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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던전에서 고이다 못해 석유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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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전파자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8
최근연재일 :
2023.06.18 19:00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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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5
추천수 :
86
글자수 :
229,143

작성
23.06.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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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배신자 응징

DUMMY

37. 배신자 응징.


“우웅. 압빠 간지러어.”


내 피부를 따라 요동치는 마나 때문인지 품에 안겨 있던 오수가 간지럽다고 칭얼거렸다. 아무래도 마법 생물이라 마나를 민감하게 느끼는 듯하다.


“미안.”


나는 마나가 눈에서 안광으로 적당히 새어나올 정도로 조절하고 기다렸다. 분위기는 중요하니까.


----


건물 안으로 구르듯 되돌아온 조직원이 칼날을 닦고 있던 남자를 다급하게 불렀다.


“혀, 형님! 위험한 놈이 쳐들어왔습니다! 마나 쓰는 놈이에요!”


단검이 잘 닦였나 꼼꼼히 살펴보던 남자는 조직원의 말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마나 각성자? ...귀찮은 일이 생겼군.”


삐걱.


남자는 단검을 집어넣고 의자 옆에 세워져있던 대검을 집어 들었다.


“그래도, 재미있겠어. 흐흐흐.”


음침하게 웃는 남자의 얼굴에 핏물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


남자가 나오자마자 하는 말은 정말 가관이었다.


“흐흐흐, 어디서 온 놈인지는 몰라도 이 몸에게 걸린 이상 무사히 돌아갈 생각을 말아라.”


“하...”


이제는 슬슬 진심으로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자꾸 감정에 따라 피부 밖으로 새어나오려는 마나를 억누르며 말했다.


“나 바쁘다. 실눈쥐 잭, 언제 나오냐.”


“으응? 그건 말이지. 저승사자가 알려줄 거다!”


놈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기를 치켜들고 나를 향해 뛰어들었다. 그 날붙이의 표면에는 은은한 마나가 흐르고 있었다.


“됐다. 그냥.”


탱!


오른쪽에서 왼쪽을 향해 곡선을 그린 왼손이 놈의 대검을 거꾸로 튕겨냈다. 녀석의 눈이 튀어나올 듯 벌어졌다.


“무-슭!”


동시에 오른쪽 무릎으로 무방비하게 들어난 몸통을 강타. 형님 깡패는 니킥 한방에 기묘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내가 직접 들어가서 볼게.”


“우오아앙.”


오수가 내 기술을 보고 감탄한 듯 입을 벌렸다. 나는 오수를 잠깐 쓰다듬어주고 깡패를 넘어 건물로 진입했다.


“오수야. 잠깐만 아빠 배낭에 있을래?”


“웅. 아라 쪄.”


오수가 꼬물꼬물 내 몸을 타고 올라서 배낭 안으로 들어간다.

얼굴을 보니 원래 여기가 내 자리라는 듯 편안해 보였다. 역시 오수는 귀엽다.


삐걱.


“본인이 직위가 좀 높다. 손?”


내가 건물로 들어가 하는 말에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

다들 눈알만 굴려대는 것이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나 알고 있는 낌새였다. 나는 팔짱을 끼고 다시 한 번 말했다.


“본인이 직위가 높아서 쥐어터지거나 앓아누우면 조직운영에 문제가 생긴다. 손.”


“저요!!!” “손! 손!!!”


나한테 얻어맞기 싫은 조직원들이 번쩍 손을 들어 올렸다.


“이, 이 자식들이!”


진짜 직위 높은 놈들이 의리를 버린 조직원들을 보고 분노했지만 조직원들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젠장! 우리처럼 마나 못 쓰는 놈들은 한방에 병신 된다고!”


“그럼 지금 병신으로 만들어주마!”


내가 뭘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내분이 일어났다. 참으로 한심한 꼴이었다.


쾅.


빠지직.


내가 짜증내며 부순 테이블에는 내 손바닥 모양으로 구멍이 뚫려있었다. 구멍의 테두리에는 푸르게 타오르는 마나가 달라 붙어있었다.


“그만. 코미디는 거기까지만 하고 느그 잭 형님한테 안내하기나 해라. 평화롭게 가자. 평화롭게.”


꿀꺽.


적막 속에서 조직원중 누군가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 혹시 평화롭게 라면... 굳이 폭력을 행사할 생각은 없으시다는 말씀... 이십니까?”


어떤 용기 있는 조직원이 주춤주춤 나와서 말을 걸었다. 나는 그 용기에 고개를 끄덕여 대답해줬다.


“그래. 내가 밖에서 말한 걸 들었나 모르겠는데, 난 너희를 잡으러 온 게 아니야. 빚진 거 받으러온 거지.”


“그렇군요! 그럼 제가 모시겠습니다!”


내 말에 생존을 직감한 조직 간부는 화색을 띄며 말했다.


“앞장 서.”


“넵!”


나는 간부를 따라 실눈쥐 잭이 머물고 있는 사무실로 올라갔다.


“여깁니다.”


“그래. 수고했다. 이건 테이블 값. 남는 건 얘들하고 밥이라도 먹어라.”


나는 주머니에서 은화를 꺼내 남자에게 튕겨주었다.


팅.


“어이쿠! 감사합니다. 이렇게 큰돈을!”


간부가 화색을 띄며 기뻐한다. 그럴 만도 하다. 은화 하나면 만만한 액수가 아니다.

거창하지는 않아도 작게 한 번 정도 회식 할 수 있는 돈이니까.

물론 이쪽 세상에 남을 생각이 없는 나로서는 전혀 아까울 것이 없다. 금화쯤이나 되어야 좀 아낄 가치가 있었다.


똑똑.


“...누구십니까.”


안쪽에서 잭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에게 내가 왔노라고 대답했다.


“납니다. 김신혁.”


“제 부하는 어디에 있습니까?”


아하. 정상적으로 왔으면 먼저 부하가 자신을 불렀을 텐데 내가 대답한 걸 알고 위기감을 느낀 듯 했다.


“너네 이렇게 경고 해주는 구나? 똑똑하네.”


“윽.”


정보 조직의 간부는 자신이 부렸던 사소한 수작이 들키자 안색이 거무죽죽해졌다.

나는 그 꼴을 보고 헛바람 소리처럼 웃으며 말했다.


“프흐... 안 죽이니까 걱정 마라. 내려가서 술이나 마셔.”


“네넵!”


힘차게 대답했지만 간부는 눈치만 보면서 아래층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나는 간부에게서 신경 끄고 문 너머로 말했다.


“멀쩡히 잘 있습니다. 오는 길에 오해가 있어서 한두 명 정도 눕히긴 했는데 어디 부러진 곳은 없으니까 걱정 마십쇼.”


“...그렇습니까? 일단 들어오십쇼.”


나는 그의 허락을 듣고 문을 밀며 들어갔다.


끼익.


방 안쪽에는 실눈쥐 외에도 개인 호위로 보이는 인물이 있었다.


“이번에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잭의 얼굴은 한껏 경직되어 있었다. 첫 조우 이후로는 쪽지로만 대화하다가 갑자기 찾아오니 경계심이 들은 듯 했다.


“이번에 싱글볼트 저택에 습격 있던 거 아시죠?”


물론 합당한 경계심이었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오지 않았으니까.


“예.”


“근데 우리 약속했던 게 하나 있지 않습니까?”


“...그 부분은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광신도들이 너무 은밀하게 움직인 탓에 저희 역량으로는 포착할 수 가 없었습니다.”


“흠.”


저 말은 사실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눈에는 잭의 눈동자 깊숙이 숨어있는 악신의 찌꺼기가 보였다.


“그렇단 말이죠...”


나는 천천히 잭을 향해 걸어갔다. 내 접근을 경계한 호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저번에는 호위 같은 건 두지 않았지 않습니까?”


“아. 이번에 새로 고용했습니다. 혹시 필요해 질 수 도 있겠다 싶더군요.”


그렇겠지. 본인이 세뇌 당했다는 것을 들킨다면 그걸 수습해야할 사람이 필요했을 테니까. 나는 빙긋 웃고 말했다.


“혹시 그 이유가, 악신의 졸개가 됐다는 것 때문입니까?”


내 말을 들은 잭의 얼굴이 무표정하게 변했다.


“빅터. 처치하세요.”


챙!


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검을 뽑은 호위가 나를 향해 사선으로 그어 내렸다.

나는 눈알만 굴려 다가오는 검 날에 시선을 맞췄다. 그리고 맨손으로 검을 잡아챘다.


텁.


손아귀에 들어찬 마나가 빅터의 마나와 충돌하며 떨리는 소리를 냈다.


즈즈증-


호위의 눈이 찢어질 듯 벌어졌다. 조금 겁에 질린 것 같기도 했다.


“뭣! 맨손으로!”


이건 내 마나의 특수성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얼핏 보기에는 내가 압도적인 강자로 보일 것이다.


“호위는 다시 구하셔야겠네.”


끼익, 뚝!


나는 손에 모은 마나를 움직여 검을 꺾어버렸다. 썩은 나뭇가지 마냥 부러진 검을 본 호위는 나에게 대적할 투지를 잃었는지 주춤주춤 뒷걸음질했다.


“어이. 발렸으면 제 발로 꺼져. 기어서 나가고 싶지 않으면.”


개인적으로 무력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썩 좋아하지 않는다.

사나운 맹수는 어렵지 않게 베고 찌를 수 있지만 사람은 아니지 않는가.

아무래도 심리적 저항감이 남아있는 편이다.


“...난 호위요. 검이 없다고 의뢰를 포기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허참.”


남자는 뒷걸음질이 아니라 간격을 잡고 있었다. 보기보다 직업적 사명감이 투철한 인물이었다.


“하압!”


남자는 주먹을 굳게 쥐고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용감하군.”


나는 그 사명감에 경의를 표하고 관절기로 남자의 팔을 돌려 꺾은 뒤 목을 조여서 제압했다.


텁.


꽈악.


“궤엙.”


그리고 그 상태로 강하게 졸라 곱게 기절 시켰다.


“끝. 실눈쥐 잭. 아니, 악신의 졸개. 더 꺼낼 게 있으신가?”


휙.


털썩.


나는 기절한 호위를 옆으로 던져두고 말했다. 잭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분명 당신을 이길 수 있는 실력자를 고용했는데 이렇게 쉽게 패하다니... 실력을 숨기고 있었습니까?”


숨긴 것도 있지만 나는 원래 성장이 빠르다.

하지만 악신에게 세뇌 당한 자에게 굳이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나는 어깨만 으쓱하고 말았다.


“됐고. 더 꺼낼 거 없으면 이제 제정신으로 돌아올 차례다.”


“후...”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는 실눈쥐를 향해 걸어갔다.

잭은 자포자기 했다는 듯 몸에서 힘을 빼고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신께서 제게 임하신 것은 어떻게 알아차리셨습니까? 다른 마나 각성자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는데요.”


나는 잭의 머리통을 손으로 잡았다.


덥석.


“...”


이대로 손에 힘을 주면 실눈쥐의 머리통은 잘 익은 수박처럼 부서질 것이다. 나는 잭에게 씩 웃어주고 말했다.


“내 눈은 특별하거든. 보여. 네 몸에 달라 붙어있는 끈적끈적한 찌꺼기들이.”


“...그랬군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악신의 찌꺼기로 만들어진 가짜 인격은 나를 표독스럽게 노려보고 말했다.


“...엿이나 드십쇼. 김신혁.”


“저렴한 유언이군. 접수했다.”


나는 손을 통해서 불어넣은 마나를 예리한 메스처럼 움직였다.

마나는 뇌주름 사이사이에 눌어붙은 악신의 찌꺼기를 섬세한 움직임으로 뜯어냈다.


키이이잉!!


잭의 얼굴에서 여기저기 울룩불룩 핏줄이 튀어나온다.


“크어어억-”


참기 힘든 고통에 잭의 입에서 비명이 새어나왔다.


뿌득, 뿌드득!


“이거로 끝.”


“크허...”


적출된 악신의 흔적을 둥글게 뭉쳐보니 거무튀튀한 실타래 같은 모습이었다.


“참 길기도 하네. 징글징글하게 뻗어있었구만.”


잭은 정신을 잃고 의자에 늘어져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혀를 한번 찼다.


“이래서야 뭘 듣기는 글렀군. 텄다, 텄어.”


손에 들고 있던 실타래를 품 안에 챙기고 문을 나섰다.


“아직 있었냐? 걱정 말고 가서 놀라니까.”


문 밖에는 아까 같이 올라온 간부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헉! 호, 혹시 잭 형님은 어떻게 됐습니까...?”


“거참 충성스럽기도 하네.”


나는 간부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말했다.


“걱정마라. 조금 있으면 알아서 일어날 테니까.”


“오!”


간부는 내 말에 다행이라는 듯 화색을 띄었다.


“잭이 일어나면, 김신혁이 부르더라고 전해라.”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해라.”


“넵!”


나는 정보 길드 건물이 있는 뒷골목으로 나와 악신의 흔적을 뭉쳐둔 실타래를 꺼내서 살폈다.


“악신의 실타래라... 이거 어디에 쓰더라?”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금방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아, 이거 어디 쓰는 곳 있었는데?”


나는 물끄러미 악신의 흔적을 살피던 것을 그만 두고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뭐, 일단 마나로 눌러놨으니까 별 일 없겠지. 나중에 쓸 곳 있으면 쓰면 되고.”


고개를 들어 뒷골목을 쓱 보니 거리에 널려 있는 부랑자들이 눈을 맞추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놈들은 강약약강의 표본이라고 볼 수 있는 종자들이다. 동료로 키워볼만한 가치가 없었다.


“호와...”


그 골목 중에서도 더 좁은 골목에서 튀어나온 작은 머리통 하나가 눈을 빛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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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신자 응징 23.06.13 22 1 12쪽
38 2단 가변형 카벙클 오수. 23.06.12 29 1 12쪽
37 쾌락 없는 책임. 23.06.11 29 1 12쪽
36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줄여서 세나개. 23.06.10 28 1 12쪽
35 신의 존재증명 23.06.09 28 1 12쪽
34 장남, 차남, 그리고 남은 하나. 23.06.08 24 1 12쪽
33 습격 23.06.07 25 1 12쪽
32 전조 23.06.06 29 1 11쪽
31 왕거미 23.06.05 32 1 12쪽
30 준비 23.06.04 33 1 11쪽
29 장인정신 23.06.03 33 2 12쪽
28 형제 23.06.02 31 1 12쪽
27 에그몽 23.06.01 31 1 11쪽
26 비극 23.05.31 31 1 12쪽
25 카벙클 매직 23.05.31 35 2 12쪽
24 헌티드 퀘스트 23.05.30 31 1 12쪽
23 복수 23.05.28 35 2 12쪽
22 에라메인 23.05.28 33 2 11쪽
21 전력보충 23.05.26 31 2 11쪽
20 애증 23.05.25 34 2 11쪽
19 카벙클 도그 23.05.24 35 1 11쪽
18 라스트 월드급 자아성찰 23.05.23 34 1 11쪽
17 내가던전석유다 +2 23.05.22 4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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