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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글렛.J

두 번 사는 재벌 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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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글렛.J
작품등록일 :
2020.08.19 17:18
최근연재일 :
2020.09.13 18:0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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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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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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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시작(2)

본 글에 등장하는 구단, 인물 등은 현실과는 상관 없는 허구의 내용입니다.




DUMMY

노장운의 블론 세이브와 함께 청조의 마지막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경기가 끝난 후 시후와 최강수는 간단하게 저녁을 먹은 후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다.

“확실히 지금 상태로는 힘들다고 봅니다. 노장운이 이렇게 흔들릴 줄은 몰랐습니다.”

최강수는 곤혹스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청조가 연습 경기와 시범 경기에서 승리를 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노장운이었다.

“지켜줄 경기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합니다.”

“문제는 컨디션 자체는 나쁘지 않아요.”

시후의 말처럼 노장운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맞습니다. 오히려 좋은 쪽이죠. 제구도 괜찮고요. 문제는....”

“구장과 맞지 않다는 점이죠.”

“네, 구위가 떨어진 탓인지 맞았다 하면 장타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현재 노장운의 가장 큰 문제는 구장과의 궁합이었다.

원래부터 삼진을 유도하는 선수가 아니라 플라이 볼을 유도하는 유형의 선수였다.

문제는 청조의 구장은 일단 공이 뜨면 홈런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었다.

“이번 영입은 제 판단 실수네요.”

씁쓸한 웃음과 함께 시후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과거의 기억만 생각하고 노장운을 영입했던 결과는 현재까지는 실패였다.

노장운이 1년을 쉬고도 좋은 활약을 보였던 이유는 구장의 영향도 있던 모양이었다.

“이 정도까지 흔들릴 줄은 몰랐네요.”

그래도 금방 제 자리로 돌아올 거란 기대를 했지만 지금은 그 기대가 낮아진 상태였다.

“노장운 영입 자체는 저도 환영하는 바였습니다. 노장운 정도의 투수라면 충분히 가치가 있으니까요.”

“그럼, 노장운의 위치는 어쩌죠? 장채진도 마무리는 힘들어 하던데....”

장채진과 노장운의 자리를 바꿀 생각도 했지만 역시나 장채진은 마무리 자리만 가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일단은 노장운으로 가려고 합니다. 한 달 정도 결과를 지켜보고 다시 고민해보려고요. 막상 정규 시즌에 들어가면 또 모르는 일이라서.”

최강수는 일단은 지금 구상했던 포지션으로 시즌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시후는 그런 최강수의 선택을 존중했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막상 시즌이 시작되면 전혀 다른 선수로 변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그렇죠.”

결국 노장운을 그대로 마무리로 결정한 둘은 잠깐 숨을 골랐다.

“그래도 생각보다 타자들이 잘 해주고 있습니다.”

“그러게요, 이건 예상밖이네요.”

노장운의 흔들림으로 인해서 어둡던 시후의 얼굴이 밝아졌다.

자신이 생각해도 타자들의 활약은 예상을 벗어나고 있었다.

“고작 시범 경기에 불과했지만 권하수가 장타 능력도 있었습니다.”

초반에 흔들렸던 권하수는 시후와 대화 직후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조급했던 모습이 사라지자 권하수 특유의 정교한 타격이 돌아온 상태였다.

수비는 원래부터 흠 잡을 곳이 없었고, 빠른 발을 이용한 주루 능력도 향상됐다.

“이태준도 확실히 자리를 잡는 모습이에요.”

“네, 생각보다 더 잘해주고 있습니다.”

“수비도 괜찮고, 타격도 그 정도면 준수한 편이죠.”

애초에 이태준에겐 타격을 기대하지 않았았다.

두 사람이 이태준에게 바라는 건 주전 포수로서 투수들을 잘 이끌어 주는 것이었다.

현재 이태준은 그 기대에 꽤 부응하고 있었다.

두 타자 외에도 부상에서 돌아온 모태영과 김동찬 등의 활약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언론과 팬들조차 올 시즌 청조의 타격은 기대해도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래도 언제 타격 페이스가 떨어질지 모르니 대비가 필요합니다.”

“그렇죠. 그리고...선발진은 좀 바꿔야겠습니다.”

좋았던 타자들의 이야기가 끝나니 다시 문제의 투수들이 나왔다.

“개편하실 생각인가요?”

“네.”

시후는 최강수의 말에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일단 1선발과 2선발은 그대로 가려고 합니다.”

여전히 기복 있는 투구 패턴을 보여주고 있지만 안정세로 접어든 존 화이트였다.

“다른 1선발과 비교해서 존 화이트만큼 던져줄 투수는 없습니다.”

스패너가 꾸준히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긴 했지만 팀의 에이스인 1선발을 책임지기엔 어딘가 부족했다.

존 화이트가 빠르게 적응해서 자리를 잡아주는 게 청조가 원하는 그림이었다.

“3선발은 박진광에게 기회를 주려고 합니다.”

“괜찮을까요?”

애초에 3선발은 문태영에게 돌아갈 자리였다.

청조의 선발진 중에서 유일하게 왼손 투수였기 때문이다.

“박진광까지 3선발을 맡으면 우투수로 쭉 이어지는데요?”

“그래서 2선발이 스패너가 돼야 합니다.”

최강수가 스패너를 2선발로 돌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하기야 화이트와 박진광의 투수 스타일이 비슷하니, 더 실력이 좋은 화이트 다음에 박진광이 나오면 최악이죠.”

3연전에서 같은 유형의 투수가 연이어 나올 경우 실패할 확률이 큰 이유였다.

“그래서 문태영이 3선발로 자리를 잡았으면 했는데...어쩔 수 없죠.”

“문태영은 4선발로 밀리나요?”

시후의 질문에 최강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문태영은 아무래도 2군에서 시작해야겠습니다.”

“2군에서요?”

의외의 결정이었다.

나름 선발로 꾸준히 활약했던 문태영이 아예 선발진입에 실패할 줄이야.

“이건우에게 기회를 주려고 합니다.”

이건우는 청조가 기대하는 유망주 중 하나였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건우는 정명국을 대신해서 후반기 5선발을 맡을 예정이었다.

“공도 빠르고 체격도 제법 붙어서 현재로서는 문태영보다 낫습니다. 잘만 자리를 잡으면 팀의 든든한 좌완 선발이 되줄 겁니다.”

최강수의 설명에 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문태영의 탈락은 의외였지만 직접 선수들을 지도한 최강수의 말을 더 신뢰했다.

“5선발은 그대로 정명국에게 기회를 주고 정명국이나 이건우가 페이스가 떨어지면 문태영과 교체를 하는 방향으로 가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저보다는 직접 곁에서 지켜본 감독님의 감이 맞겠죠.”

시후의 말에 최강수는 감사의 말을 전하며 굳은 얼굴로 말했다.

“정규 시즌은 반드시 결과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최강수의 말에 시후는 가볍게 웃었다.

“그렇게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올 시즌은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모태영에게는 6위까지는 노려보겠다고 했지만 시후는 괜한 기대를 하려 하지 않았다.

당장 올 시즌에 풀타임을 소화할 선수들이 적었기 때문이다.

‘운이 좋으면 6위 정도는 가능하겠지만...그 이상은 힘들겠지.’

그렇게 생각한 시후는 올 시즌은 느긋하게 지켜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최강수는 달랐다.

계속 되는 패전에서 감독에 대한 의문보다는 시후에 대한 비난이 더욱 많았다.

보통 팀의 패배는 감독에게 많은 비난이 가기 마련이었다.

선수들의 기용 실패와 전략 전술의 부재를 비난의 주제로 삼았지만 청조는 달랐다.

모든 패배의 비난은 시후를 향하고 있었다.


급하게 추진한 리빌딩의 결과.

경험이 없는 감독과 실패한 코치들의 영입의 결과.

성급했던 의욕의 참사 등.


시후를 향한 사람들의 비난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중이었다.

급기야 단장으로서 시후의 능력에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는 시후로 인해서 최강수나 다른 코치들의 부담이 커졌다.

“괜히 외부 평가에 흔들리지 마세요. 전에도 말했지만 모든 책임과 비난은 내가 감수해요. 감독님이나 코치들은 선수들을 잘 이끌고 승리하는 것만 신경 쓰세요.”

“....알겠습니다.”

“승리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도 명심하시고요.”

“네!”

최강수는 대답과 함께 시후를 보며 생각했다.

처음엔 큰 기대를 갖지 않고 시후와 손을 잡았지만 지금에선 달랐다.

이만큼이나 자신을 믿어줄 사람이 과연 현재 누가 있을까.

자신을 믿어준 만큼 반드시 결과를 내보겠다는 의욕으로 가득 찬 최강수였다.

‘나쁘지 않네.’

그런 최강수의 표정을 본 시후는 속으로 웃었다.

자신의 믿음에 최강수가 보여줄 결과물이 조금은 기대가 됐다.


*


“오늘 꼭 가야하나요?”

여전히 내키지 않은 얼굴로 시후가 말했다.

하루 종일 시즌 준비로 바빴던 시후였다.

이제 곧 시작될 시즌을 위해서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낸 시후는 그냥 쉬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은 윤회장의 생일이었다.

“가볍게 저녁만 드시고 오시죠.”

강직한의 말에 시후는 불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늦었구나?”

가족들만 초대해서 조촐하게 식사를 하자는 윤회장의 뜻에 따라 생일상은 간소했다.

그래도 으리으리한 음식들로 가득 채워진 테이블에는 시후를 제외한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가장 늦게 등장한 시후를 보며 웃으며 말을 건넨 사람은 윤덕배였다.

두툼한 배를 만지면서 정겹게 웃는 그를 보며 시후는 속으로 조소했다.

저렇게 웃는 얼굴로 뒤에서는 또 무슨 짓을 꾸미고 있을까.

“일이 바빠서요. 이제 곧 시즌이 시작되느라.”

“안 그래도 소식은 듣고 있었다, 요새 분위기가 안 좋다지?”

걱정을 빙자하면서 꺼낸 대화는 역시나 청조의 전패였다.

유독 언론의 공격이 시후를 향하는 이유에는 분명 윤덕배의 손길이 있다고 확신하는 시후였다.

“고작 시범 경기인데요. 정규 시즌에서는 또 모르죠.”

“그래도 주변에서 걱정이 많던데?”

윤덕배의 말에 시후는 속으로 조소했다.

언제부터 청월그룹에서 청조의 성적에 관심을 보였던가.

자신의 부임 전까지 청조는 그저 윤회장이 애정으로 이끄는 구단에 불과했다.

시후가 등장하고부터 보이지 않는 견제가 생겼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건 역시나 윤덕배였다.

시후는 가볍게 웃으며 윤덕배의 말에 대답했다.

“걱정 해주신 만큼 꼭 좋은 성적을 보여드리죠.”

윤덕배가 그 말에 더 입을 열려 했지만 갑자기 끼어든 윤회장으로 인해서 뜻을 이룰 수 없었다.

“그래, 어련히 알아서 잘 할까. 결과보다도 과정이 중요한 법이야.”

“명심하겠습니다.”

시후는 자리에 앉기 전에 아버지인 윤도찬과 눈으로 인사를 나눴다.

끄덕.

윤도찬은 아내가 죽은 후 그 허전함을 달래고자 일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그 결과 차기 후계자로 유력해지긴 했지만 자식들과는 어색한 사이가 됐다.

시후나 시연도 굳이 그 관계를 바꾸려 노력하지 않았다.

시후가 자리에 앉자 자연스럽게 조용한 식사가 이어졌다.

식사 내나 윤덕배와 윤회장이 주로 대화를 나누고, 윤도찬이 간간이 끼어들었다.

시연 역시 간혹 대화에 참가했지만 시후는 끝까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


3월의 마지막 금요일이 돌아왔다.

많은 야구팬들이 기다렸던 정규 시진의 막이 올랐다.

겨울 내내 차기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품고 있던 많은 팬들이 야구장을 찾았다.

시후는 함성으로 열띤 응원을 펼치는 팬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시후의 옆에는 오현태가 함께 하고 있었다.

그 뒤로 강직한은 늘 그렇듯이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

“늘 그랬지만 개막날은 떨리네요.”

“그러게요.”

애써 무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시후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데려온 선수들이 과연 생각했던 대로의 모습을 보여줄까.

두근.

시후는 심장의 고동을 느끼며 애써 흥분을 가라앉혔다.

“오늘은 잘 던져줬으면 좋겠는데....”

오현태의 시선은 마운드에서 심판의 신호를 기다리는 존 화이트를 향했다.

연습 경기부터 시범 경기까지 쭉 이어진 존 화이트의 기복은 여전히 물음표가 가득했다.

“괜찮을 겁니다.”

시후는 경기 전에 불펜에서 몸을 풀던 존 화이트를 떠올렸다.

“컨디셔은 좋아 보였으니까.”

“그렇긴 하죠. 캠프 때부터 불펜에서 흥이 오른 상태로 마운드에 오르면 성적이 좋았죠.”

존 화이트는 독특한 루틴을 갖고 있는 선수였다.

마운드에 오르기 전에 불펜에서 흥이 오른 상태가 되면 그 날의 성적은 매우 좋았다.

특유의 빠른 템포로 타자들을 착실하게 공략하면서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반대로 불펜 피칭에서 약간이라도 기분이 다운이 되면 흔들리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존 화이트가 투구의 기복이 큰 이유는 감정의 기복에 있었다.

“어쨌든. 오늘은 기대가 되네요.”

흥이 오른 상태의 존 화이트가 보여줄 투구에 시후는 기대가 컸다.

“시작합니다!”

오현태의 외침과 함께 심판의 손짓에 맞춰 투구 자세에 들어간 화이트였다.

실질적인 첫 경기라 할 수 있는 등판에 과연 존 화이트의 모습은 어떨까.

“뭔가 좋은 예감이 드는데?”

근거는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오늘,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보여줄 거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시후의 예감은 곧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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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질주(2) +1 20.09.10 543 15 14쪽
23 질주(1) +1 20.09.09 607 18 13쪽
22 시작(4) +1 20.09.08 619 15 13쪽
21 시작(3) 20.09.07 612 15 12쪽
» 시작(2) 20.09.06 687 23 13쪽
19 시작(1) 20.09.05 709 21 13쪽
18 스프링캠프(5) +1 20.09.04 681 21 13쪽
17 스프링캠프(4) +1 20.09.03 693 21 14쪽
16 스프링캠프(3) 20.09.02 732 15 12쪽
15 스프링캠프(2) 20.09.01 755 18 13쪽
14 스프링캠프(1) 20.08.31 817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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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준비(3) 20.08.29 880 26 12쪽
11 준비(2) 20.08.28 907 23 13쪽
10 준비(1) +1 20.08.27 931 20 12쪽
9 정리(3) +1 20.08.26 956 21 13쪽
8 정리(2) +1 20.08.25 978 24 13쪽
7 정리(1) +1 20.08.24 1,000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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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새로운 시작(4) +2 20.08.22 1,051 20 12쪽
4 새로운 시작(3) +2 20.08.21 1,104 21 13쪽
3 새로운 시작(2) +2 20.08.20 1,146 23 13쪽
2 새로운 시작(1) +1 20.08.19 1,355 2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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