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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연기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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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3.14 16:51
최근연재일 :
2024.04.2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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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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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계약 완료

DUMMY

도전 과제 :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 당신을 도와줄 매니지먼트와 계약하세요.

- 제한 시간 24일 13시간 13분 27초

- 성공 시 보너스 + 50포인트

- 실패 시 -50포인트


제한 시간이 24일로 줄었다.

MW 액터스로 마음을 굳힌 상황.

한시라도 빨리 계약을 마무리 짓고 연기에 전념하고 싶었다.


“그래,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잖아. 어차피 할 일이라면 빨리 끝내는 게 낫지. 준호 씨 씬은 좀 미룰 테니까 계약에 전념해. 대신 끝나면 철야를 각오해야 할 거야.”


다행히 감독이 흔쾌히 허락해 줬다.


사실 촬영 스케줄을 조종하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가 추가 촬영을 한다는 건 모든 스태프도 같이 야근한다는 뜻이었다.

물론 현장에서야 야근이 일상이었지만, 신인 배우의 편의까지 봐주는 건 엄청난 특혜였다.


‘계약하면 제일 먼저 간식 차라도 보내야겠는데? 적금을 깨서라도 사비로 쏜다.’


토요일 오후.

황 작가가 소개해 준 변호사와 미팅했다.

연예계 전문이라고 했는데, TV에도 가끔 출연해 낯이 익었다.


계약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단순하게 계약금이 얼마, 수익 정산이 얼마, 하는 식이 아니었다.

수익만 해도 출연료, 광고 수입, 초상권, 굿즈, 해외 진출에 따른 조건, 영화제 수상에 따른 인센티브 등으로 다양했다.

수상 인센티브도 영화제의 규모나 명성에 따라 달랐다.


회사 측의 조건도 복잡했다.

매니저나 코디는 기본. 연기 지도부터 시작해 운동까지 모든 걸 관리했다.

심지어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얼굴이나 신체 일부의 특약 보험 가입도 명시돼 있었다.


“이 정도면 업계 최상급입니다. 독소 조항도 없는 것 같고요. 다만 배우님이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신다면 이 조항은 수정해서······.”


변호사와 조건을 꼼꼼하게 검토했다.

수정된 조건을 MW 액터스에 보내면 그쪽에서 다시 검토해서 회신했고, 그럼 준호와 변호사가 수정안을 재검토했다.


청담동 MW 액터스 사무실.

조건의 윤곽이 나온 다음에는 변호사를 대동하고 만나 세부 조건을 조율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MW 액터스, 대표 최우현입니다. 연기 잘 보고 있습니다.”


회사 홈페이지에서만 보던 대표도 처음 만났다.


“감사합니다. 강준호입니다.”


준호는 악수하며 상대의 인상을 유심히 살폈다.

금테 안경을 쓴 40대 남성이었는데, 젠틀하고 깔끔해 보였다.


‘어쩐지 조건이 좋더라니. 대표가 직접 나섰구나.’


화제에 올랐어도 아직 신인급 배우였다.

거대 기획사의 대표가 계약을 챙기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MW 액터스가 그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나 궁금한 게 있었는데요. 전 이제 막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신인급인데, 어째서 이런 조건을 제시하신 겁니까?”


얘기가 거의 끝날 무렵, 준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생각지도 못한 좋은 조건.

들뜬 가운데에서도 조금 불안했다.


“야구 좋아하십니까?”


최 대표가 뜬금없이 야구 얘기를 꺼냈다.


“좋아하죠. 야구는 국민 스포츠니까요.”

“잘됐군요. 준호 씨도 신문에서 많이 접했을 겁니다. FA로 대박을 치는 선수들 말입니다. FA 대박은 선수의 실력과 팀 내 역할 등으로만 결정되는 게 아닙니다. 중요한 건 앞으로 기대되는 활약상이죠. 한 살이라도 어린 선수가 FA 시장에서 인기인 것도 이 때문이고요.”

“아.”

“연예계도 비슷합니다. 계약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의 개념이죠. 그리고 저와 이 배우님은 강 배우님의 미래를 누구보다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최 대표는 미래를 강조하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감사합니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준호도 그를 따라 엷은 미소를 머금었다.


[50포인트 획득]

‘도전 과제 :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를 완수했습니다!


마침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제한 시간을 20일 앞둔 시점이었다.


- 연기 인생의 새로운 시작.

- 화제의 신인, MW의 품에 안기다.

- 첫 계약부터 대형 FA 계약.


몇 시간 후, 준호의 계약 소식이 언론사들 톱을 장식했다.


***


보도 자료용 사진을 찍은 뒤.

준호는 메이크업을 지우다가 황 작가의 전화를 받았다.


“준호 씨, 어떻게 됐어? MW? 노블?”


황 작가는 대뜸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여전히 성격이 급했다.

여보세요, 같은 인사는 없었다.


“MW로 정했습니다. 계약서에 서명했어요. 다들 좋은 분들 같더라고요.”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비밀이었다.

준호는 계약 때의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만 간단하게 전했다.


“잘했어. 매니지먼트도 생겼으니 이제 진짜 스타 배우네. 열심히 해봐.”

“다만 노블 송 회장이란 분이 마음에 걸리네요. 어제 보니까 보통 성격이 아닐 거 같던데.”

“그 양반은 신경 꺼. 이 바닥의 법칙 네 번째가 뭔지 알아?”

“뭔데요?”

“실력이 곧 서열이다. 지금이야 길길이 날뛰겠지만, 그래서 뭘 어쩔 건데? 기껏해야 캐스팅 방해하는 정도? 하지만 준호 씨가 이번 작품에서 진가를 드러내면, 같이 작품 하자고 시나리오가 줄을 설 거야.”


준호는 반드시 뜬다.

황 작가는 확신에 찬 듯했다.


“그리고 나도 이 바닥에서 입 좀 터는 사람들이야. 송 회장? 니미, X 까라고 해. 기획사는 노블만 있는 게 아니야.”


우렁찬 목소리.

거칠어도 그를 생각하는 주옥같은 말이었다.


‘친해지면 말이 거칠어지는 스타일인가? 역시 보통 분이 아니야. 드라마 작가가 아니라 뭘 해도 성공했겠네.’


준호는 내심 웃었다.

그녀가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니 욕설마저 든든했다.


“오늘부터 강 배우님의 모든 스케줄은 저희가 관리하겠습니다. 뭐든 필요한 게 있으면 저나 매니저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공식적인 절차가 모두 끝난 뒤.

최 대표가 지하 주차장까지 나와 배웅했다.


연예인이 타는 대형 밴이 대기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다시 대표와 악수한 뒤.

준호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밴의 뒷자리에 올랐다.


“김현민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강 배우님.”


운전대를 잡은 매니저가 그를 돌아보며 빙그레 웃었다.


***


계약을 마친 날 저녁.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축하 메시지에 답장할 틈도 없었다.

세금 문제로 며칠은 걸릴 줄 알았는데, 통장에 계약금이 들어온 것이다.


‘이게 다 내 돈이라고? 0여 몇 개야?’


실감이 안 됐다.

은행 앱을 몇 번이나 다시 켜서 확인했다.


물론 다른 사람에겐 계약금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정확한 계약 조건을 아는 것도 최 대표와 변호사 등 관계자 몇 명뿐이었다.


‘세상에 무슨 자선단체가 그리 많은지. 평소 연락도 안 하던 사람들이 파리떼처럼 몰려들겠지? 그러니까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도 같이 매도되는 거잖아.’


돈 자랑해 봐야 좋은 거 없다.

이 교훈은 성공한 선배들을 보고 충분히 배웠다.


“침착하자. 도둑질한 것도 아니잖아? 정당하게 연기하고 번 돈이야.”


인스턴트 커피를 만들며 자신을 타일렀다.


젠장, 말로만 침착했다.

큰 컵에 커피가 넘쳐흘렀다.


“플렉스도 돈을 써본 적이 있어야 하지. 이걸로 뭘 어쩌지?”


준호는 급히 티슈로 커피 머신 주위를 닦았다.


삼류 단역 배우는 명품과 거리가 멀었다.

대본리딩 때 입은 옷도 지웅이가 아는 선배에게 빌려온 것이었다.


“차? 어차피 장롱 면허잖아. 앞으로 어디 갈 때는 매니저가 항상 같이 다닌다고 했고.”


창가에 서서 커피를 마시며 곰곰이 생각해 봤다.


지금은 연기가 최우선인 신인 배우였다.

언젠가는 다른 연예인들처럼 씀씀이가 커지겠지만,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아직 일렀다.


‘부모님 여행이라도 보내 드릴까? 집 리모델링? 아니면 마을 잔치라도 해?’


부모님도 마찬가지셨다.

평생 농사만 하신 분들이라 검소가 몸에 배었다.


지인들에게 쏴 봤자 몇백만 원.

통장 잔고에 스크레치만 살짝 나는 수준이었다.

남들 다 한다는 코인이나 주식도 생각해 봤지만, 연기 외의 분야는 자신 없었다.


부웅, 주머니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최 대표였다.


“강 배우님, 안녕하십니까? 입금된 거 확인하셨죠?”

“네, 감사합니다. 예상은 했지만 너무 큰 돈이라 얼떨떨하네요. 기부라도 좀 할까요?”

“기부는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강 배우님 이름으로 진행 중이니까. 이게 세금 문제도 얽혀 있거든요.”


역시 믿음직한 호인이었다.

대표가 소속 배우에게 직접 전화한 것도 감사했다.


“연예인은 돈 벌기도 쉽지만 잃는 것도 한순간이죠. 인터넷에서 보셨죠? 잘 나가다가 나락에 떨어진 연예인들 기사요.”

“저도 그게 고민입니다. 다른 배우님들은 어떻게 하시나요?”

“다양합니다. 가족이나 지인에게 맡기시는 분도 계시고. 법인을 세워 직접 투자하시는 분도 계시고. 전문 자산관리사에게 맡기시는 분도 계시죠.”


안정적 운용이 어쩌고, 투자 분산이 저쩌고.

최 대표는 회사의 대표답게 재무 쪽에도 밝았다.


“자산관리사를 소개해 드릴까요? 다른 배우님들도 거래하시는 분이니까 믿을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촬영 때문에 바쁘실 테니까 나중에 상담만 받아 보세요.”

“아, 잘됐네요.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계약 전에 말씀드렸잖아요. 배우님께서 연기에만 전념하도록 하는 게 제 일이라고요. 부담 갖지 마세요.”


최 대표는 사람 좋은 웃음으로 통화를 마무리했다.


통화 종료.


“정말 최 대표님 말대로네. 연기 외적으로 신경 쓸 게 너무 많아.”


준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내렸다.


갑자기 돈이 너무 많아져도 문제.

하지만 소속사에서 받은 선물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다음 날, 신림동 원룸에서 짐을 뺐다.


“지금 새집을 찾는 중입니다. 배우님 이미지에 맞게 전망 좋고 깔끔한 곳을 찾으려니 시간이 좀 걸리네요. 원룸은 불편하고 다른 사람 시선도 있으니, 집을 구할 때까지만 여기서 임시로 지내십시오. 촬영장에 출, 퇴근하기도 훨씬 편하실 겁니다.”


최 대표가 사무실에서 가까운 곳에 오피스텔을 얻어줬다.


계약서에 명시된 조건 중 하나였다.

TV와 가구가 전부 구비돼 있어 몸만 들어갔다.


‘이게 임시라고? 그냥 계속 살아도 될 거 같은데.’


전망이 탁 트인 16층.

욕실만 해도 신림동 원룸보다 넓었다.

원룸 월세를 고민하던 준호에겐 그저 황송할 따름.


대충 짐 정리를 마친 뒤.

저녁 무렵에 지웅이가 큰 박스를 들고 찾아왔다.


“집들이 선물이야. 비싼 건 나중에 잘나가는 연예인들한테 받고, 우선 이걸로 만족해.”


최신형 커피 머신이었다.

가격은 밝히지 않았지만, 사이즈를 보니 돈 좀 쓴 것 같았다.


“무리한 거 아니야? 잠깐 살 집이라던데.”

“이 정도는 괜찮아. 나도 요즘 작품이 늘었거든.”


선물을 받았으니 바로 한 잔.

아이스 커피를 내리고 녀석과 창가에 나란히 섰다.


오늘따라 커피가 향긋했다.

발밑에 펼쳐진 주황색 야경이 새 유리컵에 반사돼 별처럼 부서졌다.


“이래서 다들 성공하면 새집부터 찾는 건가?”

“촌스럽게 이걸로 만족하는 건 아니겠지? 이건 시작일 뿐이야.”


드라마의 주인공들처럼 건배.

둘이 음미한 건 성공이라는 달콤한 열매였다.

촬영 때문에 술은 안 마셨지만 야경과 분위기에 취해 황홀했다.


***


MW 액터스 사무실.


“준호 씨는 어떻게 됐어?”


최 대표가 산더미 같은 결재 서류를 덮으며 물었다.

계약은 끝났어도 추가적인 법적, 회계적인 절차가 남아 있었다.


“지금 오피스텔에서 쉬시는 중입니다. 내일부터 촬영장에 복귀하실 겁니다.”


김현민은 빙그레 웃으며 오후의 일을 전했다.


오피스텔을 보고 눈의 휘둥그레진 준호.

짐이라고 해봐야 큰 캐리어 몇 개가 전부였다. 정리도 금방이었다.


“수고했어. 앞으로 잘 모셔.”


최 대표는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김현민은 꾸벅 인사하고 물러났다.


“마무리는 확실하게 해야지. MK 엔터라고? 양아치 새끼들. 못 먹는 감 찔러 본다는 건가?”


최 대표는 다른 서류철을 꺼내 펼쳤다.

준호의 스캔들을 일자별, 시간별로 정리한 자료였다.


“준호 씨가 대응을 잘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가능성 있는 신인이 골로 갈 뻔했잖아.”


그때는 준호가 계약하기 전이었다.

선뜻 나서서 도와주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박 변호사님 퇴근하셨나?”


그는 인터폰의 수화기를 들고 물었다.


“아직 안 하셨습니다.”

“잘됐네. 잠깐 내 방에 오시라고 해.”

“알겠습니다.”


비서의 사무적인 대답.


사람이 달라졌다.

계약할 때 호탕하게 웃던 호인이 아니었다.


“상대를 잘못 골랐어. 준호 씨에게 성의를 보이는 차원에서라도 확실하게 밟아 줘야지.”


최 대표는 서류를 훑어보며 차가운 미소를 머금었다.


연예계는 약육강식의 정글.

마냥 사람만 좋아서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때론 힘으로 무자비하게 찍어 눌러야 할 때도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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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액션은 감동이다 (1) +3 24.03.24 1,079 30 12쪽
» 계약 완료 +2 24.03.23 1,068 27 13쪽
11 혼자서는 안 됩니다 (4) +3 24.03.22 1,058 36 12쪽
10 혼자서는 안 됩니다 (3) +2 24.03.21 1,064 33 13쪽
9 혼자서는 안 됩니다 (2) +2 24.03.20 1,109 32 13쪽
8 혼자서는 안 됩니다 (1) +4 24.03.19 1,137 32 12쪽
7 진짜 배우 (3) +4 24.03.18 1,137 35 11쪽
6 진짜 배우 (2) +3 24.03.17 1,151 35 12쪽
5 진짜 배우 (1) +6 24.03.16 1,188 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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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최적의 사냥터 +2 24.03.15 1,284 32 12쪽
2 내 연기는 경험이다 +5 24.03.14 1,483 33 14쪽
1 단역입니다 +4 24.03.14 1,964 3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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