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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기돌발 오징어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oneday7
작품등록일 :
2023.03.13 11:14
최근연재일 :
2023.04.19 13:1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1,100
추천수 :
29
글자수 :
154,172

작성
23.04.0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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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촉수 열아홉

DUMMY

19




자정부터 시작한 편집작업은 아침이 돼서야 끝났다.


피곤하다고 소리치는 몸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영상 게재까지 마무리 지었다.


영상물을 올리고 얼마 안 가서였다.


정말 거짓말처럼 만든 영상물이 3위 자리를 꿰찼다.


댓글도 호의적이었다.


‘깔끔하진 않지만 목숨 걸고 잡는 게 멋있었다’라거나.


‘의태화가 몬스터를 이런 식으로 잡는지 처음 알았다’라거나.


제일 많은 댓글은 ‘예쁘다’였다.


하지만 이건 1위 2위 영상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면에서는 1위 2위 쪽이 팬덤이 더욱 두꺼웠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시청자의 눈을 끌었다는 거다.


그것도 기존의 3위를 제칠 정도로.


이런 식이면 속편은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나대통은 곧장 스마트폰을 열어 AK에게 전화를 걸었다.


“썅.”


무심코 비속어를 뱉어버렸다. 6번이나 걸었는데도 통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나대통은 책상을 쾅 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다 표 받고 싶다며! 근데 왜 이렇게 굼뜬 건데!”


나대통은 아침 밥도 잊은 채 다시 ₩시로 향했다.


₩시로 가는 내내 생각했다.


솔직히 말해서 AK가 굼뜰수록 자신에게는 더 좋았다.


일을 안 하는데 돈이 들어오는 거니까.


그런데 굳이 이렇게 나서는 건 AK에게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모래알 같은 수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한 번이라도 좋으니 기회가 오길 기다린다.


하루하루 쳇바퀴 도는 삶을 사는 사람에게 있어 기회란 무언가 바뀔 수 있는 힘이자 희망 그 자체다.


불과 며칠 전까지 자신은 그런 희망조차 없이 살아왔었다.


그런데 어느새 눈 떠보니 기회가 코앞에서 반딧불이처럼 떠다녔다.


그러면 이때다 싶어 확 잡아채야 정상 아니냐고.



*

*

*

*

*



나대통은 ₩시로 들어가기 직전. 초소형 카메라를 사서 자신의 몸에 달았다.


100만 원이란 돈을 주었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다.


이걸로 영상은 알아서 찍힐 것이다.


그 뒤에 밥도 든든하게 먹고 쪽잠도 조금이나마 잤다.


이걸로 준비는 끝마쳤다.


나대통은 곧장 ₩시에 진입하여 평범한 몬스터보다 규격이 큰 몬스터를 찾았다.


얼마 안 가 거대한 개구리 한 마리 발견했다.


단숨에 잡아내자 AK와 같이 있었을 때처럼 공간이 이동되었다.


마주한 공간도 이전과 다를 게 없었다.


공간의 크기나 나오는 몬스터나 전부 그대로였다.


그냥 새로고침 된 장소에 온 것 같았다.


나대통은 잡다한 생각은 전부 던져버리고, 몬스터를 죽이며 마주하는 공간을 계속해서 쭉쭉 치고 나갔다.


이전에는 보스 방까지 도착하는데 하루가 걸렸다.


이번에는 딱 세 시간 걸렸다.


이렇게까지 시간을 단축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공간의 위치나 방향을 전부 기억하고 있어서보다도, 자신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기 때문이었다.


나대통은 쉬지 않고 바로 ‘거대 거미’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거대한 거미는 나대통과 마주하자마자 나대통의 기다란 촉수에 두 조각 나버렸다.


이후 인간으로 각성한 거미도 단 몇 분 만에 조각나 숨을 다했다.


나대통은 죽은 거미의 몸속에 코드가 없자 사체를 발로 뻥 차며 공간의 끄트머리로 갔다.


거기에는 위로 가는 수정구슬과 아래로 가는 수정구슬이 있었다.


나대통은 망설임 없이 아래로 가는 수정구슬에 손을 갖다 댔다.


나대통이 푸른 빛에 휩싸이고 실내에서 사라진 순간은 눈 깜짝하는 시간보다 짧았다.



*



훅 하고 다른 공간으로 이동되었다.


제일 먼저 천장이 보이길래 분명 바닥으로 떨어질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푹신한 기분이 들었다.


“뭐야, 이년은.”


불쑥 그런 말이 들려왔다.


나대통은 뒤늦게야 자신의 뒤통수가 모르는 여자의 가슴에 박혀있다는 걸 알았다.


재빨리 뒤통수를 뗐다. 그 뒤 상황을 파악했다.


사방이 벽으로 이루어진 작은 공간.


나대통은 작고 답답한 공간에 있었다.


무슨 장소가 우리 집 원룸보다 작아.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문제는 이곳에 자신이 모르는 여자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2명이나 말이다.


그 중 1명은 방금 떨어질 때 쿠션이 되어준 여자였다.


이십 대로 보이며 키가 대충 181cm. 운동선수를 할법한 키였으나 몸은 상당히 여렸다.


두툼한 느낌은 전혀 없고 어디 잘못 부딪히기라도 했다간 금방이 멍이 들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여리지만 말 걸기가 어려운 건 전신에 새겨있는 타투 탓이다.


옷도 장난이 아니었다. 헐렁한 나시 한 장에 스포츠 레깅스라니.


어디 으슥한 곳에서 만났다면 있는 돈을 몽땅 털릴 것 같았다.


그런 여성이 허리춤까지 기른 자신의 포니테일을 휙 치더니, 시선을 마주해왔다.


눈매가 사나워 도저히 눈을 마주치지 못하겠다.


시선 처리가 꼬여 사나운 여성의 뒤편으로 눈길이 갔다.


거기에는 또 다른 여자가 있었다. 분위기가 전혀 다른 여자아이였다.


일단 키가 작다.


중학교에 막 입학한 학생의 키가 딱 저만 하지 싶다.


체형도 얼굴도 너무 어렸다.


무심코 보호자를 찾게 되는 병아리 같은 인상이었는데 한편으로는 부호의 막내딸 같은 느낌도 들었다.


양 갈래로 땋은 머리 스타일의 영향이려나.


하여간 보기 드문 그 머리칼에서 돈 냄새가 진하게 났다.


잘 보니 여자아이가 입은 하얀 점퍼와 청바지. 둘 다 고가 브랜드였다.


아마 짐작이 맞는 듯하다.


계속 여자아이를 보고 있어서였을까.


여자아이가 입을 열었다.


“뭘··· 그렇게 빤히 보는데.”


그러면서 약간 뒤로 주춤하는 게 보였다.


나대통은 민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해요. 이곳에서 사람을 볼 줄은 몰랐거든요.”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긴 해.”


그렇게 대꾸한 것은 여자아이 쪽이 아니었다.


그 옆에 있는 키 큰 여자가 한 말이었다.


키 큰 여자는 사나운 눈썹을 한 쪽으로 치켜뜨고 말을 이어갔다.


“당신, 플랫폼에 3위인 BJ지?”

“선수 네임이 뭐더라···.”


본의 아니게 이름이 알려진 것 같았다.


나대통은 기쁜 마음에 바로 대답하려고 했다.


그러지 못한 것은 여자아이가 먼저 말했기 때문이다.


“···선수 네임 크라켄이잖아.”

“3위 이름 정도는 외워둬···.”


“아하, 맞아 그랬지.”

겉모습이랑 잘 어울리는 네임이라고 생각했어.”


갑작스러운 칭찬에 왠지 모르게 부끄러웠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둘.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잠시 뒤에 어, 하고 외마디를 뱉어버렸다.


그도 그럴게 뒤늦게 기억났기 때문이다.


나대통은 침을 한 번 삼켰다. 그다음 얼떨떨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 두 분은 혹시···?”


거기까지 말했는데, 키 큰 여자 쪽이 불쑥 악수를 건네왔다.


“나는 선수 네임 타투건. 잘 부탁해.”


나대통은 그 손을 잡았다.


플랫폼 1위 영상의 주인공. 타투건의 손은 가녀리면서도 힘이 느껴졌다.


타투건은 AK의 둘째 언니였다.


플랫폼 1위 영상을 보면 타투건의 실력이 얼마나 출중하면서 알 수 있었다.


악수를 하고 난 뒤였다.


이번에는 뒤에 있는 여자아이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나는 선수 네임 워터피스톨이야.”

“다들 편하게 워터라고 불러.”

“겉모습은 어려 보여도 28살이니까 오해하지 마.”

“그게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거야.”


나이와 얼굴이 이렇게까지 비례하지 않는 건 처음 봤다.


나대통은 두 눈이 커졌다. 이를 감추기 위해 얼른 인사하는 척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보니 워터피스톨은 AK의 셋째 언니였다.


겉모습만 보면 AK보다 훨씬 동생 같았다.


정말이지 인체의 신비란 건 영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나대통은 잠깐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바로 했다.


통성명은 이걸로 끝났다.


이제 이 둘이 왜 여기 있는지 알고 싶었다.


“두 분은 언제부터 여기 오신 건가요?”


“얼마 안 됐어. 한 시간 정도 됐을까.”


그렇게 말한 건 타투건이었다.


타투건은 허리를 꼿꼿이 편 채 사방을 둘러보면서 이런 뒷말을 붙였다.


“몬스터도 없고 다음 방으로 가는 장치도 없어.”

“꾸준히 찾아보고 있는데 워터가 뚝 떨어지더라고.”


그다음 말을 이어간 건 키가 작은 워터였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크라켄이 떨어졌고.”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보았다.


둘 다 이곳으로 오기 전 밑으로 가는 수정구슬을 만졌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곳은 일종의 광장인 것 같았다.


밑으로 가는 자들만 모이게끔 설계된 광장.


그런 추측을 하고 있을 때였다. 느닷없이 드드드 소리가 났다.


무거운 쇠문이 열리는 소리였다.


나대통은 소리가 난 정면을 바로 보았다.


거기에는 방금까지 벽이었던 공간이 거짓말처럼 문이 되어 열려 있었다.


거기에는 벽이었던 공간이 거짓말처럼 문이 되어 열려 있었다.


“뭐야. 머릿수가 차야 열리는 거였나?”


타투건은 가소롭다는 투로 말한 뒤 바로 앞을 향해 걸어갔다.


겁 없이 나아가는 건 워터도 마찬가지였다.


둘 다 자신감이 장난 아니네.


나대통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


도착한 방은 이전보다 훨씬 컸다.


트럭 다섯 대 정도는 넉넉히 주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장소에 각기 다른 문이 있었다. 왼쪽, 정면, 오른쪽 이렇게 총 3개였다.


“한 사람이 한 관문씩 통과하라는 건가?”


나대통은 곰곰이 생각하다 그렇게 말했다.


“아마도 그런 것 같은데.”


말을 거든 것은 워터였다.


워터는 점퍼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목을 길게 빼곤 이런 말을 덧붙였다.


“어떡할 거야, 언니?”


“둘 다 가만히 있어 봐.”


작전을 세워 하나하나 공략할 셈인가.


겉모습과 다르게 머리를 쓰는 타입인가 보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였다. 눈치 챘을 때는 타투건이 중앙에 있는 문으로 들어간 후였다.


나대통은 뭐지 싶어 얼떨떨한 표정이 되었다.


문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게 아니었나?


어째서 혼자 들어간 거지 아리송했다.


도저히 알 수 없어 멍하니 중앙만 보고 있었다.


정말 짧은 시간이었다.


중앙의 문으로 들어갔던 타투건이 저벅저벅 걸어나왔다. 한 손에는 거대한 사마귀 머리를 또 한 손에는 타투시술을 할 때 쓰는 총을 들고 있었다.


“아, 어려웠다.”


타투건은 먼지 터는 투로 말하더니 사마귀 머리를 바닥에 툭 던졌다.


또르르 굴러가는 사마귀 머리를 자세히 보았다.


사마귀이지만 인간처럼 이목구비가 뚜렷했다.


나대통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이 사마귀는 일반 몬스터와 다르다.


상당히 강하다. 보스 몬스터로 나올 정도로 말이다.


다시 말해 이건 타투건이 그 이상으로 강하다는 뜻이었다.


뭐랄까. 놀랄만한 실력에 숨이 턱 막혔다.


나대통이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았을 때였다. 타투건은 또다시 자리에서 사라져 있었다.


“엥. 어디 가셨어요?”


그렇게 묻자 워터는 점퍼에 손을 꾹 질러 넣은 채로 느긋이 대답했다.


“왼쪽 문으로 가던데?”


그런 말이 나오고 나서 5분도 안 지났을 때였다.


다시 돌아온 타투건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사마귀 머리를 들고 있었다.


“아, 이번에는 진짜 진짜 어려웠다.”


그렇게 말하면서 사마귀 머리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때마침 문 너머로 불어온 바람에 타투건의 포니테일이 찰랑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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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촉수 스물셋 23.04.11 36 1 11쪽
22 촉수 스물둘 23.04.07 35 1 11쪽
21 촉수 스물하나 23.04.05 29 1 11쪽
20 촉수 스물 23.04.04 35 1 12쪽
» 촉수 열아홉 23.04.01 32 1 12쪽
18 촉수 열여덟 23.03.31 24 1 11쪽
17 촉수 열일곱 23.03.30 39 1 11쪽
16 촉수 열여섯 23.03.28 28 1 11쪽
15 촉수 열다섯 23.03.26 21 1 11쪽
14 촉수 열넷 23.03.24 34 1 11쪽
13 촉수 열셋 23.03.23 32 1 12쪽
12 촉수 열둘 23.03.22 30 1 12쪽
11 촉수 열하나 23.03.19 23 1 12쪽
10 촉수 열 23.03.18 29 1 11쪽
9 촉수 아홉 23.03.17 32 1 12쪽
8 촉수 여덟 23.03.16 26 1 11쪽
7 촉수 일곱 23.03.15 35 1 12쪽
6 촉수 여섯 23.03.14 47 1 11쪽
5 촉수 다섯 23.03.13 58 1 11쪽
4 촉수 넷 23.03.13 42 1 13쪽
3 촉수 셋 23.03.13 51 1 14쪽
2 촉수 둘 23.03.13 60 1 14쪽
1 촉수 하나 23.03.13 15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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