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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연기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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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향
작품등록일 :
2024.03.14 16:51
최근연재일 :
2024.04.26 08:4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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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60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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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011

작성
24.03.24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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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
12쪽

액션은 감동이다 (1)

DUMMY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아니, 행복한 고민이었다.


촬영장에 출근하기 전.


“레디, 액션.”


준호는 커피를 마시며 시스템 창을 열었다.


······

직업 : D급 연기자

획득 포인트 : 315

잔존 포인트 : 190

······


“와, 많이도 모았네.”


도전 과제 두 번으로 150포인트.

그사이 방송된 드라마로 40포인트.

일주일 사이에 무려 190포인트를 모았다.


준호는 흔한 온라인 게임을 떠올렸다.

뭔가 목표를 달성한 것 같아 뿌듯한 성취감을 느껴졌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보상이 커지고, 보상의 쓰임새 또한 다양해지는 것도 게임과 비슷했다.


“포인트가 갑자기 많아져도 문제네. 이걸 어디에 투자하지?”


메인 메뉴로 돌아가 포인트 사용으로 들어갔다.


그동안 꽤 많은 연기를 올린 것 같았는데.

아직도 레벨 0짜리 연기 요소가 수두룩했다.


“일단 짝사랑하고 관련된 요소를 올리자. 연기는 감정이입에서 출발하니까.”


감정 연기를 열자 하위 요소가 길게 나열됐다.

그중 희망, 연민, 고통, 좌절, 질투, 당황, 갈등 등을 레벨 3으로 만들었다.


0에서 3으로 올리는데 각 7포인트.

7개의 요소를 올리자 순식간에 포인트가 49나 빠져나갔다.


“표현 스킬도 중요하지.”


표현 연기 중 호흡과 애드립, 발성을 각 레벨3으로 만들었다.


호흡은 대사의 여백과 관련이 있었다.

가령 ‘널 사랑해’와 ‘널··· 사랑해’는 같은 의미라도 느낌이 전혀 달랐다.

특히 멜로 드라마처럼 섬세한 감정 표현을 요구하는 연기에서는 적절한 호흡이 필수였다.


“안정되고 일관되게 발성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


지를 땐 지르고, 속삭일 땐 속삭인다.

발성의 기본이지만 의외로 생각보다 어려운 스킬이었다.

노래방에 가도 발성을 조절 못 해 발라드를 락으로, 락을 발라드로 만드는 친구가 있었으니까.

표현 연기 중 언어도 발성과 관련이 있었는데, 그건 발성의 정확도 측면이었다.


순식간에 70포인트가 녹아내렸다.


“남은 포인트는 어쩌지?”


세부 스탯을 열고 지금까지 레벨업한 연기 요소들을 훑어봤다.


레벨 4는 딱 두 개.

오디션에서 올린 슬픔과 대본 리딩에서 올린 언어뿐이었다.

다른 요소들은 죄다 레벨3. 발연기를 벗어나 딱 평균 수준이었다.


‘레벨4도 부족해. 연기 좀 한다는 괴물들은 다 레벨 6 이상일 거야.’


연기 욕심은 배우의 본능.

레벨이 한 단계만 올라가도 연기력은 눈에 띄에 향상됐다.

대신 포인트도 2배수로 증가해서 3에서는 4는 8포인트, 4에서 5는 16포인트가 필요했다.


게다가 레벨업은 누적 개념이었다.

레벨 0짜리 요소를 5로 만들려면 총 31포인트가 소요됐다.


‘급한 것만 레벨4로 올릴까? 아니면 골고루 다 레벨3으로 만들까?’


다시 고민의 시간이 길어졌다.


아, 게임과 다른 게 하나 있었다.

게임은 분석과 공략법이 있는 반면, 연기 시스템은 모든 게 그의 선택과 책임이었다.


“아니다. 나중을 위해서 포인트를 갖고 있자.”


결국 그는 고개를 가로젓고 시스템 창을 닫았다.


오랜만에 촬영장 복귀.

처음 카메라 앞에 섰을 때처럼 흥분됐다.


***


[강준호 배우님을 응원합니다 - MW 액터스 임직원 일동]


“어?”


준호는 촬영장 입구에 선 트럭을 보고 멈칫했다.


새 소속사에서 보낸 간식 차였다.

옆에는 실물 사이즈의 브로마이드가 걸려 있었다.


“잘 먹겠습니다.”


지나가던 스태프들이 커피와 샌드위치를 들어 보이며 인사했다.


‘내가 사비로 쏘려고 했는데, 선수를 치셨네.’


역시 최 대표는 눈치가 빨랐다.

내심 웃음이 나오면서도 감사했다.


“이야, 누군지 몰라도 인물이 훤하네. 우리 촬영장에 이런 분이 있었나?”


감독이 커피를 들고 다가와 짓궂게 놀렸다.

컵홀더에도 그의 사진이 큼지막했다. 기분이 묘했다.


자신의 사진과 기념사진을 찍은 뒤.

그도 직원에게 부탁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아 들었다.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최 대표에게 감사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잠깐 회의 좀 할까요? 준호 씨가 없는 동안 스토리가 많이 달라졌어요.”


잠시 후, 감독이 준호를 세트 옆으로 불렀다.


현장에는 회의실이 따로 없었다.

간이 의자에 모여 앉으면 그게 회의실이었다.

한은서와 김희성, 성태철 등 주요 배우들과 황 작가도 자리했다.


“기사 봤어요. 축하해요.”

“같은 식구가 안 된 건 아쉽지만 MW도 좋지.”

“골치 아픈 일은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연기에 전념합시다.”


선배들이 웃으며 한마디씩 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준호는 꾸벅 인사했다.

밤새 앵무새처럼 반복한 말이었지만 싫지 않았다.


“내가 대본 뜯어고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요? 나중에 한턱 쏴야 해요.”


황 작가가 짐짓 성난 척 째려봤다.


물론 농담이었다.

계약하자마자 제일 먼저 축하해준 게 그녀였다.


“당연하죠. 종방하면 따로 대접하겠습니다. 근사한 곳에서.”


준호는 근사한 곳을 강조하며 눈웃음으로 받아쳤다.


대본 뜯어고치느라 고생했다.

황 작가의 말은 마냥 농담이 아니었다.


“한창 방송 중인 드라마에서 등장인물의 비중을 갑자기 축소하는 방법은 많지 않아요. 만만한 게 유학이나 장기 출장 정도. 아예 죽이는 경우도 있지만, 이건 중도 하차에서 주로 쓰는 거고요.”


황 작가가 정색하고 진지하게 말했다.


지난 방송분은 미리 촬영한 분량으로 때웠다.

문제는 그 때문에 여유분이 없어졌다는 점이었다.

전개가 빠르고 매일 방송되는 일일 드라마의 특징을 고려하면, 적어도 다섯 편 이상의 비축분은 필요했다.


다른 배우들이 먼저 촬영한다.

돌아온 준호는 사정이 있어 못 나왔던 것으로 추가 촬영한다.

정 분량이 부족하면 신이슬이 이현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씬을 삽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게 당장 준호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나도 이 문제로 황 작가하고 많이 고민했어요. 아침 드라마는 조미료를 잔뜩 친 음식처럼 맵고 자극적이어야 통하거든요. 어설픈 방법으로는 시청자들을 계속 붙들기 어려워요.”


정 감독도 웃음기를 거두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아직 새 대본을 못 받았다.

작가가 현장에 나온 걸 보니 쪽대본 중에서도 번개 쪽지로 촬영할 모양이었다.


‘번개 쪽지는 거의 즉흥연기라 어려운데. 어떤 스토리로 하려는 거지?’


걱정 반, 기대 반.

준호는 조금 불안한 표정으로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저와 감독님이 내린 결론은 하나. 준호 씨, 스턴트 가능하세요?”


황 작가가 감독과 시선을 교환하고 물었다.


“네? 스턴트요?”

“아찔한 사고, 신이슬을 구하고 다치는 이현, 그리고 장기 입원. 이게 감독님하고 내린 결론이에요. 시청자에게 팽팽한 긴장감을 주고, 극에서도 신이슬이 이현에게 더 깊이 빠지게 되는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으니까요.”


그녀는 못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제작비가 빠듯한 아침 드라마.

스턴트맨을 부를 여건이 안 됐다.

어설프게 CG를 쓰는 것도 다 돈이었다.


“대역을 쓰고 싶었지만, 워낙 일정이 촉박해서 준비가 안 됐어요. 그리고 어설픈 대역은 바로 표시가 나고요. 좀 위험하지만 준호 씨가 직접 연기해 줘야겠어요.”


감독은 미안한 듯 그의 눈치를 살폈다.


“알겠습니다. 준비 끝나는 대로 바로 시작하시죠.”


준호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에요? 최 대표하고 의논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오히려 황 작가가 깜짝 놀라 물었다.

준호가 승낙할 거란 기대는 했지만, 너무 빠른 대답이었다.


“꼭 준호 씨가 할 필요는 없어요. 멀리서 실루엣만 잡는 방법도 있으니까.”

“맞아. 극 중 대화로 넘기는 방법도 있고. 촬영도 중요하지만 배우 안전이 우선이지.”


김희성과 성태철도 굳은 표정으로 차례대로 덧붙였다.


“아닙니다.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 제가 매듭짓겠습니다.”


단호히 고개를 가로젓는 준호.


‘스턴트도 연기의 일종. 그렇다면 시스템에 답이 있지.’


지금까지 한 번도 레벨을 올리지 않았던 연기.

‘포인트 사용’에서 ‘4) 기술 연기’를 써먹을 때가 됐다.


***


황 작가가 즉석에서 쓴 대본을 받은 뒤.

준호는 대본 분석을 핑계로 혼자 밴에 올랐다.


“전 커피 한잔 마시고 오겠습니다. 필요한 거 있으면 불러 주세요.”


김 매니저는 눈치 빠르게 자리를 비켜줬다.


“레디, 액션.”


준호는 입술을 달싹거려 시스템 창을 열었다.


잔존 포인트는 120.

포인트 사용에서 기술 연기를 열었다.


음악가나 화가, 의사, 댄서 등.

연기 중에는 전문 기술이 필요한 것도 많았다.

보통 필요할 때마다 부분 대역을 썼지만, 배우도 기본적인 기술은 배워야 했다.


스턴트도 그중 하나였다.


‘톰 크루즈는 직접 스턴트 연기를 하는 걸로 유명하지. 성룡도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 덕분에 모방할 수 없는 독특한 영역을 구축했고.’


기술 연기에서 ‘액션’ 항목을 열었다.


레벨 1. 간단한 액션 장면에서 연기할 수 있습니다

레벨 9. 복잡한 액션 장면에서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연기할 수 있습니다.


액션도 한두 개가 아니었다.

사격, 궁술, 검도, 운전, 등반, 충돌, 낙법 등으로 하위 요소가 다양했다.

격투기도 있었는데, 다시 그 아래에 유도, 복싱, 태권도, 검도, 주짓수 등이 있었다.


“아침 드라마에서 생뚱맞게 스턴트라. 이해는 돼. 극의 긴장감을 확 끌어올릴 테니까. 문제는 내가 액션 연기를 해본 적이 없다는 거지만.”


그의 운동 신경은 중상 정도였다.

키가 크고 피지컬도 좋았지만, 액션 스쿨에서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었다.


‘포인트를 아껴 둬서 다행이네. 부상 위험이 있는 위험한 씬이야. 레벨3으로는 불안해.’


총 62포인트 투입.

액션 연기 중 충돌과 낙법을 레벨 5로 올렸다.


그다음 포인트 사용에서 ‘기타 - 상황 연기’로 들어갔다.

교통사고, 화재, 감전, 감염, 질병, 익사, 복상사 등 죽거나 다치는 상황과 관련한 연기가 길게 펼쳐졌다.


‘복상사는 볼 때마다 웃기네. 성인용도 취급하는 건가?’


문득 실소가 터졌다.

그는 교통사고 항목을 레벨 5로 올렸다.


순식간에 93포인트가 사라졌다.

끝으로 15포인트를 사용해 레벨 3이었던 ‘고통’을 한 단계 올렸다.


메인 메뉴로 돌아가 사용자 현황 확인.


······

직업 : D급 연기자

획득 포인트 : 315

잔존 포인트 : 12

······


다시 세부 스탯을 열어 연기 목록을 확인했다.


# 감정 연기

슬픔 4 / 기쁨 3 / 사랑 3 / 애절 3 / 설렘 3 / 냉정 3 / 질투 3 / 희망 3 / 연민 3 / 고통 4 / 좌절 3 / 질투 3 / 당황 3 / 갈등 3

# 표현 연기

언어 4 / 표정 3 / 눈빛 3 / 몸짓 3 / 호흡 3 / 애드립 3 / 발성 3

# 기술 연기

충돌 5 / 낙법 5

# 상호 연기

대화 3 / 리액션 3 / 감정 공유 3 / 임기응변 3

# 기타 : 상황 연기

교통사고 5

[상위 메뉴로 / 메인 메뉴로]


스탯 창이 조금 달라졌다.

스킬이 많아진 탓인지 세로로 길어졌다.


준비 완료.


“난 배우. 배우가 연기를 두려워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준호는 각오를 다지고 결연한 표정으로 밴에서 내렸다.


도전 과제 : 액션은 감동이다

- 생애 첫 스턴트 연기. NG 없이 단번에 성공하세요.

- 성공 시 동료 평가 + 40포인트

- 실패 시 컨디션 - 40포인트. 일정 지연 페널티 -60포인트


시스템의 알림 창도 오늘따라 긴박하게 번쩍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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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한눈팔지 않겠다 (1) +4 24.03.30 954 26 12쪽
18 몸도 연기의 일부다 (2) +4 24.03.29 940 31 12쪽
17 몸도 연기의 일부다 (1) +2 24.03.28 961 28 11쪽
16 감정의 소용돌이 (2) +4 24.03.27 990 29 12쪽
15 감정의 소용돌이 (1) +2 24.03.26 1,031 31 12쪽
14 액션은 감동이다 (2) +4 24.03.25 1,050 29 12쪽
» 액션은 감동이다 (1) +3 24.03.24 1,079 30 12쪽
12 계약 완료 +2 24.03.23 1,067 27 13쪽
11 혼자서는 안 됩니다 (4) +3 24.03.22 1,058 36 12쪽
10 혼자서는 안 됩니다 (3) +2 24.03.21 1,064 33 13쪽
9 혼자서는 안 됩니다 (2) +2 24.03.20 1,109 32 13쪽
8 혼자서는 안 됩니다 (1) +4 24.03.19 1,137 32 12쪽
7 진짜 배우 (3) +4 24.03.18 1,137 35 11쪽
6 진짜 배우 (2) +3 24.03.17 1,151 35 12쪽
5 진짜 배우 (1) +6 24.03.16 1,188 36 12쪽
4 전쟁은 시작됐다 +2 24.03.15 1,207 33 12쪽
3 최적의 사냥터 +2 24.03.15 1,283 32 12쪽
2 내 연기는 경험이다 +5 24.03.14 1,483 33 14쪽
1 단역입니다 +4 24.03.14 1,964 3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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