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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기돌발 오징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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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day7
작품등록일 :
2023.03.13 11:14
최근연재일 :
2023.04.19 13:1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1,096
추천수 :
29
글자수 :
154,172

작성
23.04.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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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촉수 스물일곱

DUMMY

27




타투건으로 의태한 몬스터가 먼저 발을 뗐다.


한 발짝 뗀 것으로 나대통 앞에 도착한 몬스터는 팔을 하나의 검처럼 곧게 세웠다.


위협적인 찌르기가 빠르게 쏟아졌다.


계속되는 몬스터의 연속 공격을 나대통은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모조리 피했다.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던 AK는 어떻게 저 찌르기를 피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몬스터의 공격은 보이지 않을 만큼 빨랐고 이를 피하는 크라켄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AK는 자신의 인식보다 한 차원 위의 싸움이 시작되었음을 바로 알았다.


몬스터의 공격속도는 갈수록 가열되었다.


나대통은 올라가는 그 기세를 어렵지 않게 따라갔다.


한 쪽만 공격하는 싸움 양상이 극에 다다를 때였다.


나대통이 촉수를 한 가닥 움직인 것으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


나대통의 하얀 촉수가 위에서 아래로 슥 내려가는 소리가 났다.


단지 그것만으로 몬스터의 오른팔이 부드럽게 잘렸다.


몬스터는 상황을 뒤늦게 인지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떻게 자신의 팔이 잘렸는지 모르겠다는 시늉이었다.


공기가 약간 무거워졌다. 몬스터는 눈 깜짝할 사이 잘린 팔을 복구해냈다.


이후 몬스터는 더는 근접 공격을 하지 않았다. 아예 나대통과 거리를 벌렸다.


10 미터 되는 간격을 확보한 몬스터는 제자리에 올곧게 섰다.


일순, 몬스터의 몸에 그려있는 타투가 달아올랐다.


동시에 나대통의 가슴팍이 펑 하고 터졌다.


나대통은 윽, 하는 외마디를 뱉으며 속절없이 뒤로 날아갔다.


폭발이 일어난 나대통의 가슴팍은 맹렬하게 타올랐다.


가슴팍의 불은 잠시 뒤 가라앉았지만, 나대통의 의식은 아직 뜨거웠다.


‘지면이 아니라···. 지정한 장소에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고?’


나대통은 그런 물음을 자신에게 던졌다.


머지않아 몬스터의 몸에 그려진 타투가 다시 달아올랐다.


또 한 번의 폭발이 일어나기 직전이었다.


나대통은 촉수를 움직여 실밥으로 이루어진 바닥 아래 파묻힌 건축물의 잔재를 꺼내 앞으로 던졌다.


펑 소리가 났다.


소리가 난 곳은 나대통의 몸이 아니었다.


폭발음은 나대통이 던진 건축물의 잔재에서 났다.


건축물의 잔재가 대신 폭발한 것이다.


나대통은 눈을 게슴츠레 떴다.


던진 건축물의 잔재는 몬스터의 일직선 위에 있었다.


따라서 폭발은 일직선.


몬스터가 시선을 준 일직선 끝에 일어난다는 뜻이었다.


그런 확신이 든 나대통은 촉수 다발을 만들어 바닥에 묻힌 건축물의 잔재를 하나하나 집었다.


그 뒤 고고하게 몬스터를 향해 걸어갔다.


실로 만들어진 길 위에서 거대한 폭음이 연쇄적으로 났다.


몬스터는 몸에 새겨진 타투를 번쩍이며 폭발을 일으켰다.


폭발은 나대통의 몸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전부 건축물의 잔재에서 일어났다.


몬스터가 폭발을 일으킬 때마다 나대통은 집고 있는 건축물의 잔재를 일직선 위로 던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초연하게 전진하고 있었다.


나대통은 느릿느릿 아무런 피해 없이 몬스터 앞에 도착했다.


나대통은 촉수 하나를 슥 들었다.


그러자 다수의 촉수가 같은 움직임으로 뒤따라왔다.


단 3초. 무수한 궤적이 창백하게 그려졌다.


그것으로 몬스터의 상반신이 무수한 퍼즐 조각처럼 뿔뿔이 조각났다.


거기에 다시 3초가 흘렀을 때였다.


몬스터의 상반신은 거짓말처럼 다시 복구되었다.


나대통은 이를 보고 촉수를 한 번 더 움직였다.


공격을 위해 나아가던 촉수가 중간에 고꾸라진 것은 강력한 풍압 때문이었다.


타투건으로 의태한 몬스터는 자신의 등 뒤에 있는 날개를 펄럭이고 있었다.


거친 바람이 주변에 칼자국을 내며 퍼져나갔다.


나대통은 거기에 한 발자국 밀려났다.


“흐읍.”


순간 나대통은 숨을 참고 발을 내딛으며 풍압을 뚫어냈다.


그렇게 밀려났던 간격을 좁히고 날카로운 촉수 공격을 가했다.


슥 소리가 나며 한 뼘 차이로 빗나갔다.


타투건으로 의태한 몬스터는 날아오르고 있었다.


거리가 1 미터쯤 벌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나대통은 급하게 촉수를 길게 쏘아냈다.


푹 소리가 몬스터의 날개에서 났다.


몬스터는 한차례 수직으로 상공을 가로질러 하늘 높이 올라갔다.


하늘 바로 아래에 도착한 몬스터는 지면을 내려다 보았다.


몬스터는 고공에서부터 목표물을 향해 폭발세례를 퍼부을 셈이었다.


그렇게 초월적인 시력으로 지면에 있을 목표물, 나대통을 찾았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지상에 나대통은 없었다.


몬스터는 순간 뒤통수에서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


몬스터는 고개를 뒤로 돌렸다.


스걱, 이라는 소리가 울린 것은 몬스터가 고개를 돌리는 것과 거의 동시였다.


몬스터의 등 뒤에 있는 날개.


그 한 쪽이 반듯하게 잘려 공중으로 흩날려가고 있었다.


날개가 있었던 자리 뒤에는 나대통이 있었다.


몬스터는 자신의 날갯죽지에 웬 하얀 촉수가 박혀있는 걸 보고 그제야 상황을 이해했다.


몬스터가 바로 대처하기 직전이었다.


나대통이 먼저 몬스터에게 달려들었다. 몬스터의 등에 하나 남은 날개가 곧 찢어졌다.


괴로움에 몸부림 치는 신음이 높은 상공에 퍼져나갔다.


나대통은 촉수를 움직이며 한 곳을 노려보았다. 얼마 안 가 촉수가 몬스터의 양 날개 뿌리에 콱 처박혔다.


자, 아까처럼 해보던가. 나대통은 그런 표정을 지었다.


몬스터는 자신의 날개를 재생하려 수 없이 힘을 주었다. 그러나 날개는 재생되지 않았다.


몬스터는 인간의 표정으로 미간을 좁혔다. 극도로 화가 난 것이다.


머지않아 몬스터와 나대통은 상공에서부터 지면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둘을 공중에서 뒤엉킨 채 필사적으로 서로를 공격했다.


치열한 공방전에서 우위를 점한 건 몬스터였다.


나대통은 촉수 공격을 쏟아냈고 몬스터는 이를 피하지 않았다. 고스란히 맞아가며 나대통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몬스터의 몸에 새겨진 타투가 번쩍 빛났고, 나대통의 몸 일부가 펑 터졌다.


나대통의 팔 한 짝이 날아갔다.


상공에서의 공방전은 그렇게 몬스터 쪽으로 굳어갔다.


몬스터의 격렬한 분노에 분위기가 기울고 있음을 나대통은 피부로 알았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었다.


팔 한 짝이 날아간 나대통은 치열한 상황에서 속에서도 쓰라린 고통을 참아내며 몬스터를 붙들어 맸다.


그 상태에서 촉수로 무자비하게 몬스터를 찔렀다.


몬스터는 지독한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로부터 폭발 소리가 연이어 들린 것은 몬스터가 촉수 공격을 맞아가는 채로, 나대통의 몸을 터뜨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대통은 폭발로 몸이 너덜너덜 해지고, 몬스터는 촉수에 관통당해 몸 곳곳이 구멍 났다.


높은 상공에서부터 쓰레기로 이루어진 지면까지 추락하는데 잠깐도 쉬지 않고 그 과정이 반복되었다.


쿵, 소리가 났다.


공방전을 벌이던 둘이 쓰레기로 가득한 지면에 떨어지며 난 소리였다.


둘은 쓰레기 속 깊숙이 박혔다.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는 쓰레기 밑에서 먼저 위로 나온 건 몬스터였다.


쓰레기를 밟고 당당히 서 있는 몬스터는 어느새 몸에 입었던 상처를 전부 복구한 채였다.


몬스터는 타투건의 외모로 키시시 웃었다.


몬스터가 지면에 떨어질 때 마지막으로 본 나대통의 모습은 사지가 폭발로 터져 버린 비참한 미물이었다.


따라서 승리는 확정되었다.


몬스터는 마치 그런 웃음을 짓고 있었다.


한순간 웃음이 뚝 끊긴 것은 몬스터가 자신의 뒤에서 이상한 기척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몬스터는 뒤를 돌았다.


거기에는 터진 사지가 깨끗하게 복구된 나대통이 있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를 몬스터가 알리 없었다.


그 원인은 다름 아닌 촉수. 나대통은 지면으로 떨어질 때까지 몬스터의 등에 박아두었던 촉수를 떼지 않았다.


다시 말해 몬스터의 체력을 흡수하고 있었다.


건재한 나대통은 천천히 몬스터를 향해 걸어갔다.


그런 나대통의 모습에 몬스터는 당황했다. 얼른 능력을 쓰기 위해 몸에 그려진 타투를 달아오르게 했다.


그러나 새겨진 타투는 달아오르다가 도로 식어버렸다.


힘을 모조리 나대통에게 뺏겨버린 탓이었다.


어느새 나대통은 몬스터 앞에 도착해 있었다.


순간 서걱 하는 소리가 났다.


나대통의 촉수 하나가 몬스터의 왼팔을 자른 데서 난 소리였다.


몬스터의 팔은 전처럼 빠르게 재생되지 않았다.


아주 느릿하게 재생되고 있었다.


나대통은 이를 보고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


승리의 이름을 가진 신이 누구 편을 들었는지 나대통은 확신했다.


나대통은 가벼운 마음으로 촉수를 휘둘렀다.


그러자 몬스터의 오른팔이 잘려나갔다.


타투건으로 의태한 몬스터는 이제 몸통과 두 다리.


그리고 머리밖에 남지 않았다.


나대통은 망설임 없이 촉수를 휘둘러 몬스터의 다리를 하나씩 잘라내었다.


몸통과 머리만 남은 몬스터는 두 다리를 잃고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둘의 눈높이가 다르게 되었다.


몬스터가 나대통을 위로 치켜볼 수밖에 없었다.


나대통은 그 상태에서 마지막 일격을 가하기 위해 촉수를 들어 올렸다.


몬스터의 목을 노리는 나대통은 촉수에 힘을 꽉 주었다.


그렇게 마지막 일격이 가해지는 순간.


나대통은 쿨럭 하고 피를 토해 냈다.


나대통은 뭐지 싶어 자신의 몸을 내려보았다.


몬스터에게 공격받은 곳은 없었다.


상처 하나 없이 건재한 몸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머릿속을 갉아먹는 고통이 점점 거세지는 건지, 나대통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나대통은 다시 한번 크게 피를 토했다.


몸 곳곳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긁어내고 깎아내고 찢어지는 느낌이 이리저리 뒤섞여 의식을 잡아 뜯고 있었다.


기어이 초점까지 흐릿해졌다.


나대통은 그제야 알았다.


공격을 받은 것도 아닌데 몸이 고통스러운 원인.


그건 중년의 남자에게서 받은 알약 탓이었다.


받아 먹은 알약이 몸에 흐르는 기운을 역류시키고 있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부작용이었다.


“늙다리 새끼가···.”


나대통은 그렇게 지껄였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오히려 고통만 더 깊게 느껴지고 있었다.


이대로면 쓰러진다.


나대통은 그렇게 생각하며 휘청거렸다.


‘적어도 촉수를 휘두를 힘만 있어도.’


하지만 촉수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다 죽어가던 몬스터가 자신의 몸을 야금야금 복구하는 게 보였다.


이대로 가다간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 버릴 지도 모른다.


그런 사고에 다다른 나대통은 한 가지 선택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나대통은 남은 힘을 모두 짜내 주머니에 있는 물건을 꺼냈다.


오돌토돌한 별사탕 모양의 알약.


나대통은 그걸 손 위에 올려놓고 아주 잠깐 망설이다가 자신의 입안에 넣었다.


목 넘김 소리는 앞에 있는 몬스터의 몸이 복구되는 것보다 한발 앞서 있었다.


거짓말처럼 서서히 몸에 기운이 돌기 시작한다.


나대통은 눈에 힘을 주었다. 희미해지던 시선이 또렷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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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촉수 스물하나 23.04.05 29 1 11쪽
20 촉수 스물 23.04.04 35 1 12쪽
19 촉수 열아홉 23.04.01 31 1 12쪽
18 촉수 열여덟 23.03.31 23 1 11쪽
17 촉수 열일곱 23.03.30 39 1 11쪽
16 촉수 열여섯 23.03.28 28 1 11쪽
15 촉수 열다섯 23.03.26 21 1 11쪽
14 촉수 열넷 23.03.24 34 1 11쪽
13 촉수 열셋 23.03.23 32 1 12쪽
12 촉수 열둘 23.03.22 30 1 12쪽
11 촉수 열하나 23.03.19 23 1 12쪽
10 촉수 열 23.03.18 29 1 11쪽
9 촉수 아홉 23.03.17 32 1 12쪽
8 촉수 여덟 23.03.16 26 1 11쪽
7 촉수 일곱 23.03.15 35 1 12쪽
6 촉수 여섯 23.03.14 47 1 11쪽
5 촉수 다섯 23.03.13 57 1 11쪽
4 촉수 넷 23.03.13 42 1 13쪽
3 촉수 셋 23.03.13 51 1 14쪽
2 촉수 둘 23.03.13 60 1 14쪽
1 촉수 하나 23.03.13 15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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