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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글렛.J

두 번 사는 재벌 3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피글렛.J
작품등록일 :
2020.08.19 17:18
최근연재일 :
2020.09.13 18: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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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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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회귀

본 글에 등장하는 구단, 인물 등은 현실과는 상관 없는 허구의 내용입니다.




DUMMY

[오늘의 뉴스입니다. 오늘 가장 먼저 알려드릴 소식은 모두가 당황했을 소식인데요. 프로야구단인 청조가 마침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전대 회장의 바람과는 다르게 청월은 야구단을 포기하면서 간신히 그룹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만, 역대 가장 짧은 역사를 가진 구단이었다는 불명예도 함께 안게 되었습니다. 자세한 소식은...]


삑.

들고 있던 리모컨의 전원 버튼을 누르며 안 그래도 조용했던 방 안에는 싸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불빛 하나 켜지지 않은 방 안에서 맥주를 홀짝이고 있던 남자는 다 비워진 맥주 캔을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졌다.

“저렇게 될 줄 알았지. 내가 그래서 누누이 말했잖아요, 애초에 저걸 왜 인수해서는!”

혀를 차며 씁쓸하게 웃는 남자의 얼굴은 깊은 슬픔이 가득했다. 한 때는 자신이 속했던 청월그룹의 몰락에 자신 역시 많은 지분을 갖고 있던 탓이다.

‘그때 그런 짓만 하지 않았다면, 달라졌을라나?’

할아버지인 윤 회장은 철없이 막무가내로 살던 자신에게 야구단을 맡기려고 했다.

애초에 야구단은 야구광이었던 윤 회장이 사라지는 야구장과 청주의 야구팬들을 위해서 만들었다.

처음부터 크게 성적에 연연하지 않았고, 다른 구단에서는 1군에 오르기 힘든 선수들로 시즌을 시작했다.

창단 초기에는 그래도 현역의 마지막을 불태우겠다는 의지를 가진 이들이 합류하면서 나름 성과를 내긴 했지만 이후로는 쭉 만년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팀이었다.

승점 자판기라 불릴 정도로 성적은 처참했고, 뒤늦게 창단된 12번째 팀보다도 성적이나 구장 시설에서 좋은 평을 얻기 힘들었다.

이로 인해서 윤회장의 탄탄했던 신뢰에 금이 가고 말았다.

그럼에도 윤 회장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힘들었던 지난 날, 자신에게 유일한 즐거움을 허락해주었던 야구에 대한 그만의 보답이었으니까.

‘개소리지.’

지금 와서 생각하면 윤 회장의 선택은 확실히 비극의 시작이었다.

결국 인수 후에도 제대로 성과도 내지 못하고 돈만 잡아먹었던 야구단은 청월그룹의 몰락에 일부분을 담당했다.

이후 5년 뒤, 윤 회장이 갑자기 쓰러지면서 청월그룹은 크게 흔들렸다.

늘 호시탐탐 윤회장의 자리를 노렸던 윤 회장의 배다른 동생이 마침내 오랫동안 갈았던 칼을 뽑아 든 게 계기였다.

당시 미국에서 흥청망청 생활하던 시후는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았고, 자신이 줘버린 지분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에 크게 충격을 받고 말았다.

아무리 막 살아왔다고 해도 윤 회장이 만든 청월그룹에 애정이 아예 없던 건 아니었으니까.

결국 의문의 사고로 가족들이 하나씩 쓰러지면서 현재의 청월그룹은 윤 회장의 배다른 동생의 손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땐 아무도 몰랐다.

그게 청월그룹의 몰락이 시작일 줄은 말이다.

하는 사업 마다 실패하고 계열사를 하나씩 팔아버리던 청월그룹은 그나마 가지고 있던 야구단마저도 팔아넘기면서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 모든 과정을 뉴스와 지인으로부터 들어온 시후는 가슴이 답답했다. 철없던 시절 자신의 선택이 결국 이 모든 사단을 일으킨 건 아닐까 싶어서.

띠링.

[시후야, 오늘 아버지가 돌아가셨어.]

“....!”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겼던 누나의 전화는 시후가 가지고 있던 삶의 모든 걸 흔들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청월그룹의 뒤를 이을 후계자라 칭송받으며 탄탄한 미래가 보장되었던 아버지는 자신을 낳은 죄로 온갖 불명예를 갖게 되었다.

윤덕배와 그의 세력이 가장 트집을 많이 잡는 게 시후였기 때문이다.

결국 탄탄대로를 걸을 것이란 기대와 다르게 시후의 아버지는 끝내 경쟁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어쩌면 갑작스런 아버지의 부고에는 그간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벌이 있을 지도 몰랐다.

‘빌어먹을!’

뒤늦게 지난날을 후회하는 시후는 씁쓸하게 남아 있는 맥주를 들이켰다. 아무리 마셔도 취하지가 않았다.

자신이 흔들리던 시절은 언제부터였을까.

청월그룹에서 태어났지만 사실 시후는 그룹의 일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는 타고난 신체조건으로 운동선수를 꿈꾸었다.

야구광이었던 윤회장이 어릴 때부터 시후를 야구장에 데려가면서 시후는 자연스럽게 야구와 친해졌다.

이후로 야구선수가 되겠다며 가족들의 반대에도 열심히 노력했다.

유일하게 시후를 응원해주었던 할아버지인 윤 회장이었다.

신체조건은 좋았지만 시후는 유감스럽게도 재능이 없었다.

그나마 있는 거라곤 열심히 하려는 의지뿐이랄까.

하지만 그 의지도 결국 꺾이고 말았다.

부상으로 인해서 다시는 공을 잡을 수 없게 된 순간부터 시후는 무너졌고, 방탕한 삶을 살기 시작했다.

‘미련한 새끼. 배가 불렀지.’

이미 가지고 있는 막대한 부에도 시후는 가슴이 늘 공허했다.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었던 구멍은 결국 시후를 무너지게 만들었다.

경영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시후에게 윤 회장은 야구단을 맡겼다.

그 파격적인 조건에 모두가 결사반대를 외쳤지만 윤 회장은 단호했다.

사랑해 마지않았던 손자가 다시 전처럼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시후는 끝끝내 외면하고 말았다.

낙하산이라며 조롱하는 구단 안밖의 시선에 보란 듯이 삐뚤어지게 굴었던 그였으니까.

‘진짜...멍청하게 살아왔네...하...’

만약 다시 한 번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는 지금처럼 후회로 가득한 삶을 살진 않으리라...

시후는 서서히 취해가는 기분을 느끼며 그렇게 다짐했다.

그래봤자 다시 눈을 뜨면 금방 사라질 다짐임을 알았지만.


*


“....이건 뭐야?”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20대 중후반.

취해서 잠들었던 자신의 나이가 48세였다. 그런데 거울 속의 자신은 그보다 무려 20년은 젊어진 모습이었다.

“아직 술이 덜 깬 건가?”

그렇게 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자신이 있는 이 곳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시후의 본가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후는 이게 당연히 꿈은 아닐까 생각했다.

“어제 너무 마셨나? 아니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해서?”

그런 게 아니라면 지금의 이 일은 뭘까.

“설마 과거로 돌아 왔다, 뭐 그런 거야?”

심심풀이로 즐겨 읽었던 판타지 소설의 최근 유행이었다.

과거를 후회하던 철없는 재벌3세가 과거로 돌아간다는 얘기는 말이다.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단 생각이 들어서 시후는 늘 같은 패턴임을 알면서도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굳이 사서 봐도 되지 않는 작품도 시후는 재벌의 회귀라는 설정에는 유독 빠져들었다.

현실은 시궁창이지만 글로나마 자신의 삶을 바꾸고 싶었으니까.

일명 대리만족.

그랬었는데....

“진짜야 이거?”

하지만 아무리 꿈이라고 해도 이건 너무 현실성이 넘치는데?

똑똑.

시후가 한참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자 노력할 때, 그것을 해결해줄 사람이 마침내 등장했다.

“도련님,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강 할아버지!’

이제는 다시는 들을 수 없을 것이라 믿었던 윤 회장의 심복 중의 심복이라 할 수 있는 그였다.

강직한.

이름 그대로 올곧고 강직했던 그는 윤 회장이 쓰러지자 자신의 모든 업무를 포기하고 물러났다.

이제 그룹에 새로운 시대가 찾아왔으니 그를 보좌하는 건 다른 사람의 것이라며 윤 회장의 곁을 끝까지 지키다 윤회장이 떠난 뒤 1년 만에 세상을 떠난 인물이었다.

어린 시절 윤회장과 함께 자신의 도전을 응원해주었던 그였으나 시후는 그 마음을 쉽게 배신하고 말았다.

야구를 더는 할 수 없다는 상실감에서 시후는 흔들렸고, 무너졌다. 주변의 모든 말들이 거슬렸고, 듣기 싫었다.

야구를 하고 있을 때는 참고 넘길 수 있었던 비난과 조롱을 심적으로 무너진 상태에서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그래선 안 됐는데....’

시후는 씁쓸하게 웃으며 그 날을 떠올렸다.

윤 회장이 시후에게 구단의 일을 맡기면서 보필할 사람으로 강직한을 보내준 건 의미하는 바가 컸다.

어떤 일이 있어도 윤 회장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는 강직한이 윤 회장이 아닌 시후를 보좌한다?

설마 윤 회장이 향후 후계자로 시후를 염두 해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돌 정도로 강직한이 시후의 곁에서 보좌하는 건 충격적인 일이었다.

주변의 평가나 시선과 다르게 윤 회장이 시후에게 강직한을 붙여준 이유는 간단했다.

한없이 삐뚤어진 시후가 그나마 말을 듣는 척이라도 하는 게 강직한이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20대 중후반의 나이로 야구단의 단장으로 취임시킨 윤 회장의 독단에 말이 많았다. 시후 역시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고, 그에 굉장히 불쾌했기 때문이다.

‘누가 하고 싶어서 했냐고!’

시후가 비교적 어린 나이에 야구단의 단장이 된 건 전적으로 윤 회장의 고집이었다. 방탕하게 사는 시후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윤 회장의 결단이자 마지막 기회였다.

그나마 시후가 모든 열정을 불태웠던 야구였기에 윤 회장은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다.

애초에 성적은 기대도 하지 않았다.

가진 게 돈이었고,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인수했던 구단이기에 윤회장은 야구단에 큰 욕심이 없었다.

욕심이 있었다면 시후를 단장으로 내정하지 않았을 테니까.

‘미련하게 그 마음도 모르고.’

아니, 알면서 외면했다는 게 맞겠지.

과거의 자신은 삐뚤어진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쳐 있던 열등감 덩어리였으니까.

남들보다 실력이 부족함에도 야구선수가 되겠다는 노력에 따라붙는 건, 도를 넘는 조롱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시후를 괴롭혔던 기사는 “금수저가 뭐가 아쉬워서 야구선수를 하려는 건가.”였다.

청월그룹의 막내가 편한 길을 두고 왜 야구선수의 길을 가려는 건지 많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시후의 실력을 늘 의심했고, 시후가 조금이라도 부진하면 악착같이 괴롭혔다.

재벌3세라는 배경으로 타인의 자리를 빼앗는다는 다소 추측성에 가까운 기사를 시작으로 그에 동조하는 이들은 시후를 잠시라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유독 재벌에 대한 사람들의 잣대는 엄중했다.

‘드라마가 잘못된 편견을 심어준 거라니까!’

드라마나 소설에서 재벌 3세는 늘 그랬다. 갑질의 표본, 서민은 안중에도 없는 그들만의 세상.

맞는 말이었지만 그들이 잘못 생각하는 건 그들만의 세상에 사는 이들이 굳이 다른 세상에 눈을 돌릴 리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런 면에서 시후는 확실히 독특하긴 했다.

탄탄한 미래가 보장된 자리가 아닌 야구선수의 길을 걷기로 했으니까.

하지만 시후는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았다.

갖은 음해와 조롱에도 꿋꿋하게 견뎌내려 했지만 운명은 잔인했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인한 부상.

일상생활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격렬한 스포츠는 무리가 간다는 의사의 소견에 시후는 야구를 포기해야만 했다.

진심으로 야구를 사랑했고, 야구선수가 되고 싶었던 시후에게 그건 꽤 충격적인 일이었다. 평소라면 무시했을 자극적인 기사와 악플들을 무시하지 못했고, 심적으로 크게 흔들렸다.

결국 드라마나 소설에서 등장하는 재벌가의 망나니의 길에 시후는 그렇게 발을 들이고 말았다.

‘병신새끼.’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시후는 스스로를 욕했다.

그땐 야구가 세상의 전부라 생각했기에 그런 선택을 했지만 지나고 나니 스스로가 그렇게 한심할 수가 없었다.

부상으로 공익으로 빠진 것조차 기자들에겐 좋은 먹잇감이었다.

그들은 언론이 만든 먹이를 놓치지 않았고, 시후는 그렇게 무방비하게 공격을 받았다.

그룹 내에서 엄중하게 대응하기는 했지만 사람들의 손과 입을 막기엔 부족했다.

결국 시후는 그렇게 스스로의 의지와 타인의 시선에서 망가졌고, 윤 회장의 마지막 기회마저도 살리지 못했다.

‘다시 기회가 왔으니 그렇게 살진 않을 거야!’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기회를 시후는 놓칠 생각이 없었다.

“도련님?”

강직한은 평소와 다르게 전의에 불타있는 시후를 보며 내심 놀랐다.

평소에는 자신이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못하는 시후가 아니던가.

오늘은 또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리 일찍부터 전의를 불태우는 건지 강직한은 불안했다.

‘설마 갑자기 도망치시려는 건?’

그간의 이력이 있기에 강직한의 의심은 당연했다.

“취임식이 언제죠?”

이어진 시후의 질문에 강직한은 자신의 의심에 더욱 확신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후의 얼굴이 몹시 진지해서 강직한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내일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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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새로운 시작(3) +2 20.08.21 1,104 21 13쪽
3 새로운 시작(2) +2 20.08.20 1,146 2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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