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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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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2022.09.01 23:3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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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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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42,617

작성
21.09.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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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독사과를 빼앗다 -7- (完)

DUMMY

데이지가 나온 이후로 해가 저물었다. 새 한 마리 보이지 않고 어둠만이 하늘에 펼쳐져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건물들의 빛들만이 드문드문했다. 그리고 가로등이 길을 밝혀주는 그런 길을 데이지는 걷고 있었다.


데이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리사는 고통스럽지 않은 걸까? 몸에 그런 멍이 들 정도로 맞았다면 데이지는 당장이라도 도망쳤을 것이다. 그녀의 어린 시절은 리사의 그것과는 상당히 달랐다. 그 아이가 가지고 있을 고통의 무게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과연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데이지는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 모든 게 나의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만약 정말 리사의 부모는 리사를 사랑하고 리사 혼자 다른 곳에서 그렇게 맞고 온 거면 어쩌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데이지는 단정을 지어버렸지 않은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데이지는 리사를 찾기로 했다. 확인하기 위해. 여차하면 해결하기 위해. 길은 어둡지만 데이지는 야맹증 같은 게 있지 않았다. 금세 기억을 더듬어 갈 수 있었다. 공사하지 않는 모래 공터를 지나 주상 복합 단지와는 거리가 먼 길로. 낮은 산이 보이는 곳을 따라가면 아직 재개발되지 않은 건물들이 널려 있는 곳이 있었다. 데이지는 그 길로 들어갔다.


리사와 헤어졌던 골목으로 앞에 도착한 데이지는 자기도 모르게 긴장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외면하며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데이지의 긴장이 무색하게 골목은 상당히 조용했다. 스토커라도 된 기분이 들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린 여자애를 스토킹하는 건 꽤 도착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데이지는 헛걸음했다고 생각했다. 몸을 돌려 다시 바질 리브스 호로 가려 할 때였다.


무언가를 벽에 내던지는 소리가 났다. 이어서 쨍그랑하고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들려오는 남자의 고함. 바로 옆집에서 나는 소리였다. 데이지는 다른 생각 없이 즉시 그 집 안으로 들어갔다.


“당신 뭐야?”라고 하는 소리. 데이지는 그것을 무시하고 집 안을 살펴봤다. 널려 있는 탁주 병들, 부서진 컵, 벽 앞에 떨어져 있는 작은 반상까지. 그리고 방문 앞에서 겁을 먹은 채 떨고 있는 리사. 데이지는 눈이 돌아갔다. 즉시 남자에게 위협적으로 걸어갔다. 남자는 당황하여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휘둘렀다.


데이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휘둘러진 지팡이를 간단히 피하고 팔을 잡아 남자를 제압했다. 팔을 뒤쪽으로 틀어 부여잡고는 발로 그를 찼다. 술에 잔뜩 취한 그는 벽에 부딪히더니 쓰러졌다. 데이지는 리사를 데리고 얼른 방 안으로 들어갔다. 우선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신고. 신고해야 한다. 독이 오른 채 디바이스를 꺼낸 데이지를 리사가 만류했다.


“신고······ 하지 말아주세요.”


데이지가 무슨 말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방 안을 둘러본 데이지는 놀랄 만한걸 볼 수 있었다. 갓난아이 하나가 이불에 싸여 곤히 자고 있었다. 밖에서 나는 소리에도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한 표정으로. 그 아이를 보자 데이지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신고하면 저 아이는 아버지를 잃게 된다. 자아를 찾을 때부터 아버지와 연이 없게 되는 것이다. 리사는 그걸 걱정하는 것이다.


디바이스를 든 데이지는 고민했다. 짧은 시간 안에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리사의 의사는 가만히 있어 달라고 하고 있었다. 그것이 정의일까? 옳은 길은 무엇일까. 여기서 아무것도 안 하고 나가버린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이렇게 목격해버린 때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맞는 걸까?


마음을 정한 데이지가 침을 삼켰다.




얼마 뒤 결국 경찰이 리사의 집에 들어왔다. 신고를 받은 순경이 오고 데이지에게 이 집에 오게 된 경위나 리사와 어떻게 아는 사이인지 질문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데이지는 철저한 외부인이었다. 데이지가 순경들의 의아함에서 벗어날 수 있던 건 에반이 온 후였다. 에반은 순경들에게 데이지의 신원을 보증해주었고 데이지는 귀찮은 질문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리사에게 어떤 질문을 하는지는 볼 수 없었다. 다른 경찰들이 데이지와 리사를 격리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마당으로 나온 데이지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고생 많았습니다.”


에반이 데이지에게 다가와 말했다.


“별일 아니에요.”

“아뇨, 이런 종류의 사건은 언제든지 일이 크게 벌어질 수 있어요. 피해 아동도 덕분에 잘 보호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데이지는 집 앞에 나온 노파가 경찰과 얘기를 나누는 것이 보였다. 옆집 주민이라고 했던 것 같았다.


“아니, 글쎄. 그 집 갓난애 하나는 여자애가 집에 올 때까지 우리 집에서 맡아 주기도 했어요. 바깥양반이 화만 좀 자주 내는구나 싶었지, 애를 때릴 줄은 당연히 몰랐죠.”


지긋이 둘의 대화를 바라보던 데이지가 중얼거렸다.


“리사에요. 그 애 이름은.”


옆에 있던 에반이 당황했다.


“아, 네. 리사죠. 피해 아동 말씀하시는 거죠?”


데이지가 웃으며 말했다.


“네. 리사요.”


이제 어디로 갔는지 알 수는 없었다. 안전한 곳으로 갔다고만 들었다. 더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었다. 결정을 내렸고 이렇게 해결이 됐다. 그러니 된 게 아닐까 생각했다.


“데이지 씨도 일단 서로 와주시겠습니까? 신고자인 만큼 조서를 써야 해서요.”

“네, 협조해야죠. 바로 출발하면 될까요?”


차 뒷자리 한 곳을 차지한 데이지가 문을 닫았다. 차가 출발하기 시작했다. 곧 경찰서에 도착했다. 버스로 오는 것보다 체감상 더 빠르게 온 것 같았다.


조서를 쓰던 데이지는 여러 가지를 알 수 있었다. 리사의 동생이 청각장애를 앓고 있다는 것, 어머니가 동생을 낳고 병으로 죽었다는 것, 리사의 아버지가 술을 안 먹으면 좋은 사람이라는 것. 의외의 사실들을 알아가며 그 가정이 그렇게 평면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비록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데이지는 아까와 같은 행동은 꼭 반복하리라고 생각했다.


경찰서에서 나온 데이지는 집에 돌아갈 길이 막막했다. 다행히도 도심이라는 이점 덕분에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데니스······.”


경찰이 연행하던 리사 아버지의 이름을 작게 읊어 보았다. 그를 단죄하고 싶지 않지는 않았다. 다만 생각보다 악의 화신 같은 존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의 중얼거림을 택시 기사는 못 들은 듯 무시했다.




밤 11시경이 다 되어서 바질 리브스 호로 돌아온 데이지는 혹시 모르는 마음에 조종실로 향했다. 누군가 있겠거니 했더니 조지가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있었다. 또각거리는 소리를 듣고 몸을 일으켜 데이지를 바라봤다.


“어디 갔다 온 거예요? 말도 안 하고 나가서 놀랐잖아요.”

“어, 그냥 바람 좀 쐬다 왔어.”


조지는 성큼성큼 다가와 데이지의 냄새를 맡았다.


“술 먹으러 나간 건 아닌가 보네요.”

“어이,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데이지는 지적을 하고 물었다.


“콜린은?”

“자러 갔어요. 밥도 먹고 들어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가. 깨어 있었으면 잔소리꾼이 하나 더 늘었을지도 모르는데 잘 됐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던 건데요?”

“말했잖아. 바람 좀 쐬러 나갔다 왔다고.”


조지의 의심 서린 눈길이 계속되자 데이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리사 네 집에 갔다 왔었어.”

“네? 왜요?”

“뭔가 싱숭생숭해서. 혹시 무슨 일이 있나 가본 것일 뿐이야.”

“지극 정성이시네요.”

“그래. 그러고 아버지의 폭행 장면을 보게 돼서 경찰에 신고하고 조서 쓰고 오는 길이야.”


조지의 입이 떡 벌어졌다. 상상도 못 할 일을 하고 온 데이지에게 조지가 물었다.


“아니 그게 무슨······. 왜요? 그보다 아버지한테 폭행을 당하는 거였어요?”

“얘기가 기니까 일단 앉아 봐.”


소파에 앉은 두 사람은 우선 TV를 껐다. 데이지는 방금까지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조지의 표정이 풀렸다.


“그러니까 다 해결한 거죠? 리사도 안전해졌고 그 동생도 챙겼고, 아버지는 잡혔고. 그렇네요.”

“그래. 한 건 해결. 그런 느낌이지. 피곤해 죽겠다. 아무래도 경찰서랑 나는 영 상성이 안 맞아.”

“다음에 리사랑 연이나 날리러 갔으면 좋겠네요. 콜린이 얼마나 더 여기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데이지가 소파에 등을 기대 천장을 바라봤다.


“그러게.”


잠깐 말이 끊겼다. 조지가 먼저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전 자러 갈게요.”

“어, 그래. 나도 자야겠다.”


두 사람은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오늘은 안 온 모양이네?”

“아, 그래요?”


콜린은 게슈틴의 말에 조금 실망하는 눈치였다. 게슈틴은 위로하듯 말했다.


“우리야 뭐 하루 가끔 안 나오는 사람들 많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

“아, 네.”


기름값은 벌어뒀다. 오늘치 임금이면 바질 리브스 호를 탈 수 있게 된다. 데니스와 만나 좋은 아버지의 마음을 더 알고 싶었던 콜린은 아쉬운 감정을 느꼈다.


“어이, 비 온다!”


누군지 모를 사람의 말에 다들 하늘을 보았다. 전부터 보이던 많은 구름이 그들 위에서 물을 뿌리는 모양이었다.


“예보에 비 안 온다고 하지 않았어?”

“잠깐 내리는 건가 봐. 소나기야 소나기.”


인부들은 차례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식당 건물로 들어갔다. 젖은 헬멧을 벗고 한결 나아진 표정을 지으며 서로 얘기했다. 그들 중 데니스의 소재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었다. 한창 휴식을 취하던 도중 콜린의 디바이스가 울렸다.




“네, 네. 아······. 그렇다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디바이스를 끈 데이지를 보며 조지가 물었다.


“뭐라고 하던가요?”

“리사가 우릴 만나기 싫어한다나 봐. 걔 입장에서는 갑자기 나타난 여자가 아버지와 자기를 갈라놓은 원흉이 된 걸 테니까 말이야.”


조지는 그 말을 듣고 데이지를 바라보다 고개를 숙였다.


“그렇군요.”


조지가 기운이 없어 보였다. 어쩌면 씁쓸한 마지막을 맞이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데이지는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용히 조지의 등 뒤로 가서는 등을 세차게 쳤다.


“아야! 뭐 하는 거예요?”

“나가자.”

“네?”

“기분 죽 쒀놓고 있지 말고 나가보자니까? 네가 여기 와서 했던 것처럼 내가 제안하는 거야.”


조지는 못 알아들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웃으며 데이지에게 말했다.


“좋아요.”


두 사람은 밖으로 나갔다. 땅에 생긴 물웅덩이가 몇몇 보이자 데이지가 말했다.


“비가 왔었나 본데?”

“그러게요? 하늘도 맑던데 별일이에요.”


아는 길은 한정되어있었다. 달리 갈만한 곳도 없었다. 당연하게도 두 사람이 향한 곳은 리사를 만난 공사장이었다. 문제가 해결되었는지 입구는 가려져 있었고 중장비 소리가 났다. 아마 안에는 수많은 인부가 일하고 있을 것이었다.


“여기도 공사를 시작하나 보네요.”

“그러게.”


잠시 멈춰 선 두 사람은 안이 보이지 않는 공사장을 감상했다. 중장비 소리는 시끄러웠다. 데이지가 먼저 말을 걸었다.


“마트나 가는 건 어때? 저번에는 해산물이었으니까 이번엔 고기 파티를 하는 거야.”

“콜린에게 돈이 없다는 건 식재로 살 돈도 슬슬 바닥났다는 말 아닌가요?”


데이지는 곰곰이 생각해봤다. 우울한 날인데 그런 것까지 신경 쓸 건 아니었다.


“내가 살게. 생각보다 돈이 좀 남았거든.”

“지출이 많아서 콜린한테 빌려줄 돈이 없다는 건 거짓이었나요?”


데이지는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다니까.”

“그런 건 됐고. 마음에 드는 고기 다 골라도 돼. 마트나 가자고.”

“진짜요? 저 소고기 골라버릴 건데요?”

“그래, 그래. 마음대로 해라.”




여느 때와 같이 초저녁이 되자 인부들이 문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에 봬요. 이런 말들이 오고 가는 데에 콜린만은 특별한 인사를 받았다. 잘 가라는 인사였다. 의뢰가 들어온 콜린은 소나기가 오던 때에 모두의 작별 인사를 받았다. 연료비용은 모두 모였다. 이젠 의뢰인에게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비록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해소하지는 못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런 걸 위해서 더 방황하는 것은 청소년만의 특권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어디 있든 딸과 함께 행복하길 빌며 콜린은 바질 리브스 호로 돌아왔다.


“없네.”


의외로 조종실엔 아무도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각자의 방을 찾아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아무 말도 없이 배를 떠났을 것 같지는 않았다. 콜린은 마지막으로 부엌에 가봤다.


“마리네이드를 이런 식으로 하면 어떡해?”

“네? 이렇게 하는 게 아니에요?”


데이지는 잔소리를 하다 말고 콜린을 봤다. 조지 역시 데이지를 따라 그를 봤다.


“뭐 하는 거야?”


데이지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고기 파티. 비용은 걱정하지 마. 내가 댔으니까.”


손으로 V자를 그리며 말하는 데이지에게 콜린이 헛웃음을 지었다.


“잘났구먼. 그런데 이 고깃값은 나중에 돌려줄 수 있을 거야.”


콜린이 디바이스를 들어 올렸다.


“바로 의뢰가 들어왔기 때문이지!”


자랑스럽게 선언하는 콜린을 향해 두 사람이 모두 박수를 쳤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럼 오늘은 유로파 작별 파티이기도 한 거네요?”

“그렇네? 오늘 제대로 한 번 마셔야겠는데?”

“여기서 마시는 건 데이지 씨뿐이니까 제발 적당히만 드셔주세요.”


데이지는 화를 내려다 말았다. 그 정도로 좋은 날이었으니까.




신나게 고기를 흡입한 세 사람은 더는 다른 음식을 먹을 수 없을 정도였다. 콜린은 바로 방에 가서 잠에 빠졌다. 육체노동의 대가였다. 데이지와 조지는 격납고 밖으로 나와 바다를 바라보며 와인 한 잔을 즐기고 있었다.


“독 사과를 뺏은 느낌이야.”


데이지의 말에 조지가 의문을 느꼈다.


“무슨 소리에요?”

“백설 공주 보면 독 사과를 먹잖아. 내가 억지로 리사가 먹던 독 사과를 뺏은 느낌이라고.”


조지가 의외라는 듯 데이지를 바라봤다.


“비유도 하시고 생각보다 문학적이시네요?”

“놀리는 거야?”

“하하, 아니에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데이지 씨.”


조지의 부름에 데이지가 응답했다.


“왜.”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그 소녀를 그렇게 도와준 이유가 뭐예요?”


데이지는 심호흡을 한 번 하더니 얘기를 꺼냈다.


“내가 어렸을 때 엄마가 아팠어. 병원에 계속 입원해있을 정도로. 병명은 몰라. 그때 내가 모를 수밖에 없던 것 중의 하나였어. 그런 엄마를 두고 나는 항상 연을 날리려고 노력했어.”

“왜요?”

“엄마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준 선물이었거든. 초록색의 가오리연. 병세가 깊지 않을 때는 같이 날리러도 갔는데 위중해진 후로는 같이 가지 못했어. 나는 내가 연을 혼자 드높이 날릴 수 있게 되면 엄마가 기뻐할 거란 생각에 저녁때마다 계속 공원에 가서 달렸어. 한 번이라도 띄워 보려고.”

“혼자서요?”

“그래. 친구 같은 건 없었어. 그렇게 연만 날리려다가 결국 엄마가 돌아가셨어. 나는 그래도 날리는 걸 포기하지 않았는데 하늘나라에 있는 엄마가 연 날리는 걸 본다면, 내 연을 찾아 타고 내려와 주지 않을까 생각했거든.”


조지는 가만히 바다를 응시하는 데이지를 바라보았다.


“물론 하늘나라란 게 없다는 걸 알게 된 후엔 연 날리는 걸 그만뒀지만 말이야.”


분위기가 서먹해졌다고 생각했는지 데이지는 대뜸 큰 소리로 외쳤다.


“그러니까! 어릴 적의 내가 생각이! 나서! 그랬을 뿐이야. 리사가 연을 날리는 이유는 모르지만, 걔의 연이 꼭 날았으면 좋겠다! 이런 거였지!”


데이지가 와인을 들이켰다. 마치 스트레이트 위스키를 마시는 듯한 그 모습을 본 조지가 쓴웃음을 지었다.


“들어가죠. 슬슬 졸리고 잘 때라고 생각해요.”


데이지 역시 수긍했다. 와인병은 이미 비워진 뒤였다.


“그나저나 너는 유로파에 왔는데 어머니한테 안부 인사는 드린 거야? 못 찾아봬서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했어?”

“오자마자 했어요. 오자마자.”

“효자구먼.”


두 사람은 격납고로 들어갔다. 물 위에서 바다에 바질 리브스 호가 선선히 흔들렸다.


작가의말

긴 에피소드가 끝났습니다. 서술하면서 일용직 노동자 분들에 대한 부분을 조심히 쓰려 노력했는데 실수가 없었으면 합니다. 다음 에피소드는 가벼운 느낌으로 진행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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