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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츠 님의 서재입니다.

Reunion : 과거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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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츠
작품등록일 :
2021.04.21 19:20
최근연재일 :
2022.06.17 01:46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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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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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17화. 휴식

DUMMY

며칠 뒤, 한버들과의 약속 날이 찾아왔다. 나와 히아신스는 함께 한버들과 만나기로 했던 약속장소를 향하고 있었다.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이네?”


“그야, 당신과 함께하는 평범한 외출은 오랜만이잖는가”


오늘따라 왠지 모르게 히아신스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평소에 입던 어두운 계열의 교복이 아닌, 푸른색의 원피스를 입고, 머리까지 땋은 히아신스는 내 손을 잡은 채로 미소를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신이 교복이 아닌 새로운 옷을 입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난 당신이 이렇게 차려입은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히아신스가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땋은 것처럼, 나도 평소와는 다르게 꽤나 차려입은 상태였다. 물론 나는 그런 쪽으로는 제대로 된 감각을 지니고 있지 않았기에, 히아신스가 해준 대로 입은 것뿐이었지만···


“어떤가? 나도 잘 어울리는가?”


“당연히 잘 어울리지. 너는 원래 뭘 입어도 잘 어울려”


“헤헤, 고맙다”


내 칭찬을 받은 히아신스는 기쁜 듯 웃으면서 뺨을 붉혔다. 원래도 빛나는 외모를 가진 히아신스가 뺨을 붉히기까지 했으니, 길을 가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히아신스를 향해 쏟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였다.


“우와······예쁘고 잘생겼다······”


“연예인들인가?”


“나 저 여자···오늘 아침에 뉴스에서 본 것 같은데······”


“에이, 기분 탓이겠지”


사람이 적은 길목을 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감탄을 내뱉고 있었다. 하지만 히아신스는 어떠한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오직 나만을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다.


“저번에 게이트에서 손상된 몸은 정말 괜찮은 건가?”


“괜찮아. 네가 고쳐준 뒤로는, 오히려 전보다 좋아진 것 같기도 한데 뭘”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 아무리 고쳤다고 하더라도, 아마 봉인의 충격은 앞으로 한 번 정도 밖에 견디지 못할 테니”


“알았어”


“······마침, 저기 버들이 보이는군”


히아신스와 이야기하면서 걷다 보니 도착한 골목의 끝,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한버들은 반갑게 인사하며 말했다.


“얘들아 안녕!”


“오랜만이다 버들”


“오랜만이야”


한버들은 나와 히아신스를 보더니 갑자기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감탄뿐만 아니라, 히아신스를 보면서는 뺨을

까지 살짝 붉히기까지 하고 있었다.


“이야,  사복 차림······미쳤다······”


“······갑자기?”


“아니 아니, 갑자기가 아니라 진심이라니까. 이렇게 보니까 둘 다 외모만큼은 진짜······와······”


“나는 머리스타일이나 옷도 다 히아신스가 해준 대로 한 건데? 평소랑 다를 게 있나?”


“엄청나게 다르다니까! 평소에도 잘 생겼다고 생각은 했지만, 머리 생김새만 조금 바꿨을 뿐인데 훨씬 더 잘생겨진 것 같아”


자꾸 칭찬을 해대는 한버들 때문인지, 나는 멋쩍어하며 머리를 뒤로 쓸어넘겼다. 그리고 그걸 본 히아신스는 내가 칭찬을 받는 것이 기쁜지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평소에 잘 차려입지 않을 뿐이지, 차려입으면 내 남편만큼 잘생긴 사람이 또 없긴 하다”


“그러니까 말이야. 우현이도 하오란이 퍼뜨린 소문만 아니었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엄청나게 인기 있었을 텐데······”


“인기 같은 건 딱히 필요 없어, 난 히아신스만 있으면 되거든”


“······그래, 너 잘났다”


한버들이 그렇게 말하며 뒤돌자, 기다렸다는 듯이 한버들이 타고 온 자동차의 문이 스스로 열렸다. 한버들은 능숙하게 휠체어를 타고서 차에 오르며 말했다.


“일단, 가면서 이야기할까?”


“그래”


한버들따라 나와 히아신스가 타자, 곧바로 차가 출발했다. 그리고 출발과 동시에 곧장 운전석 쪽에 있는 운전기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택으로 모시겠습니다 도련님”


“네, 그렇게 해주세요”


운전기사는 익숙한 듯 한버들을 도련님이라고 불렀고, 한버들은 자연스럽게 이에 호응하고 있었다. 한버들은 그런 내 시선을 느꼈는지, 멋쩍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아···너희 앞에서 도련님이라 불리니까 왠지 창피하네······”


“뭐 어때, 난 그것보다도 더 이상하게 불리는 사람도 본 적 있는데”


“뭐라고 불렸는데?”


“마황”


“마······황······진짜 그렇게 불리는 사람이 있다고?”


“그래, 정말 있어. 지금도 바로 옆에 있네”


“뭐···?”


내 말을 들은 한버들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잘 이해가 가지 않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리고 그런 한버들을 향해 곧장 히아신스가 물었다.


“그러고 보니 스노우는 어디에 있지? 오늘은 오지 않는 것인가?”


“아, 스노우라면 이미 우리 집에 가 있을 거야. 아버지와 할 이야기가 있다더라고”


“너희 아버지와 스노우가 할 이야기가 뭔데?”


“그건 나도 잘 몰라. 아마도 플레이크 가의 일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긴 하지만···”


“플레이크 가의 일 말인가?”


“며칠 전에 플레이크 가의 가주가 자신의 후계자를 정하겠다고 선포했거든. 아마도 그것과 관련된 거 아닐까? 가주 자리에 오르게 도와달라든가, 아니면 경쟁자를 제거하겠다던가 하는 거 있잖아”


“한 회사의 사장인 너희 아버지가 무슨 힘이 있다고 그런 말을 하는데?”


“그야 우리 아버지가 일성 그룹의 회장······아, 말 안 해줬었지”


“일성 그룹?”


“어······맞아. 우리 아버지가 일성 그룹의 회장님이셔”


이유는 모르겠어도 한버들은 나와 히아신스에게 회사의 이름을 이야기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무엇을 그렇게 신경 쓰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무덤덤하게 답했다


“그래?”


“짐작은 했지만, 역시 너희는 안 놀라네······이러면 너희가 나를 대하는 게 변할까 걱정한 내가 바보 같잖아······”


“회사 이름을 들은 것만으로, 우리가 너를 대하는 태도가 왜 변할 리가 없지 않나. 그런 걸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건 너희가 특이한 거야.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은 다 우리 아버지 회사 이름만 들으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다 변했다고. 우리 집이 돈이 많은 게 뭐가 그렇게 대수인 걸까·········나는 그냥 한 명의 평범한 사람일 뿐인데······”


그렇게 말하며 한버들은 살짝 침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을 느꼈는지 곧장 다시 표정을 피면서······아니, 오히려 정말 기쁜 것처럼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난 너희랑 친구가 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                *                  *                 *





“도착했습니다 도련님”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되는 시간을 흘렀을까. 우리는 한버들의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가 우리 집이야”


“······높군”


“그러네”


몇백 미터는 족히 돼 보이는 건물은 구름에 가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높았다. 내가 지구를 떠난 고작 20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인류가 이렇게 발전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예전에는 이렇게 높은 건물이 없었던 것 같은데”


“언제를 말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 건물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긴 해. 높이가 아마······1150미터였나?”


“그럼 이렇게 큰 건물 전체가 집인 건가?”


“당연히 여기 전부가 우리 집인 건 아니지. 제일 위층이 우리 집이고, 남은 건 그냥 우리 회사 건물이야”


한버들은 그렇게 말하고는 건물의 입구를 향해 다가갔다. 나와 히아신스는 곧장 그 뒤를 쫓았고, 건물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도련님!”


“좋은 아침입니다 도련님!”


건물의 안에 있던 직원들은 한버들을 익숙하게 맞이했다. 하지만 곧장 나와 히아신스를 본 직원들은 크게 당황하면서 말했다.


“뒤에 계신 분은 설마······”


“도련님의 친구분이신 건가요···!”


“환영해요 여러분!!!”


소란을 들은 건지, 순식간에 더 많은 직원이 모여들었다. 한버들이 친구를 데려왔다는 사실이 그렇게나 놀라운 일인걸까?


“아 어떡해······죽을 것 같애”


얼굴이 빨개질 대로 빨개진 한버들은 그대로 고개를 숙여버렸다. 순식간에 주위를 둘러싼 직원들은 나와 히아신스를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비켜! 이게 무슨 소란이야! 도대체 누가 왔길래······”


결국, 더 높은 사람이 내려온 것인지, 직원들의 무리를 가로지르며 한 남자가 다가왔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맞은 순간······


“찾았다”


“···뭐야”


“자네들 혹시 모델 일 한번 해볼 생각 없나?”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온 그 남자는 갑작스럽게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곧장 품속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내게 건네면서 말했다.


“나는 일성 그룹의 마케팅 담당을 맡고 있는 상무 한동운이라고 하네. 난 자네들 같은 인재를 찾고 있었어! 탄탄한 근육과 멋을 증폭시키는 외모, 거기에 완벽에 가까운 몸매까지···! 자네는 모델을 해야만 해! 내가 자네를 세계로···!”


퍽!


“으악! 누구야! 누가 내 머리를 때려······부회장님?”


거대한 덩치에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한 남자가 한동운이라는 남자의 뒤로 어느샌가 다가와 있었다.


“지금 도련님의 친우분께 무슨 짓을 하는 건가!! 지금 당장 도련님과 친우분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게!!!”


“도련님의 친구분이라고요······?”


“내가 오늘 손님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아···! 제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깜빡 깜빡합니다 부회장님···!”


“아무래도 한동운 자네는 나이 때문에 은퇴할 때가 된 것 같아”


“무슨 소리이십니까! 아직 정정합니다!”


“쯧···암튼 직원들은 전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게”


“예, 알겠습니다”


부회장의 말 한마디에 직원 전원이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부회장은 곧장 내게 다가와 살짝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미안하네. 직원들이 철이 없어서 그런 거니, 자네들이 조금 이해해주게”


우리들에게 사과를 하고 부회장이 고개를 들자, 그걸 본 한버들이 곧바로 물었다.


“아버지는 지금 어디에 계세요 아저씨?”


“아마 자택에서 도련님을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제가 직접 친우분들을 안내해드릴까요?”


“아니에요, 그건 제가 직접 할게요”


“알겠습니다 도련님”


부회장이라는 직책을 달고 있음에도 남자는 한버들에게 굉장히 공손했다. 그런 광경을 보니 오히려 한버들이 회장이라는 착각이 생길 지경이었다.


“애들아, 가자”


“그래”


한버들과 우리는 로비의 중앙을 향해 걸었다. 그리고 곧장 그곳에 있는 커다란 원판의 위에 올랐고, 한버들은 원판 위에 있는 기계 장치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으면서 말했다.


“이건 마석을 이용해서 만든 엘리베이터야. 이 건물이 워낙 높아서 그런가, 이게 아니면 올라가는 데 너무 오래 걸리거든”


“지금 네가 손을 올려놓고 있는 그건?”


“아, 원래는 여기에다가 가고 싶은 층을 입력하는 건데······”


[인증이 완료되었습니다]


“아버지랑 내가 사는 곳은 이렇게 인증을 받은 사람만 갈 수 있거든”


[200층으로 이동합니다]


우우우우우웅


그런 한버들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엘리베이터는 엄청난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속도로 움직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흔들림 없이 내부는 완전히 고요했다.


“도착이야”


순식간에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고, 나는 소파에 앉아 있는 스노우와 한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아버지, 저 왔어요”


“그래, 어서 와라 버들아”


남자는 나와 한버들, 그리고 히아신스가 함께 서 있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는 여러 감정이 섞인 듯한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일단 앉아서 이야기하자. 너희도 앉으려무나”


우리가 오는 것을 미리 생각해두었던 것인지, 자리에는 음료와 가볍게 막을 간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자리에 앉아, 먼저 와 있던 스노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야기는 끝났어?”


“······마침 끝났다”


그런 스노우의 말을 들은 건지, 한버들의 아버지는 곧장 스노우의 말을 이으며 말했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한계는 있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앞으로 1년이 한계일 거야”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이 은혜는 언젠가 제게 다시 기회가 온다면, 그때 반드시 갚도록 하겠습니다”


“딱히 은혜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이 정도는 갚지 않아도 된다. 다만······될 수 있으면 버들이와 친구들을 슬프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예, 알겠습니다”


무슨 대화를 한 것인지는 몰라도, 스노우는 한버들의 아버지를 향해 진심으로 감사해 하고 있었다. 한버들의 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차를 마시더니, 한버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버들아, 오늘은 친구들에게 줄 것이 있다고 했지?”


“아, 그건 제 방에 미리 가져다 놨어요”


“한 가지 종류밖에 없던데······그거면 부족하겠지. 내려가서 다른 종류와 색으로도 더 가져오거라”


“네···? 그런 건 비서 아저씨한테 부탁해도······”


“네가 직접 갔다 와야지. 친구들에게 줄 건데, 비서를 시키긴 왜 시키니”


“······네”


한버들이 휠체어를 이끌고 엘리베이터를 향해 가는 것을 본 스노우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한버들의 뒤를 쫓으며 말했다.


“도와주겠다”


그렇게 한버들과 스노우가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남아있는 것은 나와 히아신스, 그리고 한버들의 아버지뿐이었다. 한버들의 아버지는 다시 한 번 차를 마시고는 찻잔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버들이가 말하더구나, 너희가 내게 존댓말을 쓰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것을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존댓말을 쓰지 못하는 것을 아닙니다. 단순히, 제가 쓰지 않을 뿐이죠”


“어째서?”


나는 조금 전까지는 온화하기만 했던 남자의 기세가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 나라의 왕의 자리에 오른 것도 아닐 텐데도, 한버들의 아버지에게서는 강한 카리스마가 자연스럽게 풍기고 있었다.


“·········저를 진심으로 따르던, 그리고 지금도 열과 성의를 다하며 따르고 있는 수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제가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들도 무릎을 꿇는 것이고, 제가 고개를 숙인다는 것은 그들도 고개를 숙이는 것. 제 행동과 말 하나하나가 그들의 위상을 결정짓는 것과 다름이 없기에, 저는 저 자신이 진심으로 존경하는 이가 아니라면, 결코 존댓말을 쓰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지금 내게 존대를 하는 거지?”


“이건 당신이 한버들의 아버지이기 때문에······그렇기 때문에 하는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최소한의 예의라·········”


내 말을 들은 한버들의 아버지는 아무 말도 없이 나를 잠시 동안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으로 걸어가 무언가가 담긴 봉투를 가져오며 말했다.


“이건 카인에게 너희들이 버들이의 친구라는 사실을 듣자마자 내가 조사한 너희의 자료야. 그리고···”


그는 그 자료를 그대로 쓰레기통의 안으로 집어 던지며 말을 이었다.


“이제는 필요가 없지”


“그 말은······”


“나는 지금 너희가 버들이에게 해가 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거든. 너희라면, 버들이를 장애인이 아닌 한 명의 친구로서 봐줄 거라고 믿을 수 있어”


“섣부른 결정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 네 말대로 섣부른 결정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내 직감을 믿거든. 사업을 하다 보면, 이 직감이 위험을 넘기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때가 있지”


“······”


“난 너희가 버들이가 처음으로 사귄 친구라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단다”


한버들의 이야기를 꺼내자, 그를 둘러싸고 있던 무거운 분위기가 단숨에 흩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버들이같이 심약한 아이에게 너희같이 특별한 힘을 지닌 친구가 생긴 것도 어쩌면 인연이겠지”


그렇게 말하며 한버들의 아버지는 다시 소파에 앉았고, 곧장 나와 히아신스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버들이, 그 아이는 아직 위험을 혼자서 헤치며 나아갈 수 있을 만큼 마음이 굳세지 못해. 그러니 만약 위험한 상황이 온다면, 나는 너희가 버들이를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지키다니······버들을 아직도 어린아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런 그의 말을 들은 히아신스가 입을 열었다. 한버들의 아버지는 갑자기 말을 하기 시작하는 히아신스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약하지 않다. 그는 혼자서 앞가림을 할 수 있는 의지도, 재능도 가지고 있어. 당신에게는 아직 버들이 보호받아야 하는 아이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지켜봐 온 그는 누군가에게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


“그게 무슨 상관이지?”


“·········”


“설령 장애가 있다고 해도 버들은 반드시 정상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다. 믿지 못하겠다면, 내가 직접 증명해 보이지. 이번 토너먼트에서 버들이가 자신의 힘으로 당당히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몇 달이 되지 않았지만, 한버들은 히아신스에게 마법을 배워왔다. 그렇기에 히아신스는 더욱더 확신에 가득 찬 눈빛으로 말할 수 있었다. 그런 히아신스의 말에서 무언가를 깨달은 듯, 한버들의 아버지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 버들이를 믿어주어야겠지”


한버들의 아버지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아무 말 없이 잠시 눈을 감았고, 몇 초 만에 다시 감은 눈을 다시 뜨면서 말했다.


“설령 네 말이 옳다고 하더라도, 버들이가 날아오를 그 날이 올 때까지···그때까지만이라도 좋으니 버들이를 지켜줘라. 아비로서 그 정도 부탁은 할 수 있겠지?”


“······그건 약속하지”


히아신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한버들의 아버지는 기분이 좋은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한버들과 스노우가 엘리베이터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면서 말했다


“애들아, 물건이 너무 많아서 직접 내려가 봐야 할 것 같은데?”


“아니면 몇 개만 골라올 수도 있다. 그렇게 하겠나?”


그런 스노우와 한버들의 말을 들은 나와 히아신스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가 쓸 것이니, 우리가 직접 보는 것이 좋겠지”


“그건 그래, 내려가자”


나와 히아신스가 엘리베이터를 향해 다가가자, 스노우도 곧장 우리의 뒤를 쫓았다. 한버들의 아버지는 그런 한버들이 그 뒤를 따라가기 전, 한버들을 불러세우면서 말했다.


“버들아”


“왜요 아버지?”


“아카데미에서 지내는 건 행복하니?”


“·········당연하죠!”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한버들. 그런 아들의 진심이 담긴 표정을 본 그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건물 안에 있는 거라면 뭐든 상관없으니, 뭐든지 고르게 하렴”


“네···? 아버지는 제가 남들한테 물건 주는 거 별로 안 좋아하시지 않으셨어요?”


“······처음으로 생긴 친구잖니, 그 어떤 것보다도 소중하게 대하렴”


“······네 아버지···!”


기쁘게 대답하고 엘리베이터의 안으로 빠르게 들어가는 한버들의 모습을 그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윽고 문이 닫히자, 그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뻗어 차를 마셨다.


“씁쓸하군······”


오늘따라 차가 더 쓰게 느껴지는 듯했다. 차를 마신 뒤,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사진을 향했다. 품에 안겨있는 어린 한버들과 젊은 자신의 모습, 이제는 상상 만으로만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작던 아이가, 시간이 흘러 이제 내 품을 떠날때가 오다니······”


이제는 자신의 품을 떠나려 하는 한버들을 떠올리며, 그는 다시 한 번 씁쓸한 차를 마셨다.


“시간도 참 무상하군”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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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1화. 회의(2) 21.06.11 39 0 17쪽
13 10화. 회의(1) 21.05.27 44 0 17쪽
12 첫번째 이야기 - 한버들의 과거(2) 21.05.13 40 0 29쪽
11 첫번째 이야기 - 한버들의 과거(1) 21.04.21 42 0 25쪽
10 9화. 학교를 가다(6) 21.04.21 47 0 17쪽
9 8화. 학교를 가다(5) 21.04.21 47 0 16쪽
8 7화. 학교를 가다(4) 21.04.21 44 0 18쪽
7 6화. 학교를 가다(3) 21.04.21 52 0 17쪽
6 5화. 학교를 가다(2) 21.04.21 63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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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화. 돌아가다 21.04.21 108 0 16쪽
3 2화. 재회(2) 21.04.21 142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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