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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글렛.J

두 번 사는 재벌 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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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글렛.J
작품등록일 :
2020.08.19 17:18
최근연재일 :
2020.09.13 18:0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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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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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스프링캠프(3)

본 글에 등장하는 구단, 인물 등은 현실과는 상관 없는 허구의 내용입니다.




DUMMY

시후와 최강수의 미팅 후에도 청조는 좀처럼 승리를 하지 못했다.

마치 무언가 홀린 듯이 경기를 할수록 혼란에 빠지는 모습이었다.

선발이 잘 던지면 불펜이 흔들렸고, 타자가 잘 치면 투수들이 무너졌다.

반대로 투수들이 잘 던지는 날은 타자들이 점수를 내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

아직 연습 경기에 불과했지만 계속 되는 패전은 팀의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확실히 어수선하네요.”

청조의 시합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시후는 남몰래 혀를 찼다.


[확신하지 마, 네가 가진 확신은 언제든 변수가 발생할 수 있으니까.]


시연이 자신에게 했던 의미심장한 말이 마치 예언처럼 들려오는 순간이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선수단의 시너지는 생각보다 잘 발휘되지 않았다.

전생의 기억을 토대로 데려온 선수들이었지만 무언가 조금씩 부족한 기분이 들게 했다.

“뭐가 문제일까.”

시후의 시선은 2루로 뛰다가 아웃되는 권하수를 향했다.

“발은 빠르지만 주루 센스가 부족하다는 기분이 듭니다.”

시후의 옆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오현태가 권하수를 보며 느낀 점을 말했다.

“빠른 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걸 보면...경험이 부족해서겠죠?”

“그것도 있지만 뭔가 급해요.”

작년까지만 해도 주로 2군에서 활동했던 권하수였다.

이제까지는 늘 2군 캠프를 소화하던 권하수가 1군 캠프에 합류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시즌 전부터 주전으로 확정된 상태로 시즌을 치르는 게 처음이었다.

그에 따른 중압감이 권사후를 짓누르는 모양이었다.

“의욕은 높이 살만 한데...과해요.”

“조금 전의 주루도 굳이 시도할 필요가 없었는데...확실히 뭘 보여줘야겠다는 압박이 심한 모양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살려보겠다는 의지는 높이 살만 했지만 그게 과하면 위험했다.

“때론 과한 열정이 화를 부르는 법이죠. 조절이 필요하겠는데요?”

아직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지나치게 조급해 보이는 권하수를 보니 대안이 필요해 보였다.

“최대한 편하게 하라고 하지만...쉽진 않겠죠.”

“곤란한데요.”

자칫 연습 시합 도중에 부상이라도 당하면 시후와 최강수의 구상이 많이 흔들릴 수도 있었다.

“일단은 지켜보는 수밖에 없겠죠.”

“그렇죠. 아무래도 정신적인 측면은 다른 사람이 도와줄 순 없으니까요.”

타격적인 기술은 어떻게든 도와줄 수 있지만 정신적으로 안정을 얻는 건 스스로의 의지가 컸다.

주변에서 아무리 편하게 하라고 말해도, 권하수 스스로가 깨닫지 못하는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저녁 식사 후에 잠시 제 방에 들리라고 해주세요.”

“권하수를요?”

갑작스런 시후의 말에 오현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굳이 단장인 시후가 권하수와 개인적으로 만날 이유가 있을까.

“가볍게 대화나 좀 하면서 격려 차원이라고 생각하세요.”

“괜히...역효과를 낼 수도 있는 데요?”

조심스러운 오현태의 반대였지만 시후는 모른 척 넘겼다.

“그냥 대화나 하는 거니까, 걱정 말고 보내세요. 꼭 과거의 절 보는 기분이라서.”

“...그렇다면...알겠습니다.”

시후가 자신의 과거를 언급하면서 말하니 오현태도 더는 말리지 못했다.


그 날 저녁, 훈련이 끝나고 시후는 권하수를 방으로 불렀다.

“권하수입니다.”

권하수는 시후와 개인적으로 만나는 게 처음이라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시후는 그런 권하수를 보며 웃었다.

“그렇게 긴장할 거 없어요. 질책하려고 부른 게 아니니까.”

“....”

시후의 말에도 권하수는 여전히 굳은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그 모습에 속으로 작게 혀를 찬 시후는 권하수의 앞에 앉았다.

“....”

‘숨 막혀!’

곧바로 얘기할 거란 권하수의 예상과 다르게 시후는 말이 없었다.

부른 시후가 말이 없으니 권하수 역시 얌전히 차만 마실 수밖에 없었다.

“요새 컨디션은 어때요?”

시후가 입을 연건 차가 거의 비워질 쯤이었다.

움찔.

시후의 질문에 권하수는 자세를 바로하며 긴장했다.

드디어 시후가 자신을 부른 용건에 대해서 얘기하려는 모양이었다.

안 그래도 캠프 내내 자신의 부족한 실력에 위축되고 있는 그였다.

시후와의 면담도 그로 인해서 생겼다고 생각했다.

“죄송합니다.”

권하수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하지만 시후는 그런 권하수의 사과를 거부했다.

“그런 말을 들으려고 물은 게 아니라 솔직한 몸 상태에 대해서 말해주세요.”

“....”

“어디 안 좋은 곳이 있어요?”

“아뇨. 아픈 곳은 전혀 없습니다!”

실제로 권하수는 아픈 곳이 전혀 없었다.

캠프 초반에는 컨디션 관리에 애를 먹었지만 지금은 완벽하게 적응한 상태였다.

오히려 몸이 좋은 데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하니 스스로가 가장 답답했다.

차라리 몸이 좋지 않으면 덜 화가 날 텐데, 스스로가 생각해도 몸은 최상의 컨디션이었다.

‘역시 조급한 건가?’

시후는 권하수의 장점을 떠올려봤다.

시후가 생각하는 권하수는 장타를 뻥뻥치는 유형의 타자가 아니었다.

파워 히터보다는 정교한 컨택형의 타자가 권하수였다.

선구안도 나쁘지 않아서 출루에도 많은 도움이 될 타자였다.

게다가 발도 빨랐으니 일단 출루만 되면 상대를 흔들리기에 충분했다.

문제는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자꾸만 조급한 행동을 보인다는 점이었다.

연습 경기 내내 이어진 도루 실패나 삼진의 급증도 이와 연관되어 있었다.

또 불필요한 슬라이딩이나 무리한 수비도 자주 나오고 있었다.

낮에는 부상으로 이어질 뻔 한 아찔한 상황도 나왔다.

그 때만 생각하면 시후는 지금도 가슴이 서늘했다.

만약 권하수가 이탈하게 되면 자신의 그림이 시작부터 망가질 가능성이 컸다.

권하수의 이런 플레이는 무언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압박감에 있었다.

모든 게 처음인 권하수였기에 필수적으로 거칠 성장의 과정이었다.

그래서 시후는 마음을 편하게 먹고, 권하수를 지켜볼 생각이었지만 본인이 급했다.

‘기자들도 흔들고 있으니, 더 그렇겠지.’

휴대폰이 있으니 기사를 보지 않으려 해도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더 급하고 무리해지는 모양이었다.

“시즌은 길어요.”

“....?”

권하수는 갑작스런 시후의 말에 긴장했다.

혹시 이대로 기회가 박탈되는 건 아닐까, 그런 걱정이 생겼다.

그렇게 되도 할 말은 없지만.

“이제 막 시작인데 벌써 끝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에요. 나나 감독님이나 권하수 선수에게 기대하는 건 그리 크지 않아요.”

“....”

“지금까지 해왔던 모습 그대로. 딱 그 정도만 원해요. 처음인데 그 이상을 요구하는 권 무리죠.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네....”

대답과 다르게 권하수는 여전히 어두운 표정이었다.

“내가 한 때 야구를 했다는 거 알고 있죠?”

“...네.”

모를 수 없는 일이었다.

재벌 3세인 시후가 진지하게 프로를 꿈꾼다는 말에 많은 이들이 좋지 않은 시선을 보냈으니까.

권하수 역시 그 중 하나였다.

남부러울 게 없는 시후가 굳이 험한 경쟁사회로 끼어드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냥 잠깐 호기심에 왔다가기에는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 이들이 많았으니까.

그들의 자리까지 뺏으려는 시후의 행동에 많은 이들이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시후와 함께 했던 동료들은 달랐다.

시후가 보여주는 의지와 투지에 반했고, 차츰 그의 꿈을 진정으로 응원하기 시작했다.

주변의 평가도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어떤 말보다도 행동으로 묵묵히 자신의 뜻을 보여주던 시후였다.

그러다 사고로 야구를 그만두면서 막무가내로 살기 시작했지만.

“사실 부상을 당해서 야구를 그만뒀을 때 든 생각은 애매했죠. 슬픔이 컸지만 기쁨도 있었으니까.”

“기쁘셨다고요?”

“더는 남들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아도 되겠구나, 더는 무리하게 공을 던지지 않아도 되겠구나. 이젠 결과를 내놓을 필요가 없겠구나, 싶었거든요.”

“....”

시후는 자신의 말을 지키기 위해서 늘 결과를 내놔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남들보다 조금 잘해서는 스스로는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도 용납하지 않았다.

이미 보장된 미래를 제 발로 걷어차고 나왔다면 그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아야만 했다.

그래서 늘 시후는 무언가에 쫓겼고, 점점 숨이 막혀갔다.

그러다 사고를 당하고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해방감과 함께 찾아온 허탈감에 취해서 말이다.

“내가 볼 때, 지금 권하수 선수가 그런 모습인데...내 말이 틀려요?”

“...아뇨. 맞는 거 같습니다.”

시후의 말을 들으며 권하수는 스스로가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여준 게 없는 자신이었지만 눈앞에 찾아온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압박이 심했다.

그게 자신의 페이스를 완전히 망가뜨린 원인이었음에도 말이다.

“천천히, 늘 하던 대로. 갑자기 변하려고 하면 몸에 탈이 나죠. 시간은 많으니까, 스스로가 해온 걸 믿고 천천히 해봅시다.”

“...네!”

권하수는 대답과 동시에 마음이 조금은 편해지는 걸 느꼈다.

걱정과 긴장으로 가득했던 시후와의 만남이었지만 결코 나쁜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대화를 통해서 한 결 마음이 편해졌다.

“그럼, 나가보세요. 내일부터는 내가 기대했던 권하수 선수로 돌아왔으면 좋겠네요.”

“네!”

대답과 함께 방을 나가는 권하수를 보면서 시후는 가볍게 한숨을 내뱉었다.

지금이야 쉽게 말했지만 당시에는 정말 상당한 압박감에 숨도 쉬지 못했던 자신이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라고 하면, 과연 자신은 버텨낼 수 있을까.

“의미 없는 가정이지.”

한숨과 함께 시후는 밀려오는 미련을 애써 털어냈다.

다시 오지 않을 과거를 추억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최강수의 말에 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보기에도 권하수는 확실히 좋아졌다.

“그 날 무슨 대화를 하신 겁니까?”

“딱히요. 그냥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평소처럼 하라고 했어요.”

시후와의 만남 이후로 권하수는 확실히 제 컨디션을 되찾고 있었다.

여전히 미숙한 주루 플레이를 간간이 선보이긴 했지만, 확실히 과감하고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뭐, 확실히 좋아지긴 했네요. 자신감도 생긴 모양이고.”

여전히 청조는 승리 없이 패배만 기록하고 있었다.

지는 방법도 그다지 좋지 않아서 언론은 벌써부터 시후와 청조를 흔들고 있었다.

“기회다 싶어서, 아주 작정을 하고 날뛰는 모양인데, 괜히 신경 쓰지 마세요.”

“그 정도는 이미 예상했던 일입니다. 선임 됐을 때, 나온 기사가 악평이 반이었어요.”

최강수가 씩 웃으며 말하자 시후도 모처럼 편하게 웃었다.

“하긴, 첫날 뉴스에 달린 댓들이 가관이긴 했죠.”

최강수의 선임과 함께 기자들의 걱정과 우려를 빙자한 악의적인 기사가 마구잡이로 나왔다.

팬들은 시후의 독단과 세상 물정 모르는 선택이라며 일제히 비난에 나섰다.

그때도 심각했던 비난은 연이은 패배에서 더욱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시후는 혹시라도 최강수가 흔들릴까, 염려가 됐지만 최강수는 덤덤했다.

“무명이나 다름없는 저를 뽑으셨으니...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결과만 나오면 다 들어갈 말이에요. 그땐 궁금하네요, 결과가 나오면 뭐라고 떠들지.”

씩 웃으며 말하는 시후를 보며 최강수는 내심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유독 시후를 향한 언론의 시선은 냉정하고 차가운 편이었다.

뭐 하나를 하려고 하면 트집을 잡았고, 걱정을 빙자한 훼방을 놓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시후는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당당히 걷고 있었다.

그 시작이 자신의 선임이었기에 최강수는 반드시 기대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타격은 그럭저럭 괜찮은데...역시 불펜은 답이 없네요. 좀처럼 살아나질 않으니....”

노장운의 복귀에도 여전히 청조의 불펜은 믿음을 주지 못했다.

노장운까지 이어지는 과정이 워낙 험난했고, 노장운조차도 아직은 완벽한 컨디션이 아니었다.

“당장 시범 경기는 어찌어찌 견뎌도...시즌 중에는 잘 모르겠습니다.”

벌써부터 이런 실정이라면 시즌에 들어간 후에는 더욱 암담할 게 자명했다.

그래서 시후는 어떻게든 불펜에 새로운 피를 공급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안 그래도 카드를 맞춰보고 있으니까...조금만 고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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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질주(1) +1 20.09.09 607 18 13쪽
22 시작(4) +1 20.09.08 619 15 13쪽
21 시작(3) 20.09.07 612 15 12쪽
20 시작(2) 20.09.06 687 23 13쪽
19 시작(1) 20.09.05 709 21 13쪽
18 스프링캠프(5) +1 20.09.04 681 21 13쪽
17 스프링캠프(4) +1 20.09.03 693 21 14쪽
» 스프링캠프(3) 20.09.02 733 15 12쪽
15 스프링캠프(2) 20.09.01 755 18 13쪽
14 스프링캠프(1) 20.08.31 817 19 12쪽
13 준비(4) +2 20.08.30 885 22 12쪽
12 준비(3) 20.08.29 880 26 12쪽
11 준비(2) 20.08.28 907 23 13쪽
10 준비(1) +1 20.08.27 931 20 12쪽
9 정리(3) +1 20.08.26 956 21 13쪽
8 정리(2) +1 20.08.25 978 24 13쪽
7 정리(1) +1 20.08.24 1,000 21 13쪽
6 새로운 시작(5) +3 20.08.23 1,036 21 12쪽
5 새로운 시작(4) +2 20.08.22 1,052 20 12쪽
4 새로운 시작(3) +2 20.08.21 1,104 21 13쪽
3 새로운 시작(2) +2 20.08.20 1,146 23 13쪽
2 새로운 시작(1) +1 20.08.19 1,356 2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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