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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행복하시길.

돌기돌발 오징어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oneday7
작품등록일 :
2023.03.13 11:14
최근연재일 :
2023.04.19 13:1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1,098
추천수 :
29
글자수 :
154,172

작성
23.03.13 16:20
조회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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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촉수 다섯

DUMMY

5




“오징어다! 존나 못생긴 오징어 몬스터다! 쏴라!!”


순식간이었다. 쉴새 없는 총알 세례가 두다다다 쏟아졌다.


몸이 얼어버린 관계로 도망가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행복회로만 돌리다가 사망이라니.


쪽팔림과 비참함이 뒤섞여 눈을 질끈 감았다.


몸 곳곳이 뚫려 아픔이 찾아올 거라는 짐작.


이상하게도 그런 짐작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눈을 떠보니 무수한 총알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잘 보니 총알엔 질척한 점액이 묻어있다.


설마 미끈미끈한 몸의 효과인가?


나대통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군인들은 한 번 더 총알 세례를 퍼부었다.


수 많은 총알 중 나대통의 몸을 뚫는 총알은 한 개도 없었다.


“젠장! 못생김과 강함이 비례하는 몬스터인가?!”


나대통은 총알보다도 그 말이 더 가슴 아팠다.


이래서야 선수로 다시 태어난 의미가 없었다.


어째 취급이 선수가 되기 전보다 더 떨어진 듯한 느낌도 든다.


새 목표인 ‘편안한 삶’도 저 멀리 떨어져 가는 것만 같았다.


적어도 사회와 어느 정도 상호작용은 해야 돈을 벌고 안락한 삶을 살 거 아니냐고.


근데 이건 그냥 사회에 배척되는 포지션이다.


한 마디로 호구 당하고 있다.


세상이 하나의 생명체라면 거기에 발로 채인 느낌이었다.


‘평생 이렇게 처 맞기만 할 것 같아?’


아무 것도 없는 천장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실상은 눈물이 나오려던 걸 억지로 참은 것이다.


그때였다. 띠링, 하고 무언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호칭을 얻으셨습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정신을 굳건히 유지하는 고결한 인격자입니다.


따라서 ‘고결한 호구킹’ 호칭을 수여합니다.


뭐야 이게.


나대통은 미간을 가운데로 모았다.


의아함을 그렇게 표현하는 사이였다.


군인 무리 중 제일 앞에 있는 사람 한 명이 유탄을 쏘았다.


유탄은 정직하게 목표물을 향해 질주했다.


나대통 앞에 유탄이 도착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나대통은 본능적으로 촉수를 휘둘렀다.


유탄이 반으로 갈라지며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일대에 거뭇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가라앉은 연기 속에 있는 건 멀쩡한 모습의 나대통이었다.


“아무래도 화력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계속 갈길까요? 아니면 증원을?”


군인 중 한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


무리 중 흉터가 가장 많은 군인이 바로 대답했다.


“저 못생긴 오징어 놈, 도망치려 하는 것 같은데!”

“분명 체력이 다한 것 같다! 이대로 쫓아가 제거한다!”


그 말대로 나대통은 계단 쪽으로 스멀스멀 움직이고 있었다.


나대통은 속도를 단번에 올려 2층으로 쏜살같이 도망쳤다.


체력이 다해서 도망친 것은 아니었다.


나대통은 생각하는 바가 있었다.


1층에 남은 10명의 군인 무리는 바로 추격을 개시했다.


길쭉한 2층 복도.


군인 무리는 나대통을 쫓아 2층에 도착했다.


복도는 탁 트여있었다.


군인 중 한 명이 복도 끄트머리에 있는 나대통을 발견했다.


“복도 후방에 몬스터 하나!”

“목표물인 오징어입니다!”


휑한 복도에 총알 소리가 퍼져나갔다.


군인 무리는 대범하게 전진 사격을 가하며 쭉쭉 치고 나갔다.


거리는 금세 좁혀졌다.


군인 무리가 나대통이 있는 곳까지 다다른 순간이었다.


느닷없이 파창, 하고 창문 깨지는 소리가 났다.


나대통이 바로 옆 창문으로 몸을 던진 것이다.


군인 무리는 눈 깜짝할 사이 목표물이 바깥으로 사라져버리자 총을 내렸다.


“움직임이 처음부터 바깥으로 가려고 한 것 같은데요?”

“이상해요. 어째서 여기까지 우리를 끌어들인 걸까요?”


“···그러게. 좀 이상한데. 딱히 함정도 없었고.”

“뭐 몬스터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흉터 많은 군인이 그 같은 대답하며 애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한 발자국 거리의 강의실.


‘204호’라고 적힌 그곳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아직 피난하지 못한 사람이 있는 건가?”


곧 204호에서 두 사람이 나왔다.


군인들은 바로 그 둘을 보호했다.



*



밖으로 나온 나대통은 떨어진 자리에서 위를 올려다보았다.


실처럼 얕은 눈이 내리고 있었고 뛰쳐나온 창문 밖으로 기뻐하는 장예쁨과 김금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래서야 정말 호구킹이네.


나대통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시선을 천천히 내렸다.


정면에는 평소 주차장으로 사용하던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넓은 주차장엔 몬스터가 이곳저곳 꾸물거렸다.


물컹한 슬라임이 자동차 위를 통통 튀어 다니고, 나무 사이로는 얼굴 만한 사슴벌레가 붙어 있었으며, 길가에는 일전에 봤던 초록버섯도 보였다.


현실임이 분명한데 게임 속 세상에 있는 것 같았다.


그 오묘함에 떨떠름해 하다가 정신을 차렸다.


목표를 잊으면 안 된다.


방금 전 나쁜 일이 있었지만 ‘편안한 삶’. 이 목표는 아직 포기한 게 아니었다.


오징어여도 좋으니까.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이전과는 전혀 다른 질펀한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


“엇. 여기! 못 보던 몬스터가 있는데?”


나대통은 순간 불길한 기분이 들어 뒤를 돌았다.


돌자마자 고개를 숙인 건, 불덩이 하나가 머리로 날아오고 있어서였다.


아슬아슬하게 비껴간 불덩이가 저 뒤편에서 펑 하고 터졌다.


맞았다면 군 오징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대통은 숙였던 머리를 올렸다.


멀지 않은 거리에 후드 티에 청바지를 입은 두 명의 여자가 보였다.


둘은 전부 기다란 나무 빗자루를 들고 있었다.


고깔모자나 누더기까지 둘렀다면 분명히 마녀로 착각했을 것 같았다.


인상이 약간 까칠했는데 목소리가 거기에 딱 들어맞았다.


“희귀 몬스터 같은데 바로 조져버리자!”


한 사람이 그렇게 말하자, 옆에 있던 한 명이 바로 대꾸했다.


“존나 못생겼는데 죽이면 저주 같은 거 걸릴 진 않을까?”


미묘한 정적이 아주 잠깐 이어졌다.


“···음. ···맞아 분명 그럴지 몰라.”

“확실한 돈벌이가 아니면 안전이 우선이지!”


나대통은 슬프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심했다.


두 감정은 금방 뒤엉켜 가슴 언저리로 사라졌다.


정신을 차리고 앞을 봤을 때 둘은 이미 멀어지고 있었다.


나대통은 우선 저 둘을 쫓기로 마음먹었다.


계속 도망 다닐 게 아니라 저 둘을 이용해 이곳의 정보를 수집할 생각이었다.


주차장을 지나 먼저 가고 있던 둘의 뒤로 금세 따라붙었다.


나대통이 여자 둘을 거의 따라잡을 때였다.


“으악! 따라온다!”


여자 둘은 질색한 표정으로 빗자루를 들어 불덩이를 쏴대기 시작했다.


나대통은 당황하여 근처 있는 벽에 재빠르게 숨었다.


다리가 여러 개라서 속도 조절을 못했네.


나대통은 자신의 실수에 실없이 웃었다.


하기야 누굴 몰래 따라다니는 걸 해봤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슬쩍 벽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점점 멀어진다! 이 기세로 쭉 가자!”


둘은 그렇게 말하면서 질주하듯 캠퍼스의 운동장 쪽으로 사라졌다.


나대통은 눈치껏 제자리에 있다가, 조심스레 운동장으로 따라붙었다.


캠퍼스 내부의 운동장은 상당히 컸다.


넓은 축구장이 가운데에 있고 그 겉에는 육상 트랙이 둥글게 깔려있었다.


한 구석에는 농구대도 마련되어있는지라 다 합하면 보통 운동장의 몇 배였다.


그 정도로 큰 운동장에 도착하기까지 몇 분 걸리지 않았다.


나대통은 우뚝 멈춰서 어버버 거리고 말았다.


운동장이 요상한 버섯 동산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집채만 한 버섯 조형물이 여기저기 박혀있고, 눈이 오는데도 이상하게 끈적한 공기가 넘실거렸다.


잘 보니 운동장은 버섯 몬스터가 점령하고 있었다.


몸이 긴 버섯이라던가. 색이 빨간 버섯이라던가.


작은 크기부터 시작해 사람 크기까지 각양각색이었다.


운동장이 버섯 거주지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의미로 무시무시한 운동장 안에 유일하게 사람인 존재.


아까 보았던 여자 둘이 약간 먼 거리에 보였다.


나대통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두 여자는 나무 빗자루를 든 채 잔뜩 긴장해 있었다.


무엇이 때문에 저렇게 어설픈 전투 자세를 취한 걸까.


한순간 자신이 멍청하다고 느낀 것은, 그 둘 앞에 있는 존재가 무엇인지 이제야 알았기 때문이다.


둘 앞에 다른 버섯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버섯이 있었다.


일전에 영상 속에서 보았던 머쉬마더였다.


크기가 어째 그때보다 커진 것 같다. 피부의 표면도 전과 달랐다.


아무리 큰 공을 던져도 꿀렁 튕겨 나올 것처럼 표면이 매끄러워져 있었다.


그런 감상을 하는 중에 쿵 소리가 났다.


머쉬마더가 제자리에서 얕게 뛴 것이다.


단지 그뿐인데 땅이 약간 흔들렸다.


저게 과연 감당이 될까 싶었다.


저 앞에 있는 둘의 마음은 다른 것 같았다.


실력에 그만큼 자신이 있나 보다.


“미쳤다! 돈 덩어리야! 돈 덩어리!”


아니. 저런 소리를 하는 거보니 그냥 돈에 미쳐있는 것 같기도?


“흥분하지 말고 앞 똑바로 봐!”

“듣기로 특수 스킬에 걸리면 그냥 끝이래!”


“특수 스킬? 무슨 스킬인데?”


“포자 같은 걸 흡입하면 남자는 여자로, 여자는 남자로 전환 당한데!”

“더 무서운 건··· 그 상태로 몸의 통제권까지 잃어버린다는 거야!”


“···오우쉣. 내가 남자로 변한다고?”

“내 버킷 리스트 하나 채우겠는데?”

“남친 후장 뚫기!”


“또라이 같은 년······.”

“제발 이럴 때 만은 정신 좀 차려라.”


나대통은 촉수로 눈을 비비적거렸다.


둘이 시답잖은 농담을 하는 사이, 이미 두 사람의 몸이 서서히 변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변화를 정작 본인들만 모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둘 다 포자를 흡입한 것 같았다.


‘도대체 어느 틈에?’


나대통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바로 깨달았다.


머쉬마더가 얕게 점프를 한 시점이 있었다.


어쩌면 그때 포자를 뿌린 게 아닐까.


눈을 한번 감고 떴을 때였다.


멀쩡했던 두 사람의 안구가 어느새 하얗게 변해 있다.


아무래도 정신을 지배당한 것 같은데, 진짜 호러는 그쪽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가슴이 등처럼 평평해져 버렸다.


거기에 어깨가 직각으로 벌어지고 허벅지와 종아리의 근육이 두툼해져 있었다.


키도 눈에 띄게 커져 버렸다.


한마디로 남자가 되었다. 영락없이 ‘전환’되어 버린 것이다.


나대통은 자기도 모르게 부르르 떨었다.


자칫하다간 자신도 순식간에 저렇게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달려 있던 게 사라진다니.


더불어 가슴께에는 물컹한 덩어리가 자리를 잡는다.


그런 상상을 하자 밑도 끝도 없는 공포가 몰려왔다.


남이 당했을 때나 재밌지 당사자가 된다면 끔찍함 그 자체였다.


‘아니 잠깐.’


애초에 이거 무서워할 필요가 있나.


어차피 오징어라 달라져도 암수만 달라질 거 아냐.


끽 해봐야 줄 모양만 달라지지 않겠어?


그러면서 한편으로 두 여자가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쳐 간다.


‘돈 덩어리야 돈 덩어리!’


그러고 보니 보초 마법사도 같은 말을 했던 것 같다.


‘돈 덩이··· 돈 덩이라고.’


설마 지금이 돈벼락을 맞을 천재일우의 기회인가.


돈벼락은 곧 질펀하고 편안한 삶의 초석이다.


나대통은 음흉한 표정으로 침을 꿀꺽 삼키곤 그 어느 때보다 눈을 강하게 부릅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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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촉수 스물넷 23.04.13 21 1 13쪽
23 촉수 스물셋 23.04.11 35 1 11쪽
22 촉수 스물둘 23.04.07 35 1 11쪽
21 촉수 스물하나 23.04.05 29 1 11쪽
20 촉수 스물 23.04.04 35 1 12쪽
19 촉수 열아홉 23.04.01 31 1 12쪽
18 촉수 열여덟 23.03.31 24 1 11쪽
17 촉수 열일곱 23.03.30 39 1 11쪽
16 촉수 열여섯 23.03.28 28 1 11쪽
15 촉수 열다섯 23.03.26 21 1 11쪽
14 촉수 열넷 23.03.24 34 1 11쪽
13 촉수 열셋 23.03.23 32 1 12쪽
12 촉수 열둘 23.03.22 30 1 12쪽
11 촉수 열하나 23.03.19 23 1 12쪽
10 촉수 열 23.03.18 29 1 11쪽
9 촉수 아홉 23.03.17 32 1 12쪽
8 촉수 여덟 23.03.16 26 1 11쪽
7 촉수 일곱 23.03.15 35 1 12쪽
6 촉수 여섯 23.03.14 47 1 11쪽
» 촉수 다섯 23.03.13 58 1 11쪽
4 촉수 넷 23.03.13 42 1 13쪽
3 촉수 셋 23.03.13 51 1 14쪽
2 촉수 둘 23.03.13 60 1 14쪽
1 촉수 하나 23.03.13 15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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