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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방송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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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찌
작품등록일 :
2019.06.23 17:02
최근연재일 :
2019.06.30 17:15
연재수 :
8 회
조회수 :
3,574
추천수 :
71
글자수 :
38,244

작성
19.06.29 17:15
조회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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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3쪽

아빠를 만난 날

DUMMY

“하르시엘라, 이 앞이 네 아빠인 하이네리아 씨가 있는 곳이야.”


‘나, 하 씨였어?’


내가 그렇게 문자를 그리자, 사람들이 웃었다.


“역시 엄청난 방송 재능이야.”


그리고 PD는 또 감탄하기까지 했다. 솔직히 이번 건 콩깍지가 씌어도 단단히 씐 것 같았다.


“드래곤은 성 씨 같은 거 없지 않아? 아무튼, 그럼 잘하고 와.”


나는 염제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에는 게임 속에서나 보았던 어마어마한 넓이의 동굴이 펼쳐지고 있었다.

레어. 드래곤의 보금자리였다. 분명 온갖 금은보화나 보물들도 많겠지만, 어차피 내게 줄 것 같진 않았다.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할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일까. 나는 불안한 마음을 달랠 수 없었다.

염제를 뒤로 하고 촬영진들과 함께 레어에 들어서자, 은빛 드래곤이 나를 내려보았다. 나도 폴리모프를 풀어 도로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했다.


“이곳엔 왜 왔느냐.”


그가 말했다. 처음 만난 어린 자식에게 하기에는 지나치게 매몰찬 어조와 인사였다. 그러나 어쨌든 나는 자식의 예를 다하기로 했다.


“헌터가 되기 전에 인사를 드리려고 왔어요.”


나도 용의 언어로 말했다. 그러자 촬영진들이 소곤거렸다.


“정말 믿겨지지 않네요. 설마 드래곤 부녀가 대화하는 장면을 촬영하게 되다니.”

“쉿.”


금세 정적이 흘렀다. 대화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금방 쫓겨날 수도 있으니 당연히 그래야 하는 일이었다.


“갈(喝)!”


그때, 하이네리아가 일갈을 내질렀다. 과연 만물의 영장인 드래곤답게 심장을 위축시키는 호통이라 나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헌터는 우리 동족을 사로잡아 애완동물로 삼는 족속들이거늘, 네가 그들을 흉내 내겠단 말이냐!”


듣고 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허나.


“단순히 용의 피를 타고났다는 이유만으로 만물의 정점에 설 수 있는 시대는 지났으니까요. 이제 드래곤도 헌터가 되어야 해요.”


나는 벌벌 떨지 않고 논리적으로 말했다. 내 담대한 모습에 그는 은근히 눈을 동그랗게 떴다.


‘드래곤 새끼는 역시 드래곤이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노려보았으나, 그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느껴졌다.


‘내 일갈에도 겁먹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할 줄 알다니 기개가 있군. 혼혈만 아니었어도···.’


그러나 그는 이내 입을 열었다.


“허나 S급 헌터가 되려면 결국 운이 좋지 않으면 안 된다. 평생 F급 헌터로 살다 죽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인데, 너는 무슨 근거로 헌터가 되겠다는 것이냐.”


무참한 말이었다. 원래 아이가 무엇이 되겠다고 했을 때, 거기에 근거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가 구태여 그것을 요구한 이유는 정말로 근거를 알고 싶기 때문은 아니었다.


“근거는 없어요.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으니까요.”


그가 보고 싶은 건 내 자신감이다. 물론 내가 지금 S급 정도의 마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말해줘도 나쁘진 않겠지만, 그건 결국 서큐버스 스킬로 얻은 일시적인 힘. 그를 설득하기엔 애매했으니 이것이 최선의 답변이었다. 그리고.


그는 엄격한 눈으로, 허나 전율에 휩싸여 나를 바라보았다.


‘태어난 지 18일밖에 되지 않는 녀석이 이렇게 말이 능수능란하다니.’


내게 경악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솔직히 나도 내 자식이 태어난 지 한 달도 안 되서 이렇게 말한다면 놀랐을 것이다.


“어차피 서큐버스의 피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든 그건 네 자유겠지. 그럼 이만 가보도록 해라.”


그는 그렇게 말하고 몸을 돌렸다.


‘정말로 헌터가 돼서 돌아온다면 나도 인정해줄 수밖에 없겠지만···, 바깥 세상은 위험한 곳. 다른 헌터들에게 잡혀 사육되더라도 어쩔 수 없겠지. 더군다나 제 어미를 쏙 빼닮은 외모다. 뭇 남자들이 군침을 흘리는 것도 당연한 일.’


그러나 이렇게 끝내기엔 석연치 않았다. 비록 아직 부모로는 느껴지지 않는다고는 하나 부모와 자식 관계다. 이건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애정을 갈구하고 싶지는 않아 그대로 레어를 나왔다. 굳이 내 쪽에서 먼저 부탁할 필요는 없었다. 내가 S급 헌터가 되면 그에게도 자연스레 인정을 받을 테니.


“잘하고 왔어?”


염제의 물음에 나는 사람 모습으로 변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헌터 시험을 보자.”


‘시험?’


나는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웠다.


“어려운 건 아니야. 일단 헌터가 되기 위해선 기본적인 인성 테스트가 필요한데, 하르시엘라가 게이트를 통해 다른 세계에 가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주면 돼. 어때, 해볼래?”


대답하기 전에 나는 채팅창을 슬쩍 보았다.


-헐.. 다른 세계 가는 거 궁금하당 ㅋㅋ

-보통 이세계 방송은 잘 안 하지 않음??

-일단 촬영하기가 너무 힘드니까요 ㅋㅋㅋ

-다른 세계 방송하려면 돈이 꽤 드니

-기대된다!!


반응을 보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고, 사람들과 함께 게이트로 향했다.


“위험하지는 않겠지만, 조심해 하르시엘라.”


게이트. 세계와 세계를 잇는 문 앞에 서자 가슴이 콩닥거렸다. 비록 위험하지는 않더라도 다른 세계에 가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으니 설레지 않으면 그 사람이 별종이겠지. 나는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잘 갔다 와!”


.

.

.


남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마땅한 직업도 없이 알바를 전전하며 살았다. 그러나 앞날을 생각하면 불안했기에 느는 것은 담배뿐이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과거를 되짚어보다 잊었던 자신의 꿈을 떠올렸다.

모터사이클 레이서, 고등학생 때는 그런 꿈을 꾸며 오토바이를 몰기도 했다. 바보 같은 꿈이라고 한번은 잊었던 꿈이었지만, 그는 지금 자신에게 남겨진 것은 그것 하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라이더가 되었다. 물론 진짜 라이더는 아니다. 그저 배달부를 멋스럽게 부르는 것일 뿐. 그러나 그는 배달부 일을 하면서 돈을 모으면서, 진짜 라이더가 되기 위해 실력을 갈고 닦았다.


그리고.


향년 29세.


비 오던 어느 날, 강진우는 짜장면 배달을 하다 사고로 죽었다.


눈을 뜨자, 병원 천장이었다. 그리고.


“너, 뭐냐?”


유령처럼 보이는 강진우가 보였다.


-헐;; 머임??

-아무래도 남자가 하르시엘라에 빙의한 듯

-ㄷㄷㄷ

-게이트에 가면 빙의도 해요??

-안 될 건 없죠

-사실 저도 가본 적이 없어서 ㅋㅋ

-일반인들은 모르죠 ㅋㅋㅋ


다행히도 아티팩트가 잘 작동하는지 채팅창은 보였지만,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건 나도 매한가지였다.


‘하르시엘라.’


나는 문자를 그려냈다.


“천사야? 생긴 건 그런 것 같은데.”


-하르시엘라 외모는 이세계에 가서도 먹히네 ㅋㅋㅋ

-그럼 이렇게 예쁜데 당연하죠 ㅋㅋㅋㅋㅋ

-안 먹히면 그게 더 이상한 거 ㅋㅋㅋ

-하르시엘라 외모는 진짜 유일하게 내가 인정함

-님이 뭔데요

-스물일곱 백수요


나는 고개를 절레 저었다.


“살려줘. 난 이렇게 죽고 싶지 않다고.”


무리한 부탁이었다. 아무리 내가 드래곤에 S급 마나를 가지고 있다고는 해도, 사람을 살려낼 능력은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대답하지 않고 병실에서 일어나 창가를 바라보았다. 창 밖에는 초록빛 나무가 보이고 있었다. 그러자 뒤에서 침울한 소리가 들렸다.


“나 진짜 죽은 거야?”


나는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죽는 모습은 똑똑히 보았었다.


“내 인생은 역시 아무 의미도 없었던 건가?”


그는 고개를 숙이고 손바닥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보이기도 했다. 아마 죽기 전에도 알고는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꿈은 이룰 수 없다고. 그러나 나는 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내가 네 꿈을 이뤄줄게.’

“무슨 소리야, 넌 나랑 생판 남이잖아.”


그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그거야, 그랬다. 꿈이란 건 당연히 남이 대신 이뤄줄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라도 위로는 해줄 수 있었다.


‘내게 오토바이 타는 법을 가르쳐줘. 그럼 남이 아니잖아.’


나는 그에게 손을 뻗었다. 그는 한참 울고 내 손을 잡았다.


“그래, 내가 가르친 네가 대회에서 우승하면 그것도 좋겠지.”


잠시 뒤, 병실의 문이 열리고 의사가 들어왔다.


“강진우 씨, 깨어나셨군요. 죄송합니다. 사고로 신체가 심각하게 훼손돼서 어쩔 수 없이 외국인 소녀의 몸으로 뇌 이식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설정이었나 보다. 아무튼 나는 그의 집으로 돌아가 오토바이에 올랐다. 원래 타던 건 반파되었으나, 다른 오토바이가 있었던 게 나로선 행운이었다.


“일단 시동부터 걸자. 키 넣고, 오른쪽으로 돌려봐.”


나는 그의 말대로 열쇠를 바이크의 열쇠구멍에 넣고, 오른쪽으로 돌렸다. 그러자 바이크에 전원이 들어왔다.


-오오!! 전원 들어왔다

-대박! 벌써 전원 켰네

-드래곤이 바이크를 타다니 ㅋㅋㅋㅋ


“오, 잘하는데? 전에 타봤던 거 아니야?”

‘이건 쉬운 거잖아요.’


내가 그를 쳐다보자, 그가 피식 웃었다.


“귀엽네. 그럼 스타트 버튼을 눌러봐.”


스타트 버튼을 누르란 말에 찾았지만, 아무리 봐도 스타트 가 써진 버튼은 없었다.


“스타트 버튼 뭔지 모···.”


그래서 나는 대신 빨간 버튼을 눌렀다. 그 순간, 시동이 걸렸다.


“찾았네.”


그가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제대로 찾지 못했으면 나를 놀렸겠지만, 눈치 백단인 나는 그렇게 호락호락 당하지 않았다.


-ㅋㅋㅋ 아쉬워하네

-일부러 어렵게 가르쳐주는 거 아님??

-빨간 버튼 누르라고 하면 되지;;

-원래 다 저렇게 가르쳐주는 거죠 뭐 ㅋㅋ

-그래도 하르시엘라가 똑똑해서 다행인 듯 ㅋㅋ

-나였으면 어리둥절하다가 욕 먹었겠다 ㅋㅋㅋㅋ

-ㄹㅇ 나도 스타트 버튼 몰랐는데 잘 찾네

-개떡 같이 알려줘도 찰떡 같이 알아 듣네

-머리가 좋으니까 금방금방 배우는 듯 ㅎㅎ

-역시 재능충 ㄷㄷ 오토바이도 금방 배우네

-하르시엘라가 오토바이 타면 진짜 귀여울 것 같음ㅋㅋㅋ


“그럼 이제 왼쪽 핸들 꽉 잡고, 왼쪽 레버 밟아.”


나는 그의 말대로 했다. 이렇게만 말해준다면 어려울 게 없었다.


“여자애가 잘하네. 그리고 그 다음엔 서서히 클러치 놓으면서 오른쪽 핸들 당겨.”


그러나 또 알 수 없는 명령이 내려졌다. 클러치는 뭔가 싶었으나, 놓을 수 있는 게 왼쪽 핸들밖에 없었다. 이제야 제대로 오토바이 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왼쪽 핸들을 놓으며, 오른쪽 핸들을 당겼다.


그 순간.


오토바이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야, 잘하는데!”


그가 감탄을 터뜨렸다. 나도 솔직히 생애 처음 타는 오토바이에 흥분한 기분이 들었다.


-대박 ㅋㅋㅋ

-드래곤이 오토바이 탄다 ㅋㅋㅋㅋㅋ

-하르시엘라 오토바이 타는 모습 귀엽다 ㅠㅠㅠ

-하르시엘라 그녀는 신인가?

-진짜 넘 귀여움 ㅋㅋㅋㅋ

-드래곤이 오토바이 탄다고 해서 왔는데

-무슨 천사가 오토바이 타고 있네요 ㅎㅎ


시청자들도 만족한 모습을 보니 더 기분이 좋았지만, 한편으론 처음 타는 오토바이라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길로 가.”


나는 그의 말대로 도로를 주행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거리의 이목이 내게 집중되었다.


“헐, 대박! 저거 봐!”

“왜, 왜? 헐, 대박!”


여고생들이 놀라서 감탄하는 소리도 들렸고,


“무슨 어린 여자애가 오토바이를 타고 있냐.”

“대단하네! 저 나이에 오토바이를 타고.”

“저거, 예쁜 공주님이 무슨 오토바이를 타고 있네.”


아저씨들이 입을 떡 벌리며 경악하는 소리도 들렸다.


“와, 쟤 존나 예쁘다.”

“내 이상형인데?”


그리고 그 이외에도 여러 칭찬을 들으며, 바람을 갈랐다. 사실 그렇게 높은 속도는 아니었으니 바람을 가른다는 건 과장된 표현일 수도 있었으나, 어쨌든 상쾌한 기분이었다.


-잘 탄다 ㅋㅋㅋㅋ

-너무 커엽당 ㅋㅋㅋㅋㅋㅋ

-오토바이도 재능충이었네 ㅋㅋㅋ


“브레이크 밟고.”


신호에 걸려서, 나는 브레이크를 밟았다.


-대박 ㄷㄷ 신호도 아네ㅋㅋㅋ

-하르시엘라가 진짜 똑똑하긴 한가 보다!!


“이게 오토바이야, 재밌지?”


그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진짜 오토바이 배워볼까? 속도 좀 올리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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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담배 심부름을 한 날 +1 19.06.30 248 4 12쪽
» 아빠를 만난 날 19.06.29 290 4 13쪽
6 마력 측정을 한 날 +2 19.06.28 348 9 11쪽
5 전설이 된 날 +3 19.06.27 385 6 14쪽
4 천사가 된 날 +6 19.06.25 488 12 7쪽
3 세상이 뒤집힌 날 +4 19.06.24 504 10 13쪽
2 수호룡으로 태어난 날 2 +3 19.06.23 564 11 9쪽
1 수호룡으로 태어난 날 1 +4 19.06.23 748 15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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