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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하는 연기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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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3.14 16:51
최근연재일 :
2024.04.2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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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5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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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의 사냥터

DUMMY

그날만 총 5포인트를 획득했다.

경험 기반 항목에서 3점, 2점은 동료 평판 항목에서 얻은 일종의 보너스였다.


‘하긴, 배우는 연기만 잘한다고 다가 아니지. 촬영장 분위기나 동료의 신뢰도 중요하고.’


이 바닥은 넓은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좁았다.


A 배우는 뜨고 나서 스타병에 걸려 거만해졌다.

B 배우는 툭 하면 지각해서 선배들도 기다리게 만든다.

C 배우는 출연료 외에 요구 사항이 많고, 상대 배우도 꼭 A급 이상만 고집한다.


이런 식으로 소문이 돌아 언제부턴가 캐스팅이 끊긴 배우가 한둘이 아니었다.


한동안 경험 쌓기와 단역 연기를 반복했다.

카페 종업원 역할을 맡았을 때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했다.

택배기사 역을 맡았을 때는 택배 회에서 단기로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했다.

식당 점원 역을 맡았을 때는 근처 백반집에서 일했고, 심지어 깡패 역을 위해 건달한테 시비를 걸어 신나게 맞기도 했다.


학교나 연기 학원에서얻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경험의 종류와 깊이에 따라 1~3점씩 획득했고, 가끔 감독이나 스태프의 칭찬에 따른 보너스도 짭짤했다.


물론 포인트 1점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시간 날 때마다 연기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시스템이 나타나고 한 달 후.

악착같이 노력해서 18포인트를 모았다.

첫날 감독에게 칭찬받고 받은 보너스 2포인트까지 포함하면 20이 쌓였다.


“이걸 어디에 쓰지? 연기 분야가 한둘도 아니잖아.”


자취방에서 포인트 사용을 열었다.


1번 감정 연기와 2번 표현 연기.

침대맡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둘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감정과 표현은 연기의 기본이지. 그리고 둘은 밀접한 관계가 있고. 둘을 같이 올리면 연기력이 눈에 띄게 좋아질 거야.’


문제는 너무 많은 하위 요소.

감정 연기만 해도 슬픔, 기쁨, 분노, 좌절, 사랑, 이별, 연민, 설렘, 동정, 당황 등 끝이 없었다.


고민 끝에 상위 메뉴로 돌아가 5번 상호 연기를 열었다.


“어차피 아직은 내가 연기를 주도하는 주연이 아니잖아. 상대의 연기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역할이 대부분이고.”


상호 연기의 하위 요소 중 대화와 리액션을 강화했다.

한 요소당 7포인트를 투입해서 레벨 3으로 만들고, 나머지 4포인트는 다음을 위해 아꼈다.


“레벨 3이라. 아이돌 발연기를 겨우 벗어난 수준이지만, 적어도 전처럼 NG를 남발하진 않겠지.”


리액션 중에서 감정 공유도 강화할까 고민했다.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는 연기를 위해서는 감정 공유도 중요했다.

몇 번이나 ‘레벨 0’앞에서 손가락을 움찔거렸지만, 한숨을 내쉬고 참았다.


강화를 마치고 사용자 현황을 재확인했다.


이름 : 강준호

생년월일 : 1996.09.25.

신체 : 187cm, 74kg.

직업 : F급 연기자

획득 포인트 : 35

잔존 포인트 : 6

세부 스탯

[상위 메뉴로]


“살이 2kg 찐 것도 귀신같이 반영되네. 체중 관리도 실패하면 마이너스일 텐데. 다이어트해야 하나?”


그는 인상을 찌푸리고 세부 스탯을 열었다.


감정 연기 - 슬픔 4

상호 연기 - 대화 3 / 리액션 3

[상위 메뉴로 / 메인 메뉴로]


감정 연기 중 슬픔은 여전히 레벨4였다.


‘한번 획득한 연기는 영구 귀속인가? 아니면 유효 기간이 있는 건가?’


시스템에 대해선 아직도 모르는 게 많았다.

다만 그 후 슬픈 연기를 할 때면 눈물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런데 생각보다 포인트 획득이 더디네. 이런 식으로 하면 단역만 10년은 해야겠는데?”


오랫동안 단역과 조연을 거쳐 주연으로 올라선다.

배우의 일반적인 성공 루트였지만, 시스템을 얻게 되자 조금 조바심이 났다.


***


충무로 근처 호프집.


“요즘 남자 배우가 기근이라더니, 캐스팅이 갈수록 어려워요.”


정수찬 감독은 맥주잔을 거칠게 내려놓으며 하소연했다.


“왜? 새 드라마 준비 중이라더니 잘 안돼?”


오 감독이 그의 잔을 채워주며 물었다.


“주부들 대상으로 하는 아침 드라마는 사정이 뻔하잖아요. 좀 뜬 배우는 이미지 관리한답시고 거들떠보지도 않고, 신인 배우는 일일드라마의 초치기 촬영을 못 따라와요. 그렇다고 한물간 배우를 쓰면 주부들이 또 그 얼굴이냐고 채널을 돌리고요. 아주 죽겠습니다.”


정 감독은 넋두리처럼 푸념을 늘어놓았다.


비련의 여주인공이 나오는 드라마였다.

남자 배우는 바람둥이나 무능한 남편 같은 역할이 대부분이었다.


한정적인 제작비도 문제였다.

드라마 제작 비용은 광고 수입의 영향을 많이 받는 터.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오전 시간대는 심야 다음으로 광고 단가가 저렴했다.


“주문이 많네. 연기 경력은 되는데 몸값은 저렴하고. 여성 팬이 좋아하는 마스크와 이미지, 피지컬을 가져야 한다는 거잖아.”

“그렇죠. 거기에 신선함까지 필요하고요. 중견 배우가 많으니까 촬영장 분위기도 잘 맞춰야 합니다. 그냥 내가 연기할까? 요즘은 이런 생각까지 든다니까요.”

“넌 얼굴이 안 되잖아.”


오 감독은 핀잔을 준 뒤, 핸드폰을 꺼내며 말을 이었다.


“무명이라도 괜찮으면 내가 소개해 줄까? 요즘 촬영장에 단역으로 오는 친구인데, 마스크하고 피지컬이 죽여. 작은 역할이라도 열성적으로 준비하더라고.”

“누군데요?”


정 감독은 얼굴에 대번 화색이 돌았다.


“일단 봐.”


오 감독은 핸드폰으로 짧은 영상을 재생했다.


장례식장의 발인식.

예쁘장한 아이돌이 클로즈업됐다.

슬픈 상황인데도 아이라인은 크게 그렸다.


“얘가 그 소문의 아이돌입니까? 차세대 연기 로봇이라고 유명하던데요.”

“그래. 나도 얘 때문에 죽겠어. 얘 말고 뒤에 있는 친구를 잘 봐.”


그는 아이돌의 뒤를 가리켰다.


모델처럼 훤칠한 남자가 슬픔에 잠겨 따르고 있었다.

소매 때문에 얼굴은 잘 안 보였는데, 울음을 삼키는 연기가 제법이었다.


“오, 분위기 좋은데요?”

“솔직히 연기력은 구려. 아이돌의 발연기 덕분에 돋보였지만, 딱 평균이라고 보면 돼. 눈물 연기 외에 다른 건 없는 수준이고.”

“상관없습니다. 단역 출신이라면 촬영 경험은 많을 테니까요. 그리고 일일 드라마는 연기력이 덜 중요한 거 아시잖아요. 오히려 발연기가 재미있다는 시청자도 많습니다.”


정 감독은 환하게 웃으며 오케이 사인을 만들었다.


“알았어. 내일 조감독한테 연락해서 연락처 줄게. 일단 카메라 테스트만 해봐.”

“고맙습니다, 선배님. 그런데 이름이 뭡니까?”

“강호준이던가, 강준호던가?”


오 감독은 자신 없는 듯 중얼거렸다.


촬영은 수백 명이 움직이는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단역 배우의 이름까지 정확히 기억하는 건 무리였다.


핸드폰에 발인 영상을 저장한 것도 아이돌 때문이었다.

겉멋 잔뜩 든 아이돌의 발연기를 보여주고 신세를 한탄하기 위해서.


“강호준. 키가 큰 게 여성 팬이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군요.”


정 감독은 핸드폰의 정지된 영상을 응시하며 빙그레 웃었다.


***


이른 아침, 24시간 피트니스 센터.


“와, 저 사람 누구지? 멋있다.”

“키도 크네. 배우나 모델인가?”

“가서 이름이라도 물어볼까?”


사방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성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삼일에 한 번 정도는 음료수도 받았다.


고마운 일이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우선 몸만들기부터. 연기도 체력이 있어야 한다.’


준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러닝 머신 위를 달렸다.


사흘 전, 한나절 촬영으로 무려 7포인트를 벌었다.

군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한 덕분이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지. 크크크.’


섭외 전화를 받았을 때부터 입이 귀에 걸렸다.

군인 역할이라 머리를 짧게 자른 건 좀 아쉬웠지만, [11. 기타 - 작품 준비성] 항목에서 보너스 1포인트를 얻었다.


포인트를 벌었겠다.

출연료도 두둑하게 받았겠다.

모처럼 지웅이와 거하게 한잔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11. 기타 - 자기 관리]

포인트는 플러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지나친 음주 등으로 촬영에 지장을 주면 포인트가 삭감된다고 했다.


“배우는 뜬 다음에도 중요하지. 인기 좀 있다가 자만하다가 나락으로 간 사람이 한둘인가?”


시스템은 배우의 몰락까지 정교하게 반영돼 있었다.

시시콜콜한 것까지 따져 피곤할 때도 있었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다 맞는 말이었다.


그가 본격적인 자기 관리에 들어간 것도 그 때문이었다.


‘운동과 스트레칭, 외국어 공부, 독서 등 닥치는 대로 자기 계발을 한다.’


물론 전에도 자기 관리를 소홀히 한 건 아니었다.

술은 어쩌다 소주 한두 병만 마셨고, 매주 체중을 체크해 관리했다.

하지만 시스템이 나타나고 구체적인 목표가 설정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렇게 노력하면 배우가 아니라 뭘 해도 성공하겠네.’


이윽고 운동을 끝낼 무렵이었다.

딩동, 맑은 알람이 울리고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1포인트 획득]


운동을 시작한 지 5일째였다.

대충 계산해 보니 10시간에 1포인트인 것 같았다.


‘잔존 포인트가 14. 다른 연기도 레벨을 올려 볼까?’


그가 기분 좋게 땀을 닦으며 샤워실로 향하려는 찰나였다.


부웅, 핸드폰이 요란하게 진동했다.

070으로 시작하는 낯선 번호였다. 스팸 경고는 없었다.


‘캐스팅인가?’


한창 달릴 때처럼 심장 박동이 다시 빨라졌다.


사람이 없는 구석으로 이동했다.

소속사나 매니저를 통해 스케줄을 잡는 것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배우의 얘기였다.


“네, 강준호입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낮은 목소리로 인사.


“안녕하세요, RM 미디어 캐스팅 디렉터 송대현이라고 합니다.”


핸드폰 스피커 너머에서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RM 미디어.

드라마 외주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중견 프로덕션이었다.


‘거기가 웬일이지?’


단역으로 몇 번 출연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캐스팅 디렉터의 전화를 받는 건 처음이었다.

그와 같은 단역은 말단 직원이나 인턴과 연락을 주고받는 게 일반적이었다.


“오 감독님께 추천받았습니다. 발인식 씬에서 눈물 연기가 인상적이셨다고요.”


송대현이 웃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아, 그제야 짚이는 게 있었다.

영화와 드라마 판은 특히 인맥이 중요했다.

감독끼리 좋은 배우를 주고받는 건 흔한 일이었다.


“정수찬 감독님 아시죠? ‘세 번째 남자’, ‘키스는 안 됩니다’, ‘이 밤이 깊어 가지만’ 등을 연출하신 분이요.”


송대현의 설명이 길게 이어졌다.


방송국 짬이 몇 년인데. 당연히 알았다.

정수찬은 주부 타깃의 아침 드라마에 특화한 감독이었다.

최근 KBC 방송국과 새 드라마를 기획 중인데, 주요 배역 하나가 공석이라고 했다.


제목은 ‘내 여자의 남자’.

제목만 들어도 어떤 내용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음식으로 비유하면 조미료가 잔뜩 들어간 자극적인 맛이었다.


‘하긴, 주부 타깃 아침드라마는 시청률이 보증되는 틈새시장이지.’


여자 주인공은 한은서.

한물갔다는 평을 들어도 한때는 단독 주연까지 나섰던 스타였다.

상대역은 주부들의 원빈이라는 김희성과 중후한 이미지의 성태철이 거론되고 있었다.


“강준호 씨는 한은서 배우님에게 호감을 보이는 젊은 실장님 역할입니다. 일종의 흑기사라고 할까요? 한은서 배우와 김희성 배우, 성태철 배우의 삼각관계가 중심이기 때문에 분량은 많지 않습니다.”


분량은 상관없었다.

지금까지 나온 분량을 다 합쳐도 10분이 넘을까였다.


“스타 배우도 작은 배역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잖아요. 어떻습니까? 준호 씨만 괜찮다면 미팅을 진행해 볼까 하는데요.”


송대현이 넌지시 물었다.


‘막장이라도 어때? 일일 드라마는 시청률이 기본은 찍잖아.’


시스템의 포인트 획득을 떠올렸다.


평가 항목에는 시청률도 있었다.

역할 비중과 대중적 인지도 항목에도 플러스였다.


‘평가와 평판은 마이너스겠지만, 어차피 난 무명이라 별 영향이 없을 거야.’


일일 드라마를 통한 포인트 획득.

게임으로 비유하면 광렙할 수 있는 최적의 사냥터였다.


“저야 출연할 수 있으면 영광이죠. 열심히 하겠습니다. 언제, 어디로 가면 될까요?”


준호는 들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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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한눈팔지 않겠다 (1) +4 24.03.30 954 26 12쪽
18 몸도 연기의 일부다 (2) +4 24.03.29 940 31 12쪽
17 몸도 연기의 일부다 (1) +2 24.03.28 961 28 11쪽
16 감정의 소용돌이 (2) +4 24.03.27 990 29 12쪽
15 감정의 소용돌이 (1) +2 24.03.26 1,031 31 12쪽
14 액션은 감동이다 (2) +4 24.03.25 1,050 29 12쪽
13 액션은 감동이다 (1) +3 24.03.24 1,079 30 12쪽
12 계약 완료 +2 24.03.23 1,067 27 13쪽
11 혼자서는 안 됩니다 (4) +3 24.03.22 1,058 36 12쪽
10 혼자서는 안 됩니다 (3) +2 24.03.21 1,064 33 13쪽
9 혼자서는 안 됩니다 (2) +2 24.03.20 1,109 32 13쪽
8 혼자서는 안 됩니다 (1) +4 24.03.19 1,137 32 12쪽
7 진짜 배우 (3) +4 24.03.18 1,137 35 11쪽
6 진짜 배우 (2) +3 24.03.17 1,151 35 12쪽
5 진짜 배우 (1) +6 24.03.16 1,188 36 12쪽
4 전쟁은 시작됐다 +2 24.03.15 1,207 33 12쪽
» 최적의 사냥터 +2 24.03.15 1,284 32 12쪽
2 내 연기는 경험이다 +5 24.03.14 1,483 33 14쪽
1 단역입니다 +4 24.03.14 1,964 3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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