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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님의 서재입니다.

바질 리브스 홀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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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작품등록일 :
2021.07.30 01:47
최근연재일 :
2022.09.01 23:30
연재수 :
1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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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53
추천수 :
396
글자수 :
742,617

작성
21.08.17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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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황야의 우주인 -5- (完)

DUMMY

“당신, 어제 이 사람을 만났잖아요. 그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시치미 떼도 소용없습니다. 이미 저 사람이 다 말했어요. 뭐라더라, 우리 마을이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서라든가?”

“진짜였나?”


폴이 쿡쿡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마을 밖에 떨어져 있는 소형 전투기. 그걸로 해적질도 했지?”

“부정할 마음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건 이제 상관이 없지 않겠습니까. 다들 조준!”


레버 액션 소총과 리볼버를 장전하는 소리가 들렸다. 콜린의 목에 땀이 흘렀다. 데이지와 조지 두 사람을, 하다못해 한 사람이라도 바질 리브스 호에 남겼어야 했다고 생각했다. 데이지와 조지 또한 사면초가인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꼼짝없이 큰일 났다고 생각한 그들은 조용히 시간을 기다렸다.


총성이 울렸다. 세 사람은 눈을 감았다. 그러나 쓰러진 건 그들이 아니었다. 총성 또한 부관들이 울린 것이 아니었다. 네 번의 총성이 들리자 부관들이 쓰러졌다. 곧바로 눈을 뜬 세 사람은 재빠르게 부관들의 총을 집어 들었다. 그 순간 폴이 총을 잡았지만 건물 위에서 날아온 총알이 그의 손을 맞췄다. 총을 떨어트린 폴을 세 사람이 조준했다.


“뒤에!”


건물 위에서 들려온 소리에 세 사람은 뒤를 돌아봤다. 부관 네 명이 달려와 그들을 겨누는 것이 보였다. 세 사람은 즉시 양쪽으로 갈라져 숨었다. 폴이 제단 건물로 뛰어 들어갔고 부관들은 천천히 코너를 향해 걸어왔다.


그들이 코너에 가까워져 왔을 무렵 천장에서 총소리가 들리며 두 명의 부관이 떨어졌다. 건물 위에 있던 사람이 위에 숨어있던 부관들을 저격한 모양이었다. 부관들의 시선이 흐트러진 틈을 타 건물 뒤로 돌아온 콜린과 숨어있던 데이지, 조지가 부관들에게 총을 난사했다. 그들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쓰러졌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데이지와 조지에게 콜린이 다가갔다.


“다들 괜찮아요?”

“난 괜찮아.”

“정신없는걸? 진짜 죽는 줄 알았어.”


조지가 의아해했다.


“그 사람은 누구죠?”


그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건물 위에서 한 남자가 간판을 타고 내려왔다. 미소를 지으며 담배를 꺼낸 그 남자는 모두 알고 있었다.


“에이스?”

“아니, 당신 어떻게 된 거죠?”

“저 나름의 사정이 있어서 말이죠. 사실 당신들하고 헤어진 후 곧바로 마차를 돌려서 마을로 숨어들었습니다.”

“총을 돌려받기 위해서였군.”


콜린의 지적에 에이스가 수긍했다.


“그렇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말을 못 들었구먼. 당신은 이 마을에 왜 온 거지?”

“곧 알 수 있을 겁니다. 우선 저 사람부터 구해주세요.”


에이스의 말을 들은 조지와 데이지가 잭슨에게 달려갔다. 에이스는 비장한 표정으로 제단 건물로 들어갔다. 콜린은 조용히 에이스를 따랐다. 건물 안에 들어가자 손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폴이 두 사람을 노려봤다.


“너 뭐 하는 놈이야?”


에이스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폴의 발밑에 던졌다. 그걸 집어 든 폴이 유심히 보더니 피식 웃었다. 반쪽짜리 동전이었다. 제단 선반에 놓인 다른 반쪽과 합하니 꼭 그 짝이 맞았다. 폴은 제단 선반에 그것을 올렸다. 폴이 말했다.


“그래. 알만하군.”


폴이 콜린 쪽을 봤다.


“마을 밖에 소형 우주선. 그걸로 해적질을 한 건 어떻게 안 거지?”

“누가 조종했는진 모르지만, 댁들이 해적질한 우주선의 마지막 상대가 우리 거든.”


폴은 웃음이 터져나왔다.


“기가 막히는군. 환장하겠어.”


두 사람은 웃지 않았다.


“그래. 네가 생각하는 대로 우린 열차든 우주선이든 다 털며 살아왔지. 그게 다 무엇 때문인지 알아? 먹고 살자고 한 일이라고. 몰랐겠지만 여기 주민들은 다 범죄자인 가족들과 살고 있어. 타지에서 일을 구하기도 힘들지. 사람들과의 교류도 없었어. 이 사람들을 어떻게 먹여 살려야 하겠나?”


에이스가 폴의 멀쩡한 남은 손을 쐈다.


“언젠간 끝내야 할 일일 뿐이야.”


폴이 꿇어앉아 신음했다. 에이스가 리볼버의 공이를 당겼다.


총성이 울렸다. 미간에 구멍이 뚫린 폴이 쓰러졌다. 에이스는 후련한 심정으로 밖으로 나갔다.




데이지와 조지는 십자가에 매달린 잭슨을 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십자가는 무겁고 높이 올려진 사람을 내리기엔 두 사람의 힘으론 역부족이었다. 건물 밖으로 나온 콜린과 에이스가 도와주고 나서야 간신히 잭슨을 내릴 수 있었다.


“물! 물이 필요해요.”


조지는 즉시 술집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물을 가져왔다. 열이 나는 그 몸에 물을 적셨다. 숨이 옅었지만 안정적이었다.


“그늘로 옮기죠.”


건물 처마 밑으로 잭슨을 옮기고 난 세 사람은 한숨을 돌렸다. 조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구해줘서 고마워요. 하마터면 만리타향에서 숨질 뻔했어요.”


에이스가 빙그레 웃었다.


“별것 아닙니다. 저 역시 당신들이 도와준 덕분에 일이 쉬웠습니다.”


콜린이 에이스에게 물었다.


“이 마을에 온 이유는 복수 때문인가?”

“그렇습니다.”

“당신은 유진 버나드와 어떤 관계지?”


에이스가 담배를 한 모금 마셨다.


“오랜 지인일 뿐이지요.”


그들은 더 묻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에이스가 그들을 구해줬다는 사실이었다. 그가 유진 버나드와 어떤 관계든 더 캐물을 필요는 없었다.


“아무튼 우리 목숨을 살려줬으니 답례를 해야지.”


콜린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들 따라와.”


콜린이 제단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모두 따라갔다. 제단 앞에 폴의 시체를 치운 후 제단 뒤로 돌아간 콜린은 제단에 걸린 자물쇠를 볼 수 있었다. 콜린은 그 자물쇠를 총으로 쐈다. 잠금장치가 날아가자 콜린이 그 제단의 뚜껑을 열었다. 궤짝과 같은 형태의 제단의 안을 본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 엄청난 양의 현금다발과 더불어 금화, 보석 등이 나타났다. 놀란 데이지가 물었다.


“이게 다 뭐야?”


콜린이 폴의 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이 마을에 처음 왔을 때 본 제단이야. 그렇게 먼지가 쌓인 제단에 이 궤짝에만 손 모양으로 먼지가 덜 쌓여있더라고. 유진 버나드를 죽인 후 이 녀석들은 마을 사람들과 죄의식을 공유하기 위해 이 제단을 만들었을 거야. 우리가 범죄를 저질러 빼앗은 돈으로 너희들이 생활하고 있다는 감정을 유발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 제단 안에 돈을 둬서 마을 모두가 기억하게 한 거지.”


에이스가 화를 참는 표정으로 말했다.


“악취미군요.”

“그래, 악취미지. 마을까지 유진 버나드라고 하고 말이야.”

“이 돈이 당신의 답례라는 건가요?”

“내 생각이지만 우린 이걸 보상을 취해도 될 것 같은데?”


에이스가 허탈한 듯 웃었다.


“이만한 돈이면 욕심이 날 법도 해요.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밖을 한 번 봐주시죠.”


세 사람이 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태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마을 사람들이 제단 건물을 에워싸며 걸어오고 있었다. 걔 중에는 삽이나 몽둥이, 농기구 따위를 든 사람들도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저 사람들을 모두 뚫고 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에이스의 말에 세 사람이 긴장했다. 마을 사람 중 몇몇이 그들에게 소리쳤다.


“그건 우리 마을의 재산이야!”

“떳떳하지 못해도 외지인이 함부로 건들 순 없다고!”

“그 돈을 건들면 가만두지 않겠어!”


콜린은 어이가 없었다. 총격전이 벌어질 때는 자경단한테 모든 걸 맡기고 꼭꼭 숨어있던 작자들이 돈을 걱정하며 기어 나와 쪽수로 사람을 겁박하다니. 하지만 에이스는 초연한 듯했다.


“긴장하지 마세요. 저 사람들은 우릴 건들지 못할 겁니다.”

“그게 무슨 소리죠?”

“말 그대로입니다. 저 사람들이 우릴 건들 일은 없어요.”


에이스가 재단 쪽으로 다가갔다. 금화 몇 개를 들었다가 떨어트렸다. 금화끼리 부딪히는 고운 소리가 그들의 귀를 자극했다.


“그리고 우리도 이 돈을 가질 일은 없을 겁니다.”


저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나 경찰이 오는 소리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어리둥절하며 수군댔다. 콜린이 에이스에게 물었다.


“경찰에 신고했었나.”


에이스가 담배를 떨어뜨려 밟았다.


“네. 다시 오기 전에 했습니다. 제 목적이 이루어진 후에 제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르려 했어요. 이런 돈이 있는 줄은 몰랐지만요. 경찰이 조사한다면 올바른 곳으로 가게 되겠죠. 모두 끝났습니다. 이 마을의 범죄도, 제 복수도요. 당신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정당방위였으니까. 살인으로 잡혀가는 건 저 혼자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행여 자신의 가족이 모함을 받을까 봐 뿔뿔이 흩어졌다. 다시 텅 비어버린 거리를 본 콜린이 밖으로 나갔다. 사이렌 소리가 가까워져 갔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바라봤다.


“나 참, 어쩔 수 없구먼.”




조지가 연료탱크의 볼트를 풀고 있었다. 틈이 벌어져 기름이 새어 나오고 있던 부분이었다. 콜린은 부품을 가져온 트럭을 안내하고 있었다. 트럭이 적당한 곳에 와 부품을 내려놓자 콜린이 값을 치르고 돌려보냈다.


“덥지 않아?”


데이지가 쟁반에 레모네이드 두 잔을 들고나왔다. 조지가 조심스럽게 땀을 닦아내고 땅에 내려왔다.


“그렇게 심하게 망가진 게 아니어서 다행이에요. 두 시간이면 고칠 수 있을 것 같아요.”


데이지가 잔을 건네줬다. 조지는 기름이 묻지 않도록 받아들고 마셨다. 적당히 달콤한 음료가 조지의 갈증을 달래줬다.


“고생하네. 도와줄 일은 없어?”


콜린이 다가와 조지에게 물었다. 조지는 고개를 저었다.


“틈새 두 곳이 벌어진 것뿐이라 괜찮아요. 부품만 같이 옮겨주시면 돼요.”

“그래. 부탁할게.”


콜린이 웃으며 말했다.




“어휴,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곳을 떠나게 되네.”


샤워를 마치고 온 조지가 수건으로 머리를 털었다. 소파에 앉아있던 데이지가 맥주를 마시고 말했다.


“해적선한테 피해를 입은 것 치고는 아쉬운데? 금화 몇 개라도 주머니에 챙겨올 걸 그랬나.”


“그래도 보상을 못 받은 건 아니야.”


조종석에 앉은 콜린이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우주에서 누출된 연료 말이야. 어떻게 충당했을 것 같아?”

“설마 우릴 공격한 우주선에서 빼 온 거야?”


콜린이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래. 연료뿐만이 아니라 기체 자체를 끌고 왔어. 무기 모듈, 항법 장치, 겉에 프레임까지 팔면 충분할 거야.”


데이지가 깔깔대며 웃었다.


“홀 토마토 호를 가지고 어딜 가나 했더니 그야말로 모조리 털어 왔잖아? 그래, 그 정도면 충분하지.”


조지가 물었다.


“잘됐네요. 그럼 이제 가니메데로 출발하는 건가요?”

“아니. 그렇지 않아.”


데이지와 조지가 의아해했다.


“무슨 일인데요?”

“아까 연락이 왔는데 의뢰를 취소하겠다고 하더라고. 이 마을에서 시간을 너무 끌었나 봐.”


조지가 반색하며 물었다.


“그럼 유로파로 가는 건가요?”


콜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서 너희 어머니한테 인사나 드리자고.”

“만세! 고마워요, 콜린 씨.”


조지는 드디어 웃을 수 있었다.


작가의말

부족한 소설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특히 길이에 비해 완성도가 좋지 않은 것 같네요.


앞으로 더 좋은 글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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