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사는 재벌 3세

새로운 시작(3)

본 글에 등장하는 구단, 인물 등은 현실과는 상관 없는 허구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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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후의 말에 강직한은 걱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나름 엄선해서 뽑은 후보군을 거들떠도 보지 않겠다는 시후의 의중이 궁금했다.

“이번에 뽑은 사람들은 현장 경험이 충분한 분들입니다. 나름의 업적도 충분하고요. 내년 시즌엔 어느 정도 성적을 올려야 하는 입장에서 딱히 나쁘지 않은 분들로 보입니다만?”

“그렇긴 하죠. 그들이 가진 이력이 나쁜 건 아니죠.”

시후 역시 오현태와 현수, 윤중이 나름 고민 끝에 가져온 후보군들이란 걸 알았다.

실제로 최근까지 좋은 성적을 거둔 현역 감독들을 위주로 가져왔기에 시후의 입장에선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처음 청조가 창단되던 시기와 비교해서 현재 청조는 감독들의 무덤이라 불릴 만큼 기피하는 곳이었다.

창단 후 최고 성적이 10위였을 정도로 청조에서 성적을 내는 건 이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학계의 정설처럼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은 국민감독이라 불리던 감독들이 연이어 부임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말년에 이르러 다시 한 번 도전 의식을 불태운 노장들은 청조를 살려보겠다고 아등바등했지만 그 끝은 초라했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이전의 커리어마저 금이 갈 정도로 청조는 감독의 무덤으로서 악명이 더욱 공고해지기만 했다.

그나마 구단에서 성적에 적극적인 것도 아니었기에 처음과는 다르게 점점 감독들이 말년에 크게 한탕 벌고 떠나는 자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런 현실에서 오현태가 뽑아온 감독 후보군은 나쁘지 않았다.

작년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던 감독도 후보군에 들어있는 걸 보니, 오현태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노력과 별개로 시후는 이미 감독으로 내정한 사람이 있었다.

“아쉽지만 이들은 청조를 일으킬 수 없어요.”

“그래도 가장 우선으로 작업하고 있는 감독의 경우는 작년에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강직한이 말한 건 작년까지 대전에서 활동하던 감독을 지칭하고 있었다.

실제 오랜 기간 하위권으로 분류되면서 암흑기를 거친 대전에 한줄기 희망을 안긴 감독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부임 3년 동안 2번의 가을시즌에 진출했으나 작년의 성적은 최악에 가까웠다.

그동안 외면하고 있던 문제들이 수면에 드러나면서 리더십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고, 결국 중도에 하차하는 불명예를 안고 말았다.

그럼에도 오현태나 강직한이 그를 믿는 건 앞선 2년의 성과 때문이었다.

비록 마지막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5위와 6위로 가을시즌에 나섰던 성과에 기대를 거는 모양이었다.

“좋은 성적을 낼 줄 아는 감독이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죠. 베테랑을 중용하는 기조가 있어요. 신인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면서 세대교체를 하는 것엔 의문이 있어요. 차기 시즌은 기존의 고여 있는 선수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얼굴을 적극적으로 기용할 생각이에요.”

“갑자기 너무 많은 걸 하려고 하시면 탈이 나는 법입니다.”

강직한은 갑자기 적극적으로 변한 시후가 마음에 들면서도 내심으로는 우려가 생겼다.

너무 갑작스런 변화는 기존의 사람들에게 반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청조의 초기 단장들 역시 시후처럼 적극적으로 세대교체를 선언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청조의 선수들을 향한 팬들의 두터운 애정이 끝끝내 발목을 잡은 탓이었다.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아요. 날 따라올 마음이 없으면 떠나면 그만입니다. 이전의 단장들과 제가 다른 점은. 제가 단장이면서 이 구단의 구단주라는 사실이죠.”

윤회장은 시후에게 마지막 기회라며 야구단의 지분을 넘겼다.

물론 아예 넘긴 건 아니었다.

해볼 수 있는 모든 걸 해보고, 그 행동에 책임을 지라는 엄중한 경고가 동반됐다.

구단과 단장이 동일인인 경우는 거의 없기에 윤회장의 이번 선임은 더욱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일이었다.

그랬기에 과거 시후가 쉽게 포기한 탓에 윤회장이 그룹의 경영에서 밀려나게 된 단초가 되고 말았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시후였기에 다시 잡은 기회를 주변의 시선 때문에 흔들릴 이유가 없었다.

“앞으로 이 구단은 전적으로 제가 원하고, 제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달려갈 겁니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떠나도 된다고 말해주세요. 그에 대한 보상은 충분히 할 테니까요.”

보상까지 들먹이며 단호하게 말하는 시후를 보자 강직한도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그만큼 확고한 시후의 의지라면 그에 따라주는 것이 그를 보좌하는 자신의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오 실장에게 일러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생각하시는 감독 후보에 대해서 알려주시겠습니까?”

“최강수라는 사람이에요. 딱히 유명한 인물은 아니죠.”

“최강수요?”

강직한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미간을 좁혔다.

윤회장과 시후로 인해서 야구에 관심이 많았던 강직한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그랬기에 더욱 시후의 선택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차라리 그런 무명의 감독보다는 작년까지 성적을 냈던 모감독이 훨씬 낫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마음은 알겠지만, 믿으세요. 제가 생각하는 구단의 미래엔 그가 훨씬 더 필요해요.”

최강수.

지금까지는 무명의 불과한 지도자였지만 정확히 2년 후에 그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유명인사가 된다.

등장부터 의문부호를 갖고 있던 최강수는 세간의 걱정과는 다르게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기존과는 다르게 철저하게 점수를 따고 지키는 것에 충실한 신념을 바탕으로 매년 팀을 가을시즌에 오르게 하는 가을 보증수표라 불리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 한계도 명확했지.’

최강수는 무려 10년 동안 유명 감독으로 여러 팀을 지휘했지만 그 끝은 초라했다.

부임과 동시에는 무조건 가을야구에 출석하면서 팬들의 갈증을 해소해주었지만 우승까지는 가지 못했다.

단기전에서 필요한 에이스의 부재와 지나친 효율 중심의 야구는 막상 중요한 무대에서는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그로 인해서 파리 목숨이라는 감독자리에서 10년을 버텼으나 끝내 무관으로 야구계를 떠나고 말았다.

무관의 제왕, 최강수.

시후가 생각하고 있는 구단의 방향과 최강수는 궁합이 좋다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지금의 최강수는 야구감독으로 활동하기에 제약이 있다는 점이었다.

그걸 해결하지 못하면 차기 시즌에 그를 감독으로 데려오기가 힘들지도 몰랐다.

똑똑!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시후가 최강수에 대해서 생각할 때, 오현태가 다시 가져온 음식들을 들고 물었다.

“들어오세요.”

시후의 대답에 강직한이 문을 열어줬고, 이번에는 평소에 판매하는 음식들을 그대로 가져온 오현태를 보며 시후가 웃었다.

“그럼, 우리 제대로 얘기를 해볼까요?”

*

“말씀은 알겠습니다.”

오현태는 시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강덕만을 비롯한 매점의 주인들에게 불만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니 시후가 그들과의 계약을 다시 생각하겠다는 말에 딱히 반대를 하진 않았다.

다만, 시후의 방식은 우려가 됐다.

“그들이 순순히 나가려고 할까요?”

청조에서만 장사를 해오던 그들이었다.

그 중 강덕만의 경우는 그의 아버지부터가 이 구장에서 핫도그를 팔았던 이력을 갖고 있었다.

그런 그가 시후의 말에 순순히 수긍하고 떠나려고 할까.

“강덕만을 걱정하는 거라면 그쪽은 제가 알아서 합니다. 실장님은 다른 분들과 대화에 집중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뭘 어떻게 하려는 건지 궁금했지만 오현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다.

아직 시후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지금 일일이 태클을 걸면서 반감을 키울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시후의 말에는 아무리 오현태라고 해도 평정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추려주신 감독 후보들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취임식이 끝나면 바로 면담을 하실 수 있도록 준비를....”

“아뇨. 그 분들에게는 정중히 사과의 연락을 드려주세요. 유감스럽지만 차기 시즌에 우리와 함께 할 수는 없을 겁니다.”

“....!”

시후의 말에 오현태의 두 눈이 흔들렸고, 현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전부 없던 일로 하시겠다는 겁니까?”

평소라면 쥐 죽은 듯이 눈치나 살폈을 현수가 저도 모르게 크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오현태와 함께 며칠을 밤을 새면서 고르고 고른 감독들이었다.

그 중에는 절대로 청조와 함께 하지 않겠다며 사양하던 이들도 있었다. 그런 이들을 찾아가 꾸준히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면담을 주선했던 둘이었다.

그런데 그간의 노력을 무시한 채로 판을 뒤엎겠다는 시후의 말을 납득할 수가 없었다.

“네.”

흥분한 현수와 다르게 시후는 태연했다.

애초에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강직한이야, 자신의 말에 불만이 있어도 어느 정도는 수용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달랐다.

그들은 지금도 호시탐탐 시후가 무언가 잘못하기를 기다리고, 트집을 잡을 건수를 찾고자 했다.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지만 시후는 두렵지 않았다.

고작 그들의 질시와 불만 따위에 흔들리기에는 지난 삶의 후회가 너무 컸다.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태연한 시후의 대답에 현수는 속에서 불이 나는 기분이었다. 이 울분을 확 하고 풀수는 없어서 나름 정중하게 물었지만 그 눈빛이 불순한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적대적인 현수의 태도와 다르게 오현태는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실장님도 같은 생각이십니까?”

시후의 질문에 그제야 생각에서 벗어난 오현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이유라도 알 수 있을까요?”

어린 현수와 다르게 오현태는 시후가 자신들이 추린 후보들을 엎은 이유가 궁금했다.

정말 기존의 단장과 다른 방향으로 가겠다는 치기 어린 생각이라면 그걸 어르고 달래는 일은 자신의 몫이었다.

이전까지도 그랬기에 오현태는 시후의 의중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다.

“아까 강 할아버지에게 말하긴 했지만, 주신 후보들 모두 나쁘진 않아요. 아니, 우리 사정에 비해서 분에 넘치는 후보들이죠.”

“그렇죠! 그 분들이 감독으로 오신다고 하면 당장이라도 절을 해야 하는 게 우리 사정입니다!”

현수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추임새를 넣었으나 시후나 오현태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럼에도 엎으신 이유는요?”

“실장님이 보시기에, 정말로 그들이 청조를 바꿀 수 있을 거라 확신하세요?”

“당연하죠! 그 분들 전부 실력 있는 분들이라고요!”

“....”

시후의 말에 흥분한 현수와 다르게 오현태는 신중했다.

‘이력만 보자면 그들은 분명 우리에게 있어서 과분한 지도자들이야. 하지만....’

청조의 선수단을 떠올리자 오현태는 자신이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되는 다른 구단에 비해서 청조는 지나치게 선수들의 평균 연령이 높았다.

12개의 구단 중에서 가장 평균 연령이 어린 구단은 수도권에 있었고, 매년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성과도 내면서 리빌딩의 교과서라 불리고 있었다.

모기업이 없는 상태에서도 꾸준히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하는 건 그만큼 구단 운영이 뛰어나다는 반증이었다.

사건사고가 끊이진 않지만 그래도 성적으로는 뭐라할 수 없는 그런 곳이라고 할까.

그에 비해서 청조는 모든 면이 부족했다.

12개의 구단의 평균 연령이 30세일 때, 청조의 평균연령은 33.5였다.

여전히 베스트 9의 경우는 30대 초중반의 선수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들이 분전해서 10위를 기록했던 게 청조의 마지막 부흥기였으니 청조의 선수단이 얼마나 취약하고 육성에 소질이 없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확실히 부족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청조의 현실을 깨닫자 오현태는 시후의 말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가져온 감독 후보들은 역경을 이겨온 이들은 없었다.

이미 육성이 끝난 선수단을 가지고 최고의 성적을 이끌 수 있는 지도력은 갖추었으나 육성에는 소질이 없는 이들이었다.

“처음부터 다시 추려 올까요?”

오현태의 말에 시후는 고개를 흔들었다.

“감독은 제가 생각하시는 분이 있어요. 그분이 수락하시면 바로 감독으로 앉힐 겁니다.”

시후의 대답에 오현태와 현수, 윤중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

낙하산.

시후 자신이 낙하산 인사였던 것처럼 시후 역시 그런 식으로 자신의 사람을 감독이란 무거운 자리에 앉히려는 모양이었다.

‘올해도 끝이군.’

그 사실을 깨닫자 세 사람의 표정에는 실망과 허탈감이 가득했다.

그걸 숨길 생각도 하지 않는 셋을 향해서 강직한이 입을 열려 했지만 시후가 손을 들어 말렸다.

자신이 저들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을 테니까.

나름 기대를 했을 텐데,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니 저런 마음을 갖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시후는 굳이 일일이 그들에게 설명을 하고 그들의 동의를 구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기엔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은 파격적이었고, 남들의 눈에는 부질없는 짓으로 보일 테니까.

그러니 오직 결과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었다.

너희가 틀렸다는 걸.

내가 정답이었다는 걸.

[도지680층]

건투를

[na*****]

현수확 잘라버리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