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오늘도 행복하시길.

돌기돌발 오징어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oneday7
작품등록일 :
2023.03.13 11:14
최근연재일 :
2023.04.19 13:1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1,053
추천수 :
29
글자수 :
154,172

작성
23.03.26 12:10
조회
20
추천
1
글자
11쪽

촉수 열다섯

DUMMY

15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계속해서 움직이는데도 몬스터가 없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그건 다른 선수BJ 여러 명이 가까운 거리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도착할 즈음엔 이미 다른 선수가 몬스터를 전부 도륙 내고 자리를 뜬 것이다.


그 탓에 이렇게 3시간 동안 허탕을 친 거였다.


드디어 상황의 흐름을 이해했다.


한편 조금 의아한 부분도 있었다.


다른 BJ는 도대체 어떻게 우리가 가는 곳마다 한발 앞서 몬스터를 잡은 걸까.


적어도 한 번은 마주쳐야 정상이었다.


타이밍이 절묘해도 너무 절묘하다.


연락을 주고받으며 한 명을 골리기로 작정하지 않는 이상, 이런 상황이 나오기란 쉽지 않다.


마치 BJ들에게 간접적으로 공격받는 느낌이었다.


애초에 이들은 출마자도 아니다.


적대할 이유가 없는데 어째서?


‘뭔가 밉보일 짓을 해버린 건가.’


이해는 안 가지만 먼저 그렇게 가정했다.


그렇다면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할 건 위치였다.


다른 BJ가 고의로 못살게 구는 게 틀림이 없다면, 놈들은 이쪽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고 있을 확률이 컸다.


“이제 출발 좀 하죠? 계속 움직여야 몬스터가 보일 거 아녜요?”


AK가 언짢은 음성으로 말했다.


나대통은 그 말에 자리에서 번쩍 일어나 물었다.


“우리 방송 안 켜고 있는 거 맞죠?”

“아까 저한테 몬스터를 잡을 때요.”

“그때부터 켤 거라고 했잖아요. 그죠?”


“아 음, 정확히 말하면 지금도 켜져는 있죠.”

“근데 화면이 까매서 안 켠 거나 다름없어요.”

“그냥 위치만 확인할 수 있게끔 해둔 거죠.”


“······? 아니. 뭔 말인데요?”

“다른 사람이 우리 위치를 알 수 있게 해뒀다는 거예요?”

“아니 진짜 도대체 뭣하러요?”


“이게 그렇게 역정까지 낼 일이에요?”

“혹시나 위험 상황을 대비해서 당연히 켜두는 게 맞죠!”

“우리가 위험하면 누가 도우러 오는데요?”


나대통은 어이가 없어 촉수를 꼬아가며 성을 냈다.


“걔들이 그걸 보고 도우러 올 것 같아요? 무서워서 같이 도망가겠지!”

“그런 꼼수 부릴 바에 위험할 땐, 그냥 시(市)에 전화 갈기고 튀면 된다고요!”


“그래도 혹시라는 게 있는 거잖아요!”


혹시는 무슨. 이 빡대가리 같은 년.


사회는 개인에게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는 그런 선한 존재가 아니라고.


사회는 약한 사람 등 처먹는 지옥 같은 곳이라고.


자신이 왜 이런 상황에 놓인 건지 파악조차 못한다니.


도대체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만 자라 온 거야?


나대통은 이제껏 참아왔던 화가 한 번에 터져버렸다.


순간 ‘짝’ 소리가 난 것은 나대통이 저도 모르게 자신의 촉수로 AK의 엉덩이를 갈겨버려서다.


“으항!”


AK는 엉덩이를 맞자마자 그런 소리를 냈다.


나대통은 순간 자신의 행동에 아차 싶었으나 이내,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닫고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AK가 불같이 화를 낼 때도 나대통은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거기에 실수였다는 대답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AK가 울먹거리다 못해 정말 울려고 할 때였다.


나대통은 다독이긴커녕 촉수를 움직였다. 노리는 것은 AK의 스마트폰이었다.


나대통은 무자비하게 AK의 스마트폰을 뺏앗았다.


그다음 스마트폰에 켜져 있던 방송을 뚝 꺼버렸다.


“자, 이제 가요.”


나대통은 그런 말을 한 뒤에야 AK에게 스마트폰을 돌려주었다.


그 뒤 10분 정도 말없이 걸었을까. 정말 거짓말처럼 몬스터가 나오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울먹이던 AK는 몬스터가 나오자 그제야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AK가 다시금 라이브 방송을 켜려던 차였다.


나대통은 정색하고 말했다.


“일반 동영상으로 찍었다가 나중에 편집해요.”

“지금은 녹화하라는 거예요.”


“라이브로 진행하지 말자고요?”


“네, 제 말대로 해요.”


AK가 왜 그런지 이유를 물었지만, 나대통은 정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나대통은 스스로 생각해보라는 말을 툭 던졌다. 그리곤 주변에 널린 개구리 몬스터를 잡기 시작했다.


AK는 나대통의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으면서 불편한 얼굴로 고민했다.


개구리 몬스터가 남김없이 처참한 죽임을 당한 뒤였다.


AK는 개구리의 사체를 보곤 마침내 위화감이 들었다.


배를 뒤집어 깐 채 죽어있는 대량의 개구리 몬스터.


이렇게 많은데도 여태껏 발견할 수 없었다는 점이 도무지 말이 안 된다.


AK는 그런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제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었다는 거네요?”


개구리 사체에서 큐브를 수집하던 나대통이 거기에 답했다.


“알면 됐어요. 자, 다 수집했으니까 계속해서 이동해봐요.”


“뭐 다 좋은데··· 그렇다고 엉덩이를 때릴 것까진.”


뒷말을 덧붙이려던 AK는 말을 그만두었다.


나대통이 말도 안 끝났는데 앞을 향해 걷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AK는 뭔가 무시 받는 느낌이 들어 불쾌감이 들었다.


실수한 건 맞지만 이 정도 처우를 받을 일인가 싶었다.


얼마 안 가 또 다른 개구리 몬스터가 나오는 구역으로 접어들었을 때였다.


AK는 곧장 사냥을 시작하려던 나대통을 붙잡았다.


AK는 촬영 중인 스마트폰을 나대통에게 던지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는 그쪽이 찍으세요.”


그런 말을 던지고 난 뒤였다.


AK는 무거운 권총 두 개를 허공에 소환해냈다.


AK는 권총 두 개를 잡아챈 뒤, 그 즉시 전방으로 뛰어나갔다.


시원한 총소리가 연쇄적으로 들렸다.


주변에 있던 개구리 20마리는 한 마리 한 마리 순서대로 미간에 총알이 박혀 죽었다.


총알 낭비 없이 정확히 1발에 1마리씩이었다.


깨끗하게 20발로 개구리가 정리되었다.


전투 상황이 마무리 된 뒤였다.


AK는 먼 발치에서 이 장면을 보고 있을 나대통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 정도면 나를 무시할 수 없을 거다.


AK는 그런 심정으로 나대통을 보았다가 저도 모르게 울화가 치밀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대통은 AK쪽은 쳐다도 안 본 채 촉수로 콧구멍을 후비고 있었다.


“개빡치네.”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말을 뱉은 AK는 권총을 들어 나대통을 겨냥했다.


지금 쏘면 모를 지도. AK가 그렇게 중얼 거리고 있는 사이였다.


한순간 땅이 흔들렸다.


AK는 흔들리는 지면 위에서 어떻게든 균형을 잡았다. 그러면서 본능적으로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싸한 느낌이 허리를 따라 내려간다. AK는 그런 감각에 제자리를 황급히 벗어나려 했다.


AK가 급하게 한 발짝 움직였을 때였다.


이미 늦었다. 라고 AK가 되뇐 것은 머리 위로 건물만 한 개구리가 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AK는 보았다.


개구리의 배 밑은 뾰족한 가시가 몇십 개나 돋아나 있었다.


내려앉는 순간 머리고 몸이고 숭숭 꿰뚫려 죽는다.


한순간 긴장을 푼 것으로 이런 결말을 맞다니.


AK는 눈을 질끈 감았다. 곧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 머리를 덮쳐올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몇십 초가 지나도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기분 좋은 향기가 코를 간질이고 있었다.


AK는 뭔가 이상하다 싶어 눈을 떴다.


그러자 흩날리는 머리칼 속에 하얀 촉수가 달린 여성이 보였다.


피가 섞인 듯한 외모의 여자가 자신을 껴안은 채로 서 있었다.


“정신이 들었으면 퍼뜩 인나요.”


AK를 향해 톡 쏘는 말이 던져졌다.


AK는 떨떠름한 마음을 감추며, 나대통의 도움을 받아 땅에 섰다.


자신의 몸에서 낯선 채취가 남아있음을 알게 된 AK는 뭔가 기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그건 일종의 두근거림이었다.


이를테면 추운 장소에 있다가 따뜻한 곳을 들어갔을 때의 두근거림.


따뜻함에 휘감기는 두근거림이라고 표현하는 게 그나마 알맞을 것 같았다.


AK가 그 같은 생각에 잠겨 있는 차였다.


나대통이 촉수를 움직여 AK에게 꿀밤을 먹였다.


“정신 빠딱빠딱 안 차려요?”

“뭘 멍하니 보고 있어요 지금.”


AK는 그제야 퍼뜩 몸을 바로 했다.


나대통은 마음 같아선 AK를 더 때리고팠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 멍한 태도가 말이나 되냐고.


나대통은 그런 푸념에 한숨이 나왔다. 한숨을 쉬던 입을 얼마 안 가 닫아버렸다.


건물처럼 큰 개구리가 펄쩍 뛰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떨어지는 곳은 아마도 이곳.


나대통은 그렇게 직감하자마자 급하게 말했다.


“정신 차렸으면 후딱 저리로 가요.”

“떨어져 있으라는 말이에요.”


AK가 제자리를 박차고 빠르게 멀어져 갔다.


얕은 호흡을 3번 정도 할 수 있을 만한 시간이 흘렀다.


곧 나대통이 홀로 서 있는 곳 위로 건물만 한 개구리가 내려앉았다.


푸직 하는 사람 깔려 터져 죽는 소리가 원래라면 들려야 했다.


개구리의 배에 뾰족한 가시가 달려 있으니 최소한 푹 이라는 소리라도 나야 했다.


푹, 푸직 어느 소리도 나지 않았다.


대신 거대한 개구리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울려 퍼졌다.


이내 개구리는 입 밖으로 피를 확 쏟아내곤 옆으로 고꾸라졌다.


고꾸라지면서 뒤집어 깐 배에는 뾰족한 가시가 전부 깨져있었다.


게다가 그 중심엔 동그란 구멍까지 나 있었다.


멀리서 이를 본 AK는 입이 약간 벌어졌다.


자신이 본 장면이 거짓임이 아님을 믿기 힘들어 했다.


AK는 의문이 들었다.


만약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저처럼 한순간에, 가시를 부수고 배에 구멍을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


아니. 도망치는 게 고작이다.


처음에는 도망조차 못 쳤다.


AK는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매혹적이면서도 강압적인 목소리가 들려서였다.


AK는 모든 생각을 접고 앞을 보았다.


“또 꿀밤 맞을래요? 빨리 안 와요?”


AK에게 말한 것은 나대통이었다.


나대통은 원래 있던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은 채였다.


나대통이 말하자 AK는 그 앞으로 달려갔다.


AK는 부리나케 달려가면서도 떨떠름 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AK는 금세 나대통 앞에 도착했다. 그 뒤 눈으로 나대통과 개구리를 번갈아보았다.


그때였다. 나대통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 개구리. 아직 숨이 붙어있거든요.”

“죽일지 말지 정하기 전에 뭣 좀 물어볼게요.”

“이 개구리. 보스 몬스터 맞아요?”


AK는 눈을 껌뻑이다가 나대통의 끝말을 따라 했다.


“보스 몬스터요? 어···. 어? 보스 몬스터?”


“더듬는 거 봐선 잘 모르는 것 같은데, 그렇죠?”


“아, 아마도 이 녀석이 보스 몬스터가 아닐까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1년 동안 비가 온 지역인데 보스가 이렇게 약할 리가 없어요.”


AK는 그 말에 머리가 아팠다. 먼저 짚고 넘어가자면 건물만 한 개구리는 약하지 않았다.


그럼 이보다 강한 몬스터가 ₩시에 존재한다는 건데, AK는 그 사실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들고 있는 총으로 개구리를 겨눴다.


개구리가 죽어 비가 그친다면 보스였던 셈이 된다.


AK는 그런 생각에 건물만 한 개구리를 무자비하게 쏘았다.


총알 세례는 나대통이 말리기도 직전에 끝이 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돌기돌발 오징어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9 촉수 스물아홉 23.04.19 20 1 12쪽
28 촉수 스물여덟 23.04.18 44 1 12쪽
27 촉수 스물일곱 23.04.16 19 1 11쪽
26 촉수 스물여섯 23.04.15 25 1 11쪽
25 촉수 스물다섯 23.04.14 25 1 12쪽
24 촉수 스물넷 23.04.13 21 1 13쪽
23 촉수 스물셋 23.04.11 29 1 11쪽
22 촉수 스물둘 23.04.07 35 1 11쪽
21 촉수 스물하나 23.04.05 29 1 11쪽
20 촉수 스물 23.04.04 35 1 12쪽
19 촉수 열아홉 23.04.01 30 1 12쪽
18 촉수 열여덟 23.03.31 23 1 11쪽
17 촉수 열일곱 23.03.30 38 1 11쪽
16 촉수 열여섯 23.03.28 28 1 11쪽
» 촉수 열다섯 23.03.26 21 1 11쪽
14 촉수 열넷 23.03.24 31 1 11쪽
13 촉수 열셋 23.03.23 32 1 12쪽
12 촉수 열둘 23.03.22 29 1 12쪽
11 촉수 열하나 23.03.19 22 1 12쪽
10 촉수 열 23.03.18 28 1 11쪽
9 촉수 아홉 23.03.17 32 1 12쪽
8 촉수 여덟 23.03.16 26 1 11쪽
7 촉수 일곱 23.03.15 35 1 12쪽
6 촉수 여섯 23.03.14 45 1 11쪽
5 촉수 다섯 23.03.13 56 1 11쪽
4 촉수 넷 23.03.13 41 1 13쪽
3 촉수 셋 23.03.13 50 1 14쪽
2 촉수 둘 23.03.13 58 1 14쪽
1 촉수 하나 23.03.13 147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