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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던전에서 고이다 못해 석유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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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전파자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8
최근연재일 :
2023.06.18 19:00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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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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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글자수 :
229,143

작성
23.05.3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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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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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헌티드 퀘스트

DUMMY

24. 헌티드 퀘스트.


“당연히 친구죠. 절친 아닙니까, 절친.”


아르겐티아는 내 말을 듣고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우리 말 편하게 하자. 사실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호감도 따라 대하는 어투가 달라지는 던전월드에서 반말을 트는 것은 정말 긍정적인 신호다.

이정도로 호감도가 쌓이면 어지간하면 배신할 일이 없다. 나는 화색을 띄고 대답했다.


“난 당연히 좋지!”


아르겐티아는 오수를 한번 쓰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나는 먼저 좀 쉬러 돌아갈게.”


“그래. 오늘 하루 고생했어. 내일 봐.”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아이고, 빡세다.”


나는 침대 위로 등을 눕히며 혼잣말했다.


“이래서 언제 던전 밑바닥까지 내려가나...”


----


다음날 우리가 제일 먼저 들린 곳은 사냥꾼 길드였다.


“에... 리즌 싱글볼트님이 소개하셨다고요?”


나는 어수룩해 보이는 접수원에게 다시 한 번 말해야 했다.


“예. 도시 외곽 맹수 사냥이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셔.”


접수원은 뭔가 서류 같은 것을 뒤적이더니 말했다.


“아, 여기 있군요. 서식지를 갑작스럽게 이주한 맹수를 사냥, 혹은 포획할 것. 가능하다면 포획하는 것을 권장함.”


그는 종이뭉치에서 한 장을 뽑아 나에게 넘겨줬다.


“자세한 내용은 거기에 전부 적혀 있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수고하십쇼.”


“예에.”


펄럭! 끼악!


횃대에 앉아있던 독수리가 인사하듯 날개를 한번 펄럭이고 울었다. 나와 아르겐티아는 그 둘을 뒤로 하고 적당한 테이블을 찾아서 수배서를 펼쳤다.


“알. 혹시 이거 뭔지 알겠어?”


“그럴 리가. 난 사냥꾼이 아니라 연금술사야.”


“끙...”


수배서에 그려져 있는 맹수는 도저히 정체를 알 수 없었다. 그린 모양이 얼마나 엉망진창인지 어린 아이가 크레파스로 그려놓은 듯 했다.


“출현 시 희뿌연 안개가 동반함. 그 탓에 형태를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개판으로 그려놨구나.”


“그러게. 정말이네.”


맹수형 몬스터는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없었다. 사족 보행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가진 능력이 무작위다.

그중 도시 근처에 나타났다는 녀석은 안개를 분출하는 능력이 있는 듯싶었다.


“어, 그 녀석 잡으시게요?”


어디선가 나타난 베스티올라가 친한 척 말을 걸어왔다. 그녀를 본 아르겐티아의 미간이 좁혀졌다.


“아, 예. 의뢰를 받아서요.”


“흐응.”


베스티올라는 작은 콧소리를 내며 수배서를 살펴봤다.


“이 녀석. 누에 같은데요?”


“오. 무슨 놈인지 아시는 겁니까?”


“네. 나름 귀한 마법동물이에요. 개체마다 다양한 외모를 가졌고 안개로 들어오는 동물을 현혹시켜서 잡아먹죠.”


생각해보니 그렇다. 아무리 무작위라고 해도 이곳에서 사는 사람이라면 그 무작위 역시 분류했을 것이다.

능력 자체는 변하지 않았으니 외모를 제외하고 능력만으로 분류했다면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역시 전문가군요.”


아르겐티아도 베스티올라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녀가 가진 전문가로서의 식견은 존중하는 듯하다.


“후후. 기본이죠.”


베스티올라는 어깨를 한껏 올리고 의기양양해했다. 조금 웃겼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베스티올라. 지금 하고 있는 일 있나요? 급한 일이요.”


“아뇨? 딱히 없어요. 요즘은 밍키를 길들이는데 시간을 쏟고 있거든요.”


“잘됐군요.”


나는 아르겐티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알. 베스티올라를 고용하는 건 어때?”


“네? 저를요?”


“이 사람을?”


내 물음에 두 사람의 대답이 겹쳐서 돌아왔다.


“응. 짐승을 잡을 땐 짐승 전문가를 모셔야 하지 않겠어?”


“나쁘진 않은데...”


아르겐티아는 고민스러운 기색이었다. 베스티올라가 나에게 떨떠름한 얼굴로 물었다.


“제 의사는 물어보시지 않는 건가요?”


나는 오수를 꺼내서 그녀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설마 귀여운 오수가 다칠 뻔 했던 일을 잊으셨나요?”


베스티올라는 양심이 죄책감에게 사정없이 찔리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표정으로 선명하게 들어나 보였다.


“윽... 그 일은 그때 정보를 드린 걸로 끝난 거 아니었나요?”


나는 그녀의 마음을 공격하기로 마음먹었다.


“세상에. 이리 귀엽고 연약한 아이를 다치게 할 뻔 했으면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습니까? 당신은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은 건가요? 이 짐승!”


내 장난스러운 추궁에 베스티올라는 한숨을 푹 쉬었다.


“아효... 알겠습니다. 할 일이 있던 것도 아니니 그렇게 하죠. 그래도 보수는 확실하게 받을 거예요. 아시죠?”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당연하죠. 저도 양심 없는 사람은 아닙니다. 아무튼, 알. 어때? 생각해봤어?”


아르겐티아는 내 물음에 정신이 든 듯 퍼뜩 고개를 들어올렸다.


“아. 어. 그게 좋겠어. 우리는 돈을 노리고 사냥하는 게 아니니까 인원 늘려서 나쁠 거 없지.”


“좋아. 그러면 잘 부탁드립니다. 베스티올라씨.”


“네. 저도요.”


우끼!


베스티올라의 등 뒤에 숨어있던 밍키가 튀어나와서 그녀의 머리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울음소리를 낸다.


“밍키도 잘 부탁드린다고 하네요. 후훗.”


“아하하.”


나는 그녀의 말에 그냥 웃어주고 말았다.


----


베스티올라는 고용한 것은 확실히 현명한 선택이었다.


“고용주님. 녀석의 흔적을 발견했어요. 접근하기 전에 여기서 재정비 하고 가죠.”


도시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에서 나오자 그녀는 전문 사냥꾼답게 금방 목표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조금 쉬죠. 알, 괜찮아?”


물론 나와 베스티올라의 기준에서의 금방이다. 아르겐티아 같은 연금술사는 죽을 맛 일 것이다.


“안 괜찮아... 나 주거...”


평상시에도 운동이 부족했던 아르겐티아는 이미 반쯤 숨이 넘어가려고 했다.


“아이고. 그러게 포션 마시라니까. 왜 고집을 부리고 그래.”


“그러면 지는 거 같잖아...”


“얼씨구. 누구에게요.”


“몰라, 이씨...”


아르겐티아는 기진맥진한 탓에 제대로 짜증낼 기운도 없어보였다. 나는 배낭에서 물과 적당한 요깃거리를 꺼내 그녀에게 넘겨줬다.


“자. 일단 물 좀 마셔. 그리고 이것도 먹고.”


“웅...”


반쯤 풀린 눈으로 물을 마시는 모습은 참으로 대단했다.


“이런. 나름대로 생각해서 조절했는데 따라 오기 쉽지 않으셨나 봐요.”


우끼!


베스티올라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나는 내 손에 있는 육포덩어리를 향해 손을 뻗는 그림자 발톱 원숭이에게 육포 조각을 들려줬다.


우끼이!


“연금술사니까요. 우리와는 많이 다르죠.”


사실 아르겐티아의 체력은 평범한 수준이다. 그저 마나를 각성한 나와 전문 사냥꾼인 베스티올라의 체력이 압도적으로 강했을 뿐이다.


“나는... 보통이야!”


아르겐티아가 나와 베스티올라의 대화를 듣고 억울하다는 듯 끼어들었다.


“알아. 누가 뭐래?”


“어머. 미안해요. 험담한 건 아니었어요.”


우끼끼!


“밍키, 쉿!”


그림자 발톱 원숭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가 보다. 녀석의 표정에는 비웃음이 가득해 보였다.


“끄으윽. 내가 원숭이한테까지 놀림 받다니... 두고 보자...!”


아르겐티아의 눈에 불이 붙었다.


“아이고. 알. 다칠 만한 일은 하지 마. 조심조심 가자고.”


게임에서도 그랬지만 연금술사는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보니 뭘 할지 짐작하기 힘든 족속들이다.

그러니 뭔가 행동을 취할 만한 불만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챙겨놓을 필요가 있었다.


“크르르.”


세상에. 아르겐티아는 화가 치밀어 오른 것 인지 동물 울음소리를 냈다. 살짝 같이 있기 부끄러워질 것 같았다.


“알? 짐승 울음소리는 좀 그렇지 않아?”


“응? 내가 뭘?”


고개를 돌려 바라본 아르겐티아의 얼굴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네가 방금 동물소리 내지 않았어?”


“어?”


“응?”


나와 아르겐티아의 사이에 물음표가 쌓이기 시작했다.


“...고용주님. 아르겐티아씨. 무기 드세요.”


베스티올라가 우리에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도 그녀에게 작은 소리로 물었다.


“이거, 누엡니까?”


베스티올라는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젠장... 알. 포션 충분해?”


“으응.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어.”


우리가 리즌 싱글볼트의 개인 창고에서 가져온 마르지 않는 포션 벨트는 아르겐티아의 허리에 채워져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백날 쑤셔 봐도 사용할 수 없었던 벨트였지만 내 손이 닿으니 언제 그랬냐는 듯 사용할 수 있게 됐었다.


[마르지 않는 포션 벨트]

방어력 없음.

12/12

폭풍우 포션, 힐링 포션, 스태미나 포션... etc.

[내가던전석유가 만든 필생의 역작. 진정한 주인을 만나면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아마 내가 플레이어이기 때문이거나 상태창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벨트 덕분에 등록된 12개의 포션을 저장해둔 재고가 허락하는 내에서 마음껏 꺼내 쓸 수 있었다.


“...그런데 안개는? 맑기만 한데?”


아르겐티아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베스티올라는 그녀를 힐끗 보고 대답했다.


“녀석은 발자국을 남겨 놓고 몰래 되돌아온거에요. 우리 같은 사냥꾼을 속이려고요. 그런데 안개를 뿜으면 자신이 근처에 있다는 걸 자백하는 꼴이잖아요. 그래서 그런 거예요.”


“그럼 울음소리는요? 숨긴 것치곤 바로 알아차렸잖아요.”


“고용주님만 겨우 들을 정도로 작은 소리였으니까요. 아마 저희 둘만 있었으면 몰랐겠죠.”


나는 둘의 대화를 무시하고 발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자그락.


아주 작은, 돌 소리.


“베스티올라. 옵니다.”


흡.


아르겐티아가 숨을 삼키는 소리가 적막을 깼다.


“알. 괜찮아. 긴장 풀어.”


그녀는 울먹울먹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귀엽다.


“하지만... 난 숨는 것만 잘하지 숨은 놈 잡는 건 못한, 저기 누에!!”


아르겐티아는 하던 말을 끊고 석궁을 들어올렸다. 잔뜩 커진 그녀의 눈동자에 고양잇과와 비슷하게 생긴 짐승이 비쳤다.


퉁!


석궁에서 발사된 화살이 누에를 향해 날았다.


퍽! 캬악!


녀석이 화살에 맞은 사이 나는 옆으로 몸을 던졌다.


촤자작!


“고용주님! 조심해요!”


베스티올라의 경고가 들렸다. 전신을 흐르는 마나를 끌어올리고 놈을 받아칠 준비를 했다.


으르릉.


퓨쉬익!


하지만 놈은 나를 공격하는 대신 전신에서 자욱한 안개를 뿜어냈다. 녀석은 제법 덩치가 컸는데도 순식간에 안개로 가려졌다.


“젠장, 알고도 못 막았네!”


나는 창을 휘둘러 놈이 있던 자리를 찢어발겼다.


바우웅! 쫙!


크악?!


휘어진 창날이 놈에게 걸렸지만 얕았다. 누에는 큰 상처를 입지 않고 내 창의 범위에서 빠져나갔다.


툭.


내 창에 베인 것은 녀석의 꼬리 끝부분이었다. 아쉽다. 일단 안개부터 걷어내야 했다.


“알! 안개!”


아르겐티아는 내 외침을 듣고 화염 포션으로 자욱한 안개를 증발 시켰다.


후욱, 퍼엉!


적당한 열기와 충격파가 잠시 안개를 밀어낸다. 나는 그 잠깐 사이에 놈의 위치를 파악했다.


“베스티올라! 조심!”


놈은 베스티올라의 측면으로 돌아가 사각으로 숨어들어가 있었다. 나는 경고와 함께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흡! 이 유해조수가!”


베스티올라는 쉽게 당해주지 않았다. 그녀를 향해 뛰어오른 누에의 아가리를 향해 회색 가루를 뿌렸다.


푸확!


크엉?! 케아아악!!!


가루에 직격 당한 누에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바닥을 뒹굴었다. 나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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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2단 가변형 카벙클 오수. 23.06.12 29 1 12쪽
37 쾌락 없는 책임. 23.06.11 29 1 12쪽
36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줄여서 세나개. 23.06.10 28 1 12쪽
35 신의 존재증명 23.06.09 29 1 12쪽
34 장남, 차남, 그리고 남은 하나. 23.06.08 24 1 12쪽
33 습격 23.06.07 25 1 12쪽
32 전조 23.06.06 29 1 11쪽
31 왕거미 23.06.05 32 1 12쪽
30 준비 23.06.04 33 1 11쪽
29 장인정신 23.06.03 33 2 12쪽
28 형제 23.06.02 31 1 12쪽
27 에그몽 23.06.01 31 1 11쪽
26 비극 23.05.31 31 1 12쪽
25 카벙클 매직 23.05.31 35 2 12쪽
» 헌티드 퀘스트 23.05.30 32 1 12쪽
23 복수 23.05.28 35 2 12쪽
22 에라메인 23.05.28 33 2 11쪽
21 전력보충 23.05.26 32 2 11쪽
20 애증 23.05.25 34 2 11쪽
19 카벙클 도그 23.05.24 35 1 11쪽
18 라스트 월드급 자아성찰 23.05.23 34 1 11쪽
17 내가던전석유다 +2 23.05.22 4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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