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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방송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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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찌
작품등록일 :
2019.06.23 17:02
최근연재일 :
2019.06.30 17:15
연재수 :
8 회
조회수 :
3,579
추천수 :
71
글자수 :
38,244

작성
19.06.23 17:15
조회
564
추천
11
글자
9쪽

수호룡으로 태어난 날 2

DUMMY

-와! 고기 먹는 거 너무 귀엽다 ㅜㅜㅜ

-꼭꼭 잘 씹어먹네요 기특하당!!

-오구오구 잘먹네♡♡

-하르시엘라 진짜 핵졸귀다.. 미모 대박이네요..

-헉 ㄷㄷ 채팅창에 염제님도 오셨네

-넘 커여워 ㅠㅠ 인형 같아


나는 차려진 식사를 먹었을 뿐인데, 사람들의 반응이 또 격렬했다. 그러나 이건 이해 못할 것도 아니었다.

원래 자기 아이, 사람이든 강아지든 고양이든 또 다른 동물이든 밥을 잘 먹으면 귀엽고 사랑스러운 법. 더군다나 나는 갓 태어난 새끼 용이니 기특하게 보이는 것도 당연했다.


“하르시엘라가 그 다음엔 뭐할까요?”

“일단 장난감 같은 것들은 전부 준비했으니 그거 가지고 놀겠지. 아무리 드래곤이라도 본능은 있거든.”


사람들은 내게 장난감을 놀며 노는 모습을 기대했다.

그러나 내가 고른 것은 책이었다.


“책을 골랐어!”

“대박!”


예상치 못한 나의 행동에 사람들이 모두 숨을 집어삼켰다. 그도 그럴 것이다. 무려 갓 태어난 아이가 책을 골랐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있었을까.


-대박! 하르시엘라 책 읽으려고 함!

-아아 그건 책이라는 거다

-학구열 ㄷㄷㄷ

-벌써부터 조기 교육하는 거 봐라 ㅋㅋ

-역시 한국 드래곤 ㄷㄷ

-나중가면 야자도 할 듯 ㅋㅋㅋ

-워낙 머리가 똑똑한 아이라 벌써 책이란 개념을 아는 듯

-어이어이 책을 알다니 뭐냐고 대단하잖아!!


채팅창 반응도 장난이 아니었다. 나는 미소 지으며 열심히 책을 펼치려 노력했다. 그렇지만 몸이 용인 탓에 쉽지 않았다.

다행히 발톱에 책이 찢기는 일은 없었으나, 꽤 오랜 시간을 들여서야 나는 간신히 책을 펼칠 수 있었다.

책을 펼치자, 이상하게도 나는 글의 내용을 그 어느 때보다 손쉽고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마치 글자 하나하나가 전부 내 머릿속으로 흡수되는 느낌이었다. 글을 한 줄 읽을 때마다, 단어 하나하나의 심상이 떠올랐고 저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다.


이것은 마서魔書였다.


마나를 깨친 내게 더 이상 손은 필요치 않았다. 나는 손을 놓고 마나로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휘리릭, 소리와 함께 일순간에 수백 페이지가 지나간다. 나는 그것들을 눈으로 한 번 스르륵 훑는 것으로 읽었다. 놓친 것은 단 한 글자도 없었다. 책의 마지막 장에 도달했을 때.


나는 마법사가 되었다.


“하르시엘라는 단순한 언어 천재가 아니었군요.”


카메라맨이 멈추었던 숨을 내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떨림은 물론 재능 있는 아이를 보고 느끼는 환희와 기쁨에서 나오는 흥분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끝을 알 수 없는 재능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오는 공포이기도 했다.


‘사람의 상식을 초월한 재능이야.’


나는 본능적으로 그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이 드래곤의 감각일까. 물론 인간에게도 표정으로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은 있다. 그러나 인간을 초월한 듯한 이 능력은 역시 드래곤의 감각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처음 읽는 책을, 그것도 마서를 저렇게 단시간에 독파하다니 아무리 드래곤이라지만 믿을 수가 없는 재능이야.”


PD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채팅창 반응도 그와 대동소이했다.


-헐.. 대박;; 소름 돋았음 ㄷㄷㄷ

-방금 봤음?? 무슨 영화처럼 책장을 넘겼네ㄷㄷ

-그냥 책장만 넘긴 게 아니라 저걸 그 순간에 다 본거임

-보자마자 마법 배우고 책장만 넘겨도 대단한 건데 그거까지 ㄷㄷ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마법을 깨우쳤네 미쳣다 ㄷㄷ

-진짜 미친 재능이다;;

-나 같은 노재능충은 1년 동안 배웠는데 아직도 모르겠는데 ㅠㅠ

-저도 7년 배웠는데 저보다 잘하네요;;

-저도 300년 동안 배웠는데 여태 모름 ㅠㅠ

-역시 갓르시엘라 한국의 자랑!!

-300년 배우신 분은 용이세요??

-하르시엘라 그녀는 신인가?

-여자였음??

-남자일 걸요

-하르시엘라가 한국 수호룡이라서 다행인 듯 다른 나라였어봐 ㅋㅋㅋ

-일본이었으면 ㄹㅇ 난리났다 ㅋㅋㅋ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한 나는 곧바로 다른 책을 마나로 펼쳤다. 방금 전 읽었던 책이 마법의 기초에 관한 책이었다면 이번 것은 화속성 마법에 관한 책이었다. 나는 방금 전과 같이 페이지를 넘기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려운 내용이었으나,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단어에 은유된 불씨가, 문장에 내재된 불꽃이, 문단을 이루어 화재가 되고, 그 화재는 화마가 되어 내 머릿속에서 불을 피웠다.


일순.


불꽃이 일어 고서가 불타기 시작했다.


피어난 연기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감탄을 흘렸다.


“와···.”

“대박!”

“···정말 믿을 수 없는 재능이네요.”


그리고 고서가 재로 화했을 때.


잿더미 속에서 정령이 나타났다.


“고서의 비밀을 푼 지혜로운 자,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불의 정령이 물었다.


“하르시엘라.”


나는 용의 언어로 대답했다.


“그렇다면 좋다. 나의 이름은 샐래맨더. 그대에게 힘을 빌려주지.”


정령의 모습이 사라진 순간.


샐래맨더가 내 몸에 깃들었다.


“와, 미치겠네요.”


한 스태프가 참았던 숨을 내쉬며 탄식했다.


“설마 드래곤이 정령과 계약하는 장면을 찍게 되다니.”


다들 내가 샐래맨더와 계약하는 장면을 완벽하게 찍기 위해 입도 뻥긋 하지 않고 집중했던 것이다. 이제야 촬영진들은 간신히 감탄을 토해냈지만, 그럼에도 아직 얼굴은 상기된 채 그대로였다. 물론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헐 대박!!

-정령하고 계약하는 건 처음 보는데 쩌네요

-지금 몸에 소름 돋았음 ㄷㄷ

-하르시엘라 재능 미쳤다 진심ㅠㅠㅠ

-진짜 하르시엘라는 역대급 천재다;;;

-역시 한국의 자랑!


“진짜 미치겠다. 하르시엘라 때문에.”


PD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무슨 허깨비라도 본 사람 같았다.


“···대박 나겠죠?”


조연출이 PD에게 얼빠진 소리로 물었다. 아닌 게 아니라, 믿을 수 없는 재능을 목도한 그는 정말 얼이 빠진 상태였다.


“대박이 안 나면 미친 거지. 이건 내가 이제껏 찍었던 것 중, 아니 전 세계 방송을 통틀어도 이것보다 더한 명장면은 없을 거야. 이건 리얼이잖아. 리얼 100% 순도 오리지널 재능.”


PD의 거창한 수식어에 웃음이 나왔다. 그만큼 그가 내게 감동하고 감탄했단 표현이었지만, 역시 우스운 건 우스운 것이었다.


“이 녀석, 웃고 있는데요?”

“귀여워!”

“나 원 참, 자기가 방금 한 게 얼마나 대단한지도 모르고 저렇게 해맑게 웃고 있네.”


PD가 웃었다. 사실 정말 모르는 건 그인데 말이다.

나는 계속해서 책을 읽고, 읽은 책으로 탑을 쌓았다. 책 속의 세계에 푹 빠져 있을 때, 말소리가 하나 내 세계로 넘어왔다.


“정말 대단한 집중력이네요.”

“쉿. 애 책 읽게 조용히 해.”

“죄, 죄송합니다!”


이렇게 되니 집중하기도 쉽지 않았다. 나는 잠시 쉴 겸 채팅창을 보았다.


-와 하르시엘라 책 읽고 탑 쌓은 것 봐 ㄷㄷ

-속독 미쳤다 ㄷㄷㄷ

-더 무서운 건 우리가 하루 종일 본 것보다 하르시엘라가 이해를 더 잘한다는 거 ㅋㅋ

-요즘 젊은이들이 저렇게 책을 읽어야 하는데...

-진짜 드래곤은 드래곤이네요 ㄷㄷ

-ㄴㄴ 드래곤이라 그런 게 아니라 하르시엘라서 그런거ㅋ

-다른 드래곤들도 못함 ㅋㅋ 드래곤 중에서도 천재임

-역시 한국의 수호룡 자랑스럽다!


깨닫지 못했지만, 이제껏 시청자들은 열심히 독서하는 나를 보며 혼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물론 진짜 혼자는 아니지만, 나도 그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마법으로 글자를 그려냈다.


그 순간.


인연이 이어졌다.


“하르시엘라가 또 뭘 하고 있어요!”

“안, 녕, 하세요?”

“안녕하세요, 래요! 인사를 했어요!”

“헐, 대박! 하르시엘라가 우리와 소통하고 있어요!”


환상적인 광경에 사람들이 모두 입을 벌렸다.

무려 새끼 용인 내가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말을 한 것이었다. 그 감격적인 순간을 맞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깊은 감동과 전율을 느끼며 나를 바라봤다. 카메라로 촬영하던 사람들마저 카메라에서 눈을 떼고 직접 내가 그린 글자를 볼 정도였다. 물론 이들 중에서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사람과 다른 종족이 처음 서로 이어진 순간에는, 그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헐 대박ㅠㅠ

-하르시엘라가 우리한테 인사했어요ㅠㅠㅠ

-방금 온몸에 소름 돋았음ㅋㅋㅋ

-진짜 감동이네요..

-솔직히 용 별로 안 좋아하는데 방금 장면은 인정

-와 하르시엘라 미쳣다 ㅠㅠ


“미치겠다. 정말.”


PD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우릴 언제까지 감동시키려고 그래.”


사람들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읽은 것처럼 긴 여운을 느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좀 더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어린 탓일까. 마법을 사용한 나는 무척이나 피곤해졌다.


“하르시엘라가 졸린가 봐요!”

“그럼, 오늘 역사를 써 내렸는데 피곤하겠지.”

“그럼 빨리 재우죠!”


사람들이 웃었고, 나는 곧장 잠들었다.


그렇게 뜻깊은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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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상이 뒤집힌 날 +4 19.06.24 504 10 13쪽
» 수호룡으로 태어난 날 2 +3 19.06.23 565 11 9쪽
1 수호룡으로 태어난 날 1 +4 19.06.23 750 15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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