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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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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din
작품등록일 :
2017.08.19 15:44
최근연재일 :
2019.03.10 20:19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16,504
추천수 :
86
글자수 :
386,280

작성
17.10.24 20:00
조회
182
추천
1
글자
23쪽

스카이 로드 (1)

DUMMY

<안자영>


“......진정 스스로의 결정에 흔들림은 없는가.”


“물론입니다 형님.”


나를 비롯한 올 인 원 대마법을 입고 있는 세 명의 이세계인은 각각 한 명씩 마주하며 자리했다. 지금은 없는 실라가 만들어낸 기적의 자리를 향해 나아가는 루드릭과 워커 가문의 부자(父子). 그리고 그들과 마주해 선 우리는 행선지를 바꾸어 다른 곳을 향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가 세계수 마을로 향하고자 했던 이유가 오로지 실라에게 있었고 그녀가 죽어버린 이상 따라가보아야 크게 좋을 것도 없을테니.

누군가에게 대답하자면 표면적으로 그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부디...성공하길 바라네.”


“그녀는 엘프를 증오하는 우리가 유일하게 인정했던 기사 중의 기사.”


“너무 대마법을 의지하지 말게 안자영. 무탈한 얼굴을 볼 수 있기를 바라겠다.”


레오 형님, 리온 폴 워커, 루드릭. 그 셋이 한마디씩을 남기며 등을 돌려 가야할 길을 향해 떠난다. 그리고 남은 둘의 친구를 향해 나는 마지막으로 이야기해보기로 한다.


“솔직하게, 모두가 내 탓으로 일어난 일들이야. 일어난 결과도, 결과를 어떻게든 해보기 위해 떠나는 이 길도, 그렇게 하고자 하는 의지도 오로지 나한테서 말이야. 그러니 둘은 집으로 돌아가서···”


콱!

퍽!


하지만 더욱 거칠어진 대답이 나의 발과 허릿살을 때릴 뿐이었다. 임예선이 나의 발을 밟으며 성난 얼굴을 지었고 유소연은 섭섭한 표정으로 내 허리를 계속 찔렀던 것이다.


“우리가 아니라고 했지! 너 탓도 아니고 ‘실라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은 우리도 크다니까!”


“맞아···! 자영이 자꾸 그러면 진짜 화낼거야 나!”


이미 이야기했던 사항을 내가 다시 그녀들에게 이야기하는 이유. 그야 우리가 지금 가려고 하는 장소가 여간 살벌한 장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설산, ‘스카이 로드(Sky Road)’. 레오 왕국이 서쪽, 드워프 왕국이 남쪽. 그리고 엘프의 세계수가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다면 스카이 로드는 북부 끝자락이었다. 그 어마어마한 높이 때문에 맑게 갠 날에는 누구나가 볼 수 있는 거대한 설산. 하늘로 향하는 길이라는 의미로 NPC들은 ‘스카이 로드’라는 이름으로 부르지만 구름 저편에는 분명히 그 정상이 존재한다.

어떻게 아냐고? 가봤으니까. 그리고 지금 우리가 가려고 하는 곳도 스카이 로드이며, 지금 이 시점에서 그곳을 가려하는 이유 또한 그 정상에 있는 ‘특수한 아이템’ 때문이다.


‘‘던스톤’. 죽은 자를 소생시키는 이 세계의 유일한 ‘NPC 소생 아이템’.’


세 일행이 세계수의 마을을 향해 길을 떠나자 우리는 지체할 새도 없이 곧바로 스카이 로드가 있는 장소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 걸음 또한 결코 느리지 않은 속도. 하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 지적하는 이 하나 없었으니 다들 서둘러야하는 이유를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던스톤이라는 소생 아이템의 사용조건. ‘소생하고자 하는 NPC는 죽은 지 3일이 지나지 않아야 한다’.


‘한 번이라도 미끌어지면 쥐뿔의 희망도 사라진다는 의미지.’


솔직히 말해서 ‘미친짓’이다. 성공 가능성이 무척이나 희박한 도박이나 다름 없는 짓! 북부 스카이 로드로 오르는 길까지 가는 거리 뿐 아니라 그 길부터 불어오는 매서운 눈바람은 사람이 겨우 감당해낼 수준. 더군다나 스카이 로드를 3일 만에 오르기 위해선 어떻게든 오늘 안엔 그 지척까지 다다러야한다는 소리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펼쳐질 눈발 사이를 범상치 않은 속도로 돌파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

우리는 세계수 마을로 가기 위해 배낭 가득 챙겨왔던 아이템들을 아낄 생각도 하지 않고 북부를 향해 정처 없이 걸어나갔다. 정처 없이 걸어나가다가도 설산의 짐승이 보이면 주저않고 달려가 그 가죽을 취했고 가죽으로 추위 내성이 높은 털옷을 만들어 입고 나아가다보면 속력을 높이기 위해 설원 늑대를 조련하여 ‘늑대 썰매’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렇게 썰매에 올라타 앞으로 더 거세게 맞을 눈바람을 걱정하기 시작하는 우리가 지금의 모습이다.


“후아아~ 추우니까 숨 쉬기도 힘들다 그치 소연아~?”


“으, 응! 달리기 시작하면 얼굴 얼 것 같은데 어쩌지~?”


“음......이렇게 하고 있어! 운전은 내가 할테니까!”


나는 그녀들 앞에서 모범적인 자세를 보여주었다. 썰매가 나아갈 방향을 등지고 쭈그린 다음 두 손을 교차해 겨드랑이 사이에 고정. 그리고 머리는 후드를 쓰고 깊게 숙인다.


“으...허리 아프겠다.”


“괜찮아~ 얘들 속도면 3시간 만에 도착할 듯?”


“3시간이면 디스크도 생각할 수 있지 않아?! ......에이! 모르겠다- 어서 출발해요 드라이버님~”


반박은 반박대로 다 했지만 내가 보여준 모습을 그대로 따라하며 쭈그리는 두 명의 여인. 졸지에 개썰매 드라이버란 호칭을 획득한 나는 주머니에서 하나의 마법 아이템을 사용하고 설원 늑대 여섯에게 박차를 가해줄 고삐를 흔든다.


커헝!!

파바바밧--!!

덜컹!


“우와아악-?!! 캭!”


“에겍! 자, 자영아~ 안전운행~ 안전제일~!”


급발진하는 썰매에 여기저기를 부딪히며 괴상한 소리를 내는 두 친구. 소연이가 안전운행을 해달라고 하였지만 과연 그녀들은 보았을까- 내가 순간 썰매 밖으로 나갔다 겨우 어느 한 곳을 부여잡아 제자리로 돌아왔던 장면을.

순식간에 매서운 속도까지 치솟으며 유지하기 시작한 늑대표 설원 썰매! 우리 셋을 수용하기 위한 썰매 사이즈와 우리 셋의 무게까지 합한다면 나올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높은 속도. 허나 놀랍게도 실제로 설원 늑대 여섯의 힘과 속력은 썰매를 놀라운 속도로 이끌고 있었다.


“좋아···! 이 속도라면 세 시간은 커녕 2시간 안으로 주파할 수 있겠어···!”


“뭐라고 자영아~~!? 바람 소리 때문에 잘 안들려~!”


“야! 너 괜찮아?! 우리도 이렇게 추운데!! 조금 있다 교대할까!?”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들리지만 들리지 않는 척 앞만을 바라보았다. 그녀들이 추위에 벌벌 떠는 순간에도 나는 미리 사용한 마법 아이템 효과로 아주 평온했기 때문이다. 지금 두 여자가 나를 보는 모습은 험한 추위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 않는 용맹한 남자가 아닐까!


“.........야! 너 설마 위에서 쓰기로 한 레지스트 아이템 쓴 거 아니지?!! 표정이 너무 평온한데!”


“아, 아니야!”


“귀도 잘 들리네?! 그럼 왜 못들은 척 했어! 너 몸 왜 이렇게 따듯해!! 이게 거짓말까지 해?!”


“나, 난동은 안된다 친구야-!”


눈치 빠른 임예선이 곧 오른손으로 나의 정강이를 무섭도록 때리기 시작했지만 곧 손도 추웠는지 다시 자신의 겨드랑이로 숨긴다.


프로텍트의 지속시간은 80분 정도로 끝나버렸다. 어지간한 냉기 피해를 180분 버텨주는 아주 귀한 아이템이었는데 그간 추위 피해가 워낙 심했는지 그 지속시간이 반절도 버티지 못한 셈!

프로텍트 없이 정면으로 받는 북부의 거센 바람. 그것은 감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으드드드드···!! 야, 야···! 너 진짜 위험해보여! 교, 교대...교대하자!”


얼어붙은 얼굴 때문에 입 조차 열리지 않았다. 그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임예선의 머리를 한 손으로 푹 눌러내릴 뿐. 하지만 오기로 그러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 또한 아니었다.


‘눈 안개 때문에 의심스럽긴 했는데...역시 저 거대한 지물이 스카이 로드였어!’


1시간 30분. 그 놀라운 시간 안에 벌써 우리는 스카이 로드에 도착해 있었기에 굳이 그녀의 도움을 받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스스스스스-

헥헥헥~


설원 늑대 여섯은 자리에 멈추기가 무섭게 헥헥 거리며 쌓인 눈을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급히 조련받은 여섯의 늑대가 주차교육까지 수료했을 리는 없었고 결국 안에 쭈그리고 있던 두 친구는 다시 한 차례 여기저기 몸을 부딪히게 된다.


쿵쿵! 덜컹!


“으꺅! 야, 안자영?! 왜 갑자기 멈추...”


“엄마얏! 내 머리......! 자, 자영아?!!”


그리고 나는 출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썰매에서 다시 튕겨져 나갔고 이번엔 얼어붙은 손 때문에 그대로 눈발을 뒹굴 수 밖에 없었다. 뒤늦게 나를 발견하고 달려와 내 숨이 온전한지부터 확인하는 그녀들. 그리고 주변이 마물로부터 안전한지부터 확인한 다음 빠르게 바람을 막아줄 구조물과 모닥불을 설치하기 시작한다.


“90분이나...예정보다 빨리 도착...했으...니까...10분만 쉬자···”


“아, 알았으니까 웅크리고 있어! 정말! 무리하지 말고 교대하자니까···!”


화륵-


나는 크게 피어오르는 따듯한 불길을 바라보며 10분 동안 잠시 눈을 감기로 하였다.






“읏차-!! 완전 회복했다! 둘 다 몸 녹았지? 출발하자!”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뜨고 자리에서 힘차게 일어나자 둘은 마치 괴물을 보는듯한 얼굴로 나를 멍하게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봐? 나 튼튼한거 이제 알았을 리는 없고···”


“지금까지 시체처럼 누워있다가 그렇게 일어나면 누구라도 놀라거든!?”


그냥 깜짝 놀랐던 모양이다.


“그, 그래도 다행이다 건강해서...시체보다 더 차가웠다고 자영이!”


“그랬어? 지금은 따듯해 괜찮아. 그런데 소연이는 ‘스카이 로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


“음......사실은 여기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라. 고레벨의 유저들이 도전정신에 한번씩 올라봤다는 이야기밖에 못들어서 어떤 몬스터가 출현하는지도 전혀 모르고-”


“잘됐네~”


절대로 소연이 약오르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스카이 로드’에 관해 유저들 사이에 잘못된 정보들이 꽤 많은만큼 그녀가 헷갈려할까 걱정이었던 것 뿐.


“으응~? 그래~? 그렇게 잘된거구나~? 내가 멍청한게 그치~?”


꽈악-


나의 손목을 강하게 부여잡은 그녀의 양손이 내 뼈를 분질러버릴만큼이나 강한 힘을 가졌고 나는 스카이 로드 정상으로의 등산을 시작하기도 전에 부상을 당하는 안쓰러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몸부림을 쳐야했다.


“아야야야야야!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잘못된 정보들이 많아서 그런거···”


“소, 소연이 잘한다! 꺾어버려!?”


“넌 왜 옆에서 부채질을 하는 거냐?! 소, 소연아?! 응원에 부응할 생각이야?! 지, 진짜 부러져!”


소연이는 힘 스텟도 꽤 찍었던 것일까. 그러한 의문을 뒤로하고 나는 스카이 로드 정상까지의 가장 빠른 루트부터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가장 통상적인 루트는 스카이 로드의 빙빙 둘러난 나선꼴의 길을 타고 올라가는 거야. 거센 추위와 눈발에 발을 헛디딜 염려도 적고 덜 힘들긴 하지만 그만큼 몬스터가 많고 시간이 많이 걸려. 몬스터 무시하고 내달려도 우리 속도로는 최소 80시간. 시간에 못맞추지. 그리고 비교적 시간이 적게 걸리는 루트는......’암벽 등반’. 거센 눈바람에 거의 저항을 받지 않고 30시간 가까이 올라야 해. 시간은 아슬아슬하게 맞추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루트지. 한 번도 떨어지지 않을 확률은 1% 미만이라고 생각해.”


“그, 그럼 어쩌게···”


나는 검지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천천히 소연이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녀에게 물어보고 싶은게 생겼기 때문이다.


“소연아 혹시 ‘GSR’이라고 들어봤어~?”


그러자 그녀는 눈을 조금씩 크게 뜨더니 고개를 크게 흔들었다.


“으, 응!! 그건 들어봤어! 플레임 웨폰 같은 ‘월드 스케일 보스 몬스터’가 사는 곳이잖아! ‘Grand Snow Road’! 그리고 그 보스 이름도 비슷했는데......GS...뭐였더라~ 헤헤”


“정답! GSR 과 GSG야.”


“어, 어머~ 그랬니? ............저기 자영아. 그런데 왜 갑자기 그 보스몬스터 얘기가···”


맥락을 읽고 슬슬 불안함을 눈치채기 시작하는 유소연과 다시 내 뒷목을 잡기 위해 가까이 다가오는 임예선. 나는 둘 다 눈치챘다고 생각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는게 낫겠다 판단한다.


“응. 지금 여기서 브리핑까지 마쳐놓는게 낫겠다. 우리가 64시간 안에 스카이 로드 정상까지 오를 방법은 GSR을 통하는 길 밖에 없어. 그러기 위해서는 ‘Grand Snow God’을 잡아야하고.”


“으아아앙-!!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난 몰라···!!”


“어머나 세상에···!! 아우우···!”


얼마나 좌절이 심한지 내 뒷목을 노리던 임예선은 얼굴을 감싸며 주저앉았고 소연이는 쇼크를 심하게 받았는지 스스로의 뒷목을 부여잡는다.

그러다 뭐라도 따지고 싶은 심정이었는지 입을 열어 퉁명스럽게 물어오는 임예선!


“승산이 있기는 한거야?! 엄청 쎈 세 분도 이제 없는데! 차라리 같이···”


“그럴까도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중요한건 ‘실라를 살릴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문제야. ‘GSG를 잡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여섯이서 왔더라면 이런 단시간에 스카이 로드까지 도달할 수도 없었을테고 필요한 마법 아이템도 턱없이 모자라지 않았을까? 그리고......실패할지 어떨지도 알 수 없는 일이야. 일이 잘못되어 실라도 살리지 못하고 레오 형님도 늦게 도착한다면 엘프 대장로는 분명 레오 형님을 의심하겠지. 그것만큼은 필히 피해야 해.”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 시선을 아래를 향해 꽂히고 있었다. 레오 형님이 늦은 것도, 실라가 죽은 것도 내 욕심이 불러낸 결과였으니까.


“.........아, 알았어! 또 의기소침한다 자영이!”


“마, 맞아~ 우리가 따라오겠다해서 따라온건데~ 우리가 이러면 안되겠지~? 헤헤 미안해~”


스륵-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에 묻은 눈을 조금 털어낸 그녀들을 향해 나는 천천히, 정확하게 GSG 공략에 필요한 공략을 브리핑하기 시작했다.


“GSR의 길을 통하면 정상까지 40시간 안에 도달할 수 있어. 그 끝을 막고 있는 GSG가 관건이니 신중하게 성공해서. ......실라를 다시 보자 얘들아.”


“......응!”


나는 쌓인 눈으로 만들어진 판에 거대한 GSG의 거체를 그리기 시작했다.






숨겨진 GSR의 통로는 내 기억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문제는 그 안을 가득 매우고 있는 습하면서도 얼어붙은 공기! 숨을 쉴 때마다 조심하지 않으면 코털이 얼어붙는 해괴한 경험을 해야했으며 그 안을 어슬렁거리는 몬스터들의 레벨 또한 무시무시한 정도였기에 우리는 아주 조심스레 GSR 동굴을 타고 이동해야 했다. 벌써 GSR에 진입한 지도 하루가 경과한 시점! 수면 시간을 최소한으로 하고 벌써 40시간 가까이 그곳을 오르고 있음에도 그 끝을 아직 볼 수가 없는 이유는 단연 몬스터들 때문이었으니 시원하게 걸음을 뻗지 못하고 몬스터들의 눈을 피해 숨어다녔던 것이 그 이유였다.


“하아아......! 스흐으으···”


“얼마...얼마 남지 않았어···”


“스흐으...우리...우리 정말 시간 맞출 수 있을까···? GSG한테 죽기라도 한다면 끝인데 정말···”


GSR에 진입한 지 이튿날의 체력도 다하여 간소하게 피운 모닥불 앞에서 쉬기 위해 그만 앉아버린 우리. 취해야하는 숙면 4시간을 제외하고 남은 시간은 고작 20시간이었으니 임예선의 걱정도 당연할 것이다.

그러다 문득 이상함에 고개를 드는 소연이. 진작 눈치챘어야 하는 사실을 지금 발언하는 그녀였다.


“자, 잠깐만 자영아...!! 우리가 정상까지 시간 안에 무사히 오른다고 해도...실라가 죽은 장소까지 돌아가야하는 거잖아···! 어, 어떻게 할거야?”


“응? 아아~ 문제 없어. ‘죽어서 돌아가면 되니까’.”


“뭐, 뭐...?! 아이템 다 떨어트리잖아···! 던스톤이란 아이템도···”


“이걸 가져왔거든. 그래서 괜찮아~ .........아, 두, 둘한테는 말 안했던가~?”


물론 그녀들이 미리 눈치채지 못했던 것도 이상했지만 이만하면 스스로의 ‘말 안하는 병’은 심각한 것 같다.

지금이라도 설명하는 편이 좋으려나···!


“아, 이 아이템은 사망 시 모두 드랍하는 아이템 중 하나만 가지고 부활할 수 있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이걸로 던스톤을···”


“그, 그걸 내가 모르겠니?! 나 마법사거든~!”


“그건 나도 있거든?! 그게 문제가 아니라 우리 셋 다 죽어서 아이템 다 놓고 가야한다는게 문제잖앗!!”


팍!!


얼어붙는 추위 속에서 등짝을 후려맞는 느낌이 이러한 것일까. 두꺼운 털옷을 걸치지 않았더라면 살갗이 찢기지 않았을까 염려되는 파워를 임예선씨가 선보인다.


“어휴...우리보다 자영이가 실라 생각 더 많이 했었네 정말.”


“뭐, 뭐?! 내, 내가 뭐? 난 그냥...그, 그냥···”


“......얼레? 당황하는거 봐~! 하긴, 실라가 보통 미인이어야지~”


“그런거 아니라니까~!?”


당황스러움에 그대로 임예선에게 달려든 나였지만 무언가를 하기도 전에 몸이 바짝 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러한 나의 행동을 정색으로 받아는지 내 눈치를 살피는 임예선.


“야, 야- 농담도 못해요···! 갑자기 왜 그래?”


“.........찾았다.”


“응?”


“저기, 저 지형. ......분명하게 기억해. 게임에서 처음 GSR에 들어갔을 때 GSG를 피해 숨었던 구멍이야. .........여기가 정상 부근이라고.”


그녀에게 달려드는 과정에서 우연찮게 발견해낸 것은 과거 내가 게임에서 활용했던 작은 굴! 우리가 앉아 피운 모닥불에서 5분 정도만 걸어도 GSG가 잠든 GSR의 끝자락이 나온다는 이야기였다.


“일단 숙면부터 취하자. 그 뒤엔...사투가 벌어질테니까.”


“...응! ......추, 추우니까 조금 붙어자자 다들~”


그렇게 이야기하며 짐승 가죽으로 제작한 침낭을 가까이 가져오는 유소연. 나에게 있어서 아주 횡재였기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결과는 영 슬펐다.


“꺅~ 예선이 침낭 너무 따듯해~”


“나도오~ .........너 가까이 붙을 생각하면 알지?”


둘이 껴안고 누운 따스한 공간과 나의 침낭과의 거리는 1미터. 결전을 앞둔 나의 잠자리는 여전히 쌀쌀했다.






부스럭.

스륵스륵.


험한 여정길에 시간도 촉박하니 이틀간 쌓인 피로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모양.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긴장한 내가 눈을 뜨니 세상이 어떤 색인지 분간하기도 어렵다.


‘정신 차리자. 몬스터 소리였을 수도 있어.’


GSR에 서식하는 설인 종에게 습격이라도 받았다간 그대로 게임 오버. 이렇게 피로한 몸이 기적적으로 캐치해낸 위화감을 존중하며 몸을 일으키려했지만 이상하게 무거운 몸에 일단 내 상태부터 살펴야했다.


‘뭐에 묶였나?! 목이 무거워···’


흠칫-


고개를 숙여 목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려한 나는 그대로 굳었고 머릿속이 새하얗게 마비되어 가는 느낌을 받았다. 목은 간지럽히는 따스한 숨결과 이 추운 공간 속에서 내 몸을 이토록 따듯할 수 있게 만들었던 작은 체구. 그리고 그 작은 양 팔이 끌어안은 것은 다름아닌 내 목이었으니 내가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소, 소연이가 왜···’


그 작은 체구의 이는 바로 유소연이었다. 내가 굉장히 따듯했는지 살짝 벌어진 입에선 침이 줄줄 흘렀고 바람이 살랑 불어오면 더욱 내 품으로 파고드는 그녀. 도저히 심장을 주체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나라는 남자는 사악한 생각을 품는다.


‘......졸려서 눈치 못챘으니까 그대로 못본척 하고···’


조심히 손을 뻗어 그녀를 안기로 결정한 것. 절대로 이상한 생각을 품은 것이 아니다! 이 추위 아래에 품 안에 따듯한 것이 있으면 끌어안고 자고 싶은게 사람 습성 아니겠는가! 그러한 습성에 충실한 인간으로 가정해 소연이를 끌어안고 잠들면 개이득!


스륵-

...꼬옥.


저질렀다. 내 손이 조심스레 그녀의 목을 끌어안자 그녀는 더욱 따듯했는지 내 품에 깊이 파고들었고 그 순간 머리를 지배하는 행복감은 마약과도 같은 수준!


‘아 위대한 선구자들이여. 인간들이 연애를 해야하는 이유가 여기 있었군요!’


지상낙원을 느끼며 헤벌죽 찢어진 입을 감당할 생각도 없었다. 그저 눈을 감으며 행복감에 젖은채 잠을 자고 싶었다.


스륵-


“............”


“.....................저···”


그리고 또 다시 귀에 들려온 인기척에 눈을 뜨고 이번엔 ‘눈을 왜 떴을까’ 하는 후회를 남겨야했다. 세상에, 바로 옆자리에 홀로 침낭 속에 잠들어 있던 임예선이 반쯤 허리를 일으키고 나를 정확히 노려보고 있었던 것! 심장 철렁이는 상황에 나는 무슨 변명부터 해야할지 궁리했고 곧 그녀는 입을 열어왔다.


“......또야~”


“뭐···! 뭐, 뭐가 또야 이 바보야......! 그리고 내가 한게···”


“.........응? 아, 아니~ 자영이한테 한 소리 아니야~”


그러더니 그녀는 내게 안겨있는 소연이 머리맡으로 다가와 그 앞에 앉았다.


“소연이 많이 힘들었나봐...어제는 잠결에 내 침낭 속으로 들어와서 이러고 있었거든···”


“아아...소연이가...? .........응? 잠깐만, 어디 속이라고?”


그제서야 나는 스스로 잠이 덜깼었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내 목을 끌어안고 따듯하게 안기기 위해서는 ‘무조건 한 침낭’ 안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했던 것. 다르게 생각하면 이건 ‘소연이와 한 이불 안에서 잤다!’가 되지 않겠는가!

......안겠지? 의미가 여러모로 다르니까?


“그런데 자영이도 손 조심 안하면 안 돼~? 소연이가 이랬다고 너도 그러다간.........언제 한 번 나 안보는 사이 거사까지 치를지도···”


“무, 무슨 소리야 예선아···?! 쉬, 쉬, 쉿···! 소연이 아직 자니까 나중에 얘기하자 바보야···!”


“흥~ 글쎄~? ......하으음~~ 두 시간이나 남았으니까...나도 더 잘래···”


스륵.


대체 글쎄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 의미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기도 전에 예선이는 자신의 침낭을 끌고와 내 옆에 붙였다.


“어제는 소연이 때문에 따듯했는데...너가 뺏어갔으니까 너가 책임져야지?”


“.........어, 어···?!”


“치, 침낭까진 안들어갈거니까 이상한 생각 하지마 바보야···!”


그러면서 내 옆에 나란히 누운 그녀는 내 어깨에 뺨을 대고 몸을 밀착했다. 비록 침낭을 사이로 두고 붙었다고는 하나 이상하리만큼 뜨겁게 느껴지는 그녀의 몸. 여간 머리가 복잡한게 아니었기에 나는 남은 2시간 동안 얼른 다시 잠들기 위해 눈을 감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눈을 감기 전 스친 소연이의 얼굴이 잠에 빠져가는 내 머릿속에 이상한 의문을 띄워냈다.


‘소연이 얼굴이...조금 붉었던 것 같은데...예선이가 말한 글쎄가...혹시 그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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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아 그거? 나도 있어. 요즘 하나씩 두잖아 그거? 17.10.10 176 1 21쪽
20 리온 폴 워커 17.10.07 189 1 20쪽
19 세계를 위해 희생한 마도사 & 킹 갓 스방이 17.09.28 248 1 32쪽
18 이상징후 17.09.26 241 1 13쪽
17 가라 물(水)제왕! 너로 정했다! 17.09.24 294 1 13쪽
16 기다려 우리 형 데려간다 17.09.14 299 1 13쪽
15 오랜 친구 17.09.07 322 1 13쪽
14 스방이의 일상 17.09.06 297 2 12쪽
13 자연을 사랑하는 보쌈맨들 17.09.03 398 2 11쪽
12 [정보] ALL IN ONE! 「상태 이상」과 「상태 이상 회복」에 관해! 17.08.30 341 3 5쪽
11 너무 큰데? 17.08.30 361 3 11쪽
10 이제 좀 '큰 놈'을 잡아봅시다 +2 17.08.29 403 3 11쪽
9 쓰레기 주지 말라고 17.08.27 468 3 10쪽
8 착한 우리 레오야 부탁인데 17.08.26 459 3 6쪽
7 뭐든 말하고 합시다 17.08.25 488 4 20쪽
6 세력을 늘리자 +2 17.08.24 594 5 21쪽
5 토끼 가라사대 가진걸 내놓으라 (2) +2 17.08.23 716 4 15쪽
4 토끼 가라사대 가진걸 내놓으라 (1) 17.08.22 844 5 21쪽
3 제로(Zero)에서부터! +4 17.08.20 1,129 6 17쪽
2 그 남자의 인생게임 +4 17.08.20 1,505 7 14쪽
1 출발 17.08.19 1,944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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