.15 33,314 102 7쪽
» 대군주 - 1장 (4) +22 12.11.14 34,762 87 9쪽
4 대군주 - 1장 (3) +12 12.11.14 36,512 77 6쪽
3 대군주 - 1장 (2) +14 12.11.14 38,820 81 6쪽
2 대군주 - 1장 (1) +22 12.11.14 52,270 96 10쪽
1 대군주 - 0 +34 12.11.14 66,368 88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