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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글렛.J

두 번 사는 재벌 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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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글렛.J
작품등록일 :
2020.08.19 17:18
최근연재일 :
2020.09.13 18:0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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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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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345

작성
20.08.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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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새로운 시작(4)

본 글에 등장하는 구단, 인물 등은 현실과는 상관 없는 허구의 내용입니다.




DUMMY

쾅!

“이게 말이 됩니까?”

단장실을 나온 현수는 참았던 분노를 터뜨렸다.

“저도 이건 좀 아니라고 봐요.”

평소 조용하던 윤중마저 현수의 말에 동조하는 것을 보니 오현태는 씁쓸했다.

자신도 평소와 다르게 시후의 처사에 크게 실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그게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를 깨달은 오현태는 고개를 흔들었다.

“애초에 예상한 그림이잖아. 뭘 그래?”

“그래도 이건 아니죠! 솔직히 저 사람들 말고 다른 감독들이 오기나 하겠어요?”

현수의 말이 아예 틀린 건 아니었다.

한 때는 대전의 구단이 갖고 있던 감독의 무덤이란 타이틀은 이제 청조의 것이 되었다.

그런 청조의 감독으로 오려는 유명한 감독들은 거의 없었다.

아직 이력이 없는 감독이나 도전정신이 특별한 이들을 제외하고 청조는 기피의 대상이었다.

윤회장이 성적에서 부담을 주지 않는 것과 다르게 청조의 팬들은 늘 좋은 성적을 원했다.

꼴찌라도 벗어나길 간절하게 소망하는 그들은 매년 반복되는 청조의 성적에 분노가 쌓여가는 중이었다.

올해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면 그나마 있던 팬들마저 떠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낙하산 단장인 시후의 등장과 그의 인맥으로 오게 된 감독이라니.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젠장! 내가 진짜 서둘러 여길 떠나야지!”

짜증과 함께 캔 커피를 마시는 현수를 보며 오현태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대놓고 말은 하지 못했지만 그 역시 이번만큼은 쉽게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


시후가 청조를 개선하기 위한 롤 모델로 삼은 건 메이저리그의 오클랜드와 수도권의 H구단이었다.

수도권의 H구단의 경우는 한 때, 한국판 오클랜드라 불리며 뛰어난 성적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모기업의 지원이 빈약한 상태에서 선수들의 열정과 과감한 트레이드로 매시즌 가을야구에 나서는 그들은 한국의 오클랜드라 불릴 정도였다.

성적이 저조한 다른 구단들의 팬들은 H구단의 경우처럼 과감한 변화를 원했지만 모기업에 의존해야 하는 야구단의 특성상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새롭게 창단하면서 이름 있는 스타의 부재와 얕은 팬덤으로 인해서 비교적 쉽게 트레이드가 자유롭던 H구단과 달리 다른 구단들은 쉽게 트레이드를 하지 않았다.

자칫 떠난 선수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선수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서 이전과 다르게 좋은 성적을 내는 것에 일생의 기회를 얻은 것일 지도 몰랐다.

하지만 구단의 경우는 그로 인한 책임을 온전히 짊어져야만 했다.

팬들은 왜 저 선수가 저렇게 뛰어난 성적을 내는데, 우리는 그렇게 키우지 못했냐고 질타하는 경우가 많았다.

팬들의 조롱과 악성 댓글이 아니더라도 구단에서도 쉽게 유망주를 내보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언제, 어떤 변수가 발생해서 선수의 공백이 생길지 몰랐기에 가능성 있는 유망주를 쉽게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H구단의 등장은 한국야구계에 새로운 바람을 부르기엔 충분했다.

문제는 그 이후로 터진 구설수로 인해서 조롱의 대상이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시후는 그 기억을 되살려 자신의 구단에 접목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스타 하나로 좌우되는 성적이 아니라 철저하게 데이터에 의존하고, 열정을 가진 선수들로 선수단을 구성할 생각을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쉽지만 기존의 선수들과는 어느 정도 작별을 해야만 했다.

“그나마 가치가 있을 때, 트레이드 카드로 쓸 수 있겠죠?”

시후의 말에 강직한은 당황했다.

“설마 H구단을 롤 모델로 삼으신 겁니까?”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지만 강직한은 걱정이 컸다.

이미 성공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실패했을 경우는 그만큼의 타격이 더욱 클지도 몰랐다.

아예 처음부터 시작한다면 돌아올 비난은 적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낸 상태에서 이를 따라했다가 실패하면 그에 따른 비난은 몇 배로 커지기 마련이었다.

강직한은 그 점이 우려되었지만 시후는 개의치 않았다.

“걱정 마세요. 원래 이런 건 리스크가 클수록 돌아오는 열매도 달콤한 법이니까요.”

씩 웃으며 말하는 시후를 보며 강직한은 묘하게 안심이 되는 자신을 느꼈다.

“알겠습니다. 전적으로 도련님이 원하시는 대로 하시죠. 그러라고 전권을 주신 거니까요.”

“뭐, 그에 대한 책임도 그만큼 크겠지만 재미는 있겠죠.”

당차게 말하는 시후의 모습에 강직한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의욕 없이 방탕하게 살던 지난날보다는 지금이 훨씬 더 좋아보였기에.

남들이 어떤 시선으로 보든 강직한에게는 지금의 시후가 마음에 들었다.


*


시후의 통보로 인해서 청조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하필 취임식 전날에 새롭게 등장한 시후의 존재는 많은 이들의 불신과 불만을 야기하는 중이었다.

청조 구단의 홍보를 담당하는 부서가 청월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언론들을 통해서 기사를 냈지만 그보다 더 많은 부정적인 기사들이 순식간에 실시간 검색 1위에 오르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시후가 간소하게 취임식을 연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오늘이군요.”

차안에서 창밖으로 시선을 두고 있는 시후를 보며 강직한이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평소와 다르게 무거운 분위기의 시후를 보고 있자니 많이 긴장한 것이라 여겼다.

“그러게요. 오늘이네요.”

남들의 눈에는 처음이겠지만 시후에게는 2번째 취임식이었다.

과거에는 취임식부터 흔들렸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 스스로를 타일렀다.

띠링.

그때, 시후의 휴대폰이 울리며 하나의 문자가 도착했다.

‘왔나?’

문자의 내용을 보지 않아도 시후는 문자를 보낸 이를 알 수 있었다.

과거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으니까.

그 때는 문자의 내용에 쉽게 휘둘렸지만 지금은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김재경 부사장.

청월그룹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청월건설의 부사장인 그였다.

원래라면 청조의 단장으로 내정되어 있던 그의 자리는 시후의 것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김재경이 양보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갔지만 사실과는 달랐다.

윤회장의 독단으로 시후가 부임하게 되면서 김재경의 불만은 계속 쌓여갔다. 결국 그 불만의 끝은 훗날 윤덕배와 손을 잡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들은 사람 좋은 김재경이 윤회장을 배신한 계기를 청조의 부임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후는 진짜 김재경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김재경은 처음부터 윤덕배의 사람이었다.

언제든 윤덕배의 명령만 내려지면 윤회장의 뒤를 칠 수 있도록 준비된 배후의 카드가 김재경이었다.

결국 윤회장이 물러나고 윤덕배가 차기 회장이 되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김재경과 김상무, 두 김씨에게 있었다.


[오늘 부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부디, 회장님의 뜻을 잘 헤아리고 좋은 성과를 얻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짧은 문자였지만 시후는 이후 김재경의 방문을 받게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때 김재경은 혼자서 야구단을 운영하기에는 어려울 테니, 차라리 적당히 하는 척만 하고 자신에게 넘기는 게 좋겠다고 말한다.

그 대가로 시후에게 꽤 거액의 보상금과 다른 그룹의 지분으로 거래를 했고, 그때의 시후는 멍청하게도 고스란히 김재경에게 청조를 바쳤다.

그때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시후는 김재경을 조심해야했다.

지금도 자신을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에는 김재경과 김상무가 배후에 있었다.

‘이번엔 어떤 방법으로 접근하려나?’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 접근하는 건 시후가 사전에 차단할 테니, 그들도 꽤 당황할 터였다.

그렇다고 시후를 이대로 얌전히 지켜보진 않을 그들이었다.

분명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시후를 불명예스럽게 퇴단시켜야만 하는 그들이었다.

“김상무와 김재경 부사장쪽은 늘 신경 써 주세요.”

“....두 사람을요?”

시후의 말에 강직한이 잠깐 머뭇거렸다.

늘 알겠다고 말하는 강직한답지 않은 모습에 시후는 내심 씁쓸했다.

강직한마저도 그 둘을 신임하고 있는 걸 보면, 평소에 그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가면을 쓰고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제가 자리를 빼앗으니 불만이 크지 않겠어요? 혹시 모르니 그런 불만은 사전에 털어놓고 가야죠.”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제야 강직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뜻을 전했다.


*


“오늘부터 새롭게 청조의 구단주 겸 단장으로 취임하게 되신 윤시후 신임단장님이십니다. 모두 박수로 맞아주시기 바랍니다.”

진행을 잘하기로 소문난 사회자를 섭외한 까닭에 시후의 취임식은 별 다른 문제없이 흘러갔다.

시후의 부임부터 시작된 시후를 향한 좋지 않은 시선은 여전했지만 적어도 취임식에서는 불미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진 않았다.

사회자의 능숙한 진행과 함께 취임식의 분위기는 무르익었고, 마침내 시후의 취임사만이 남았다.


짝짝짝!

짝짝!

짝!


각자의 감정을 가진 채로 쏟아지는 박수를 보면서도 시후는 태연했다. 한껏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시후는 느긋하게 자신을 향한 시선을 즐겼다.

이 안에서 시후를 향한 절대적인 지지자는 강직한 한 명 뿐이었다.

그 외의 사람들은 전부 다 시후가 언제든 실수를 하기만을 기다리는 자들이었다.

과거의 자신은 그런 이들의 시선과 트집에 지쳐서 도망쳤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들과 싸울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는 상태였다.

“....”

쏟아지던 박수가 점점 줄어들고 마침내 고요함이 내려앉았다.

모두는 과연 시후가 무슨 말을 시작할지 궁금한 표정이었다.

시후를 향한 긍정적인 여론 형성을 만들어야 하는 이들과 부정적인 여론을 만들어야 하는 이들은 서로를 향한 보이지 않는 경쟁에 돌입했다.

누구보다 빠르게 시후의 말을 옮겨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에 기자들은 입을 꾹 다물고 집중했다.

“우선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신 저의 할아버지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할아버지의 백이 없었다면 제가 이런 자리에 오를 순 없었을 테니까요.”

웅성웅성.

시후의 첫 마디부터 사람들을 소란스럽게 만들기 충분했다.

시후는 자신의 말에 웅성거리는 이들을 보면서 웃었다.

“지금 여기 계신 많은 분들, 아니 모두가 저를 보는 시선이 어떤 지 알고 있습니다. 제가 뭘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궁금하시겠죠?”

“....”

“저는 입으로만 개혁을 외치지 않을 겁니다. 지금까지 만년 하위권이었던 청조가 지금보다 위에 있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월할 겁니다. 이를 위해서 감수할 일은 전부 제가 책임질 겁니다.”

시후의 말에 사람들은 당황했다.

감수하겠다는 말과 책임을 지겠다는 말이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은 탓이다.

“반대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생각은 있습니다만,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어차피 제가 무슨 말을 하든 반대를 할 테고, 발목을 잡으려 할 테니까요. 그러니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제게 찾아오세요.”

“....”

당황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시후는 어깨를 쭉 피며 거만하게 말했다.

“물론, 사직서도 함께 들고 말이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떠나셔도 좋습니다. 그건 비단 직원들만이 아닙니다.”

당황하면서 열심히 기사를 작성하는 사람들과 혼란에 빠진 구단 직원들에게 시선을 주던 시후가 선수단을 대표해서 자리를 찾은 모태영에게 시선을 주며 말을 이었다.

“선수들 역시 언제든 말해주세요. 원하는 구단이 있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게 해줄 테니까.”

“....!”

시후의 선언에 모태영의 얼굴에는 당황과 분노가 어렸다.

대놓고 기존의 선수들을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느꼈기 때문이다.

이는 모태영만이 느낀 게 아니었다.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시후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독재.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권력을 활용해서 구단을 운용하겠다는 선언은 빠르게 기사로 작성되어 포탈사이트에 실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를 향한 여론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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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질주(4) 20.09.12 481 17 13쪽
25 질주(3) 20.09.11 514 17 13쪽
24 질주(2) +1 20.09.10 543 15 14쪽
23 질주(1) +1 20.09.09 607 18 13쪽
22 시작(4) +1 20.09.08 619 15 13쪽
21 시작(3) 20.09.07 612 15 12쪽
20 시작(2) 20.09.06 687 23 13쪽
19 시작(1) 20.09.05 709 21 13쪽
18 스프링캠프(5) +1 20.09.04 681 21 13쪽
17 스프링캠프(4) +1 20.09.03 693 21 14쪽
16 스프링캠프(3) 20.09.02 732 15 12쪽
15 스프링캠프(2) 20.09.01 755 18 13쪽
14 스프링캠프(1) 20.08.31 817 19 12쪽
13 준비(4) +2 20.08.30 885 22 12쪽
12 준비(3) 20.08.29 880 26 12쪽
11 준비(2) 20.08.28 907 23 13쪽
10 준비(1) +1 20.08.27 931 20 12쪽
9 정리(3) +1 20.08.26 956 21 13쪽
8 정리(2) +1 20.08.25 978 24 13쪽
7 정리(1) +1 20.08.24 1,000 21 13쪽
6 새로운 시작(5) +3 20.08.23 1,036 21 12쪽
» 새로운 시작(4) +2 20.08.22 1,052 20 12쪽
4 새로운 시작(3) +2 20.08.21 1,104 21 13쪽
3 새로운 시작(2) +2 20.08.20 1,146 23 13쪽
2 새로운 시작(1) +1 20.08.19 1,356 27 14쪽
1 회귀 +1 20.08.19 1,923 2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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