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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츠 님의 서재입니다.

Reunion : 과거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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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츠
작품등록일 :
2021.04.21 19:20
최근연재일 :
2022.06.17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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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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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698

작성
21.04.2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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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화. 재회(2)

DUMMY

내가 이곳에 온 지도 1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13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것들에 대해서 새롭게 알 수 있었지만, 그중에서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이곳이 지구에서 훈련장이라고 불리던 그 공간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 빛의 기둥이 당신이 훈련장이라고 부르는 그곳으로 이어지는 것은 맞다. 당신만은 어째선지 그 공간이 아닌, 허무(虛無)의 공간으로 이동됐지만 말이야”


“그럼 그 허무의 공간이라는 건 뭔데?”


“허무의 공간은 쉽게 말해서 세상의 토대가 되는 공간이다. 이곳에 오기 전에 보았던 주변이 모두 하얗게 보이는 그곳도 그 공간의 일종이지”


또한, 나는 매일 매일 히아신스에게 검술과 마법, 다양한 분야에 대한 각종 지식 등을 배우고 있었다. 비교할 사람이 히아신스밖에 없어서, 내 정확한 수준은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근데 정말 내가 강하긴 한 거야?”


“어디 가서 맞고 다닐 수준은 아니다”


“그럼 네 기준으로는?”


“음······그건 비밀로 하도록 하지”


그뿐만 아니라 나는 13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주 조금씩이지만 새로운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나는 매일 매일 히아신스에게 그날 떠올린 기억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는 했다.


“······오늘은 사막을 횡단하는 여행자였던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어”


“그럼 들려주겠나?”


“그래, 시작은 오아시스 근처에 있는······”


행복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음이 가득 찬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13년이라는 시간은 마치 바위가 마모되어 가는 것처럼, 내 정신을 조금씩 갉아먹어 가고 있었다.


“당신···?”


“···난 언제쯤 기억을 전부 되찾을 수 있는 걸까”


히아신스와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도, 기억을 되찾고 싶다는 마음도, 결코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린 것은 아니었다. 난 지금도 공허한 마음을 가졌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조금···지쳤어”


그저 아주 조금 지쳤을 뿐이었다.


“설마 돌아가고 싶은 건가?”


“······나도 잘 모르겠어”


“이곳을 나가는 것 만큼은 절대 안된다”


“······알고 있어”


내가 이곳을 떠나겠다고 한 것도 아니었지만, 히아신스는 마치 내가 이곳을 떠나려고 하는 것처럼 예민하게 반응했다. 나는 그런 히아신스를 힘없이 바라보면서 말했다.


“알려줘, 내가 기억을 다 되찾으려면 앞으로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리지?”


“······”


“13년 동안 되찾은 기억들만 100년이 넘어···근데도 아직 끝이 보이지가 않아.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지? 아니, 애초에 전부 되찾을 수 있기는 한 건가?”


아직은 스스로의 정신이 온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이대로 계속 이곳에 있는 다면, 기억을 되찾는 것보다 나 자신이 먼저 망가질 거라고 이유 없이 확신하고 있었다.


“운이 정말 좋다면 앞으로 1억 년이면 모든 기억을 되찾을 수 있겠지”


“운이 좋아야 1억 년이라고···?”


“하지만 나는 적어도 1조 년은 걸릴 거로 생각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겠지”


“무슨······”


터무니없는 시간을 들은 나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하지만 히아신스는 내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내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지금은 조금 놀랄 수 있다. 하지만 나와 함께 버틴다면······”


“이거 놔!!”


나는 그런 히아신스의 손을 강하게 뿌리쳤다. 모든 것이 당황스러웠지만 상처받은 표정을 짓고 있는 히아신스를 보자, 나는 가슴 속에서 화가 끌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날 속였어···! 날 속였다고!!”


“······”


“그렇게 오랜 시간이었으면 나한테 말해줬어야지!!!”


“내가 그것을 말했다면, 당신은 이곳에 남지 않았을 것 아닌가”


“당연하지!”


내가 화를 내고 있음에도 히아신스는 당황하거나 놀라는 것 없이, 그저 슬픈 표정을 지은 채로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다시 그때로 돌아간대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설령 당신이 나를 원망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당신과 함께할 수 있기만 하다면 상관없다”


“그게 지금 할 말이야···?”


“사과하라면 몇 번이라도 할 수 있다. 무릎을 꿇으라고 하면 지금 당장에라도 꿇을 수 있다”


“너···진짜···”


“하지만 그럼에도 당신을 보내줄 수는 없다”


그렇게 말하며 히아신스는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다시 내 손을 잡았다. 그런 히아신스의 손은 오늘따라 차갑게 느껴지는 듯했지만, 여전히 다정한 손길이었다.


“나와 약속했지 않나. 기억을 되찾을 때까지 이곳에서 나와 함께 하기로······”


“그런 약속은 무효야···난 돌아갈···!!”


돌아가겠다고 말을 하려던 중, 나는 갑자기 무언가가 전신을 옥죄어 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덩굴과 밧줄로 온몸이 칭칭 감겨있는 듯한 기이한 감각이었다.


‘뭐야···왜···왜 돌아가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 거지···!?’


히아신스를 향해 돌아가겠다고 말하기 위해 몇 번이고 노력했지만, 지구로 돌아가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말을 하려 하면 할수록 전신을 옥죄는 듯한 그 감각은 점점 더 강렬해져만 갔다.


“나와의 약속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당신은 기억을 되찾을 때까지 이곳을 떠날 수도, 혹은 떠나겠다는 말이나 생각조차도 할 수 없겠지”


“그럼 아까부터 나를 옥죄는 이 감각은···!”


“그것이 바로 약속으로부터 오는 제약이다”


“안돼···! 안 된다고!!!”


마치 덩굴처럼 내 몸을 감싸는 듯한 이 감각이 내 영혼까지도 속박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돌아가겠다는 생각 자체가 없어져 가는 것을 깨달은 나는 절망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날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는데······”


“가족이 신경쓰이는 건가···? 그렇다면 이곳을 제외한 다른 모든 공간의 시간을 멈추겠다”


히아신스는 그렇게 말하며 바닥에 주저앉은 나를 망설임 없이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내 위에 올라타면서 말을 이었다.


“원한다면 내가 아는 모든 것을 알려줄 수 있다···!”


그렇게 말하는 히아신스의 검은 드레스가 천천히 흘러내렸다. 빛을 받아 매끄럽게 빛나며 히아신스의 나신이 드러났지만, 나는 초점 없는 눈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몸이든, 마음이든 그 어떤 것이라도 당신에게 줄 수 있다···! 그저···그저 내 곁에만 있어 준다면···!”


히아신스는 내 목을 감싸 안았고, 그대로 천천히 나를 당겼다.


“나에겐 당신이 전부이다”


나와 히아신스의 입술이 맞닿았다.





*                *                  *                 *





모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얼마나 망가졌는지.


그저 시간은 흐른다.


그저 망가져 갈 뿐이다.


망가지고, 망가지고, 망가지고 또 망가진다.


설우현이라는 인간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 기억은 돌아온다 』





* * * *





그 뒤로, 또다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아마,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정말 많은 것이 변해있었다. 아니, 변하지 않은 것을 찾는 게 오히려 더 힘들 것이다. 이미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나는 다른 사람이라고 봐도 무관할 것이다.


“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가?”


“······참 많은 것이 변했다 싶어서”


“많은 것이라면?”


“별건 아니야. 그냥······이곳을 나갈 때가 다가오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어서 그런 거지”


나는 내 손을 쳐다보았다. 수차례나 경지에 오르면서 전투에 가장 적합한 형태가 된 내 몸은 오히려 처음보다 더 젊어지고 근육질로 변해있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오늘따라 그런 내 손이 더욱 낯설게 느껴졌다.


“그게 무슨 상관인가”


히아신스의 부드러운 손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내 손 위에 겹쳐졌다. 나는 고개를 들어 히아신스의 두 눈을 마주 보았다.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언제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나는 당신이 어떤 모습이라고 해도 당신만을 사랑할 텐데”


“히아신스···”


“나는 언제나 당신의 것이다. 또, 언제나 그대는 나의 것이지. 항상 내가 함께 할 테니, 그대는 불안해하지 마라”


히아신스는 자연스럽게 팔로 내 목을 감쌌다. 히아신스는 마치 힘이 풀리듯이 스르륵 내 무릎에 앉았고, 내 얼굴을 손으로 당기며 말했다.


“사랑한다”


“······그래, 나도 사랑해 히아신스”


히아신스와 나는 익숙하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키스를 나눴다.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와 히아신스는 부부가 되었고, 이제 와선 이 정도 스킨쉽은 거의 일상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제 갈 시간이 된 것 같군. 먼저 옷부터 갈아입을 건가?”


딱!


히아신스가 손가락을 치자 히아신스와 내가 입고 있던 옷들이 새로운 옷으로 변해갔다. 히아신스의 옷은 드레스에서 원피스로 변했고, 나는 목을 가리는 회색 폴라티와 검은 바지와 외투, 마지막으로 장갑까지 생겨났다.


“어떤가? 당신의 고향의 인간이 입던 옷들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입어봤다”


“당연히 예쁘지. 워낙 예쁘니까 뭘 입어도 더 예쁜 것 같아”


“······그렇게 말해주니 정말 기쁘구나. 아, 그리고 당신의 옷은 지구의 옷을 참고해서 내가 직접 만든 옷이다. 재료 하나하나를 직접 강화해서 만들었으니, 내구성과 보온성이 다른 옷들보다 훨씬 훌륭할 거야”


“이 정도면 확실히 웬만해서는 찢어지지 않을 것 같네. 수고했어. 히아신스”


내가 진심으로 만족하는 모습을 본 히아신스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고, 그대로 내 옷을 정돈하며 말했다.


“그럼 이제 가지”


탁!


그렇게 말하며 히아신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일대를 뒤덮고 있던 히아신스의 기운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곧 멈춰있는 시간이 이제 흘러갈 것이라는 소리였다. 멈춘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히아신스와 내가 하얀빛으로 뒤덮였다.


“가자, 당신의 세계로”







* * * *







걸어 다니는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한산한 도시, 그 도시의 거리에 갑자기 빛의 덩어리가 생겨나더니 그 안에서 두 명의 사람이 걸어 나왔다.


“뭐야, 왜 아무도 없어?”


“아무래도 근처에는 아무도 없는 모양이로군. 당신의 말대로 인간이 많이 있었던 곳에 나오도록 했는데 말이야.”


《 현재, S급 마수가 게이트를 탈출했습니다. 주민분들은 인근 대피소로 이동해주십시오. 반복합니다. 현재, S급······ 》


경보가 울리는 것으로 봐선 무슨 일이 일어난 같았다. 그리고 그런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멀리서 무언가의 괴성이 들려왔다.


“끼아아아아아!!!”


“뭐지? 뱀인 것 같은데?”


“바실리스크 로군. 마수 중에서도 평범한 수준의 녀석이다”


등 쪽에는 벼슬 같은 것이 자라있었고, 배 쪽에는 단단한 갑주 같은 것으로 둘러져 있는 거대한 뱀이 기어오고 있었다. 이대로 거리를 쭉 파괴하면서 기어오면 얼마 안 가 우리에게 도달할 것 같았다.


“검 한 자루만 만들어줘”


“그렇게 하지”


딱!


히아신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내 앞에 붉고 얇은 날을 가진 검 한 자루가 생겨났다. 검은 금방이라도 싸우고 싶다는 듯이 웅웅거렸고, 그에 호응하듯 나는 검을 잡아 바실리스크를 향해 겨누었다.


“내 기운을 넣었으니 바실리스크 정도는 순식간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 보이네”


우리가 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본 건지 바실리스크가 갑자기 괴성을 더 내지르며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끼아아아아아아아아!!!”


“시끄러, 닥쳐”


나는 그대로 검을 아래로 휘둘렀다. 휘둘러진 검은 직후, 곧장 역할을 다했다는 듯이 그대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우리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던 바질리스크는······


“끼아아아아···ㅇ·········”


그대로 반으로 갈라지더니 시체가 되어버렸다. 반으로 갈라진 바질리스크의 시체는 추진력을 잃고 그대로 옆에 있는 건물에 부딪혀버렸다.


“약하게 휘두른 건데 이 정도라니······역시 봉인을 조금 더 강화할 필요가 있겠어”


“확실히 그게 좋아 보이는 군”


현재 나는 몸에 수백 가지의 봉인을 해놓은 상태였다. 몇 가지 이유로 지금 내 힘을 몸이 버틸 수 없기에 한 일이었다. 그 봉인은 크게 2가지 형태로, 내가 지금 옷 안에 감고 있는 검은 붕대와 그 검은 붕대 안에 있는 문신들이 있었다.


“이 붕대를 감아도 부족할 줄이야”


“그렇다면 문신의 개수를 조금 더 늘리도록 하지”


“그래, 그게 좋겠네. 그보다 어떻게 된 거지? 내가 기억하기로 내 고향에 이런 생물은 없었던 것 같은데”


“아마도 이곳에 차원의 틈이 생긴 것일 거다”


“차원의 틈?”


“직접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를 따라오라”


히아신스가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엄청난 속도로 사라지자, 나도 곧장 히아신스를 따라서 그 뒤를 쫓았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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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5화. 게이트(3) 21.07.25 32 0 19쪽
17 14화. 게이트(2) 21.07.05 39 0 18쪽
16 13화. 게이트(1) 21.06.28 42 0 19쪽
15 12화. 회의(3) 21.06.20 48 0 20쪽
14 11화. 회의(2) 21.06.11 40 0 17쪽
13 10화. 회의(1) 21.05.27 46 0 17쪽
12 첫번째 이야기 - 한버들의 과거(2) 21.05.13 43 0 29쪽
11 첫번째 이야기 - 한버들의 과거(1) 21.04.21 45 0 25쪽
10 9화. 학교를 가다(6) 21.04.21 48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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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화. 학교를 가다(3) 21.04.21 57 0 17쪽
6 5화. 학교를 가다(2) 21.04.21 66 0 16쪽
5 4화. 학교를 가다(1) 21.04.21 94 0 20쪽
4 3화. 돌아가다 21.04.21 108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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