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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방송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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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찌
작품등록일 :
2019.06.23 17:02
최근연재일 :
2019.06.30 17:15
연재수 :
8 회
조회수 :
3,582
추천수 :
71
글자수 :
38,244

작성
19.06.24 17:15
조회
504
추천
10
글자
13쪽

세상이 뒤집힌 날

DUMMY

다음 날.


“애기 깼어요!”

“쟤는 깨어나는 것도 귀엽네.”


나는 촬영진들이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깼다. 아직은 이 공간이, 이 환경이 낯설었다. 어제는 새로운 환경에 압도되었지만, 오늘은 새로운 생각에 마음이 심란했다. 가족들이 보고 싶었다. 그렇게 사이좋은 관계는 아니었으나, 그립지 않다면 거짓이었다.


“왠지 하르시엘라가 슬퍼 보여요.”

“원래 애기들은 일어날 때 많이 울기도 하니까.”

“부모를 찾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


부러 생각하지 않은 하르시엘라의 부모가 떠올랐다. 드래곤에게도 가족은 있겠지. 그러나 갓 태어난 새끼인 나를 하루 동안 방치한 것을 생각하면 어차피 그렇게 끈끈한 관계는 아닐 게 분명했다. 나한테는 되려 잘된 일이었다. 거짓으로 그들의 가족인 척 연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눈을 뜨고 일어나자, 이제껏 보지 못했던 사람이 보였다.

유수희, 천사같이 아름다운 소녀였다.


“안녕!”


그녀가 말했다.


“냥.”


나도 안녕이라 말하려 했는데, 말이 이상하게 나왔다.

그러자 그녀가 꺄악, 소리를 지르며 내게 달려들었다.


“귀여워!”


깜짝 놀랐지만, 그녀의 품속은 따뜻하고 포근했다. 게다가 그녀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는 애정이 엄청 묻어나와서,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라는 걸 금방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예쁜 하르시엘라! 귀엽네!”


꼭 키우는 강아지나 고양이 대하는 태도였다. 부끄럽기도 했으나, 지금 나는 드래곤. 어린 강아지처럼 그녀에게 몸을 내어줬다.


“저래도 괜찮아요?”


스태프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S급 헌터잖아. S급 헌터. 염제 유수희. 아무리 드래곤이라도 염제는 못 건드리지.”


PD가 대답했다. 그 말대로, 나는 속수무책으로 그녀에게 사랑받고 있었다.


-대박 ㅋㅋ 염제도 왔네 ㅋㅋㅋ

-그 성격 더러운 염제가 하르시엘라를 저렇게 쓰다듬다니;;

-염제도 여고생이니까 귀여운 건 좋아하겠지 ㅋㅋ

-하르시엘라 커여운 건 인정해야지

-하르시엘라 갓미모 찬양해!!

-하르시엘라 그는 신인가?

-여고생이 귀여운 거 좋아한다는 건 편견임

-실제로 나도 여고생인데 수박에 밥 말아먹는 거 좋아함

-나도 여고생인데 민트초코에 밥말아먹음


요즘 유행일까. 언젠가 기회 되면 한번 꼭 먹어야겠다.


“언니 이름은 유수희야.”


그런데 염제가 내 성별을 착각한 것 같았다. 나도 지금 내 성별은 모르지만, 어쨌든 나는 남자였다.


그래서 나는 남자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나, 난자.”


말이 헛나왔다.

염제의 표정이 무서워졌다. 다른 사람들도 헉, 하며 숨을 집어삼켰다.


-헐.. 무슨 뜻임..??

-어이어이 S급 여고생한테 난자라니 뭐냐고!!

-아무래도 염제가 여자니까 난자를 가지고 있는 걸 파악한듯;;

-난자까지 알다니 대박ㄷㄷ 얼마나 머리 좋은 거야??

-미친 재능충 ㄷㄷ

-이건 그냥 미친거아님?;;


“뭐라고?”


염제가 되물었다.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졌던 것이다.


“나, 난자.”


하지만 나는 또다시 실패했다.


-하르시엘라 용이라고 막나가네;;

-역시 한국의 자랑!!

-이게 한국의 자랑이랑 무슨 상관임;;


채팅창은 난리가 났지만,


“아, 남자라고 했었쪄여? 귀엽네, 우리 하르시엘라!”


다행히도 염제는 내 마음을 알아줬다.


“아, 난자가 아니라 남자란 이야기였군요!”


조연출도 감탄했다. 하지만 PD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야. 남자라고 하고 싶었으면 어제처럼 글로 썼겠지. 하르시엘라가 그 정도 지능은 되지.”


듣고 보니 그 방법도 있었다.


“지금은 부러 난자라고 말한 거야.”


PD의 분석에 촬영진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랐다. 물론 놀란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왜죠? 왜 그런···?”

“하르시엘라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할 줄 아는 녀석이야. 그러니 일부러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 단어인 ‘난자’라는 언급해서 웃음을 자아낸 거지.”


그 말을 들은 촬영진들이 와, 하면서 감탄을 터뜨렸다.


“역시 PD님. 저희랑은 보는 눈이 다르시네요!”

“이 정도야 기본이지. 너희들도 방송국 생활할 거면 이 정돈 알아야 해.”


PD가 은근히 자랑스럽다는 듯이 웃어 보였다.

나도 분석은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사실무근이었다.


“머리가 정말 얼마나 좋은 건지. 무서운 녀석이네요.”


결국 나는 무서운 녀석까지 되어버렸다. 정말 무서운 건 염제의 얼굴이었지만, 그녀도 얼마 안 가 미소 지었다. 그리고 공을 가져와 내게 말했다.


“하르시엘라, 언니랑 놀래?”

“응!”


시청자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놀기로 했다.

솔직히 공 가지고 노는 게 뭐가 재밌겠냐만.


“잘 노는데요!”

“하르시엘라, 저 녀석 완전 신났네!”

“완전 귀여워!”


그런데 예상 외로 흠뻑 빠져버렸다.


“하르시엘라, 가져와.”


나는 그녀가 던진 공을 입으로 물고 그녀에게 돌아갔다.


“오구오구 잘했어요! 우리 하르시엘라!”


그러면 그녀가 해맑게 웃는 얼굴로 내 머리를 만지며 칭찬해줬다. 별것도 아닌 일이었으나, 의외로 성취감이 있었다.

새끼 용이 된 탓인가. 무슨 강아지처럼 되어버렸다.

덕분에 사람들 반응은 좋았지만.


-꺆!! 하르시엘라 귀엽당!!

-나도 드래곤 하나 입양하고 싶네

-드래곤을 어떻게 입양함ㅋㅋㅋ

-요즘 S급 헌터들 펫으로 드래곤이 유행이긴 함 ㅋㅋ

-하르시엘라 진짜 졸커당ㅠㅠㅠ

-근데 염제도 귀여움 ㅋㅋ

-이렇게 보면 염제도 평범한 여고생이네

-염제도 완전 힐링하네 ㄷㄷ

-염제한테 저런 모습이 있을 줄이야ㅋㅋㅋ

-그만큼 하르시엘라가 귀여운 거죠!!

-하르시엘라 찬양해!

-역시 한국의 자랑!!


나를 보며 치유받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나도 절로 가슴이 따뜻해졌다.

그중에서 가장 나를 들뜨게 만든 건 역시 염제였다. 헌터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던 그녀다. 여고생임에도 헤비 스모커인 이유도 거기에 있을 텐데, 그런 아이에게 내가 힘이 되어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무척이나 보람차고 뿌듯했다.


“하르시엘라, 이리와.”


잠시 딴 생각을 하고 있자, 그녀가 다시 나를 불렀다.

나는 그녀의 말에 따라 그녀의 앞에 갔다.


“오구 잘했어요! 우리 하르시엘라!”


염제는 다시 별것도 아닌 일에 기뻐했다. 하지만 원래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무슨 대단한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그저 사랑스러운 강아지나 고양이, 그것도 아니라면 드래곤 한 마리면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는 게 아닐까.


“하르시엘라, 손!”


나는 그녀의 손 위에 손을 올렸다.


그 순간.


와! 하는 감탄사와 함께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오구오구! 우리 하르시엘라, 손 줬어요?”


그녀가 기뻐하며 나를 껴안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채팅창의 반응도 뜨거웠다.


-대박 ㄷㄷㄷ 염제가 하르시엘라를 길들였음 ㄷㄷ

-그게 아니라 하르시엘라가 말을 들어준 거죠 ㅋㅋ

-하르시엘라 지능 대박 ㄷㄷ 미쳣다;;

-세계 새끼 용 지능 순위 1위의 위엄 ㄷㄷ

-하르시엘라 손 준거 봐 ㅠㅠㅠㅠ

-하르시엘라 그는 신인가??

-하르시엘라 개똑똑;;

-용똑똑;;

-태어난 지 이틀 만에 사람 말을 듣다니ㄷㄷ

-역시 대한민국의 자랑!!


“어이구! 우리 하르시엘라. 진짜 복덩이는 복덩이야. 어떻게 저런 애가 태어났을까?”


PD가 환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들어도 행복해하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러게 말이에요.”

“내가 살다 살다 소녀와 새끼 용이 교감하는 장면을 찍을 줄이야. 무슨 꿈꾸는 것 같은 기분인데.”

“촬영하느라 잠을 못 주무셔서 그러신거 아니에요?”

“동화 같은 광경이긴 하죠.”


사람들이 하하, 웃었다. 다행히도 내 집 분위기는 최상이었지만, 이틀째 나를 찍고 있으니 역시 피로가 없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았다.


“하르시엘라, 하이파이브!”


그때, 그녀가 말했다. 나는 그녀의 손바닥에 나의 것을 대었다.


-헐 대박 ㅋㅋㅋ

-하이파이브 하는 용 처음봣음 ㅋㅋㅋㅋ

-태어난 지 이틀 만에 하이파이브도 하고 천재다 천재 ㅋㅋ

-와 넘 귀여워요 ㅠㅠㅠ

-아아 그건 하이파이브라는 거다

-나도 시켜만 주면 염제 주인님으로 잘 모실 수 있는데;;

-하르시엘라 개쩌네 ㄷㄷ


“하르시엘라, 물구나무!”


-물구나무?? 그건 너무 어려운데 ㅋㅋㅋ

-용한테 물구나무를 시키면 어떡함;;

-인간인 나도 못하는 걸 용한테 시키네 ㅋㅋㅋ

-염제 머임;;

-잘못 알아듣고 물어버리는 거 아님?? ㅋㅋㅋ

-갑자기 염제랑 용이랑 싸우면 레전드ㅋㅋㅋ


나는 물구나무도 섰다.


그 순간.


사람들이 경악하며 입을 벌렸다.


-헐

-대박!!

-섰다


“와아악! 하르시엘라가 물구나무를 섰어요!”


조연출이 흥분해서 말했다.


“보고 있거든.”


PD는 담담하게 말했으나,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흥분은 감춰지지 않았다.


“정말 대단하네요! 물구나무까지 서다니, 진짜 세계 최초란 세계 최초는 다 석권할 모양이에요.”

“그래, 집중해. 우리가 하르시엘라의 재능을 하나도 빠짐없이 담아내야지. 놓치면 억울해서 잠 못 잔다.”


PD가 웃으며 말했다. 촬영 강행군으로 피곤해서 힘들 텐데, 자신의 일에 열정을 다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나는 다시 채팅창의 반응을 확인했다.


-미친;; 물구나무를 섰네 ㄷㄷ

-하르시엘라 미쳣다ㄷㄷㄷ

-천재용이다 진짜 ㅋㅋㅋㅋ

-용이 물구나무를 서다니 ㅋㅋㅋㅋ

-나도 물구나무 못 서는데 ㅋㅋㅋ

-헐 대박 진짜 이렇게 귀엽고 말 진짜 잘듣는 용 첨 봤어요

-하르시엘라 물구나무선거봐 ㅠㅠ 넘 귀엽다 ㅠㅠ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반응에 의욕이 샘솟았다. 사람들에게 이렇게 사랑받는데, 기운이 안 날 수가 없었다.


“하르시엘라, 공중제비!”


-헐.. 아무리 그래도 공중제비는;;

-하르시엘라가 이것도 할까요??

-근데 아무리 똑똑해도 공중제비를 진짜 어떻게 암 ㅋㅋ

-하르시엘라가 하기 싫다고 물면 레전드인데

-근데 애기한테 공중제비까지 시키는 건 좀;;


그래도 공중제비는 너무한 거 아닌가 싶었지만.

나는 공중제비를 돌았다.


그 순간.


세상이 뒤집혔다.


-대박!!

-ㅋㅋㅋㅋ 용이 공중제비를 도네 ㅋㅋㅋ

-하르시엘라 공중제비 도는거바ㅠㅠㅠ 귀엽다 ㅠㅠㅠ

-미친 ㅋㅋㅋ 진짜 공중제비 돌앗음 ㅋㅋ

-역시 한국의 자랑!!

-얼마나 재밌는 드립을 들었길래..

-하르시엘라 머리가 진짜 대박 똑똑한 듯

-이것도 지능 1위니까 할 수 있는 거지 다른 애들은 못함

-ㄹㅇ 무서울 정도로 머리좋음;;

-하르시엘라 지능 미쳤다 ㄷㄷ

-천재용이네 진짜 ㅋㅋㅋ

-ㄹㅇ 천재용


“오구오구, 잘했어요! 우리 하르시엘라!”


수희가 나를 안고 쓰다듬었다. 그런데 벌써 슬슬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하르시엘라 졸린가봐요 ㅋㅋ

-졸려 하는 거 개귀여워 ㅠㅠㅠ

-염제가 너무 시키긴 햇음 ㅋㅋㅋ

-하르시엘라 잠방 간다


“하르시엘라, 졸려? 그럼 자.”


수희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응? 더 놀고 싶어?”


그녀가 의아해하며 웃었다. 내가 똑똑해 보인다고는 해도 아직은 아이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좋은 상황이었다.

사람은 예상치 못한 선물에 감격하는 법이니까.


나는 사람들을 보며 마법으로 문자를 그려냈다.


“오, 하르시엘라가 또 글을 쓰고 있어요!”

“여, 러, 분. 여러분. 우리에게 하는 말 같은데요?”


사람들이 놀란 토끼 눈을 뜨며 말했다.


“여러분 같이 자요? 하르시엘라가 우리랑 같이 자고 싶나 봐요!”

“귀엽다! 외로워서 그런가?”

“그럴 수도 있지. 아직 애니까.”


하지만 사람들은 나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도 상관은 없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그런 게 아니잖아.”


그때, PD가 말했다.


“예? 뭐가 아니죠?”

“우리 피곤한 거 눈치챈 거야. 그래서 같이 자자는 거지.”


PD가 감동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들은 그제서야 깨달았다는 듯이 감탄을 터뜨렸다.


“그렇군요. 정말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착하고 영리한 아이네요.”

“그래요, 어쩜 저렇게 착한지. 천사가 따로 없네요.”


사람들은 내 아무것도 아닌 행동에 또다시 전율을 느끼며 감동하고 있었다.


“오, 또 하르시엘라가 글을 쓰는데요?”

“빨, 리. 빨리 자자는데요.”

“그럼 빨리 잡시다. 잘됐네요!”

“베개하고 이불 준비는 해야지.”


사람들이 웃었다.


-갑자기 단체 잠방 ㅋㅋㅋ

-와 하르시엘라 진짜 착하다 ㅠㅠㅠㅠ

-진심 감동이에요 ㅠㅠ

-진짜 천사가 내려온 듯 ㅠㅠㅠㅠㅠ


그렇게 오늘 방송도 무사히 끝마쳤다.

오늘은 깊은 잠을 잘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푹 쉴 수 있도록. 나는 사람들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이대로 평온하고 행복한 나날이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시간은 불현듯 다가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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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의 방송 라이프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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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담배 심부름을 한 날 +1 19.06.30 249 4 12쪽
7 아빠를 만난 날 19.06.29 290 4 13쪽
6 마력 측정을 한 날 +2 19.06.28 349 9 11쪽
5 전설이 된 날 +3 19.06.27 386 6 14쪽
4 천사가 된 날 +6 19.06.25 489 12 7쪽
» 세상이 뒤집힌 날 +4 19.06.24 505 10 13쪽
2 수호룡으로 태어난 날 2 +3 19.06.23 565 11 9쪽
1 수호룡으로 태어난 날 1 +4 19.06.23 750 15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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