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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글렛.J

두 번 사는 재벌 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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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글렛.J
작품등록일 :
2020.08.19 17:18
최근연재일 :
2020.09.13 18:0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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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6,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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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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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홈 개막전(1)

본 글에 등장하는 구단, 인물 등은 현실과는 상관 없는 허구의 내용입니다.




DUMMY

길었던 원정을 마치고 홈으로 돌아온 청조였다.

개막 후 처음으로 열리는 홈경기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은 상당했다.

선수들과 구단 직원들도 상당히 들뜬 기분이었지만 날씨가 좋지 않았다.

“새벽부터 계속 비가 내리네요.”

시후는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걱정스럽게 바라봤다.

“예보로는 저녁 9시까지 비가 온다고 합니다. 틀릴 수도 있지만....”

오현태는 계속 휴대폰으로 날씨를 확인했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어쩔 수 없죠. 날씨를 우리가 조절할 수는 없으니까요.”

시후는 애써 아쉬운 마음을 삼키며 말했다.

한창 기세가 좋은 지금 홈으로 팬들을 불어 올 이벤트도 기획했지만 물거품이 됐다.

“오히려 선수들에겐 좋죠. 알게 모르게 쌓인 피로를 회복할 시간도 벌었으니까요.”

시후는 오늘 경기가 취소가 된다고 해도 긍정적인 면을 찾았다.

원정 12연전에 지친 선수단에게 오늘의 휴식은 꿀맛이었다.

오현태 역시 같았다.

“그래도 비가 그칠 수도 있으니, 일단은 준비는 하도록 해요. 점심 이후에 확실히 알 수 있겠죠. 그보다 오늘 오전에 일정이 있다고 하셨죠?”

시후는 어제 갑자기 생긴 일정을 떠올리며 물었다.

“네. 고우리 기자와 인터뷰가 잡혀 있습니다.”

“아, 그거...”

시후는 딱히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다.

“꼭 해야 하나요? 저 대신 최강수 감독님이 하는 건 어때요?”

“감독님은 내일 잡혀 있습니다.”

오현태의 말에 시후는 혀를 찼다.

“보통 시즌 초에 각 구단의 단장들의 인터뷰가 있긴 합니다. 시즌 전망이나 향후 계획 등에 대해서 얘기하는 시간이죠.”

“구단 차원에서 얘기해도 될 텐데요?”

시후는 끝까지 발을 빼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구단에서 작성한 질문보다는 담당 기자가 가져온 질문이 훨씬 팬들의 만족도를 높이겠죠?”

오현태가 저렇게까지 말하니 시후도 더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죠. 대신 오늘만 인터뷰를 하고 다음엔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면 오늘 전부 끝내기로 하죠.”

단장인 자신이 계속 언론에 노출되는 건 팀에게 좋지 않다는 게 시후의 생각이었다.

과거 자신은 구단의 모든 일에 자신이 직접 나섰고, 언론에도 적극적으로 얼굴을 비췄다.

하지만 그 결과는 별로 좋지 않았다.

현장을 이끄는 사람들에게 향해야 할 관심들이 자신에게만 몰리는 걸 떠올린 시후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마음이 없었다.

“일단 그렇게 하고, 기자님이 오시면 모시세요.”

“네!”

대답과 함께 오현태가 나가자 시후는 몰려오는 피로에 살짝 눈을 감았다.

최근 잠을 통 자지 못한 탓에 오늘 따라 무척 머리가 무거운 기분이었다.


고우리는 11시가 살짝 지났을 때, 시후를 찾아왔다.

“죄송해요. 비가 많이 와서 제가 조금 늦었어요.”

인터뷰를 위해서 자리에 앉기 전에 고우리는 사과를 먼저 했다.

예상보다 많이 내리는 비로 인해서 늦었지만 그걸 감안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었다.

“괜찮습니다.”

시후는 고우리의 사과를 가볍게 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별로 기분이 좋지 않으신 모양이네요?”

고우리는 어딘가 뚱한 표정의 시후를 보며 물었다.

“제가 이런 인터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요. 사실 단장이 무슨 말을 할 게 있나 싶어서...”

“그래도 팬들은 윤 단장님에 대해 궁금한 게 많던데요?”

시후의 대답에 고우리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청조의 초반 질주로 인해서 시후에 대한 의견도 갈리고 있었다.

시후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시후는 신인 지명식 이후로는 어떤 언론과도 접촉이 없었다.

“들으셨겠지만, 오늘 이후로 인터뷰를 하는 건 아마 없을 겁니다. 그러니 궁금한 건 오늘 전부 풀고 가세요.”

시후의 말에 고우리가 두 눈을 빛냈다.

“시간이 길어져도 상관없나요?”

원래 예정된 시간은 1시간 남짓이었다.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질문과 답을 얻으려던 고우리였다.

“전 괜찮습니다. 기자님과 괜찮으시다면요.”

“저야 당연히 환영할 일이죠!”

시후와의 단독 인터뷰!

현재 이것만큼 야구계를 뜨겁게 달굴 소스는 없었다.

“우선 간단하게 지난 경기를 돌아볼까요? 이도진 선수의 부상에 많은 팬들이 우려를 보였습니다. 다시 시작된 게 아니냐는 말이 돌고 있는데, 현재 상태는요?”

“단순 타박상입니다. 우려할 만큼 심한 부상은 아니지만...혹시 몰라서 이번 시리즈는 제외될 예정입니다.”

“그나마 다행이네요. 현재 청조에서 이도진 선수는 꽤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으니까요.”

“그렇죠.”

최근 김세영이 반짝 활약하고 있지만 안정감은 이도진이 훨씬 위여다.

장채진과 더불어서 청조의 불펜을 이끄는 건 역시 이도진이었다.

“그러면 이어서 질문을 하겠습니다. 시즌 초반 청조의 기세가 매우 좋습니다. 창단 이래 이런 성적은 없다고 말할 정도로 인상적인 행보인데요, 혹시 이를 예상하셨나요?”

“전혀요.”

“작년엔 11승을 올리기까지 무려 50경기가 필요했는데요, 올해는 달라진 특별한 이유가 있을가요?”

“아시다시피 올 시즌 청조는 기존과는 전혀 다른 팀이 됐습니다. 새롭게 부임한 감독님과 코치들...거기에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까지. 그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팀으로 뭉치면서 이런 성적을 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고우리는 시후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신데요. 이 선수들은 윤 단장님이 직접 뽑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듣기로는 내부에서도 의견이 많이 갈렸다고 하는데요.”

“맞습니다. 두 선수의 합류에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었죠.”

“하지만 현재는 그 의문이 느낌표가 되고 있어요. 이런 활약을 예상하셨나요?”

“네.”

고우리의 질문에 시후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어디서 그런 확신을 얻으셨나요? 존 화이트는 프로 경험이 없는 선수였고, 짐 로이스는 마이너 리그에서도 활약이 좋지 않았는데요.”

“존 화이트의 경우는 적응만 잘하면 충분히 제 기량을 보여줄 정도로 강점이 확실한 투수죠. 지금도 살짝 기복이 있긴 하지만 이태준 선수가 잘 이끌어주고 있습니다. 로이스의 경우는 선수가 가진 도전 의식에 관심이 갔습니다.”

사실은 미래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라고 답할 수 없는 시후는 과거 두 선수를 뽑았던 단장들의 말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결과적으로 두 선수의 영입은 성공적이네요. 아직까지는요.”

“그렇죠. 시즌은 이제 막 시작이고, 분명 두 선수가 지금처럼 계속 활약하긴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그걸 잘 극복하면 오랜 시간 한국에서 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부디 끝까지 두 선수가 청조의 중심이 되어주면 좋겠네요. 다음 질문은 조금 민감할 수도 있는데, 괜찮을까요?”

고우리의 조심스런 태도에 시후는 씩 웃었다.

대충 그녀가 하려는 질문이 예상이 갔다.

“트레이드에 관한 건가요?”

“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내용이죠.”

처음 시후가 트레이드를 진행했을 땐, 많은 사람들의 비난과 조롱이 이어졌다.

도를 넘어서는 인신공격과 당장 단장직을 사퇴하라는 팬들의 항의가 있었다.

“별로 어렵지 않은 질문이네요. 모든 트레이드는 제가 전적으로 제가 주도했습니다. 아, 스프링 캠프에서 나온 최 단장님과의 트레이드는 우연히 진행됐고요.”

“조금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을 까요?”

“그럼요, 우선 가장 최근에 있었던 매지션즈와 트레이드는 최 단장님이 먼저 원했습니다. 김오중과 트레이드도 있었고, 당시 연습 경기를 앞둔 시점이었죠.”

“처음에 매지션즈가 원한 건 김강 선수였다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이현 선수는 제가 먼저 언급했습니다.”

“이현은 작년까지 청조의 주전 포수였는데요, 이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으셨나요?”

“전혀요.”

“여전히 팬들은 이현의 부재에 아쉬움을 보입니다. 실제 이태준 선수의 기량도 아쉽고요.”

고우리는 이현에 비해서 떨어지는 이태준의 타격을 떠오리며 물었다.

“이현은 이미 완성된 선수고 이태준 선수는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선수죠. 당연히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은 이현 선수가 위겠지만 앞으로도 그러리란 보장은 없죠.”

“아쉽지 않다는 의미신가요?”

“네, 서로에게 이 트레이드는 이득이었죠.”

시후의 대답에 고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두 구단의 트레이드는 서로의 가려운 곳을 해결해줬다.

당장 확실한 전력이 필요했던 매지션즈와 투수들이 필요했던 청조였다.

“개인적으로 단장님은 트레이드에 대해서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신가요?”

지금이야 트레이드가 조금은 활발해졌지만 한때 한국 야구는 트레이드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올 시즌 적극적으로 트레이드 시장을 주도하는 시후의 견해가 궁금한 고우리였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트레이드는 지금보다 훨씬 더 자주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유는요?”

“트레이드는 선수에게 기회가 되기 때문이죠. 구단도 마찬가지고요.”

“조금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간단하게 설명하면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있고, 그렇지 않은 선수가 있어요. 전자의 경우는 어떤 경우라도 지키는 게 맞죠.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생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어요.”

“어떻게요?”

“선수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그 선수를 조금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팀에 보내줘야 합니다. 무상으로 보내줄 수도 있지만 그러면 말이 많으니 팀에 필요한 선수를 데려오는 거죠.”

“좋은 생각이긴 하지만 어려운 얘기네요.”

당장의 성적이 중요한 프로 세계에서 시후의 생각은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사실 많은 단장님들은 트레이드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긍정적으로 생각하죠. 문제는 구단이나 팬들이에요.”

시후는 잠시 말을 멈추고 물로 목을 축이며 말을 이었다.

“팀을 떠난 선수가 보여준 결과에 따라서 너무 많은 비난이 이어지는 게 문제에요. 막상 그 선수가 그 팀에 계속 있었다고 해서 달라졌을까요?”

“그건 모르죠.”

고우리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팀을 떠난 선수가 잘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맞아요,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그럼에도 결과를 두려워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안 그래도 작은 시장이 더 작아지고 경기력이 떨어지는 이유죠.”

“그 말씀은 앞으로도 트레이드를 적극 추진할 생각이 있다는 건가요?”

“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전 모태영 선수도 언제든 트레이드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안 그래도 작년에 모태영 선수의 트레이드 루머가 있었는데요. 실제로 추진하고 계셨나요?”

“아니요. 모태영 선수는 팀에 남길 원했고, 저도 모태영 선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모태영이 남게 되면서 청조는 안정적으로 리빌딩을 진행할 수 있었다.

시후는 내심 모태영의 결심이 고마웠다.

선수로서 더 큰 욕심을 낼 법도 했지만 모태영은 불확실한 팀의 미래에 기꺼이 자신의 마지막을 불태우기로 했다.

“팀에 필요한 선수가 있다면 전 필요한 대가를 지불하고 그 선수를 데려올 겁니다. 그래야 팀이 건강하게 돌아가죠.”

자신의 확고한 신념을 말하는 시후의 두 눈은 흔들리지 않고 빛났다.

고우리는 평소 언론에 알려진 시후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모습에 꽤 놀랐다.

“그럼, 몇 가지 질문을 더 하고...인터뷰를 슬슬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그 뒤로도 시후는 고우리의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했고, 고우리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떠났다.


생각보다 길게 이어진 인터뷰가 끝나고 시후는 점심을 걸렀다.

오현태가 시후를 찾은 건 시후가 의자에 기대어 쉬고 있을 때였다.

“고생하셨습니다.”

“별로요. 당분간은 이런 단독 인터뷰는 잡지 마세요. 저보다는 현장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관심이 필요하니까요.”

“알겠습니다.”

오현태도 오늘 이후로 굳이 시후의 인터뷰를 잡을 생각이 없었다.

시후가 원한다면 무리해서라도 잡겠지만, 당사자도 싫어하는데 굳이 잡을 이유가 없었다.

“오늘 경기는 취소라고 합니다.”

오후 3시였지만 경기 감독관은 오늘 경기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여전히 비는 그치지 않았고, 비가 그쳐도 그라운드를 정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홈페이지에 취소 소식을 알리고, 문제라도 보내드려요. 괜한 걸음 하지 않게.”

“네! 그리고 내일은 이수연씨가 시구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수연이면?”

“청주가 고향이고 현재 떠오르는 여배우죠.”

“그래요?”

시후는 잠깐 이수연에 대해서 생각했다.

분명 이름이 낯설지 않았는데....

‘별로 중요한 사람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 시후는 내일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라는 말과 함께 눈을 감았다.

며칠 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탓에 오늘은 유독 졸음이 쏟아지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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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질주(4) 20.09.12 481 17 13쪽
25 질주(3) 20.09.11 514 17 13쪽
24 질주(2) +1 20.09.10 544 15 14쪽
23 질주(1) +1 20.09.09 607 18 13쪽
22 시작(4) +1 20.09.08 619 15 13쪽
21 시작(3) 20.09.07 612 15 12쪽
20 시작(2) 20.09.06 688 23 13쪽
19 시작(1) 20.09.05 709 21 13쪽
18 스프링캠프(5) +1 20.09.04 681 21 13쪽
17 스프링캠프(4) +1 20.09.03 694 21 14쪽
16 스프링캠프(3) 20.09.02 734 15 12쪽
15 스프링캠프(2) 20.09.01 755 18 13쪽
14 스프링캠프(1) 20.08.31 817 19 12쪽
13 준비(4) +2 20.08.30 886 22 12쪽
12 준비(3) 20.08.29 880 26 12쪽
11 준비(2) 20.08.28 907 23 13쪽
10 준비(1) +1 20.08.27 931 20 12쪽
9 정리(3) +1 20.08.26 957 21 13쪽
8 정리(2) +1 20.08.25 979 24 13쪽
7 정리(1) +1 20.08.24 1,000 21 13쪽
6 새로운 시작(5) +3 20.08.23 1,036 21 12쪽
5 새로운 시작(4) +2 20.08.22 1,053 20 12쪽
4 새로운 시작(3) +2 20.08.21 1,105 21 13쪽
3 새로운 시작(2) +2 20.08.20 1,148 23 13쪽
2 새로운 시작(1) +1 20.08.19 1,357 2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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