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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던전에서 고이다 못해 석유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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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전파자
작품등록일 :
2023.05.10 11:58
최근연재일 :
2023.06.18 19:00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2,194
추천수 :
86
글자수 :
229,143

작성
23.05.31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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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카벙클 매직

DUMMY

25. 카벙클 매직.


훅- 콱!


크엉!?


강하게 휘두른 창이 녀석의 옆구리를 파고들어갔다. 나는 녀석을 끝장낼 생각으로 창을 비틀어 놈의 뱃가죽 속을 휘저었다.


“흐읍!”


크허어어엉!!!


놈의 울음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나는 창날로 뼈를 긁으며 강하게 뽑았다.


쯔걱, 푸확!


크어컥...


털썩.


녀석은 내가 창을 뽑아내자마자 바닥으로 쓰러졌다. 놈은 전신을 바들바들 떨며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와, 위험했다. 까딱하면 죽을 뻔 했네.”


내 혼잣말에 베스티올라가 말했다.


“휴. 그러게요. 역시 사람을 몇 번 잡아먹은 놈이라서 그런가 사냥하기가 만만치 않았어요.”


“베스티올라가 아니었으면 크게 다칠 뻔 했어요. 고마워요.”


아르겐티아의 말에 베스티올라는 손사래를 쳤다.


“별말씀을요. 다 돈 받고 하는 일인데 당연히 해야 했던 거죠.”


나는 두 여자가 사이좋게 대화하는 사이 창을 휘둘러 묻은 피를 털어냈다.


휙, 촤악.


그 와중에 갑자기 생각 난 것이 있었다. 나는 미동 없는 누에의 시체를 살펴봤다.


“흠. 이놈 안개는 어디서 뿜은 거야?”


안개를 뿜는 몬스터를 잡으면 그 몬스터의 발연기관을 촉매 삼아 안개 포션을 만들 수 있다.

효과는 일시적이지만 적외선 시야를 사용할 수 있다면 둘의 조합만큼 든든한 것도 드물었다.

그런데 누에의 형태는 그냥 평범하게 못생긴 표범 같았다. 뭔가 흘러나올만한 구멍이 없었다는 뜻이다.


“신혁.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내가 걱정됐는지 아르겐티아가 말을 걸어왔다.


“아니, 좀 이상해서.”


“뭐가?”


“이놈, 안개를 뿜는 구멍이 없어. 저거 옆구리에 생긴 건 내가 내 놓은 거고.”


내 말을 들은 베스티올라가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며 의문을 표했다.


“정말 그러네요? 어디서 안개를 뿜었던 걸까요?”


“해체해보면 나오려나? 베스티올라. 도와줄 수 있어요?”


그녀와 계약했던 내용은 누에를 찾는 것 까지였다. 사냥감을 갈무리 하는 일에 도움 받으려면 계약을 갱신할 필요가 있었다.


“어렵지 않죠. 이 정도는 서비스로 도와드릴게요. 다음에도 찾아달라는 의미로 말이에요.”


나는 그녀에게 씩 웃어주며 대답했다.


“그거 고맙네요.”


“어머.”


“다음에 찾을 일 있으면 꼭 부르겠습니다.”


베스티올라는 살짝 달아오른 얼굴로 대답했다.


“네에.”


왜 갑자기 얼굴을 붉히고 있나 궁금하긴 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그것보다 누에가 어디로 안개를 뿜었는지가 더 궁금하니까.


“도축 칼은 있으시죠?”


내 물음에 베스티올라는 허리춤에서 예리한 단검을 꺼내들었다.


“물론이죠.”


나와 베스티올라는 사이좋게 누에의 몸뚱이를 헤집었다. 그 사이 짐에서 물통을 꺼내온 아르겐티아는 꼬물꼬물 다가와 내 입에 물려줬다.


꿀꺽.


“크, 고마워. 안 그래도 피 묻을까봐 못 마시고 있었는데.”


“힛.”


아르겐티아는 내 말에 작은 웃음으로 답해주고 베스티올라에게도 물을 나눠줬다. 그런데 놈의 위장에서 묘한 것이 발견됐다.


“허참. 이놈 이거 도시 안에서도 돌아다녔나본데요.”


베스티올라가 자신의 턱에 튄 피를 슥 닦고 내 쪽을 봤다.


“뭔가 발견 하셨어요?”


“예. 이거 보세요.”


나는 위장 속에서 찾은 것을 보여줬다. 아르겐티아가 그걸 보고 말했다.


“팔찌? 가격 좀 나가보이는데?”


내가 들고 있는 것을 본 베스티올라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첫도시에서 비싼 장신구를 차고 다닐 만한 사람은 연금술 길드나 싱글볼트쪽 사람뿐일 텐데요.”


나는 아르겐티아에게 연금술 길드 쪽에 무슨 일이 있는가 물었다.


“알. 혹시 연금술 길드에서 실종 된 사람 있어?”


아르겐티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없었어. 그리고 연금술사들은 이런 형태로 세공된 액세서리는 선호하지 않아. 이렇게 치렁치렁하면 실험할 때 불편해서 거슬리거든.”


장신구를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아르겐티아의 말대로 흐느적거리는 사슬이 붙어있었다. 손을 자주 써야하는 직종에서 선호할 만한 디자인이 아니었다.


“근데 좀 이상하다?”


몬스터의 뱃속에서 발견된 장신구는 이런 연약한 부분까지 손상 없이 보존 되어 있기 힘들다. 어지간하면 몬스터의 강력한 위산에 훼손되는 게 보통이었다.


“베스티올라. 이런 액세서리가 동물 위장에서 멀쩡하게 발견 될 수가 있나요?”


“아뇨. 강산성 위산이 분비 되는 데 평범한 액세서리가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죠. 아마 마법적인 뭔가가 있을 거예요.”


“그렇군요... 그럼 일단 챙겨만 두죠.”


나는 장신구를 주머니에 챙겨 넣고 다시 칼을 들어 누에의 몸통을 크게 갈라내기 시작했다. 우리는 한동안 묵묵히 놈의 사체를 파헤쳤다.


“이거, 진짜 없는데요.”


“그러게요...”


안타깝게도, 누에가 걸레짝이 될 때까지 안개를 뿜어내는 기관을 찾지 못했다. 대신 조금 특별한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이거, 카벙클이죠.”


“아마도요. 이런 형태로 자라난 카벙클은 처음 보지만 보석과 같이 성장하는 마법동물은 카벙클뿐이니 맞을 거예요.”


바로 카벙클의 급소이자 힘의 근원인 카벙클 젬이었다. 이 녀석은 안개를 뿜는 누에가 아니라 비슷한 효과가 나타나는 마법을 익힌 카벙클이었다.


“뭐어... 나름 기쁜 오산이네요. 나쁘지 않아. 알. 이거 오수한테 먹여볼 수 있을 까?”


“보석을? 그걸 왜 먹여?”


아르겐티아는 내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하긴 이런 건 나 같은 고인물들이나 아는 것이니 당연할 수 도 있다.


“보석류 몬스터들은 더 상위 개체의 보석을 섭취하면 더 강해지는 경우가 있거든.”


“아하... 어떻게 먹는 지는 상관없고?”


나는 그녀에게 대답하는 대신 히죽 웃어줬다.


“아, 설마.”


“그 설마가 맞을 걸.”


“나한테 그걸 연구하라고? 갑자기? 시설도 없는데??”


아르겐티아는 나를 향해 눈으로 쌍욕을 뱉고 있었다. 시선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난 이미 열 토막은 났을 거다.

나는 누에로 오인 받았던 카벙클에게 도려낸 보석 원석을 아르겐티아에게 쥐어줬다.


“부탁합니다!”


아르겐티아는 땅이 꺼질 만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 괜히 말 놓으라고 했나. 두 배는 더 얄미워진 거 같아.”


“하하. 그게 내 매력 아니겠어?”


내 말을 아르겐티아는 입 꼬리를 끌어올리며 빙긋 웃었다.


빡!


“악! 정강이야!”


그녀는 미소를 지은 채로 내 정강이에 조인트를 갈겼다.


“흥. 포션 안 발라 줄 거야. 도시에 도착할 때까지 고통을 곱씹으며 반성하도록 해!”


그녀는 도도한 뒤태를 선보이며 첫도시로 돌아가는 길을 앞장섰다.


“고용주님. 괜찮아요?”


베스티올라의 물음에 정강이를 탁탁 털며 몸을 세웠다.


“사실 별로 안 아팠습니다. 이래봬도 마나까지 일깨운 전사인데 저 정도에 아파하면 모험가 노릇 못하죠.”


베스티올라는 내가 아픈 척 연기했다는 걸 깨달고 작게 웃었다.


“쿡쿡. 연기자 하셔도 되겠는 데요? 진짜 많이 아픈 줄 알고 깜박 속았잖아요.”


우끼끽!


베스티올라의 그림자에 숨어있던 원숭이가 그녀의 머리 위로 올라와서 우끼끼 웃는다.

자신은 다 알고 있었다는 것 마냥 저러고 있는 걸 보니 조금 웃겼다.


“아얏. 밍키. 언니 머리카락 잡지 말랬지.”


우끼?


“요 녀석이?”


베스티올라와 밍키가 투닥이는 모습은 방금 치열한 전투를 치렀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시체를 배경으로 하기에는 과하게 속 편한 모습이다.


“신혁! 베스티올라씨! 거기서 뭐해요! 빨리 돌아가요!”


우리보다 앞서간 아르겐티아가 멀리서 나와 베스티올라를 불렀다.


“응! 지금 갈게! 아참. 베스티올라. 이 녀석 사냥한 건 어떻게 증명해요? 머리라도 베어가야 하나요?”


“앗. 알고 저를 고용하신 게 아니셨군요? 저와 같이 동행하셨으니까 제가 사냥꾼 길드에 보고하는 걸로 증명은 끝이에요.”


“아하. 신용 있는 전문가니까 믿어주는 거군요? 잘됐네요.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전 돈 값하는 전문가니까요.”


“그거 믿음직하군요.”


역시 돈이 최고다. 우리는 대화를 마치고 아르겐티아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


우리는 도시로 돌아와 간단히 정비하고 싱글볼트 저택을 방문했다.


“다시 보니 정말 반갑군. 그래, 그 맹수 놈은 잡았나?”


“물론이죠. 식은 죽 먹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오호. 보고를 들었을 땐 제법 까다롭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떻게 잡았나 들려 줄 수 있겠나?”


나는 사냥꾼을 고용했던 일부터 카벙클인 것을 알아챈 일까지 간단하게 요약해서 말했다.


“허어. 자네 마나도 사용할 수 있었군? 처음부터 말하지 그랬나. 그러면 이리 귀찮게 시험할 필요 없었을 텐데.”


나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이, 제가 던전을 돌아다닌 지 얼마 안 된 탓에 잘 몰라서 그랬습니다. 아는 것도 많지만 모르는 것도 많거든요.”


내 솔직한 말에 아르겐티아가 덧붙였다.


“그래서 제가 따라다니면서 많이 알려주고 있답니다. 신혁이의 두뇌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죠.”


가슴을 쭉 펴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하고 있는 아르겐티아는 몹시 귀여웠다.

리즌 싱글볼트도 그렇게 생각하는 듯 아빠웃음을 짓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어찌됐던 간에 녀석을 잡았으니 정령수를 좀 받을 수 있겠습니까? 많이는 필요 없고 물통 하나 정도면 충분 할 것 같습니다.”


옆에 앉아 있던 아르겐티아가 뜨악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신혁. 그 정도면 많은 거야. 물통 하나 분량이면 중상자용 상급 회복 포션을 10개나 만들 수 있다고.”


“앗. 몰랐네. 그러면 물통 반 정도면 괜찮나?”


“응. 그거면 충분할 거야.”


나와 아르겐티아가 하는 모습을 보던 리즌 싱글볼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구먼. 자네는 애인하고 꼭 붙어 다니게. 안 그러면 싸움이 끊이질 않겠어.”


그의 말을 들은 아르겐티아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애, 애인! 아니에요...”


아르겐티아는 심하게 당황한 나머지 목소리가 삑 새어나가 버렸다. 뒤늦게 수습해봤지만 리즌 싱글볼트는 이미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이거 실례 했군. 아직 아니었어.”


“아직! 네...”


리즌 싱글볼트는 능구렁이처럼 아르겐티아를 놀리는 것을 그만 두고 집사를 불렀다.


“집사! 준비해뒀던 걸 가져오게.”


“예.”


그의 말을 듣고 방 밖으로 나간 집사는 오래 걸리지 않아 돌아왔다. 금세 갔다 온 그의 손에는 청명한 마나가 풍기는 물병이 들려 있었다.


“정령수군요. 혹시 미리 준비해놓으셨습니까?”


“그렇다네. 자네를 믿고 있었거든.”


“그거 영광이군요.”


“영광은 무슨. 당연한 일이지.”


나는 집사가 건네준 물병을 받아들었다. 촉촉한 마나가 손끝을 간질인다.


띠링!


[퀘스트 완료!]

굿 헌팅! 당신은 도시를 위협하는 맹수를 물리쳤습니다. 훌륭합니다!

[보상으로 행운이 소폭 상승합니다.]


행운이라... 나쁘지 않다.


“정령수는 잘 쓰겠습니다. 그럼 언제 또 뵈러 오면 되겠습니까?”


“일단 쉬고 있게나. 필요할 때 부르겠네. 머물고 있는 곳이 어디지?”


나는 그에게 아르겐티아와 같이 지내고 있는 여관 위치를 알려줬다.


“좋아! 그러면 다음에 보지.”


“예. 다음에 뵙겠습니다.”


“또 뵈어요~”


나와 아르겐티아는 그를 뒤로 하고 응접실을 나섰다.


----


나는 저택 입구에 도착해서 리즌 싱글볼트의 집사에게 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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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죽은 동생의 연인과 죽은 연인의 누이. 23.06.14 20 1 11쪽
39 배신자 응징 23.06.13 21 1 12쪽
38 2단 가변형 카벙클 오수. 23.06.12 29 1 12쪽
37 쾌락 없는 책임. 23.06.11 29 1 12쪽
36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줄여서 세나개. 23.06.10 28 1 12쪽
35 신의 존재증명 23.06.09 28 1 12쪽
34 장남, 차남, 그리고 남은 하나. 23.06.08 24 1 12쪽
33 습격 23.06.07 25 1 12쪽
32 전조 23.06.06 29 1 11쪽
31 왕거미 23.06.05 32 1 12쪽
30 준비 23.06.04 33 1 11쪽
29 장인정신 23.06.03 33 2 12쪽
28 형제 23.06.02 31 1 12쪽
27 에그몽 23.06.01 31 1 11쪽
26 비극 23.05.31 31 1 12쪽
» 카벙클 매직 23.05.31 35 2 12쪽
24 헌티드 퀘스트 23.05.30 31 1 12쪽
23 복수 23.05.28 35 2 12쪽
22 에라메인 23.05.28 33 2 11쪽
21 전력보충 23.05.26 31 2 11쪽
20 애증 23.05.25 34 2 11쪽
19 카벙클 도그 23.05.24 35 1 11쪽
18 라스트 월드급 자아성찰 23.05.23 34 1 11쪽
17 내가던전석유다 +2 23.05.22 4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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