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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연기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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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향
작품등록일 :
2024.03.14 16:51
최근연재일 :
2024.04.2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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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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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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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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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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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혼자서는 안 됩니다 (1)

DUMMY

첫 방송 시청률이 집계되고 포인트가 정산됐다.

촬영장에서는 알람을 자세히 확인할 겨를이 없었다.


느지막이 집에 도착한 다음.


“레디, 액션.”


재킷을 벗어 던지고 시스템을 열었다.


[7포인트 획득]

창을 누르자 세부 내역이 길게 나왔다.


1. 시청률 및 관객 수 +2

2. 평가 및 평판 +1

3. 상업성 +1

4. 작품성 및 수상 -1

5. 역할 비중 +1

9. 대중적 인지도 +2

10. 동료 평판 +1


작품성의 마이너스가 유독 눈에 띄었다.

각 항목을 누르면 평가 근거가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역시 작품성은 어쩔 수 없구나.’


각오하고 있던 바였다.

불륜에 클리셰 범벅인 일일 드라마였다.

개연성과 현실성이 부족한 드라마에서 작품성을 논하는 게 우스운 일이었다.


“그래도 매일 7포인트라. 괜찮은데?”


침대맡에 걸터앉아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몇 달 동안 모은 게 80포인트 남짓이었다.

100화 예정이기 때문에 이대로만 가도 700포인트였다.

후반으로 가면 역할 비중이 늘어날 테고, 포인트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다.


“종방쯤엔 기본적인 연기력은 대부분 레벨3 이상 되겠는데?”


모든 게 평균 이상인 육각형형 연기자.

배우 중에서도 시트콤이나 일일 드라마를 거치며 연기력이 눈에 띄게 좋아지는 케이스가 많았다.


“혹시 그 사람들도 나처럼 시스템을 사용한 건가?”


모를 일이었다.

행운 같은 기적이 그에게만 벌어진다는 보장은 없었다.


끝으로 사용자 현황을 열었다.


이름 : 강준호

생년월일 : 1996.09.25.

신체 : 187cm, 70kg.

직업 : E급 연기자

획득 포인트 : 90

잔존 포인트 : 7

세부 스탯

[상위 메뉴로]


어쩐지 좀 마른 것 같더라니.

촬영에 바쁘다 보니 살이 빠졌다.


“어?”


그는 현황을 대충 훑어보다가 멈칫했다.


E급 연기자.

직업이 F급에서 상승했다.


축하합니다.

이름은 몰라도 어디선가 본 듯한 배우. 

드디어 사람들이 당신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기능도 있었네.”


준호는 웃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증강현실로 메시지를 보는 것 같았다.

E급 연기자가 반짝거리더니 새로운 창이 나타났다.


도전 과제 : 팬 서비스는 배우의 기본

- 팬을 위한 멋진 사인을 준비하세요.

- 성공 시 대중적 인지도 +3포인트

- 실패 시 대중적 인지도 -1포인트


오디션 때 이후 오랜만에 보는 도전 과제였다.

시스템은 연기뿐만 아니라 배우 생활 전반에 대한 서포터였다.


“이건 쉽지. 전부터 생각해 놓은 게 있으니까.”


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순간이었다.

띵, 맑은 종소리와 함께 옆에 다른 창이 떠올랐다.


도전 과제 :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 당신을 도와줄 매니지먼트와 계약하세요.

- 제한 시간 29일 23시간 59분 59초

- 성공 시 보너스 + 50포인트

- 실패 시 -50포인트


“뭐? 한 달 안에 계약하라고? 지금 촬영이 한창인데?”


준호는 대번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시간제한이 있는 특별 미션.

이 순간에도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언젠가 회사와 계약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빨라도 너무 빨랐다.


***


미션은 미션, 촬영은 촬영이었다.

준호가 계약을 고민하는 것과 별개로 촬영은 다음 날에도 순조롭게 이어졌다.


“이번 씬은 최강현과 이현이 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겁니다. 주인공 신이슬에 대한 집념이 무르익은 상황. 물리적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야수성을 보여 주세요, 야수성. 은서 씨는 가운데서 어쩔 줄 모르는 연기를 하면 되고요.”


감독이 준호와 성태철, 한은서를 불러 모아 설명했다.


‘아침 멜로 드라마에서 야수성이 왜 나와?’


내심 실소가 나왔지만 감독은 늘 진지했다.


준호는 옆에 선 성태철을 곁눈질했다.

그동안 중후한 역할만 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날라리 재벌 4세 역할이었다.


‘혹시 성태철도 시스템이 있을까? 그랬다면 연기 변신에서 꽤 높은 점수를 받았겠는데?’


물론 가볍기만 한 역할은 아니었다.

드라마의 공식처럼 이내 여주인공에게 빠져드는 순정파였다.


“나한테 이렇게 차갑게 굴다니. 너란 여자, 처음이야.”


이런 상투적인 대사를 읊조리면서.


“이번 연기는 액션이 중요해요. 진짜처럼 거칠게.”


감독은 조연출을 불러 멱살 잡는 시범까지 보였다.


이럴 줄 알고 어젯밤에 표현 연기를 올렸다.


‘연기 하면 흔히 표정 연기만 떠올리는데. 사실 초보한테는 몸짓 연기가 더 어렵지. 초반엔 씬이 적어 클로즈업으로 때운다 해도 결국 자연스러운 몸짓 연기는 필수야.’


어떤 자세, 어떤 각도로 서야 하는가?

이동 중에는 어떤 속도로 움직여야 하는가?

대사를 치는 도중에 손은 어디에 둬야 하는가? 등등.

배우는 항상 전체적인 그림을 머릿속에 그리고 연기해야 했다.


2) 표현 연기 - (4) 몸짓

레벨 1. 대본에 쓰인 대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레벨 9. 효과적이고 자연스러운 몸짓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사실적으로 구현합니다.


잔존 포인트 7.

포인트를 전부 투입해 몸짓 연기를 레벨3으로 만들었다.

상호 연기에 필요한 대화와 리액션은 이미 레벨 3을 찍은 상태였다.


‘타이밍이 좋았어. 촬영 스케줄이 밀린 덕분에 포인트를 획득할 시간을 벌었으니까. 제스처만 잘해도 표정 연기가 훨씬 살아나지. ’


간단한 리허설을 마친 뒤.


“레디, 액션.”


감독이 낮은 목소리로 큐 사인을 보냈다.


한낮의 카페.

최강현 역의 성태철이 준호의 멱살을 거칠게 잡는다.

테이블의 커피가 쏟아지고, 주위의 손님들이 놀란 표정으로 힐끔거린다.


“그녀의 자유는 내가 주는 거다. 그녀의 모든 것은 내 소유물이고, 내가 원하는 대로 그녀를 이끄는 게 당연한 거다.”


돈 많고 자신만만한 재벌 4세답다.

현실에서는 미친 스토커라고 손가락질받겠지만, 한편으론 강하고 거친 남자가 매력적인 법이다.


“실장님.”


신이슬이 뭐라고 말하려는 찰나.


“난 괜찮아요.”


준호는 손을 들어 검지를 좌우로 까딱인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눈앞에 선 최강현에게 고정돼 있다.


“그녀는 네 소유물이 아니야. 너 따위가 돈으로 살 수 있는 가치는 더더욱 아니고.”


준호는 상대의 손을 탁 치고 돌아선다.

그리고 그윽한 눈길로 신이슬을 돌아보며 한 마디.


“그녀는 스스로의 주인. 그녀가 무엇을 선택하든 난 그 선택을 존중한다.”


그는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인다.

어깨의 미세한 떨림, 가볍게 말아쥔 주먹이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내가 당신을 지켜주겠노라고.


“실장님.”


신이슬은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고 눈물을 글썽인다.


화면을 삼 분할해 셋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엔딩.

신이슬을 중심으로 왼쪽에 성태철, 오른쪽에 이현이 위치한다.


“오케이!”


감독이 기분 좋게 외치며 벌떡 일어났다.

짝짝짝, 스태프들과 단역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연기가 갈수록 좋아지는데요?”

“맞아요. 제스처하고 몸짓이 확 달라졌어요.”


한은서와 성태철도 흡족하게 웃으며 손뼉 쳤다.


***


잠깐 여유가 생겼다.

다음은 한은서와 성태철의 투샷이었다.

스태프들이 분주히 준비하는 동안 감독이 둘을 불러놓고 연기를 설명했다.


그사이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배우는 배우네. 우리 남편하고는 인종이 다른 것 같아.”

“그걸 말이라고 해? 그런 배불뚝이하고 비교를 하다니. TV보다 실물이 훨씬 멋있네.” 


여기저기서 수군거림이 들렸다.


“이 실장님, 파이팅!”

“이슬이는 실장님 거예요.”


몇 명이 그를 알아보고 소리쳤다.

여성 팬이 대다수였지만 남성 팬도 더러 보였다.


“밖에서 잠깐 쉬고 있겠습니다.”


준호는 아이스 커피를 들고 테라스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보통은 쉬는 동안 다른 배우의 연기를 구경했지만, 지금은 옆에 있어 봐야 민폐였다.


“가서 사인받자.”


팬 십여 명이 우르르 따라 나왔다.


즉석에서 사인회가 열렸다.


“한 분씩 차례를 지켜 주세요.”


스태프 한 명이 따라 나와 옆에서 상황을 통제했다.


“안녕하세요, 강준호입니다. 신인이라 사인은 잘 못 하는데, 이해해 주십시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준호는 멋쩍게 웃으며 팬과 시선을 맞췄다.


“이인혜요. 전생에 나라를 구하셨나? 어쩜 이렇게 잘생기셨어요?”


중년 여성 팬이 함박웃음을 머금고 종이를 내밀었다.


홍보팀에서 제작한 사인 용지였다.

앞에는 드라마의 메인 포스터가 인쇄돼 있었다.


“네, 인혜 씨. 앞으로도 ‘내 여자의 남자’ 잘 부탁드립니다.”


사인을 못 하긴 개뿔.

어제 밤늦게까지 연습했다.

사인을 안 해달라고 하면 섭섭했을 뻔했다.


To. 사랑하는 인혜 씨

언제나 행복하세요. - 강준호


이름 옆에는 하트까지 큼지막하게.

배우가 된 후 수백 번도 더 상상한 광경이었다.


[3포인트 획득]

‘도전 과제 : 팬 서비스는 배우의 기본’을 완수했습니다.


딩동, 시스템 창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났다.


‘지금 사인해 주는 것도 인지도와 팬 서비스에 반영되겠지?’


입가를 씰룩거려 웃음을 참았다.


“드라마 잘 보고 있습니다.”


굵직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도 들렸다.

카페에서 사 온 쿠키나 초콜릿 같은 선물들은 덤이었다.


사인이 점점 능숙해졌다.

팬과 다정하게 사진을 찍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강준호입니다. 성함이?”


그가 고개를 숙인 채 한창 사인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MW 액터스.

기획 이사 임이수.


흰 명함 한 장이 불쑥 내밀어졌다.


‘뭐지?’


펜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중년 남자가 미소를 머금은 채 서 있었다.


“바쁘신데 죄송합니다. 사인이 다 끝나면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MW 액터스.

모를 리가 없었다.

당장 상대 역인 한은서도 거기 소속이었다.


‘스카우트?’


준호는 살짝 상기된 얼굴로 사내를 올려봤다.


***


카페 옆 주차장에 큰 밴이 대기 중이었다.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MW 액터스 임이수입니다.”


사내는 두 손으로 공손히 명함을 건넸다.


“강준호입니다.”


준호도 두 손으로 명함을 받고 꾸벅 인사했다.


“강 배우님 연기는 드라마에서 잘 봤습니다. 보는 순간 바로 감이 오더군요. 아, 이분은 물건이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겐 무슨 일로······?”


짐짓 모르는 척 물었다.


“촬영장에서 종일 피곤하셨을 텐데, 거두절미하고 용건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강 배우님도 겪어 보셨겠지만 연예계, 특히 영화와 드라마는 절대 혼자서 성공할 수 없습니다. 한은서 배우님만 해도 오롯이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좌우에서 캐어해 주는 사람들이 많죠. 그리고 저와 스태프들은 그런 캐어에 도가 튼 베테랑입니다.”


간단한 회사 연혁.

소속 연기자와 최근 작품들.

그는 자신들이 연기에 대해 얼마나 진심인지 자세히 설명했다.


준호도 MW 액터스에 대해 들은 게 많았다.


‘대표가 상당히 젠틀하다지?’


선을 지킬 줄 아는 젠틀맨.

최우현 대표의 평판은 칭찬 일색이었다.

계약이 만료된 배우 대부분이 MW와 재계약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린 아무것도 모르는 신인이라고 후려치는 사람이 아닙니다. 업계 표준 계약서에 기반한 최상위 대우를 보장해 드리죠. 다른 배우분들께 물어보셔도 좋습니다.”


임 이사는 서류 가방에서 노란 봉투를 꺼내 내밀고 덧붙였다.


“정식 계약서는 아닙니다. 조건을 요약한 거죠.”


매니지먼트 계약서를 받은 건 처음이었다.


‘뭐가 이렇게 두꺼워? 원래 이렇게 복잡한가?’


봉투를 슬쩍 열었다가 깜짝 놀랐다.

첫 장부터 계약료와 수익 배분이 쓰여 있었다.


‘0이 몇 개야?’


조금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닫았다.


“생각할 시간을 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이죠. 댁에 돌아가셔서 충분히 생각해 보십시오. 시간에 구애받지 마시고, 명함에 있는 번호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임 이사는 엷은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벌려면 인삼을 몇 뿌리 팔아야 하지?’


생전 처음 보는 거금.

시스템이 처음 나타났을 때처럼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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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9 한눈팔지 않겠다 (1) +4 24.03.30 954 26 12쪽
18 몸도 연기의 일부다 (2) +4 24.03.29 940 31 12쪽
17 몸도 연기의 일부다 (1) +2 24.03.28 961 28 11쪽
16 감정의 소용돌이 (2) +4 24.03.27 990 29 12쪽
15 감정의 소용돌이 (1) +2 24.03.26 1,031 31 12쪽
14 액션은 감동이다 (2) +4 24.03.25 1,050 29 12쪽
13 액션은 감동이다 (1) +3 24.03.24 1,078 30 12쪽
12 계약 완료 +2 24.03.23 1,067 27 13쪽
11 혼자서는 안 됩니다 (4) +3 24.03.22 1,058 36 12쪽
10 혼자서는 안 됩니다 (3) +2 24.03.21 1,064 33 13쪽
9 혼자서는 안 됩니다 (2) +2 24.03.20 1,109 32 13쪽
» 혼자서는 안 됩니다 (1) +4 24.03.19 1,137 32 12쪽
7 진짜 배우 (3) +4 24.03.18 1,137 35 11쪽
6 진짜 배우 (2) +3 24.03.17 1,151 35 12쪽
5 진짜 배우 (1) +6 24.03.16 1,188 36 12쪽
4 전쟁은 시작됐다 +2 24.03.15 1,207 33 12쪽
3 최적의 사냥터 +2 24.03.15 1,283 32 12쪽
2 내 연기는 경험이다 +5 24.03.14 1,483 33 14쪽
1 단역입니다 +4 24.03.14 1,964 3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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