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1바위89 님의 서재입니다.

접속중입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SF

1바위89
작품등록일 :
2022.03.17 21:19
최근연재일 :
2022.04.22 22:23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120
추천수 :
0
글자수 :
63,301

작성
22.03.17 21:26
조회
10
추천
0
글자
9쪽

직장인이 되다.

DUMMY

-- 합격통지서를 받았습니다.


쪽마루에 앉아서 마당을 보며 멍때리고 있으니, 참 한가롭다.

벌써 감포에 온지도 칠일이 지났다.


내일 정환이가 온다고 했는데,

그전에 가야하나, 보고 가야 하나 망설이고 있다.

일주일만 있다가 갈 생각이었는데...


비는 참 구슬프게도 내린다.

마당에는 어느새 찾아온 개구리 몇 마리들이 우물을 지나 담벼락 곁으로 다가가고 있다.


무슨 놀이를 하는 것처럼, 움직이다 말다 조금씩 뛰어가다 말다...


[띵~ 띵~~]


깜짝 놀라. 헨드폰을 바라본다.


문자가 온것 같았다.

'뭐지?'


다시 마당으로 눈길을 돌린다.

근데 기분이 좀 이상하다.


헨드폰을 집어 들고, 패턴을 맞추는 손이 떨렸다.


[축하드립니다. 최종 면접에 합격하셨습니다. 신체검사 일자 : XXXX,XX, ....]


갑자기 멍해졌다.

세상에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니...


자신이 얼마나 무능한지 절실히 확인해 온 3개월의 여정이 갑자기 뿌옇게 흩어지며...

비와 함께 녹아내렸다.


"형."

"오. 찐수야."


"나 합격했어."

"오. 축하해. 지금 어디냐?"

"정환이네 집. 감포"


"언제 올라올거니?"

"신체검사 받으러 가야해서 다음주 월요일에 올라갈까 생각 중이야."


"그래. 올라오면 전화하고. 형이 너 양복하나 맞춰줘야지."

"아니. 됐어."


"되긴.. 꼭 전화해라."


"응. 술이나 한잔 사줘."

"잔말말고, 전화나 해라."


"응. 그럼 끊을께."

"푹 쉬어라. 수고했다."


하나뿐인 형. 항상 나를 먼저 생각해 준 형이 있어서 그래도 여기까지 왔나보다.


"찐수야. 니 합격했나?"

내 전화하는 것을 들은 어머니가 부엌에서 나오다 달려오신다.

"아.. 네."

머리를 긁적이는 내 모습을 보며, 나의 얼굴을 두 손으로 쓰다듬어 주신다.

"잘 됐다. 오늘 잔치 벌려야 겠구만. 정환이도 내일 내려온다 하던데."


"아. 아닙니다. 그동안 신세만 지고..."

"뭐라카노. 됐다. 니는 내 아들이라니깐은.. 빨리 전화해야겠다. 친구가 직장도 구하고 얼마나 좋아 하겠노."

"아. 제가 전화할께요"

"그카지 마래이. 내가 할끼다. 가만히 있어레이."


어머니는 박수를 치며.. 부엌으로 가신다.


'그래, 어머니가 있어서. 내가 여기로 왔나보다.'

아무생각없이 바다로 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머니가 보고 싶어서 감포로 왔나 보다.


[띠링. 띠링]

헨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찐수야. 축하한다. 엄마가 니 합격했다고.."

"아. 그래. 고맙다."


"내일 내가 내려갈긴데. 기다리라. 알았제."

"그래. 그래. 알았다."


"내일 보자. 엄마가 삼겹살 사오란다."

"됐다고 했는데..."


"안되는 줄 알잖아. 내일 보자."

"그래. 고맙다."


"거기 소프트웨어나라 맞제. 니 마지막으로 면접 본 곳."

"그래 맞다."


"잘 됐네. 내 경쟁회사이긴 하지만. 하하"

"하하. 이제 우리 경쟁자가 되는건가?"


"니가 내 경쟁자가 되겠나? 택도 없다."

"하하"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마당을 가득체우는 개구리의 웃음소리만큼 맛깔스럽다.


나는 왜 이렇게 운이 좋을까?

주위에 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이다.


근데 자꾸만 나도 모르게 느끼는 이 불안감은 무엇일까?


합격의 기쁨과 왠지 모를 불안감이 섞여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잠 속으로 빠져든다.


또 바닷가의 꿈을 꾼다.

형과 내가 바위 곁으로 가는 꿈...


--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저벅저벅 걸어서 계단을 올라가는 길은 지옥으로 가는 길이다.

한 칸을 디디고 올라가는 순간. 뭔가 나를 끌어당기는 엄청난 압박을 느낀다.


어제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몇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러다 쓰러지는 걸까?

영원한 잠. 그것은 내가 꿈꾸는 시간이 아닐까?


계단의 마지막을 오르는 순간. ‘아. 다행이다.’

그리고는 전철이 들어오는 소리를 듣는다. 나도 모르게 달리고, 많은 추종자들이 나와 함께 달렸다. 어디에서 만나기라도 약속한 것처럼··· 저 좁은 출입구로 달려간다.

가까이 다가가며, 만들어지는 줄을 나는 본능적으로 짧은 줄을 선택하느라 가장 적합한 알고리즘을 돌린다. 결국 내가 멈칫하는 사이에 나는 가장 긴 줄에 서게 된다.

‘미친, 이런 곳에서는 생각이란 것을 해서는 안되는 거다.’


겨우 달려 내려가서 끄트머리에 닫혀지는 문에 끼이는 행운을 얻었다.

방송이 나온다. 다음 열차를 타라는 것이다. 다행이다. 그럼 나는 올라탈 수 있는 것이다.

‘얼마나 이 짓을 해야 끝이 있을까?’’


불쾌한 듯이 마지막으로 뛰어든 나를 멀리한다. 근데 이런 일도 하루 이틀이여야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냥 일상이 되어 버렸고, 나는 마치 정당한 자격이 있는 것처럼 당당히 올라선다.


그렇게 30분이 지나 도착지에 오면 또 밀리고 밀려서 빌딩 숲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5분을 걸어가면 내가 있는 곳으로 쑤욱 올려 주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테그를 찍고, 돌고 들어가 또 찍고, 곧바로 들어가고 또 찍으면, 내 자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아마도 나의 이 피곤함은 수 많은 전기신호들을 통과하고, 인간들의 귀에 달린 무선 이어폰들과 수 많은 와이파이들이 서로의 장치들을 찾으려는 아우성치는 소리속에서 뇌세포들이 하나씩 죽어가기 때문일 것이다.


이 도시를 탈출하는 방법은 내가 죽거나 세상이 죽거나 아니면 다른 세계로 가거나···

뭔 생각을 하는 걸까?

빨리 독한 에스프레소 한잔을 해야 하루 일과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선배!”

독한 에스프레소 한잔보다 나의 정신을 확 깨우는 소리가 들렸다.

“어.”

멍하게 눈을 돌리는 순간.

장화신은 고양이의 그 두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

검은 독약을 마시듯이 나는 비장하게 받아 마셨다.

“뭐야. 무슨 커피를 슝늉먹듯이 먹어요?”

“어.”


“선배. 어제 찾던 버그 잡았어요?”

“아. 그게 아직···”


“저는 도저히 모르겠어요. 아니 누가 그렇게 만들었데요? 도대체 해석 할 수 없게 그렇게 어렵게 짜면 어떻게 해요?”

“하하..”


“아.. 머리 아파요. 전 프로그램짜는게 적성에 안 맞나봐요.”

“···”

“오. 선배! 설마 제가 말한 것을 인정하는 건 아니죠?”

“어. 아니. 그게..”

“와. 난 그렇게 안 봤는데. 그래도 내가 이 회사에 온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이렇게 잘 적응한 신입사원이 어딨어요? 선배도 나보다 6개월 더 일찍 들어 온거 아닌가요?”

“그렇지. 내 말은 그게 아니고.. 넌. 천직이지. 선이 정도면 이 바닥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들지.”


“그렇죠.”

“그렇지. 커피 고마워. 나 이제 일해야 되는데.”


“아. 맞다. 그럼 버그 잡으면 알려줘요. 빨리 해결을 해야. 컴파일해서 올려보죠.”

“걱정마. 거의 다 찾았어.”


“선배만 믿어요.”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모니터를 바라본다.

가장 최근에 올라온 블로그의 퍠셔너블한 여자들의 원피스들이 화면에 등장한다.

빠른 손놀림으로 댓글을 다는 속도는 가히 한 코딩을 한다는 프로그래머라 자랑할 만 하다.


코드 한 줄 한 줄 한참을 보며, 따라가다보면 보이는 논리의 세계가 있다.

그 밀림을 돌아다니다 보면 길을 잃는다. 그래서 나침반이 필요하다. 그것은 고집스럽게 한 방향을 알려준다.


“찾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오. 어디에요?”


새로 완성된 결과물을 장비에 올리고 멋지게 동작하는 것을 보여준다.


“정말이네.”

선이는 감탄을 하고, 부러운듯이 쳐다본다.


“진수! 오늘 회식이다!”

“콜!”


여기저기에서 갑자기 벙개 회식을 하자고 아우성이다.

먹이감이 된 나는 하이에나들 사이에 둘러싸여 힘없이 끌려간다.


‘뭐. 어차피 내일은 토요일이니까.’

이렇게라도 자신을 위로해 본다.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이렇게 쉽지 않은가 보다.

그러나 내일은 새로운 뭔가 있을 거야. 그런 희망이라도 없으면 어떻게 직장생활을 할까?

그러나 이 지구에는 나를 이해하는 사람은 없을거야.

어쩌면 나의 반쪽은 우주의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걸까?

또 꿈을 꾸는 걸까?


진수는 항상 엉뚱하고 항상 공허하다.

이 지구상에 홀로 남아 살아가는 고독을 느낀다.

누구의 위로도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언젠가는 만날 사랑을 꿈꾼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접속중입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사교클럽 22.04.22 5 0 9쪽
16 잘 될거야! 22.04.22 5 0 9쪽
15 무서운 언니 22.04.22 4 0 7쪽
14 진수는 성공할겁니다. 22.04.22 5 0 4쪽
13 속옷장사 22.04.22 5 0 11쪽
12 이션의 아빠입니다. 22.04.22 5 0 4쪽
11 이션공주 22.04.22 4 0 6쪽
10 정복자의 밤 22.04.22 6 0 8쪽
9 제국의 막내딸 이스 22.04.22 6 0 4쪽
8 소리질러 22.03.21 8 0 9쪽
7 10레벨로 돌아오다! 22.03.19 7 0 12쪽
6 죽을만큼 사랑할 수 있습니까? 22.03.18 8 0 10쪽
5 접속할 수 없습니다!!! 22.03.18 8 0 10쪽
4 여신을 만나다. 22.03.18 9 0 13쪽
3 N월드에 접속합니다. 22.03.17 8 0 9쪽
» 직장인이 되다. 22.03.17 11 0 9쪽
1 나는 이런 사람이다. 22.03.17 17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