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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기돌발 오징어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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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day7
작품등록일 :
2023.03.13 11:14
최근연재일 :
2023.04.19 13:10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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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수 :
154,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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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3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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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수 열여덟

DUMMY

18




거대한 촉수를 들어 올렸다. 상상 속 동물의 다리가 움직이는 기분이었다.


바다 표면에 이런 촉수가 하나라도 나타난다면 사람은 신화가 실존했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 만큼 촉수는 박력있고 웅장했다.


한순간 썰둑 소리가 났다. 각성한 거미가 왜 인지 반으로 갈라져 있었다.


그냥 직선으로 휘두르기만 했다. 그것 외엔 한 게 없는데.


나대통은 믿기지 않았지만 촉수를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휘둘렀다.


재생할 틈을 줘서는 안 됐다.


각성한 거미를 몇 십 번이고 반복해서 잘라내고 토막냈다.


채 써는 듯한 소리가 한참이나 이어진 후였다.


피가 뒤섞인 먼지가 한가득 피어올랐다.


어느새 각성한 거미는 사라지고 조각나 버린 사체 조각만 쌓여 있었다.


모든 게 끝났음을 직감한 나대통은 스르르 주저 앉았다.


일어날 힘이 없었다. 비명조차 안 나오는 고통만 몸을 휘돌고 있었다.


시야는 진작에 꺼졌고 의식마저 흐릿해져 갔다.


순간, 머리에 달린 거대한 촉수가 제멋대로 움직였다.


촉수가 무언가를 쥐고 쭉 빨아먹기 시작한다.


나대통은 자신의 촉수가 무엇을 흡수하는지 알지 못한 채 결국 의식이 끊기고 말았다.





약간의 시간이 흘렀다.


다시 눈 떴을 때는 AK의 무릎 위였다.


“아, 아?”


나대통은 외마디를 뱉은 직후 불쑥 일어났다.


쿵, 소리가 났다. 이마가 AK의 턱에 부딪혔다.


“윽.”


나대통은 이마를 비볐다.


알 수가 없었다. 이마를 비비는데 왜인지 AK가 웃고 있었다.


자기도 아플 텐데 왜 웃는 거지. 나대통의 그런 궁금증은 얼마 안 가 금방 풀렸다.


아까까지 구멍 난 자신의 몸이 멀쩡하게 되돌아와 있었다.


AK가 웃는 이유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아마도.


“정신이 들어요?”


“네. 덕분에 확 깼어요.”


AK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장난이 아니라 정말 괜찮은 거 맞죠?”


사실 아직 몸 곳곳이 쑤셨다.


나대통은 일부러 자리에서 일어나며 기지개를 켰다.


그제야 AK는 긴 숨을 내뱉었다.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몇 시간이나 기절한 거예요, 저?”


“몇 시간도 아니에요. 한 10분도 정도에요.”


고작 그것 밖에 안 지났는데 몸이 완벽하게 복구된다고.


기절하기 전 촉수가 뭘 먹던데. 그것 때문인가.


나대통은 조금 놀라 턱을 비스듬히 기울였다.


“의태화 능력은 멋있네요.”

“자가 회복 능력도 있고.”

“아, 정말 다행이에요.”


AK가 안심하는 음성으로 말했다.


설명할 필요 없이 제멋대로 이해해주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나대통은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선수가 된 것이 일생일대의 행운이라고 말이다.


비록 성에 대한 정체성은 거꾸로 바뀌었지만 예전이었다면 이 어려운 상황을 헤쳐가지 못 했을 것이다.


“아, 일어났으니까 이거 받아요.”


AK가 손 꼭 쥐고 있던 것을 건넸다. 잘 보니 큐브였다.


섬세한 눈 결정이 큐브 속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나대통은 조심스럽게 큐브를 건네받았다. 의외로 큐브는 차가웠다.


큐브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는 사이였다.


머리칼에서 촉수 하나가 빼꼼 튀어나왔다. 그리고 큐브를 건드렸다.


한순간 떠다니는 먼지까지 보일 정도로 주변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것도 잠시.


주변을 밝히던 빛이 하나의 줄기가 되어 한 곳으로 서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빛이 향하는 방향은 아주 가까이 있었다.


나대통의 몸으로 빛이 기다란 뱀처럼 꼬물꼬물 들어갔다.


‘CODE 2302 초경질 엘라스틱.’

‘주무기에 탄성을 추가합니다.’

‘주무기는 경도와 강도를 두루 갖춥니다.’


설명이 한 번에 와 닿지 않았다.


실험 삼아 천장에 촉수를 겨냥해보았다.


‘CODE 2302.’


순식간이었다. 푹-, 소리가 났을 때는 이미 촉수가 천장에 박혀 있었다.


천장까지 4 미터 정도 된다.


그런데도 촉수는 그 길이만큼 가뿐하게 늘어나 있었다.


“그게 새로운 얻은 능력이에요?”


AK가 그렇게 물어왔다.


“그런가 봐요.”


촉수를 원대로 되돌렸다.


AK는 그 장면을 보고 부러워하기보다 수고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대통은 뭐라고 대답할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입을 열었다.


“이번 고비 넘겼으니 다음에는 좀 더 잘할 수 있죠 우리?”


사실 합이 좀 맞았다면 극한의 상황까지 안 가고도 이길 수 있는 힌트를 찾았을지 모른다.


“노력해볼게요···.”


영 시원찮은 대답이었다.


이런 사람도 있는 거겠지. 대충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대통은 자리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제는 여기서 빠져나가고 싶었다.


시야를 멀리 잡자 공간의 끝자락에서 무언가 보였다.


고장 난 형광등처럼 반짝거리는데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AK에게 따라오라는 말을 하고 앞으로 걸어갔다.


천천히 전진해서 도착한 그곳엔 웬 수정구슬이 있었다.


주먹보다 약간 작은 크기였는데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두 개가 있었다.


왼쪽에 하나. 오른쪽에 하나.


색은 둘 다 투명했는데 그려진 문양이 달랐다.


오른쪽은 위를 가리키는 화살표가 그려있었다.


왼쪽은 아래를 가리키는 화살표가 그려있었다.


“뭘··· 의미하는 걸까요?”


AK가 불안함을 감추는 목소리로 물었다.


나대통은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턱을 만지작거렸다.


머지않아 문양이 대충 무슨 의미인지 감을 잡았다.


나대통은 팔을 뻗어 AK의 손을 꽉 잡았다.


“뻔하죠 뭐.”


나대통은 그렇게 말한 뒤 오른쪽 수정구슬에 손을 가져다 댔다.


순식간이었다. 수정구슬 속, 위를 가리키는 화살표가 번쩍거렸다.


곧이어 실내를 뒤덮는 푸른 빛이 뒤따라왔다.


빛은 점차 고요한 소리를 내며 사라졌고 동시에 거기 있던 두 사람의 모습도 스르륵 사라졌다.




*




나대통은 어지러움을 느끼다가 눈을 떴다.


고개를 치켜들자 하늘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천천히 주위로 시선을 옮겼다.


무너진 고층 건물의 잔해가 여기저기 굴러다닌다.


이 익숙한 풍경은 ₩시로 돌아온 것이다.


나대통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아까 잡았던 AK의 손을 놓았다.


아니, 놓으려 했다.


AK는 이쪽 손을 꽉 잡고 놔주지 않았다.


“밖이라고요. 이제 놔도 돼요.”


그렇게 물었지만 AK는 대답이 없었다.


탈출한 게 실감이 안 나는 건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그냥 손을 잡은 채로 이동했다.


₩시의 외곽까지 빠져 나왔을 때였다.


주변에는 몬스터 한 마리 없이 고요했다.


AK는 그제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실감이 안 나는 게 아니라 그냥 불안했던 것 뿐인가.


선수 치곤 기백이 너무 없단 말이지.


나대통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조금 걱정이 되었다.


물론 AK의 감정이 걱정되는 것이 아니다.


찍어둔 영상을 어떻게 편집해서 올릴 건지. 다음 영상은 어디서 어떻게 찍을 건지.


걱정거리는 그 같이 현실적인 것들이었다.


하지만 AK의 상태가 영 말이 아니다.


상담 한들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나대통은 검지로 뒷머리를 긁으며 말했다.


“일단 여기서 헤어지죠.”


AK는 한참 동안 말을 안 하다가 갸름한 턱을 내렸다. 알겠다는 것 같았다.


나대통은 뒤를 돌기 전에 평소처럼 말했다.


“저녁 정도엔 제 매니저한테 연락 주세요.”

“영상 편집에 관해 상의해야 하잖아요.”


AK는 이번에도 턱을 내리기만 할 뿐,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

*

*

*

*



나대통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밤까지 내리 잤다.


일어났을 때는 둥그런 달이 창문에 떠 있었다.


달빛이 피부에 닿는 것 만으로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또 꾸역꾸역 살았네.”


앞으로는 이런 생활이 일상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럼 또 내일 살 생각을 해야지.”


나대통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스마트폰을 보았다.


연락은 아직 인가.


우선 화장실로 들어가 몸을 씻었다. 몸을 뜨겁게 적시고 나와 스마트폰을 확인해봤다. 마찬가지로 AK에게 온 연락은 없었다.


저녁 밥을 먹었다.


부푼 배를 만지며 스마트폰을 보았다. 아직도 안 왔다.


좀 더 시간이 지나고 자정이 되었다.


냉장고에 하나 남은 캔맥을 까고 한번에 마셔버린 건, AK에게 끝까지 연락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대통은 골이 아팠다.


막 시작한 선수도 아닐 텐데, 왜 이리 애새끼처럼 구는지 모르겠다.


이 상태라면 더 갈궈봤자 피차 감정만 상할 것 같았다.


그렇기에 이쪽에서도 연락을 먼저 취하지 않았다.


스스로 알아서 극복해 연락을 해오길 바랄 뿐이었다.


한편 남은 문제는 단독으로 해결해야 했다.


예를 들어 어제오늘 찍은 동영상의 편집.


구성과 편집은 어떻게든 붙잡고 끈덕지게 하면 된다.


문제는 다녀온 장소를 시청자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게 중요했다.


다른 공간으로 이동 되는 현상은 흔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시에서 겪은 일은 하나의 이슈가 되거나,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을 확률이 컸다.


설명과 구도만 잘 잡으면 더욱 인기를 끌 게 분명했다.


AK와 상의하고 싶었던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하지만 AK가 없으니 혼자서 고민해야 한다.


눈썹을 긁적이며 혼자 고민하다가 금세 한계에 다다랐다.


술기운이라도 빌려 이런저런 구상을 시도했는데, 도저히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끝에 가서는 머리에 통증까지 느껴졌다. 숨을 고를 필요가 있었다.


머리를 비우기 위해 평소처럼 시간 때우기 플랫폼에 들어갔다.


놀다가 여유를 갖게 되면 다시 고민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10분조차 안 돼서 오히려 남은 여유마저 싹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나대통은 대번에 눈이 확 커졌다.


“뭐야? ···이게 뭐야?”


그런 말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플랫폼 제일 상단에 떠 있는 콘텐츠.


그러니까 ‘1위, 2위, 3위’의 콘텐츠가 몽땅 자신이 다녀온 그 장소에 관한 영상물이었다.


숨 쉬는 것도 것도 잊은 채 1위부터 3위의 영상을 보았다.


전부 보고 나서 뒤따라오는 두통은 뭐라 말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공간 이동 현상은 어제를 기점으로 ₩시에 갑자기 발생한 것 같았다.


1위부터 3위에 나오는 BJ는 이 점을 캐치하고 재빠르게 영상을 올린 듯 했다.


힘의 차이도 심했다.


영상에 나오는 1위부터 3위의 BJ는 훨씬 깔끔한 몸놀림이었다.


AK와 함께 목숨 걸고 잡아낸 몬스터를 너무나 간단하게 공략해버렸다.


콘텐츠를 선도해 가는 것도 모자라 실력까지 출중하다니.


AK는 이 사실을 알까 모르겠다.


가능한 빨리 알면 좋겠다고 생각한 건 1~3위의 정체 때문이었다.


1~3위는 전부 AK의 자매들이었다.


1위는 둘째, 2위는 셋째, 3위는 둘째의 부계정이었다.


실력 좋은 자매들이 이렇게 쭉쭉 치고 나가는데, AK는 도대체 뭐 하는 거지.


나대통은 관자놀이를 꾸욱 눌렀다가 뗐다.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곧바로 가지고 있는 영상을 편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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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촉수 스물하나 23.04.05 29 1 11쪽
20 촉수 스물 23.04.04 35 1 12쪽
19 촉수 열아홉 23.04.01 31 1 12쪽
» 촉수 열여덟 23.03.31 24 1 11쪽
17 촉수 열일곱 23.03.30 3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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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촉수 열다섯 23.03.26 21 1 11쪽
14 촉수 열넷 23.03.24 3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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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촉수 열둘 23.03.22 30 1 12쪽
11 촉수 열하나 23.03.19 2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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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촉수 여덟 23.03.16 2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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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촉수 여섯 23.03.14 47 1 11쪽
5 촉수 다섯 23.03.13 57 1 11쪽
4 촉수 넷 23.03.13 42 1 13쪽
3 촉수 셋 23.03.13 51 1 14쪽
2 촉수 둘 23.03.13 60 1 14쪽
1 촉수 하나 23.03.13 15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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